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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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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8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19 11:15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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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20화 성벽

DUMMY

론델 성 외곽에 존재하는 성벽 끝에 위치한 루프 홀 내에는 현재 많은 아이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훈련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함이였다


식사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종류의 빵과 수프 그리고 잘 썰려진 고기들


그 외에도 취향에 맞게 놓여진 다양한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보아 역시 명문 가문의 재력을 엿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모두 식판에 식사를 담은 후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평상시보다 식기 소리보단 웅성거림이 커진 날 이였다


"쟤가 그 아놀드님이 양자로 받았다는 걔야?"


"그런가 봐, 그러니깐 이렇게 중간에 들어올 수 있던 거 아냐?"


"아니 그래도 되는 거야?...이러면 우리의 노력은 뭔데?"


"다름 아닌 그 알프레드 경의 인정을 받았다잖아"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버젓이 그 분이 계시는데 가주님도 너무 하신 거 아냐?"


"야, 너 말 조심해, 다 들리겠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속닥거리는 그들 가운데


묵묵히 식사를 이어가는 누군가 조용히 식기를 내렸다


"...!"


그러자 이곳에 있던 견습 학생들은 그의 눈치를 보듯 한 순간에 웅성거림이 멈추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쳤는지 식기를 내리고 자리에 일어난 그는 차기 가주이자 장남인 앨런


그가 식판을 든 채로 어딘가로 향했다


놓여진 테이블 가장 구석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던 누군가의 앞에 선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잠시 나 좀 보지 그래?"


그가 내려보는 상대는 나였다


이제는 어쩌면 형제라고 불리게 될 지도 모르는 두 사람은 그렇게 루프 홀을 나섰다


*


누군가 파티마 령의 관계자에게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분명 가주실을 말할 것이다


론델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탁 트인 창문을 통해 비친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관계자가 아닌 이곳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론델 성 동쪽 외곽에 위치하는 성벽 위일 것이라고


순회로라고 불리는 성과 성을 잇는 길을 나는 현재 누군가와 걷고 있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차기 가주이자 이제는 나의 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앨랜과 말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이곳을 찾아오면 매일 같이 이렇게 일몰을 볼 수 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어느덧 성벽 가운데 선 그는 동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르던 나도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굉장한 풍경이 펼쳐졌다


"오..."


끝 없이 펼쳐진 초원 너머로 도사린 산들 가운데 솟아 오르기 시작하는 해를 바라보자니 그 찬란한 광경에 나는 두 눈을 뺐기고 말았다


"멋지지?"


그는 처음과 달리 소년 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웃음은 왜 인지 전과 달리 나를 반겨주는 듯한 미소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왜...?"


나는 그러한 앨런의 모습을 보곤 어쩐지 그 미소에 의문을 품은 나머지 조용히 속삭이고 말았다


아놀드와 올리비아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둘째 치더라도 그 만큼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생각했기에 그 호의를 품은 미소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왜?, 내가 동생에게 형으로서 이 정도로 못 해주는 사람으로 보였냐?"


"아니 그건..."


나는 그의 말에 어쩔 줄 몰라 말을 삼키던 내게 그는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뭐, 그렇게 생각했더라면 잘 본 셈이네"


"예?"


"원래 나, 너 싫어했다고"


그는 좀 전의 미소와는 다르게 어딘가 씁쓸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상은 했다만 그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들으니 어쩐지 더욱 마음 아픈 루노였다


"역시 그랬군요....."


나 또한 쓸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역시 좀 티 났나?"


"좀이 아니라 꽤..."


그날 식사 자리에서 나를 바라봤던 그 눈빛과 복도에서 마주쳤던 모습은 지금과 달리 결코 호의라고는 볼 수 없는 태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건방져 보일까요?"


"그럴리가"


나는 그때와 다른 지금의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그리 생각해준다면 고마운 걸..."


스쳐가는 바람이 두 사람을 흘기며 지나갔다


어느덧 산 밑에 깔려 있던 태양도 본래 있어야 할 하늘 높이 뜬 채로 온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풍경 아래 앨런이 성벽 중턱에 그대로 앉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난 말이야,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어"


"그런가요?"


"응...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내 맘대로 쉽게 해결되지 않았거든"


남들에겐 엄격한, 그리고 누군가에겐 모범이 되어야 할 그러한 자리에서 벌써 몇 년 동안 중압감을 견디었던 그는 언제나 여유가 없었다며 씁쓸한 모습으로 말하였다


"그런 와중에 제가 온 것이군요"


"그래, 그때의 나에겐 그것은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였지"


힘 없는 가주의 취임 이후 침체기를 맞이한 그란벨 내에서 그는 어떻게든 다시 한번 가문의 영광을 드높여야 했다


그리고 기사를 상징하는 가문 답게 그가 택한 것은 바로 기사


전대 가주를 포함해 지금껏 그란벨을 이끈 가주들이 하나같이 강자였던 만큼 자신도 그들의 뒤를 이어 굳건한 강자가 되어 가문을 이끌길 바랬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어서 였을까?


전대 가주와는 달리 문무(文武)를 쌓지 않은 아버지의 피를 이었던 탓인지 내가 지닌 재능은 그리 넘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왕국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콘라드 경의 가르침도 받았으나 주변의 시선이 비치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범부였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그를 더 좀먹기 시작했다


앨런은 이제는 새파래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나나?"


그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은 이번까지 친다면 총 3번


그 중 유일하게 말을 섞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나는 그의 물음에 답했다


"복도에서의 일 말인가요?"


"그래, 그때 너는 내게 말했지, 기억나?"


"예...뭐"


이곳에서 처음으로 생긴 가족이기에 친하게 지내고자 싶은 나의 마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전했을 뿐인 그때의 일을 왜 지금에서야 꺼내는지 나는 궁금해진 내게 그는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그날 그렇게 말했었지"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분명 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말이 어째서인지 잊혀지지가 않더라고"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입가는 어느새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양자라고 하여도 가문에 소속된 이상 필연적이게 되어 버린 승계 싸움을 두고 눈 앞의 소년의 스스럼 없이 뱉은 그 말이 자신에겐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간 그의 마음이 구석까지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과거


앨런이 가치관이 뚜렷해질 무렵 가문의 어른들은 나에게 모두 같이 다가와 이렇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속삭임은 그가 점차 커가면서 하나의 족쇄가 되어갔고 그 족쇄는 결코 풀 수 없는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


누군가는 형제들에게 정을 주지 말라며 끈끈했던 혈연 관계를 끊어 놓았고


누군가는 차기 가주로서 모범을 보이라며 어린 아이의 발목에 족쇄를 체웠으며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울여진 그란벨을 바로 세우라며 자신의 욕망을 그에게 세기었다


어디까지나 가문을 위해서라며


그리고 그 가문을 위해 소년은 스스로 짐을 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은 저주라고 불릴만한 것이 아니였을까?


그로 인해 남동생인 에드윈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어렸을 적 친했던 그레이스와 엘리샤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의 바램대로 나아간 지금 많은 이들이 내 곁에 남게 되었지만


진정으로 그의 옆엔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런 내게 너 가 전해준 말은 그 어떤 말보다 기뻤다"


차기 가주로서가 아닌


앨런 그라벨


그 자체만을 바라봐주며 밀어냈던 자신에게 다가와 준 그는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말이 길었다만, 본론만 말하자면 나도 너와 앞으로 잘 지내고 싶어서"


앨런은 그 말을 하며 보기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그래서 말인데, 네가 아무리 알프레드 경의 자격을 인정받은 자라도 도중에 들어온 너를 이곳에선 나처럼 좋게 받아들이는 자는 아마 적을 거다"


그의 말에 나는 단상 앞에 섰을 때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떠올렸다


호의라고는 절대 볼 수 없는 그 눈빛들


하지만 나는 그의 걱정하는 말을 들었음에도 왜 인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


그 환한 미소를 본 순간 나는 왜 인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것만 같았기에 나는 눈 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이제 그란벨이예요"


걱정도, 염려도, 불안도 모두 애초에 이곳에 들어온 순간 내 겐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그러니 즐기도록 하겠다


마음 속 깊이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그에게 반드시 전해야겠다는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아, 참고로 콘라드 경께서 형님의 재능에 대해 딱히 말하지 않은 것은 형님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뭐...?"


"단지 형님께서 재능에 집어삼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였지요"


"그게 무슨...?"


"자세한 것은 콘라드 경께 듣도록 하세요"


나는 얼빠진 표정을 하는 앨런을 뒤로 하고 성벽을 나섰다


뒤에서 어쩐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그 외침을 무시하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의심의 시선들이 한껏 모인 그곳으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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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다짐 24.05.26 12 0 9쪽
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5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8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9 0 11쪽
» 20화 성벽 24.05.19 19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8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8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30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4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50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8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9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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