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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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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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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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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DUMMY

8.


신 기자는 빠르게 현장을 훑어보았다.


정면충돌한 YF 소나타의 운전자는 운전대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아마도 기절한 것 같았다.


또 갓길을 넘어 굴러떨어진 세단에서는 사람의 신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다행인지 목격자는 없었다.


시골 외지의 국도변이라 CCTV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가슴팍을 움켜쥔 스나이퍼 박이 겁에 질려 물었다.


하지만 그건 큰일 날 소리였다.


경찰에 이런 사건ㆍ사고 접수가 되면 정 의원의 귀에도 당연히 들어갈 것이다.


벌써 여기저기 손을 써놓고 소식을 보고받고 있을 정 의원 말이다.


“미쳤어요? 바로 끌려가서 어디 묻히고 싶어요? 이번에는 머리까지 다 묻힐걸요.”


신 기자의 말에 스나이퍼 박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신 기자는 이마에 손을 올리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든 감추고 덮어야 했다.


다시 이마에서 손이 떨어졌다.


“저기 처박힌 세단에 가서 블랙박스 뜯어오세요. 얼른!”


스나이퍼 박의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이라는 걸 알아들은 건지 다시 주춤주춤 갓길 쪽으로 걸어간다.


신 기자는 소나타의 조수석을 열었다.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운전자를 보면서 백미러 아래에 달린 블랙박스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그사이 세단 것을 뜯으러 갔던 스나이퍼 박이 돌아왔다.


“저기는 없는데.”


신 기자는 떼어낸 블랙박스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가슴을 쓸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흔적을 남길만한 게 많지 않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으흐으으으···.”


운전석에 머리를 박고 있던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었다.


놀란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이 그대로 사색이 된다.


눈을 게슴츠레 뜬 운전자가 고개를 비틀어 두 사람을 보았다.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한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확 커졌다.


“저··· 저···!”


김 지배인이었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사람은 연신 눈을 깜빡인다.


아니, 어떻게, 김 지배인이, 여기에서?


무거운 눈꺼풀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김 지배인이 도로 얼굴을 핸들에 처박았다.


다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숨이 넘어갈 것 같던 신 기자가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의 손이 다시 이마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뭐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스나이퍼 박을 돌아본다.


“빨리, 이 차 안 뒤져봐요!”


두 사람이 갑자기 바빠졌다.


스나이퍼 박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신 기자는 뒷좌석을 뒤졌다.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자 둘은 동시에 트렁크로 다가갔다.


여러 번의 추돌로 흉하게 찌그러진 차체!


후미등은 이미 다 박살이 나 있었고, 번호판도 너덜너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신 기자는 트렁크 문을 들어 올렸다.


“크흐으읍! 이거 왜 이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부딪치면서 잠금쇠 부분 어딘가가 찌그러진 것 같았다.


쾅-!

쾅-!


손으로 때려도 보고.


쿵-!

쿵-!


발로 차보아도, 꿈쩍하지를 않았다.


하는 수없이 신 기자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한다.


도로변에서 큼지막한 돌덩이를 들고 오더니 그걸로 후미등 한쪽을 내리찍었다.


콰직!


차체에 붙어있던 후미등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그리고 그 깨진 공간 사이로 트렁크 안이 보였다.


또 신 기자가 찾던 바로 그것도!


“안에 있어요!”


환하게 웃는 신 기자의 얼굴.


스나이퍼 박도 그 얼굴을 보고 활짝 웃는다.


둘이 힘을 합쳐 트렁크 문을 비틀어 올리자 차체가 우그러지면서 틈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박스 하나를 꺼냈다.


“빨리 우리 차에 실어요, 어서!”


스나이퍼 박은 신이 난 얼굴로 박스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스나이퍼 박을 본 게 얼마 만이던가.


그는 두 번째 박스까지 거뜬하게 실어 나르고는 벙거지를 벗어 던졌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민머리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김이 올랐다.


“어!”


그런데 세 번째 박스를 꺼내려 할 때였다.


“왜 그래?”

“이건 걸려서 안 빠지는데요.”


신 기자는 몸을 숙여 팔을 더 깊이 넣어 보았다.


하지만 찌그러진 차체 프레임에 끼인 상자는 좀처럼 끌려 나오지 않았다.


“저리 비켜봐!”


애가 타는지 스나이퍼 박이 직접 꺼내보겠다고 신 기자를 밀쳤다.


하지만···.


“끄응-!”


그 역시 얼굴만 시뻘게질 뿐 좀처럼 상자를 빼내지 못한다.


그걸 보면서 신 기자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남들 눈에 안 띄었지만, 한순간에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나머지 박스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과를 수포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만 가요! 두 개면 됐어요.”


하지만 스나이퍼 박은 아쉬운지 자꾸만 팔을 더 깊이 밀어 넣는다.


“기다려 봐, 꺼낼 수 있어. 꺼낼 수 있다고.”

“그만 해요! 지금 잡히면 저 두 개도 다 토해내야 한다고요.”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때 서야 탐욕에 사로잡혀 있던 그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아쉬운지 자꾸만 입맛을 쩝쩝 다신다.


“빨리 가요! 누구 오기 전에.”


두 사람이 동시에 아반떼로 뛰어갔다.


부릉-!

부르르릉-!


앞 범퍼가 찌그러진 차는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시동이 걸렸고, 덜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신 기자는 사고 현장을 떠나면서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9.


땡초의 사무실.


땡초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을 단숨에 비웠다.


“왜 전화가 오지 않는 거지?”


빈 종이컵에 정수기 물을 가득 채워 재차 들이켜는데도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벌써 네 시간이나 지났다.


가까이 따라붙고 있다고 했으니 길어야 한 시간이면 끝날 작업이었다.


다른 놈도 아니고 전국구 넘버원 칼잡이 깡수가 아닌가!


“뭔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찜찜한 기분이 이어지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정 의원이 올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지배인 놈의 목을 따서 조용히 묻고 잃어버렸던 삼십억을 되찾았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간만에 정 의원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땡초의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굳어진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상했다.


받지 말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받았는데,


“네에? 뭐라고요?”


땡초의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났다.


전화를 건건 경찰이었다.


경찰은 깡수가 지리산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 실례지만, 사망자하곤 어떤 관계신가요?


가족도 친지도 딱히 없는 천애 고아인 깡수!


경찰은 핸드폰 통화내역을 뒤지다가 아마도 자주 통화한 땡초를 찾은 것 같았다.


“우리 회사 직원입니다.”


경찰은 사고 경위에 관해 간단히 설명했고, 시신 확인차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 달라 말했다.


전화가 끊어지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잠시 후 정 의원이 돌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정 의원을 찾아간 땡초는 기자와 사진사가 다시 발견되어 사람을 붙여 놨고, 다른 특별한 일은 없다고 거짓 보고했다.


안심한 정 의원은 다음 검찰 출두를 준비한다면서 바로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언제까지 들키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다시 차에 오르는 정 의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땡초는 속이 타들어 갔다.


오후 3시가 되자 땡초는 사무실을 나섰다.


지리산!


지배인 그놈은 왜 거길 간 걸까?


정말로 정 의원의 추측대로 거기서 기자와 사진사를 몰래 만나기라도 한 건가?


사고 내용도 수상쩍기만 했다.


뒤에서 들이받았는데 받힌 차에 탄 놈은 사라지고, 받은 사람은 죽었다?


그것도 갓길을 넘어 굴러떨어져서?


“공모자가 어디 짱박혀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손을 쓰지 않고서야···.”


땡초는 깡수가 함정에 걸려 살해당한 거로 봤다.


쉽게 죽을 깡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그런 의심은 점점 짙어만 갔다.


고속도로를 타자 액셀을 밟는 그의 발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앙다문 그의 입이 부르르 떨렸다.



10.


사고 현장에서 좀 떨어진 산기슭.


김 지배인은 돈을 파묻은 곳에 표식을 세웠다.


굵은 나뭇가지 넷을 우물 정자 형태로 놓고 그 위에 크고 넓적한 돌 셋을 올렸다.


돌 사이에는 솔가지도 끼워 두었다.


멀리 떨어져서 보니,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저 자연의 일부로 보일만 했다.


돈은 한 뭉치만 챙긴 후 전부 이마트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우비로 감싸 묻었다.


야무지게 싸맸으니 습기에 쉽게 훼손될 거 같지는 않았다.


단, 짧은 기간만이다.


지금 같은 장마철에 오래 노출이 된다면 그땐 모를 일이다.


“빨리 다시 찾으러 와야 한다.”


김 지배인은 핸드폰 카메라로 돈이 묻힌 곳을 찍은 후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도 충돌 때 입은 내상에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을 쫓고 있는 놈들.


사고 현장을 조사할 경찰.


또 갑자기 나타났던 신 기자.


김 지배인은 주변 모든 이들의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 같아 무섭기만 했다.


“그때 그냥··· 들고 오지 않는 거였어.”


김 지배인은 분리수거장에서 사과박스를 처음 발견했을 때를 떠올리며 숨을 길게 내뿜었다.


정말 한순간에 인생이 역전되는 줄만 알았건만.


역시나···.


노력 없이 얻은 무언가는 항상 이렇게 뒤끝이 더럽기만 했다.


게다가 목숨이 위태롭기까지 하고.


김 지배인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신 기자는 대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걸까.


자신이 돈을 가지고 갔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또 이 와중에 세 박스 중에 두 박스만 가져간 건 무슨 뜻일까.


혹시 자신을 뒤쫓던 그 사람과 공모해서 자신을 죽이려던 건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생각이 이어졌으나 만족할 만한 답은 얻지 못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었다.


불편한 옷차림에 밋밋한 단화는 확실히 산행에는 부적절했다.


가뜩이나 산길은 경사진 곳이 많아서 자꾸만 미끄러지거나 엎어지기 일쑤였다.


“안돼! 그래도 일단은 깊은 곳에 숨어있어야 해.”


체력이 떨어지자 고통은 더 심해졌고 허기까지 찾아왔다.


대낮이었음에도 쏟아지는 빗줄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다리가 풀려갔다.


그렇게 비틀대면서 얼마나 더 걸었을까.


허물어진 토사에 발이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쓰러져 정신을 잃은 그의 몸 위로 빗줄기는 하염없이 쏟아졌다.





구름 위를 경공으로 껑충껑충 뛰던 유정이 천천히 하강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은 구름 밑으로 다니는 게 참 고역이다.


순식간에 옷이 비에 젖는 건 둘째 치고 습한 날씨에 고뿔이라도 걸리면 며칠을 고생하기 때문이다.


도사라고 몸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도술 좀 부린다고 우쭐댈 필요가 없는 게, 그래봤자 인간의 몸 아닌가.


유정은 금세 몸이 젖어버리자 몸서리를 치며 얼른 비밀 아지트로 뛰었다.


비밀 아지트는 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유정과 만봉, 둘만의 아지트!


출입통제구역 안에 있는 폐허가 된 작은 산장을 말한다.


유정이 여기로 날아온 건 얼마간 버틸 식량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청운당에 있는 돈은 정철이 들고 나갔는지 한 푼도 보이지 않았다.


일성은 나찰의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아랫마을에서 먹거리를 사 와 버틸 생각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자 마구 짜증을 냈다.


뭐, 산짐승을 잡아먹으면서 살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찌 인간이 사냥감만 뜯으며 산단 말인가.


유정은 그때 마침 이 아지트가 떠오른 거였다.


일성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유정을 보내주었다.


미끄러운 산길을 바삐 뛰던 유정이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속력을 줄였다.


“어··· 저게 뭐야? 사람 아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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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일성을 부를 때 2 24.03.01 7 0 12쪽
64 064. 일성을 부를 때 1 24.02.28 5 0 12쪽
63 063. 이 애는 안 돼요! 2 24.02.24 6 0 11쪽
62 062. 이 애는 안 돼요! 1 24.02.23 6 0 12쪽
61 061. 부엌혈전 4 24.02.21 7 0 12쪽
60 060. 부엌혈전 3 24.02.17 7 0 12쪽
59 059. 부엌혈전 2 24.02.16 9 0 12쪽
58 058. 부엌혈전 1 24.02.14 10 1 12쪽
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55 055. 주인이 바뀐 돈 2 24.02.03 12 0 12쪽
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1 0 11쪽
53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2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3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5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3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0 1 11쪽
45 045. 안 보이나 느껴지는 2 24.01.18 20 1 12쪽
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19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0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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