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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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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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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DUMMY

15.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건우는 배낭 안에서 부적을 찾을 수 없자 심란해졌다.


“분명히 아침에 챙겼는데···. 다섯 장!”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봤다.


틀림없이 초코파이 상자에서 다섯 장을 꺼내 배낭 안에 챙겼었다.


혹시 무의식중에 바지 주머니에 넣었나?


그럴 수도 있었기에 바지 주머니 안을 쑤셔보았지만, 역시나···.


주머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건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먼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눈을 찡그려 보았다.


가늘어진 건우의 눈에 잡힌 피사체는···.


생선?


오징어?


“설마···.”


하도 바쁘게 지내다 보니 헛것이 보이는 거라 생각한 건우는 얼른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때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아, 앙드레! ···바로 갈게요. ···의상도요? ···네, 알았어요. ···아, 이게 너무 무거워서요.”


건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줄리의 의상을 챙긴 후 다시 편의점 앞 야외테이블로 달렸다.


비닐봉지에 한가득 담긴 먹거리들이 금세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휴우···.”


한숨을 내쉰 건우는 의상을 어깨에 걸친 후 양손에 먹거리들을 쥐고 들어 올렸다.


“끄응차···.”


목섬까지 걸어서 20분이라 했다.


이걸 들고 목섬까지 어떻게 뛰어가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핑 돌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타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


어디선가 헬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건우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건우의 시야에서 점점 커지던 헬기는 곧 착륙이라도 할 것처럼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설마, 저 헬기가 여기에 내리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언제나 그랬듯 건우의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았다.


편의점 앞 공터에 먼지와 물보라를 잔뜩 일으킨 헬기가 수직으로 급하강하더니 건우 앞에 멈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놀라운 사람이 내렸다.


바로, 한 회장이었다.


건우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한 회장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건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가오라는 손짓이었다.


건우는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얼른 뛰어갔다.


그러고는 바로 꾸벅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목섬에 들어가나?”


한 회장은 오늘 줄리의 스케줄을 알고 온 것 같았다.


“네, 회장님.”


건우가 대답하자 한 회장은 또 손짓을 했다.


“타라! 같이 가자.”


깜짝 놀란 건우가 주저하자 한 회장이 다시 말한다.


“저거 가지고 빨리 와!”


잠시 눈치를 보던 건우가 얼른 뛰어가서 의상과 먹거리가 담긴 봉지를 들고 왔다.


헬기는 올라타자마자 붕 하니 솟아올랐고, 30초도 안 되어 다시 목섬 앞에 내려앉았다.


건우는 다시 헬기에서 뛰어내리면서 생각했다.


‘히야··· 부적보다 헬기가 더 쌈박한데.’


그때 뒤에서 앙드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회장님, 오셨습니까?”


앙드레는 건우를 보고 한 소리 할 기세였는데, 한 회장의 등장에 당황한 얼굴이었다.


건우는 얼른 물건들을 챙겨 자리를 피하면서 줄리의 촬영 장소로 뛰었다.



16.


“쳇, 제법이군.”


나찰은 하나씩 고꾸라지는 생선들과 왕오징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적까지 사용한 사술을 성치 않은 몸으로도 잘 막아내는 청운당의 도사들.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바짝 긴장하게 된다.


그때 하늘에서 요란한 소음과 함께 헬기가 내렸다.


놀란 법사들이 멀리 물러나는 사이, 건우가 그 헬기에 올랐고, 곧 목섬으로 들어갔다.


“으응? 방금 저 노인은 그때 그 회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 아닌가? ···따라가자!”


나찰은 헬기를 따라 목섬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법사들은 건우를 따라오게 되어 있었다.


나찰은 먼저 들어가서 건우의 주위에서 자리를 잡고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때 건우가 짐을 한 아름 들고 여배우에게 뛰어가는 게 보였다.


좁은 섬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뻔했다.


나찰은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섬 전체가 두루 잘 보이는 한 바위 위로 올라갔다.


“후훗···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도사들의 공격도 피할 수 있고, 또 건우 저놈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지.”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갈매기 셋은 목섬 상공을 배회하기만 할 뿐, 감히 내려올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연처럼 두둥실 떠 있기만 해라! 재미는 내가 다 볼 테니까, 흐흐흐···.”


나찰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관광객들을 돌아보았다.


옆에서 사람들이 두런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줄리 한이 촬영한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야?”

“저기 저 바위 뒤쪽 아니야? 아까 카메라 들어가던데.”

“그래? 한번 가볼까?”


한 명이 앞장서니 주위에 있던 이들도 우르르 따랐다.


나찰도 나쁠 게 없었다.


줄리라는 배우가 있는 곳 가까이에 건우가 있을 테니까.


분명, 건우는 로드매니저라고 했었다.


나찰은 느긋하게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섬의 뒤쪽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촬영조명이 환하게 빛났다.


진행요원들이 접근을 막아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멀찍이서 관람은 가능했다.


화사한 옷을 입은 줄리 한이 남자 배우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씬을 찍는 모양이었다.


조용한 촬영장에는 감독의 “레디, 액션!”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감독이 앉아있는 간이 파라솔 옆에 서 있는 건우가 보였다.


건우는 줄리가 메이크업을 고치고 의상을 갈아입을 때마다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가 뭔가를 지시받은 건지 갑자기 의상 하나를 들고 뛰기 시작한다.


방향은 스태프들이 짐을 풀어놓은 간이천막이 있는 곳.


나찰이 있는 데서 가까운 곳이었다.


건우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제법 날렵하게 잘도 뛰어갔다.


그런데 간이천막에 거의 다 다다라서였다.


발을 헛디디더니 모래사장에 철퍼덕 얼굴을 처박고 쓰러진다.


“어머!”


놀란 사람들의 고성에 이어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넘어지면서도 의상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번쩍 들고 있던 건우는 민망한 듯 빨리 일어나지 못 한다.


“아하···!”


그때 나찰의 눈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나찰은 성큼성큼 건우에게로 다가갔다.


“어머··· 괜찮으세요?”


의상을 받아 든 나찰이 건우를 일으키려 한 손을 내밀었다.


창피해서 붉게 물들어 있던 건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어··· 어···.”


나찰의 손을 잡고 일어난 건우가 꾸벅 허리를 굽혔다.


“가··· 감사합니다.”


나찰이 내민 의상을 받아 든 건우가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힌다.


“정말··· 감사합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나찰은 건우의 여드름투성이 얼굴을 바라보다가 묻는다.


“다치진 않으셨어요?”


등과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낸 건우가 힐끔 나찰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괜찮아요.”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고, 다시 건우가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저기···.”


나찰은 다시 건우를 세웠다.


“네?”

“혹시, 제일검정고시학원 다니시지 않나요?”

“아···!”


뜻밖이라는 듯 건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17.


“그 학원 다니시나요?”

“네, 전 그쪽을 학원에서 매일 본답니다.”

“저를요?”

“네, 오전 A반이시죠?”


건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저렇게 그윽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얘기를 하는 것.


그것도 상대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면서.


그건 바로, 상대에게 관심이 있을 때나 하는 행동이다.


“아, 네··· 그걸 어떻게?”

“저는 오전 B반이라서 수업 들어갈 때마다 그 반 교실을 지나치는데요, 볼 때마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시더라고요.”

“하아···.”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리기 직전이 된 건우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쪽 일을 하면서 공부하시는 건가요?”

“아··· 네!”

“어머··· 대단하시다!”


얘기가 막 따스하게 무르익어 가려던 참이었다.


저 멀리서 앙드레의 고함이 들렸다.


“야! 너 뭐해? 빨리 안 가져와?”


화들짝 놀란 건우가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황급히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뺐다.


“저, 지금은 제가··· 좀···. 나중에 제가 학원에서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불쑥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든 나찰은 빙그레 웃었다.


건우의 명함!


이미 본 적이 있고, 뭘 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찰은 일부러 시치미를 뚝 뗀다.


“어머··· 로드매니저시구나! BW? 여기 줄리 한 소속사 아닌가요? 나 정말 팬인데···.”

“아··· 그래요?”


건우의 눈이 반달이 되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이렇게 처음 만난 여자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인 적인 있었던가?


건우는 배시시 웃어 보인 후 의상을 교체해 다시 돌아갔다.


뛰어가는데 자꾸만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앙드레는 다시 돌아온 건우를 보고 버럭 짜증을 냈다.


“아니, 넌 뭘 그리 꾸물대. 너 땜에 다들 기다리잖아.”


줄리는 건우가 가져온 의상을 재빨리 갈아입는다.


저 멀리서 감독의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줄리! 준비됐어?”


줄리의 상태를 보고 있던 앙드레는 대신 대답을 한다.


“잠시만요. 금방 가요.”


그때 촬영장 조연출 하나가 뛰어오더니 앙드레를 붙들었다.


“앙드레! 사람 좀 빌려줘.”


앙드레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된다.


“으응?”

“단역배우가 펑크를 냈어. 지금 비 때문에 제시간에 못 오는 모양이야. 이십 초반 남녀커플인데···. 여기 관광객 중에 혹시 있을까 해서 둘러봤거든. 그런데 그렇게 젊은 사람은 또 없네. 혹시 직원 중에···.”


조연출의 얼굴이 건우에게 돌아가더니 딱 멈췄다.


“이야, 이 친구··· 그래!”


앙드레는 조연출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 어이없게 웃는다.


“작품 망치는 거 아니야?”

“아냐, 멀리서 배경으로 쓸 거거든.”

“필요하면 데려가.”

“오케이!”


조연출은 십 년 감수한 듯 이마에 땀을 닦았다.


“아, 그런데··· 여자가 없네. 커플이어야 하는데.”


조연출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려 할 때였다.


건우의 머릿속에서 번쩍 형광등이 들어왔다.


“있어요!”


살짝 언성이 높아서였을까.


조연출과 앙드레가 깜짝 놀라 동시에 건우를 돌아봤다.



18.


“레디··· 액션!”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줄리와 남자 배우가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뒤에서도 건우와 나찰이 팔짱을 끼고 걸었다.


나찰은 점점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했다.


인간 세상에 녹아드는 걸 넘어, 이젠 드라마 출연까지 하다니.


그리고 잘하면 도사들을 단번에 꿰 잡을 수 있는 미끼도 이렇게 건졌다.


미끼는 최대한 우려먹을 생각이다.


부적도 취하고, 도사들도 괴롭히고, 맘껏 빨아먹을 것이고.


일성을 불러서 하나하나 죽일 때 같이 제거할 것이다.


나찰은 제 발로 걸려든 미끼가 만족스러운지 자꾸만 팔짱을 세게 끌어당겼다.


“전 이지은이예요. 아까 제 이름을 얘기 안 했죠? 건우씨?”

“아, 그러네요. 근데 아까 줄리 한 팬이라고 했잖아요? 정말인가요?”

“네, 찐 팬이에요. 저도 배우가 꿈이에요. 학교 중퇴하고 준비 중이죠.”

“그래요?”


놀란 건우가 나찰을 돌아보았다.


나찰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나찰은 평소 사악한 기운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던 것과는 반대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BW 같은 큰 회사 들어가서 줄리 한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


건우는 자기 팔이 자꾸만 상대의 젖가슴에 쓸리자 호흡이 거칠어졌다.


마른침을 여러 번 삼키는데도 입안은 자꾸만 말라갔다.


“그, 그럼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나찰은 내친김에 배우까지 된 자기 모습을 생각하며 건우의 팔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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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 이 애는 안 돼요! 2 24.02.24 6 0 11쪽
62 062. 이 애는 안 돼요! 1 24.02.23 6 0 12쪽
61 061. 부엌혈전 4 24.02.21 7 0 12쪽
60 060. 부엌혈전 3 24.02.17 7 0 12쪽
59 059. 부엌혈전 2 24.02.16 9 0 12쪽
58 058. 부엌혈전 1 24.02.14 10 1 12쪽
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55 055. 주인이 바뀐 돈 2 24.02.03 12 0 12쪽
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2 0 11쪽
»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2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3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5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3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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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19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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