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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4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18 20:05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19화 루노

DUMMY

앨런과의 대화를 마치고 한참을 걸어 아놀드의 집무실 문 앞에 섰다


한참을 헤매고 도달한 이곳은 아직은 안내 없이 쉽게 찾아오기에는 아직 무리인 듯 했다


"안내 받을 때는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넓어서 자칫하면 헤매겠는데?


그럼에도 끝내 찾아온 내가 대견하다고 느끼며 나는 조용히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름이 없기에 이름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 시간에 올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인지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그 말에 천천히 문을 열자 종이 냄새가 나를 가장 먼저 반기기 시작했다


'여전하네, 이곳은...'


많은 책들로 둘러 쌓인 이곳은 여전히 집무실이라기 보단 작은 도서관 같았다


수 백권이 꽂혀 있는 책장 가운데에서 오늘부터 나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앉으렴"


"예"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그가 안내해준 좌석에 앉으니 맞은편에는 아놀드와 한 여성이 다소 곱게 앉아있었다


'저분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나는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그녀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올리비아...그란벨...'


그란벨의 안주인


저녁 식사를 통해 일면식을 텄으나 면식이 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녀는 자식이 다섯이나 있음에도 아름다움과 고고한 품격이 엿보이는 부인이였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시선이 가자 그녀는 내게 눈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반겼다


그렇게 준비된 좌석에 조용히 앉자 아놀드는 내게 준비된 따뜻한 차를 내어주기 시작했다


가주이면서 차를 직접 내주는 그는 자신의 손님에게 직접 차를 타주는 버릇이 있는 듯 보였다


누군가를 시키지 않은 채 본인이 직접 차를 따르는 그 모습을 보며 어쩐지 그 답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가 천천히 차를 따라주었다


그렇게 차의 향기를 한껏 느끼고 있자니 건너편에서 아놀드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불편하진 않는가?"


"예?, 아니 그...무엇을 말인가요?"


"갑작스럽게 그란벨의 성을 이은 것 말이네"


"아..."


갑작스럽다고는 생각했지만 불편하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를 맞이해야 할 다른 가족들이 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구태여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혹여나 불편한 것이 있다면 말하게, 내 들어줄 수 있는 범위까진 도와줄테니"


지금껏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일면이 그의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분명 아빠라는 것은 대체로 이런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겠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가주님"


그가 전해준 보은에 나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


하지만 그는 나의 답변에 만족스럽지 않은 듯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선 올리비아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웃기 시작했다


"후훗, 그이는 불만인거란다"


기껏 부자 관계가 됐는데 전처럼 딱딱한 말투와 태도가 불만이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아놀드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크흠.."


아무래도 그녀의 말이 정답인 듯 보였다


괜스레 쑥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자 어쩐지 공기가 따뜻해진 것만 같았다


"저기......"


느슨해진 분위기에 힘 입어 나는 그에게 살포시 다가가 그를 올려다 보자 그는 나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고요속에서 나는 툭 하고 머리 속에 담아둔 한 단어를 내뱉었다


"아버지?"


"!"


별 생각 없이 말한 그 울림에 그는 당황한 듯이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그에 대한 생각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는 딸 바보가 아닌 자식 바보였다는 것을


당황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가 보이는 입가는 작게나마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마치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한 가문의 가주여도 결국 한 가정의 부모란 건가...'


이외의 모습을 또 하나 알아가는 나는 기분이 풀린 아놀드의 모습에 자식된 도리로서 마음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자 그의 곁에 있던 올리비아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예?"


"나에게도 안 해주는 거니?"


아놀드에 이어 올리비아도 불만인 듯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니...'


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어머니?"


"어머.."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홍조를 띄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마치 손자의 애교를 보는 것 같은 시선과 함께 말이다


아놀드의 부름으로 이곳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었던 나는 두 사람과 대화를 하며 이들이 내게 주는 관심과 사랑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외부인이였던 나를 이렇게 친자식처럼 대해주는 그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였다


그날 다이닝 룸에서 느낀 배척의 감정은 아무래도 너무 긴장한 덕에 착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어느덧 준비해 놓은 찻잔이 모두 비워 찻잔에 손이 가지 않게 될 쯤 아놀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생각이요?"


"그래, 앞으로 불려질 너의 이름을 말이야"


이름 없는 소년이자 자신의 아들인 그에게 그는 그렇게 말하였다


"제 이름 말인가요...?"


"그래, 그동안 소년 혹은 자네라고만 불렀지 않는가...그리고 무엇보다 그란벨의 이름을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이름을 당연히 부모로서 지어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나?"


부모로서 자식에게 주는 생명 다음으로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그것


다른 이와 구별 짓기 위해 지어졌으나 한 개인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는 그러한 소중한 이름을 그는 내게 주겠다고 말하였다


"고민을 꽤 했다만 안사람과 긴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정하게 되었네"


두근두근


왜 인지는 모르지만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이름에 대한 기대를 품어서 일까?, 혹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받는 기쁨이 솟아서 일까?


그동안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내가 나에게 마땅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 것은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첫 번째로 나무로서의 삶에는 이름이라는 것이 마땅하게 필요하지 않았기에 이름이라는 것에 그리 목 매이지 않은 것과


두 번째로 내게 이름이란 확실한 자기 존재의 표시임에도 나란 존재를 불러줄 존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한편으론 이름이라는 것을 누군가 내게 지어줬으면 했다


바로 이 같이 말이다


"루노"


아놀드는 이와 같이 말했다


"루노 그란벨, 앞으로 너가 불려질 이름이란다"


이름 없는 소년, 그리고 이제는 떳떳하게 불려질 그 이름을 가지게 된 나는 앞으로 사용할 자신의 이름을 속삭였다


"루노....."


그렇게 나는 그렇게 루노 그란벨이 되었다


*


해가 뜨지 않은 어느 여명의 아침


아직은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에 이른 아침임에도 수 십명의 사람들이 도열을 한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성장기에 접어든 아이들


새벽부터 일어나 도열을 준비하던 그들에게 이른 아침이란 아직은 버거운 모양인 듯 누구 할 것 없이 하품을 하며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불만 하나 없는 표정으로 이곳에 선 그들은 다름 아닌 그라벨의 기사를 꿈꾸는 자들


견습 기사라 불리는 그들은 오늘도 교관들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한 명도 빠짐 없이 나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셨다..."


저벅저벅


멀리서도 울려 퍼지는 묵직하고 둔탁한 발소리가 저 너머로 들려온다


한치도 오차 없이 걷던 그 발걸음은 도열 앞에 놓여진 단상 앞에 선 순간 멈추었다


"다들, 잠은 잘 잤는가?"


"예, 교관님 !"


단상에 선 인물은 엘리엇 바튼이라 불리는 기사로 제 1번대 대원이자 현재 견습들의 교관을 맞고 있는 인물로


대원 내에서도 손 꼽히는 실력을 가졌으며 견습 중인 아이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자로 그가 눈 앞에 펼쳐진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금일 아침 체력 단련을 하기 앞서 제군들에게 소개해야 할 사람이 있다"


교관의 말에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소란스러움 사이에 교관의 뒤에서 한 인물이 그를 지나 단상 앞에 섰다


"!?"


또래로 보이는 소년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존재조차 몰랐던 그 아이는 몇 번의 헛기침을 하더니 주변을 바라보며 외쳤다


"오늘로부터 이곳에 합류하게 된 루노 그란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러곤 고개를 꾸벅 숙인 나에게 환영의 박수 혹은 환호성 같은 반김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4년마다 기수를 뽑아 그 기간 안에 편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가입도 불가능한 전례에 반하는 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바라본 아이들의 반응은 당황함 그 자체였다


"지금, 쟤가 뭐라고 한 거야?"


"어...앞으로 우리랑 함께 한다던데?"


"야, 그게 말이 돼?, 그것보다 이런 전례가 있기는 해?"


"편입...도 아니고 새롭게 합류...라고?"


"아니 그보다 좀 전에 뭐라고 했어..? 분명 그란벨..이라고 했지 않나?"


"나도 그렇게 들었긴 한데.."


웅성거림은 더욱 더 커져 갔고 믿기지 않는 눈 앞의 현실에 학생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런 웅성거림 속에서 교관이 그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조용"


그의 한마디에 씻은 듯이 조용해진 연무장 앞에서 교관은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소년은 아놀드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불만이 있는 자면 가주님께 직접 말하도록"


가주의 직접적인 관여를 통해 오게 되었다는 교관의 말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


교관의 외침에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잠잠해졌고 그런 그들 사이로 교관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들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교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군들이 치른 시험이나 능력을 평가 받지 않은 채 이곳에 들어온 이 소년을 마땅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형평성이란 공평한 자리에서 경쟁을 거쳐 이 자리에 온 그들의 불만은 당연하고도 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며 나섰다


"하지만 이 소년은 알프레드 경과 로완 경의 추천을 받아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즉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교관의 말에 하나 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3번대 대장인 알프레드 경과 현 장로인 로완 경의 추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두 귀로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꿈꾸는 그들에게 있어 기사단의 대장들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이자 존경을 아끼지 않는 인물들


다름 아닌 그런 분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매년 치르는 시험과 비교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업적


"혹여나 비리나 거짓으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생각은 접어주길 바란다, 그것은 곧 알프레드 경이나 로완 경, 그리고 가주님의 선택에 반하는 행동이 될 테니"


좋게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바는 단 하나


루노 그란벨을 건들지 마라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어진 견습들의 곁에 단상에 내려온 루노가 그대로 도열 끝자락에 섰다


마침 한 자리가 비워져 있는 듯이 텅 빈 대열 끝에 서자 완벽한 도열이 탄생 되었다


그 모습에 교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금일 아침 단련을 시작하도록 하지"


새벽 아침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훈련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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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5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8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8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8 0 10쪽
» 19화 루노 24.05.18 18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8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29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4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50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8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8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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