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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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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19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09 19:00
조회
47
추천
1
글자
10쪽

7화 기습

DUMMY

드 넓은 초원을 거닐며 다가선 성벽이 보이기 시작할 쯔음 어느덧 보이지 않는 언덕을 하염 없이 돌이켜보는 한 여성이 있었다


후회로움과 서글픔, 그 모든 것이 공존하는 듯한 감정을 지니면서도 앞 만을 바라볼 수 없었던 그녀이기에 그녀는 굳게 다짐한 듯이 표정을 다잡았다


*


포장된 길 사이로 이어진 한줄기의 일행들의 모습은 마치 승전한 기사들과 같이 의기양양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명은 올바르게 완수한 그들의 귀향이란 가슴을 핀 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것이기에


누구 할 것 없이 올바르다 할 수 있는 표정을 하며 그 길을 걷고 있었다


한편 그런 그들과는 동떨어진 모습의 남성이 눈 앞의 기사의 물음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애송이 정말로 평범한 애송이였습니까?"


그 물음에는 윌든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자신이 내놓은 대답이 너무 나도 상식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였다


"...평범한 애송이라......"


작게 중얼거리듯 속삭이는 그의 말 뒤에는 기사로서 3번대의 부대장으로서 해선 안될 말들이였다


"분명 그렇게 봤었고 그렇게 느꼈었지, 성인이 되지 못한 어리고도 어린 특징 없는 소년을 말일세"


"....."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 나는 그를 느끼지 못했네, 다름 아닌 코 앞의 놓여 있는 어린 소년을 말이야"


"...!"


"보이는 것은 분명히 존재했다만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달랐어, 그곳에 분명 존재함에도 마치 그곳에 없는 것 같았거든"


"그게...무슨..."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를 하고 말하는 걸까?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는 그는 가문을 대표하는 더 나아가 나라의 이름을 널리 알린 기사라는 것을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마치 산 속 바위를 마주한 것 같았다네, 어디에나 있기에 당연시 하게 되는 그러한 감각을 말이야"


그 발언은 그야말로 커다란 충격을 자아냈다


쉽게 넘어갈 문제로 치부하기엔 꽤나 높은 경지를 목전에 둔 그가 감각으로써 그를 놓쳤단 이야기일테니깐


그리고 그것이 나타내는 것은 분명 그는 기사, 더 나아가 감각이란 것에 통달한 모든 것에 커다란 천적이란 뜻 이였다


"그..그게 말이 됩니까?"


사람으로서 자아내는 행동과 몸가짐, 그리고 그 안에 맴도는 생명의 순환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리 없이 날라 다니는 벌레마저도 손쉽게 잡아내는 것들이 바로 기사이다


그런 그들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코 앞의 있는 소년의 움직임, 아니 존재 자체를 인지 못했다니 제3자가 듣는다면 허황된 이야기에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의 남자는 결코 거짓을 뱉을 자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그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콘라드"


"예, 윌든 경"


좀 전까지만해도 까불거리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모습으로 눈 앞의 있는 기사의 부름에 콘라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야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나는 결국 이 정도의 경지밖에 못 이룬 사람이라는 걸세"


그는 눈 앞의 부하가 높은 경지를 코앞에 둔 천재라고 하였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부탁함세, 내가 보았던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명령이 아닌 부탁, 기사로써가 아닌 한 사람의 존재로써 그는 작게 속삭였다


"다름 아닌 자네라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볼테니"


비록 자신보다 높은 경지는 아니지만 눈 앞의 기사는 남들과 다른 차별 점이 존재한다


"소드마스터였던 자네 대부의 모습을 몇 번이고 보고 자랐던 자네라면 말이야"


보는 시야만큼은 고차원에 속해 있는 그에게 할 수 있는 그만의 부탁이였다


그 말을 잠자코 듣던 콘라드는 조용히 입을 벌렸다


"저 보고 그놈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말씀이신지요?"


"그래, 무엇보다 아가씨 곁에 있던 자다, 외부의 소행이 있었을 수도 있어"


"그래서 만약 외부의 소행이라면 처리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란벨의 적이라면 말일세"


윌든의 대답에 기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툭 하고 내뱉었다


"만약 제가 올바르지 않는 판단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그것 또한 자네의 선택이겠지"


"...뭐, 뒤 탈은 없는 거지요?"


"그래, 마음껏 하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벗어난 대열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콘라드는 조용히 방향을 꺾은 채 돌아왔던 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소년이라..."


그 사실 만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가씨 곁에 있던 어느 아이


그리고 3번대 부단장이라 불리는 윌든의 감각마저 교란 시킨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지닌 소년


누군가는 우연이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헛 것을 보았다고 말하겠지만 콘라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척을 숨기며 온갖 더러운 수를 사용하는, 기사라는 이름을 가진 나와는 전혀 다른 행보와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암살자와 같은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아가씨께 접근한 신원미상의 소년을 향해 그는 말을 이끌고 돌아왔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한편 언덕 아래의 소년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으음....음..."


오두막 아래에 우두켜니 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휘두르면서 생각에 빠져있는 것은 다름 나 자신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그는 좀 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하아......."


집안을 벗어나 언덕 위 소박한 오두막 아래에 놓여있는 작은 찻잔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 되어서 첫 만남, 처음으로 받은 호의


그리고 답변하지 못했던 대답까지


여러모로 찝찝한 헤어짐을 맘에 들지 않은 듯 표정을 구긴 표정과는 다르게 그의 오른손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됐다...."


양피지에 적힌 무언가 알 수 없는 글귀들


휘갈긴 글씨는 분명하게 어떠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버킷리스트'라고


병으로 마감한 삶, 그리고 다시 한번 주어진 새로운 삶을 통해 그는 이번에야말로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며 살고 싶어진 소년은 시간 날때마다 소소한 목표들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 적던 테이블 위엔 수 많은 목록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자신의 목표만이 아닌 언젠가 물어본 그녀의 꿈이 적혀 있었다


삐뚤어진 글귀 너머로 느껴지는 생생한 꿈의 내용은 그 누구도 모를 그녀만의 꿈


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꿈이 아니게 된 그 소망이 적힌 글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순간 바깥에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땅을 타고 울려퍼지는 발걸음, 이미 익숙한 그 소리는 어느덧 오두막 입구 앞까지 와있는 듯 보였다


'사람?'


조용히 문을 열고 화원 너머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좀 전과 동일한 은백의 갑주, 그런데 어쩐지 전과 다른 기세를 보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자신의 집이 아니지만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그러한 물음에 눈 앞의 기사는 혼자서 무언가 중얼거리듯 속삭이기 시작했다


"과연, 윌든 경의 말은 사실인 것인가..."


이해를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끝으로 그가 내게 물었다


"애송이 너의 이름은?"


이름


사람이나 사물 그리고 여러가지에 붙여서 부르는 기호로 그 본질에 존재 가치를 나타내는 고유의 말로 현재 내게 없는 것이였다


병에 걸렸던 시절의 이름은 안개 낀 듯이 기억이 나지 않았고 그 이상으로 기억해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무로서의 삶 또한 길고 길었지만 마땅히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은 나무 외에 없는 듯 했다


그렇다고 사람의 이름에 나무라고도 붙일 수 없는 노릇이니 이름이란 것에 대해 나는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는 나를 그저 빤히 바라보는 그 남자는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생각을 마친 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딱히 이름이라 불릴 만한 것은 없는 것은 없는데.."


"..."


"음...그러니깐, 그냥 좋을 대로 불러주시죠"


"흠...무명이라..."


이름을 밝히지 않는 그를 기사는 유심히 바라봤다


아이라고 불릴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이 육체의 외형을 보자면 어린 소년의 몸이라고 불릴만할 정도로 어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질적이라고 느껴지는 소년의 모습에 그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갔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지?"


"어...목표 선정?"


버킷리스트라는 이름의 이루고 싶은 목록들을 작성하고 있었기에 나는 있는 그대로를 눈 앞의 기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답변에 오히려 그는 나를 더욱 경계하는 것만 같았다


'뭐하러 온 거지?'


꽃이나 보러 오겠다고 온 것은 아닐테고 이미 엘리샤도 떠난 마당에 이곳에 볼일은 없을 터


'설마...난가?'


자신이라는 이유를 제외하면 생각나는 것이 없기에 나는 눈 앞의 기사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콘라드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기 말야, 내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이거든?"


"...?"


어딘가 서슴없이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는 감정 없는 맨 얼굴이 담겨있었다


소스라치게 냉정한 표정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이상 대충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말야"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기 시작한 그는 말이 끝나는 동시에 순간적인 도약과 함께 돌진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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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다짐 24.05.26 12 0 9쪽
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5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7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8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8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7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7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29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3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49 1 9쪽
» 7화 기습 24.05.09 48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8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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