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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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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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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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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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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DUMMY

13.


빗줄기를 뚫고 왕오징어와 생선들이 날아올랐다.


가자미, 임연수, 갈치는 마치 물속에서 살아나기라도 한 듯 몸통을 꿈틀댔다.


왕오징어는 그중 제일 뒤처졌지만, 빨판 달린 다리를 휘적댔기에 가장 위협적이었다.


쉬익-!

쉬익-!

쉬익-!

휘리리릭-!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분명 살기였다.


법사들은 그 기세에 놀라 동시에 날개를 뒤로 퍼덕였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넷입니다.”


철산이 경직된 목을 비틀면서 운천을 돌아보았다.


“대체 저것들이 뭐란 말이냐?”


운천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빼는 순간이었다.


쉬익-!

쉬익-!

쉬익-!

휘리리릭-!


금세 다가온 놈들이 법사들의 날개 사이를 치고 지나갔다.


“어이쿠!”

“허엌-!”

“앗-!”


공중으로 갈매기 털이 한 웅큼 털리면서 흩어졌다.


철산과 정철은 제법 잘 피했나 본데, 운천은 아랫배 쪽을 제대로 강타당한 모양이었다.


빠르게 추락하던 운천이 겨우 중심을 잡고 힘겹게 날아올랐다.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철산과 정철이 황급히 몸을 들이대며 운천을 받들었다.


“저 가게에서 파는 생선에 부적을 붙인 것 같다. 맨 뒤에 몸집이 큰 놈을 특히 조심해라! 빨판이 예사롭지 않다.”


운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들이 방향을 틀더니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스승님, 물러나십시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정철은 앞으로 나서면서 어떤 도술로 맞서야 할지를 생각했다.


바로 전정술을 썼으면 좋겠으나, 이렇게 비바람이 치는 날에 땅이 아닌 하늘로 던지는 번개는 위험하다.


습한 공기 안에서 자칫 모두가 전기구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장풍도 제힘을 못 낼 것이다.


거센 바람에 방향이 이리저리 뒤틀리면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일 테니까.


정철이 잠시 주저하는 사이, 다시 놈들이 법사들을 덮쳤다.


쉬익-!

쉬익-!

쉬익-!

휘리리릭-!


“으허어엌···.”


지나치던 갈치가 꼬리로 철산의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운천이 얼든 다가가 철산을 부축한다.


그래도 그나마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모면한 듯싶었다.


정철은 운천에게 흩어지기를 부탁한다.


“스승님, 보시다시피 전정술과 장풍이 듣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놈들을 하나씩 떼놓은 후에 빙석술*과 봉인술로 잡는 게 좋겠습니다.”


(*빙석술(氷石術): 대상을 잠시 얼음이나 돌로 만드는 도술)


운천은 “그리하라!”라고 말하더니 철산을 붙들고 물러났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운천은 철산과도 떨어졌다.


세 갈매기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하자 다가오던 놈들이 멈칫했다.


어디를 먼저 공격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임연수와 가자미가 정철을 노리며 달려들었고, 갈치는 철산을, 또 왕오징어는 운천을 향했다.


정철은 따라오는 생선들을 바다 쪽으로 유인했다.


“이놈들, 제법이구나.”


고도를 높이면 높이는 대로 낮추면 낮추는 대로 놈들은 마치 유도탄처럼 정철을 따라붙었다.


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지느러미를 날카롭게 세우면서 금세 찌를 것처럼 들이대기도 했다.


“이크···.”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정철은 일부러 바다 표면에 바짝 붙은 채 비행한다.


생각보다 파도는 놈들의 추격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파도가 튀어 오를 때마다 놈들은 그 출렁임에 휩쓸려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는데···.


그때마다 정철은 간격을 벌릴 틈을 벌었다.


운까지도 따라주는 건지, 가자미가 세 번째 파도에 휩쓸릴 때였다.


놈의 몸에 붙어있던 부적이 떨어졌고, 가자미는 곧 주술이 풀리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하핫! 지느러미 달리 놈이 날개 달린 놈을 이길 줄 알았느냐?”


이제 남은 놈은 임연수.


정철은 양 날개를 심하게 비틀어대며 불규칙한 저공비행을 지속했다.


이번에도 파도의 도움을 받을까 싶었으나, 이놈은 생각처럼 여의찮았다.


가자미보다 체구가 작고 날렵한 임연수는 처음 한두 번은 파도에 쓸렸으나, 곧 그 출렁임에 적응해 버렸다.


슬쩍 머리를 돌려보니 놈은 파도가 덮칠 때마다 그걸 뚫고 나오고 있었다.


“젠장···.”


긴장한 얼굴의 정철이 이번에는 방향을 목섬 쪽으로 돌렸다.


그 주변에 솟아있는 작은 돌무지와 바위들이 꽤 쓸만해 보였다.


목이 좋은 몇몇 곳은 낚시꾼들이 벌써 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속력을 살짝 늦춰 임연수를 꼬리에 가깝게 따라붙게 했다.


놈은 바로 지느러미를 바짝 세우면서 맹렬히 달려들었다.


돌무지 사이를 지그재그로 지나다 전방에 좀 높은 바위가 나타났을 때였다.


“이놈, 이건 어떠냐?”


정철은 그 바위를 훌쩍 타 넘으면서 얼른 몸을 틀어 바위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임연수가 그 바위를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촤르르···.


갑자기 돌무지 쪽에서 낚시꾼이 던진 투망이 펼쳐졌다.


퍼덕-!

퍼더덕!


단숨에 그물에 걸린 임연수는 힘 한번 못 쓰고 질질 끌려가서는 낚시꾼의 손에 붙들렸다.


낚시꾼은 자신이 잡은 게 깨끗하게 손질되고 부적까지 붙은 생선인 걸 확인하고는 황당해한다.


“하하! 두 마리 다 도술 한 번 안 쓰고 잡았다. 나찰, 봤냐? 내가 바로 청운당의 후계자다!”


기세가 오른 정철이 철산과 운천 쪽을 돌아보았다.


아직 몸이 불편한 둘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정철은 갈치와 왕오징어가 서로 멀리 떨어지는 걸 확인하자 먼저 철산 쪽으로 다가갔다.


“철산, 괜찮으시오?”


아직도 어깻죽지에 통증이 가시지 않은 철산은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마침 높은 하늘에서 매 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보였다.


정철은 부리로 하늘을 가리켰다.


“보시오! 저놈을 염력으로 끌어야겠소.”


정철은 갈치가 다시 방향을 틀어 다가오는 걸 보면서 매를 끌어당겼다.


철산도 미력이나마 영력을 보탰다.


얼레에 걸린 연처럼 조금씩 끌려오던 매가 지척까지 가까워졌을 때였다.


정철은 그 매를 갈치 쪽으로 확 밀쳐버렸다.


순간 엉키는 매와 갈치!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매는 갑자기 나타나 부딪친 생선에 놀라 거칠게 반응한다.


푸드덕-!

퍼득-!

퍼드득-!


부리로 허리를 쪼는 매.


그리고 꼬리로 몸통을 돌려치는 갈치.


발톱으로 목을 쥐어흔드는 매.


또 지느러미로 목을 찌르는 갈치.


용호상박!


얽히고설키는 모습이 마치 용과 범이 자웅을 겨루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정철이 어느 순간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이놈, 봉인술이다!”


빠르게 수인을 맺은 손을 앞으로 쭉 뻗치는 정철.


순간 서로 엉킨 상태에서 박제처럼 굳어버린 매와 갈치가 급강하한다.


첨벙!


바다에 빠지는 소리는 꽤 묵직했다.


철산은 놀란 듯 정철에게 물었다.


“아니, 저 상태에서 어떻게 봉인술을 쓴 것이오?”

“매의 깃털이 갈치의 몸통을 감싸고, 또 갈치의 비늘이 매의 몸을 덮게 했소이다. 서로가 서로를 봉인한 셈이오!”


철산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자, 이제 저 오징어 하나만 남았소. 어서 갑시다.”



14.


운천은 여전히 얼얼한 아랫배의 통증을 견디며 왕오징어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빗물에 젖어 묵직해진 날개를 툭툭 털어낼 즈음이었다.


뒤에서 정철과 철산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기력이 많이 쇠한 운천은 제자들을 보자 뒤로 물러난다.


“내가 놈의 힘을 제법 빼놓았으니 제압하기 쉬울 것이다.”


정철은 머리를 조아리며 운천에게 뒤로 물러나 계시기를 권한다.


그런데 막상 왕오징어를 대해보니 운천의 말과는 달리 여전히 팔팔하기만 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지고, 빨라지고 강해졌다고나 할까.


특히나 흡입력이 더 세진 빨판은 살벌한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쉬익-!

쉬쉬쉬익-!


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달려드는 항아리 뚜껑만 한 크기의 왕오징어!


그 위세에 눌린 정철과 철산은 대책 없이 한동안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철산, 빙석술을 쓸 것이오. 때가 되면 영력을 보태주시오.”


철산은 살짝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이렇게 비바람이 부는 하늘에서 빙석술이라니···.


수인을 맺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얼음이 빨리 얼어붙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정철은 운천의 신임을 받는 청운당의 후계자가 아닌가.


철산이 호응의 눈빛을 보내자 정철이 속력을 내며 왕오징어를 유인했다.


그런데 끌고 가는 곳이 좀 의외였다.


높이!


더 높이!


“아니···.”


철산은 깜짝 놀라며 정철을 올려보았다.


정철은 순식간에 구름 위까지 솟아오르더니 자기 모습을 감췄다.


철산은 허겁지겁 그 뒤를 쫓으며 왕오징어를 돌아보았다.


거칠게 휘적대던 움직임이 고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뻣뻣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구름 위까지 오르자 놈의 다리에 살얼음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


철산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돌았다.


“온도가 낮은 구름 위로 놈을 유인해서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역시···.”


철산이 구름 위로 올라왔을 때 정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음이 분명했다.


왕오징어는 정철이 보이지 않자 방향을 틀더니 철산을 쫓았다.


확실히 움직임은 한결 둔해져 있었다.


맘껏 따돌리고, 또 희롱할 수 있을 정도로.


“그래, 어디 한번 나를 따라와 봐라!”


철산은 왕오징어를 꼬리에 붙이고 이리저리 구름 속을 헤집고 다녔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놈의 몸에는 살얼음이 늘어갔고, 또 뻣뻣해져갔다.


그렇게 한참을 바삐 숨바꼭질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정철이 놈의 머리를 부리로 물더니 다리에 빙석술을 걸었다.


“네 이놈!”


다리에 살얼음이 맺혀있었기에 얼음이 두꺼워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순간 하반신이 얼음으로 뒤덮인 왕오징어가 공중에서 허둥댔다.


그런데 놈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머리로 정철을 들이받았다.


쩍-!


“커허어엌-!”


얼굴을 강타당한 정철이 날개를 퍼덕이다가 아래로 추락했다.


“저··· 정철!”


놀란 철산이 영기를 끌어모아 왕오징어를 향해 사력을 다한 빙석술을 날렸다.


하반신에 이어 상반신까지 얼음에 뒤덮인 왕오징어!


결국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구름 밑으로 떨어지고 만다.


철산은 정철을 찾으러 구름 밑으로 내려갔다.


빗줄기로 시야가 흐릿한 선재도 상공.


그 어디에도 정철은 보이지 않았다.


“정철! 이보게 정철···!”


애타게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었다.


“스승님! 정철이···.”


운천을 불러 정철의 사고를 막 전하려던 때였다.


저 아래에서 뿌연 물안개를 뚫고 운천과 정철이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정철은 스승 운천의 등에 업힌 채였다.


“아! 정철··· 괜찮으시오?”


운천은 다가오는 철산을 보고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큰둥 말한다.


“잠시 기절했다. 죽지는 않는다. 걱정마라.”


힘겹게 파닥파닥 날갯짓하는 운천은 무거운 정철을 얼른 철산에게 넘겨주었다.


정철은 날개가 축 처진 채 머리에는 밤송이만 한 혹이 하나 나 있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터졌으나, 바로 깨어나는 정철의 얼굴을 보고 웃을 수는 없었다.


“정신이 드시오, 정철!”


정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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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58. 부엌혈전 1 24.02.14 10 1 12쪽
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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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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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4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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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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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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