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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16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08 14:00
조회
77
추천
1
글자
9쪽

1화 죽음

DUMMY

삐- 삐-


한 밤중의 병원


기계음으로 전환된 나의 심장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아무도 없이 외로이 홀로 누워있는 한 명의 소년


덩그라니 놓여있는 병실 한가운데엔 죽음을 앞둔 한 명의 소년이 호흡기를 찬 얼굴로 쌕쌕 숨을 내쉬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소년의 눈에는 사무치게 차오른 후회만이 담겨 있었다


사마귀표피형성이상증 [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


통칭 나무 인간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서 손과 발을 시작으로 온 몸을 산호 껍질이나 조개 껍질, 그리고 나무 껍질 같은 딱딱한 무언가로 변하는 일종의 희귀병으로


현재 내가 걸린 병이었다


손발을 시작으로 돋아나기 시작한 이병은 현재 나의 전신 절반을 뒤덮었다


이제는 손 하나 깜빡 할 수 없는 지금 서서히 죽음을 앞둔 소년은 온 몸을 쑤시는 듯한 고통보다도 현재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어린 나이에 일가친척 없이 이제는 선명하게 떠오르지도 않는 부모님의 유산마저 병원비로 사용한 지금에까지


고독 속에서 허덕이던 내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창가에 놓여진 작고 작은 화분 하나 뿐 이였다


숨이 가빠 오르고 심장이 쿵쾅 대기 시작한다


"아....나...는 죽는...구나.."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복장의 저승사자가 찾아왔다거나 주마등이 스쳤다거나 그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나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마치 감겨진 태엽이 점점 힘을 다해 멈출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나를 보며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창가에 놓여 있는 작은 생명


화분에 놓여 있는 작은 나무가 눈에 비췄다


유일하게 곁에 있는 작디 작은 생명체는 홀로 외롭게 서 있던 자신의 유일한 것으로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말 동무로 외롭던 나날을 버티게 만들어준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향해 사죄의 말을 전했다


"미...안해.."


어째서 사과를 했는지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제때 물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인지


햇살을 볼 수 없게 만든 이 환경에 대한 것 이였는지


아니면 자신이 가버린 채로 홀로 남겨질 나무에 대한 슬픔인지


지금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기에



삐- 삐- 삐-



마지막으로 전해야 할 말을 남긴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흐른 눈물이 한쪽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구나...'


꼴사납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은 최선을 다했기에


그저 몇 가지의 후회 만을 안은 채 세상을 떠나지만 단 한 가지 만은 무사히 전했던 소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삐이이이이이-


나라는 존재가 정지된 듯한 감각이 온 몸을 감쌌다


생각도 사고도 그 무엇도 멈춘 듯한 이 느낌


죽음이라는 것은 이런 걸까?하는 의문도 들지 않은 채 그저 한결같이 흐름에 온 몸을 맡긴 채로


그렇게 어린 소년의 삶은 끝내 끝을 맞이했다

.

.

.

.

.

.

.

.

.

.

.


캄캄하다


어둡고 좁고 차갑다


축축하고 투박한 느낌이지만 한편으론 포근하다


생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자 생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사후란 이러한 느낌인 것 인지 처음 겪어보는 감각에 확인을 하기 위해 두 눈을 떴다


"....어?"


아무리 눈꺼풀에 힘을 줘봐도 눈이 떠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존재한다는 인식만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이 느낌은 마치 전신 마비의 인간이 사실 정신 만큼은 깨어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죽은 게 아닌 건가?'


두 눈을 시작으로 병이 드디어 온 몸에 둘러 쌓인다면 이런 식으로 되는 걸까?


팔과 다리를 아무리 움직여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병이 악화되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무언가에 속박당한 느낌이 강했다


무엇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이치에 꼼짝 없이 사로잡힌


마치 희귀병에 걸렸던 시절의 자신처럼


".......후우"


어쩌다가 보니 낙담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나도 나약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써 그곳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또 다시 절망에 사로 잡힌 자신이었지만


"아냐..."


그 누구도 들릴 리 없는 혼잣말을 속삭이곤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비로소 죽기 직전까지 가본 그가 그 끝에 느낀 감정은 후회뿐이였다


만약 죽기 전에 하나라도 더 했더라면


병에 걸리기 전에 어느 무엇 하나라도 더 진심이였더라면 최소한의 후회는 남기지 않고 두 눈을 편히 감았을 것이다


그런 내게 아직 삶이라는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지게 되었다


비록 두 눈을 잃은 채 전신이 움직이지 않고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희귀병이라고 하여도


'기회는 또 다시 누구에게나 돌아온다..'


옛날 어디선가 보았던 하나의 글귀


서적에서 보았는지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지 자세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의 모토였던 그 말귀를 다시 한번 떠올린 그는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 먹기 시작했다


'병은 언젠가 고칠 수 있을 거야...문제는 그 동안 병원비가 유지될 지가 문제다만...'


그 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척도 없는 내게 병원이 붙들고 있어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였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깐


바람이 분다


내 알량한 걱정을 치워버릴 것만 같은 시원한 바람결이 내 온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오랜만인 걸...'


병원 생활만 어느덧 십 여년이 훌쩍 지났다


외부의 노출이 되면 안되기에 항상 창문을 닿고 지냈던 내겐 참으로 그리운 감각이었다


'시원하네....'


시원하다는 감각조차 오랜만이라고 할 이 상황에 그저 기분이 좋았다


'병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건가..?, 평소라면 절대 안된다고 했을 텐데'


불어오는 바람에 의문을 가지던 그의 머리 속에 한 가지의 생각이 스쳤다


혹여나 몸 상태가 호전되어 창문을 연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말이다


'쓰러진 이후 수술을 감행했고...그 직후 성공적인 결과를 맞이해서 내가 살아있을 수 있던 건가?'


눈이 떠지지 않는 것은 붕대를 감아서 이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은 것은 수술의 여파 때문일 것이다


평소 약에 취해 몽롱했던 과거와는 다른 지금 자신의 상태 또한 그 의문의 대답이 되어주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항상 바래왔던 그 소망이 정말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라면 자신은 언제든지 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상상임에도 정말로 실현 가능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비록 말라버린 자신의 눈에는 붕대를 감았기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기쁨의 눈물이라는 것은 주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얼굴을 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아'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니 죽으면 안되지, 기껏 살아났는데


새찬 바람이 자신을 반긴다


선선하면서도 기분 좋은 그 바람을 타고 새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바람 소리와 새들의 울림은 한 폭의 하모니를 이루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이 병실 내부를 울리기 시작했다


'아아.....'


동화 같은 한 장면에 감격이 절로 나왔다


눈을 떠 그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괜찮다.


다음에 몸이 다 낫는다면 다시 기회를 올 것이니깐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함에 생긴 의문이 머리 속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새가 이렇게 많았....나?'


도시 가운데 놓여 있는 대학 병원으로 비둘기라면 몰라도 꾀꼬리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조류는 도시와 접점이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그것도 소독 냄새가 풍기는 병원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어...?'


의문을 품은 그 찰나의 순간 무언가 자신의 곁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직후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마치 총 난사를 하는 듯한 타격음이 내 머리 속을 울리기 시작했다


"뭐어어어어어어엇-?"


뾰족한 무언가로 자신의 머리를 가격하는 그것의 정체는 작고 작은 한 마리의 새


딱따구리 또 다른 이름으론 탁목조라 불리 우는 그 존재는 사정 없이 내 머리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아....아아?"


구멍을 내기 위해 한 곳을 죽어라 파는 그 작고 작은 동물의 행동에 해서는 안될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이 그 사실을 거절하면서도


그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내뱉었다


"설마......"


보이지도 않으며 몸이 움직이지도 않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딱따구리가 구멍을 내려는 대상이 나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단 한 가지였다


"설마.....나.."


푸른 하늘 아래 언덕 위


그 누구도 오지 않는 드 높은 산 중턱 어딘가에


"나무로 전생 한 거야...?"


울려 퍼지지 않을 외침이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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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다짐 24.05.26 11 0 9쪽
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4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7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8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8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7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7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29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3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49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7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8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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