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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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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12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25 14:05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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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25화 두 개의 길

DUMMY

동이 뜰 무렵 한참 전 언제나 귀신같이 자리에서 일어난 앨런은 가볍게 정돈한 후 방을 나섰다


어둔 복도 사이로 아무도 없는 공간임에도 품위를 놓지 않은 채 그는 일정한 발걸음과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도열 장소로 향한 그는 아무도 없는 연무장을 둘러보자 아직 새벽이라 싸늘한 밤 공기와 함께 벌레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혼자만의 시간


나에게 기대는 시선도


입을 통해 오고 가는 말들도


신경 쓰지 않으며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이 시간이 유일하기에 앨런은 지금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생각에 잠긴 앨런은 어제 자신과 이야기 했던 동생의 말들을 떠올렸다


자신과 달리 마도를 걷기로 한 소년


'그러고 보니 이제 오지 않겠구나...'


자신이 하는 지옥 같던 훈련과 대련이 아닌 그는 앞으로 그녀의 곁에서 마법의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갈 것이다


자신과 다른 길을 말이다


"잘 하겠지..."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아 여기까지 온 그이다 분명 어디를 가든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뺨을 스치는 바람과 함께 앨런은 하늘을 바라봤다


멍하니 바라본 어두운 하늘을 우두켜니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씩 건너편에서 견습생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련님,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여전히 일찍 나오시네요, 정말 본받아야겠습니다"


그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항상 먼저 도착한 앨런에게 인사를 건넨다


모두가 보내는 나에 대한 호의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앨런'이 아닌 앨런 '그란벨'에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쉽기는 하네'


유일하게 뒷배경이 아닌 나를 바라 봐주는 착한 동생이 이제는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고 씁쓸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새벽 훈련을 준비하는 견습생들이 도열을 서자 시간에 딱 맞게 교관이 단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 왔나?"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모인 견습생들


다만 루노의 자리만이 공석을 남긴 채로 덩그러니 남아 있아 있었다


마법의 길에 대해 자세히 알진 못하나 그 길이 훈련과 단련을 병행할 정도로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동생의 길을 축복해주며 한 편으로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슴 한 켠에 넣어두고 혹시나 루노가 교관에게 전하지 않았을 것을 염려하며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손을 들려는 순간


"죄송합니다 - !"


연무장 건너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한 듯이 빨라지는 발걸음과 가빠 오르는 숨이 거칠게 들려온다


그리고 그 끝에 비친 자는 다름 아닌 허겁지겁 달려오는 한 명의 소년


"어?"


다름 아닌 루노였다


당황에 짙은 자신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노는 그저 늦었다는 것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교관에게 사과의 말을 건넨 후 자연스럽게 평소 자신이 서던 자리에 조용히 섰다


'그만둔 게 아니었나?, 왜 나온 거지?'


마법을 배우겠다고 선언한 지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생각을 고치기엔 짧은 시간은 아니다만 내가 알기론 루노는 한번 정한 결단을 결코 허물 사내가 아니었다


'설마...아버지께서 거절하셨나?'


믿기진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놀드가 루노를 거둔 것은 어디까지 그의 능력을 인정받고 가문의 도움이 될 거라 믿었기에 양자로 삼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주라는 위치는 가문을 항상 우선 시 여기는 입장이며 그 결단으로부터 자식들 또한 예외가 될 수 없기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루노가 마법의 길이 아닌 기사로서의 길을 최선으로 여겼다면?


그러면 그의 바램을 묵살하고 얼마든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면 자식들의 자유를 우선시하던 아버지를 의심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설마...?"


앨랜의 머리 속에서 안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고 싶지 않음에도 양자라는 그의 입장이 나에게 안 좋은 생각을 심어주었다


바로 아놀드가 친자에게 주었던 자유를 양자에겐 주지 않는 다는 불경한 생각을 말이다


그 순간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미소가 떠올랐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버지는 그런 속 좁은 이가 결코 아니야'


이런 의심을 했다는 것부터 아버지에게 큰 죄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긴 앨런은 부끄러움에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그는 홀로 남는 내가 외로워 할까 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는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어쩐지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과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루노, 네 녀석 나를 위해 대체...'


홀로 있을 나를 위해 남아있기를 선택한 동생에게 감격한 앨런은 눈물을 삼키며 루노가 서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어..?"


루노는 커녕 그곳에 서 있던 견습생들은 이미 자리를 떠났는지 아무도 없었다


얼빠진 듯이 혼이 나간 앨런의 뒤로 누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애들 다 뛰러 갔는데 안 뛰어?"


루노였다


"아.."


"왜 그래?, 멍이나 때리고 계속 그렇게 서있으면 교관이 뭐라고 할 테니 어서 뛰자고"


그 말을 남기고 루노는 그 말을 남기고 아이들이 뛰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벌써...시간이...'


아무래도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나 보다


그렇게 덩그라니 남겨진 앨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루노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


"뭐 - !"


새벽 단련을 마친 아침 식사 시간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식당 가운데서 한 소년이 책상을 박차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란을 일으킨 사람은 다름 아닌 앨런 그란벨이였다


순식간에 자신을 향한 시선을 눈치챈 그는 연거푸 헛기침을 하더니 그대로 뺨을 붉히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깐 그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줄래?"


"글쌔, 무도(武道)도 배우고 마법(魔法)도 배운다고.."


"허....."


앨런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한 분야에 최고가 되기 위해서 온전히 재 시간을 쏟아 부어도 모자란 판에 두 가지를 한다는 그의 말은 자신에게 있어서 우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깐...오전과 오후에는 이곳에서 훈련을 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로완 경 밑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거냐?"


"그렇지"


"그럼 잠은 언제 자고?"


"어...그 새벽에?"


"우리 새벽에 아침 단련 하는데?"


"어...그.."


지금 생각해도 빡빡한 스케줄을 다시 한번 되짚자니 내가 말도 안되는 것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루노, 괜찮은 거 맞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순 없었다


"괜찮아"


진심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실제로 이 몸은 엄청난 체력을 가진 만큼 피로와 권태함 그리고 쇄약함 또한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상처 또한 금방 회복하는 이런 몸뚱이였기에 루노는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답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의지가 뒷받침 되어야 했지만 말이다


"뭐, 네 가 괜찮다면 괜찮지만..."


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앨런은 진심으로 루노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앨런은 그간 루노를 천재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지만 일반적인 범주의 시선이라 여기고 있는 앨런이 보기엔 그러했다


그건 지금도 별 다르지 않았으나 루노의 말을 듣고 나니 그가 이룬 것들이 모두 우연찮게 재능만으로 이루지 않았음을 깨닫자 왠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형, 대검은 어때? 나랑 맞을 거 같아?"


"너...아직도 주 무기를 못 정한 거야?


앨랜의 물음에 루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곳에서 온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의 무기를 찾지 못한 루드는 여전히 길다란 막대기 같은 봉을 들고 있다


"차라리 봉을 계속 쓰는 건 어때?"


"그래도, 기사를 목표로 하는데 봉은 너무 평범하잖아..."


검이나 창, 그리고 할버드와 같은 병장기라 불릴만한 무기를 쥐는 것이 기사의 이미지와 부합하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색의 갑옷을 입은 멋진 모습으로 평범한 봉을 든다면 그란벨의 위신이 서지 않을 것이다


"뭐 어때? 너는 굳이 기사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잖아?"


무도(武道)와 마법(魔法)


두 가지의 길을 가는 루노는 굳이 검을 다루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이였다


오히려 봉과 비슷한 길이의 지팡이를 다루는 마법사라면 검과 방패보다는 봉이 더 어울릴 터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그의 몫이기에 앨런은 더 이상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자 슬금슬금 다가온 루노는 앨런이 찬 검을 가리켰다


"차라리 나도 앨런처럼 검을 써볼까?"


"나 때문에 하는 거라면 관둬라"


앨런이 보기에는 진지하게 루드는 검에 재능이 없었다


커다란 범위의 무예(武藝)는 자신 이상이라고 칭할 수 있으나 검 만큼은 아니였다


차라리 봉술이나 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그는 진심으로 검의 길을 가려는 루노의 생각을 말렸다


"음, 그러면 좀 더 고민해보지 뭐"


"그래, 아직 고민할 시간은 충분하니깐 천천히 생각해봐"


시답잖은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앨런은 이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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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다짐 24.05.26 11 0 9쪽
»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4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7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8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8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7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7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29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7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5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3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49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7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8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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