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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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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07 21:1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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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785

작성
24.01.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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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9. 인사발령 1

DUMMY

1.


예스 패치 사무실.


신 기자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니···!”


낯선 광경에 놀란 그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기자들이 연신 콜록대는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전화하는 소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촬영 장비를 옮기는 소리로 가득했을 사무실이다.


그런데 이 이상한 소란은 다 뭐란 말인가?


그때 언제나처럼 문 옆에서 업무를 하던 유 기자가 신 기자를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다시 휙 돌려버린다.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했을 텐데 오늘은 이상했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며칠 전 블라인드 인터뷰를 생중계로 봤다면 말이다.


신 기자는 유 기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자기 자리로 갔다.


그런데 자기 자리 앞에 선 그는 그만 입이 쩍 하니 벌어지고 만다.


“이··· 이게 다 뭐야?”


신 기자는 폭격을 맞은 듯 난장판이 되어버린 자신의 자리를 보고는 잠시 얼이 빠졌다.


책상 위에는 반쯤 타다 만 서류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PC 본체는 온데간데없고, 모니터의 한가운데에는 보기 흉한 그을음까지 묻어 있었다.


가만 보니 다른 자리는 멀쩡한데 본인 자리만 그 모양이었다.


불이라도 난 걸까?


신 기자는 이마에 한 손을 얹은 채 의자에 앉으려다 다시 일어섰다.


의자까지 시커멓게 탄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신 기자는 한동안 우두커니 그렇게 서 있어야만 했다.


“이리 들어와!”


국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 건 오 분여가 지나고 나서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손가락을 까닥대면서 신 기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앞으로 펼쳐질 장면이 대충 연상되었다.


신 기자가 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고함이 먼저 터져 나왔다.


“너 각오는 하고 있지?”


예상은 했던 일인지라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서운했다.


그래도 해명이라도 하게는 해줘야 할 것 아닌가?


“회사 게시판 봐라. 악플로 걸레가 됐다, 응? 그리고 우리한테 투자한 사모펀드도 돈 다 뺀단다. 너 때문에 폐간해야 할지도 몰라, 이 새끼야!”


이마 위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국장의 모습이 살벌했다.


이 정도로까지 화를 내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아직 내부 조율 중인가 본데, 이건 나도 못 막아줘. 네가 저지른 일이니까, 네가 다 책임져! 알았지?”


국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기자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신 기자는 유 기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내 PC 본체는 어디 갔지?”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보통 때와는 달리 후배 기자에게도 꽤 공손하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유 기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탔어요! 며칠 전에···. 그거 땜에 사무실이 이렇게 됐네요.”


표정이라도 봤으면 좋았으련만, 유 기자는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타다니? 화재? 그럼 그 안에 내 기사는 어쩌고? 아, 그거 예약발송이 걸려있었는데···. 그거 발송은 제대로 된 건가? 기사는 올라갔어?”


이 와중에 그런 질문이 적절한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물었어야 했나 보다.


드디어 고개를 돌리는 유 기자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선배님! 기사는 전부 삭제됐어요. 국장님 지시로요. 예약발송이요? 정말, 미쳤어요?”


유 기자의 얼굴에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한심한 사람을 대하는 짜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갑자기 뱀눈이 된 유 기자가 신 기자를 노려보았다.


핸드폰을 챙긴 유 기자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전화를 받으러 나가는 게 아니란 건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신 기자도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신 기자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유튜브에 접속해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블라인드 인터뷰 영상을 찾아냈다.


다시 보기 화면을 클릭했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거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신 기자는 화면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도···.


회사 건물에서 벗어나자마자 덥고 습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옷을 훌떡 벗어버리고 싶을 만큼 더웠고, 또 짜증이 났다.



2.


늦은 저녁.


사무실에 돌아온 신 기자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가슴도 울렁거리는 게 구토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스나이퍼 박! 왜 이리 연락이 안 돼? 이런 능구렁이 같은 인간! 분위기 좆같이 돌아가니까 혼자 튀겠다. 아-! 씨발, 안 돼···. 그럼 내가 다 뒤집어쓰잖아.’


문을 밀어 열고 들어서는데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자리로 향하려다 호기심이 생겨 게시판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기자들이 힐끔 돌아보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느낌이 이상했다.


‘뭐지, 피하는 이 이상한 분위기는?’


신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게시판을 확인했다.


그 순간 눈이 파르르 떨렸다.


“흐읔···!”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올 만도 했다.


게시판에 붙은 사내공지는 인사발령에 관한 건!


그것도 신 기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인사발령이었다.


신 기자는 공고문을 빠르게 훑어내렸다.


형식적인 문구는 다 건너뛰고 문서의 한가운데에 박힌 네모 박스 안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연예부”에서 “생활사건부”로···.]


생활사건부···!


아직도 눈꺼풀이 떨리는 신 기자는 권 국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가 정해지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라더니.


나온 결과는, 결국··· 좌천이었다.


생활사건부라면···.


연예매체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연예부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나 사고 친 놈들만 모아 놓은 곳.


UFO를 봤다거나, 자기가 초능력자라거나,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 놈들을 인터뷰해서 빈 지면을 채우는 게 일인 곳.


한직인 건 당연하고, 알아서 나가라는 눈치를 끊임없이 받는 곳.


신 기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면서 애써 감정을 숨겼다.


“그래, 당장 모가지가 날아가 생계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눈 딱 감고 이렇게 생각해 버리니 다시 속은 편해졌다.


여기저기서 여전히 힐끔대는 눈길들, 그리고 숙덕대는 말들이 느껴졌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데 뒤에서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 들어와 봐!”


왜 부르는지 안 물어봐도 알만했다.


지은 죄가 무거워 잘리는 게 정상인데, 자기가 신경 써준 덕분에 좌천으로 끝났다.


요즘 같은 세상에 월급이나 받아먹고 사는 걸 다행으로 알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근신하면서 다녀라.


뭐··· 이런 얘기!


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요 얼마간 신 기자 자기 때문에 신경 쓰느라 그런 것일까.


국장의 대머리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국장은 그 너구리 굴속에서 또 담배를 하나 빼 물었다.


“너 안 잘리는 걸 다행으로 알아. 이게 다 누구 덕분인 줄 알아? 요즘처럼 살벌한 세상에 입에 풀칠이라도 하며 사는 걸 감사해야 해. 알았어?”


역시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럴 때 보면 국장은 너무나 쉽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더는 할 얘기가 없는지 국장은 담배만 계속해서 빨아댔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서려는데, 그가 다시 신 기자를 불러 세웠다.


“잠깐, 너··· 이거나 좀 취재해 봐!”


국장은 A4 용지에 출력된 사진과 인쇄 기사 여러 장을 내밀었다.


“유 기자가 취재하던 건데··· 아직 짬이 안 돼서 그러는지 깊이 파고들어 가질 못하네. 이번 여름 특집으로 기획하고 있는 미스터리 색션에 넣을 거니까 한번 잘 해봐!”


미스터리 색션이라!


신 기자가 얼굴에 썩은 웃음을 그렸다.


국장은 신 기자의 시선을 피하면서 담배 연기를 다른 곳으로 뿜었다.


“야이··· 짜샤! 좀 좋게 좋게 생각하자. 이번에 우리 예스패치도 이미지 쇄신한다고 지면 구성 다 새로 바꾸기로 했어. 혹시 알아? 네가 잘 풀어내면 또 미스터리 전문 기자로 거듭날지? 인생 모르는 거다. 너 그리고 짬밥도 있으니까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잖아!”


알다가도 모를 국장이었다.


던져주는 내용은 어처구니없는데, 표정은 사뭇 진지하니.


신 기자는 못 이기는 척 자료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자 그걸 관심이 있다는 거로 생각한 건지 국장은 다시 긴 설명을 잇는다.


“며칠 전에 지리산 등산객 하나가 찍은 사진인데···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견한 모양이야.”


국장의 손가락이 인쇄된 사진을 톡톡 건드렸다.


“봐봐, 웬 스님 옷을 입은 남자인데 죽어서 산길에 누워 있더래. 머리는 긴 게 스님은 아닌 거 같잖아, 그치?”


국장이 관심을 보이는 게 이상했다.


그의 관심사는 이런 미스터리가 아니라 지저분한 스캔들이 아니었던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신기하게도 몸은 미라처럼 시커멓게 말라 있고, 얼굴에는 수건까지 덮여있었다네.”


숨을 잠시 고른 국장은 모니터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마시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관할 지구대에서 조사하나 본데, 지문이 안 나온대···. 자세한 건 모르겠어.”


창문을 연 국장이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말이야, 그 근처에서 총소리가 났었데. 수렵 허가 기간도 아닌데 말이야.”


라이터에 지져진 담배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국장의 볼이 쏙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연기도 같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또, 쇠통바위 쪽에서 멀쩡하던 바위가 갑자기 굴러떨어져서 사람이 다친 모양이야.”


말을 마친 건지 국장은 입을 다물고는 신 기자를 바라봤다.


신 기자는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 셋에서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스님 옷을 입은 사람이라!


아마도 산속에서 약초 캐는 사람일 수 있다.


지문이 안 나오는 건 습한 날씨에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면 그럴 수 있고.


어쩌면 손가락을 많이 써서 지문이 다 닳은 노인이 아닐까.


총소리는, 묻혀있던 불발탄이 터진 경우 그렇게 오해할 수 있다.


바위가 굴러떨어진 건 곧 장마철이니 주변 지반이 약해져서 그럴 수 있고.


신 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국장이 다시 말했다.


“사건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


생각을 읽힌 것 같아 보이자 신 기자는 슬며시 눈길을 피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세 사건이 며칠 사이에, 또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난 거라면?”


신 기자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난리가 났나 본데, 정 의원 일당이 검찰청 출두하는 것 땜에 금세 또 묻혀버렸나 봐. 하여튼, 자초지종은 이러니까··· 일단 가봐!”


권 국장 입에서 정 의원 얘기가 나오자 신 기자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자료를 받아 든 손도 가볍게 떨렸다.


더 앉아있으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신 기자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국장실을 벗어났다.


자욱한 담배 연기에서 벗어나자 사무실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신 기자는 책상 위에 받은 자료를 던지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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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 이 애는 안 돼요! 1 24.02.23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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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060. 부엌혈전 3 24.02.17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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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55 055. 주인이 바뀐 돈 2 24.02.03 12 0 12쪽
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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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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