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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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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9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18 12:25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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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화 입양

DUMMY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귀를 스치기 시작한다


모두가 식사를 시작했음에도 나는 여전히 식기를 들기만 할 뿐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 몸이 굳어있었다


그런 내게 아놀드가 속삭였다


"왜?, 식사가 입에 맞지 않는가?"


와인을 마신 입을 냅킨으로 닦아낸 아놀드가 나를 바라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뭐랄까... 너무 나도 부담되는 상황에 나는 우물쭈물 긴장을 놓지 못한 채 조용히 입을 벌렸다


"아..아뇨 너무 맛있습니다, 다만... 처음 먹어보는 것 인지라 그만..."


나는 입에 넣는 동시에 삼켜버린 덕에 맛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아놀드의 물음에 마음에도 없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의 자리에 끼게 되어 불편하다고 어떻게 대놓고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겠는가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끼어든 나라는 이물질


그래서인지 나를 보는 시선들이 곱게 보이진 않았다


대놓고 나를 불편해 하는 시선에 이어 노골적으로 나의 눈빛을 피하는 어린 소녀까지


만약 이러한 자리에서 맘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나는 마음속 깊이 존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분위기를 알아주지 못한 아놀드는 자신의 아이들과 나를 번갈아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 아이들과 자네는 이 자리를 통해 처음 보겠군"


아놀드의 속삭임에 식사를 이어가던 그의 자식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개하지 장남인 앨런일세"


아놀드의 소개의 말을 끝으로 앨런은 자리에 일어나 내게 귀족의 인사를 건내었다


"그란벨의 장남, 앨런입니다"


가슴의 손을 얹으며 보인 인사는 마치 무도회에서나 볼 법한 귀풍있는 모습 그 자체를 선보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초면의 인사를 건네는 그와 달리 나는 그를 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결의를 내비치는지 그 날의 한숨은 여전히 내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그렇게 그의 인사를 인사로 받은 나는 미소로 화답하자 그는 냉담한 표정과 함께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아놀드는 이어서 자신의 아이들을 소개시키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그레이스라고 합니다"


"헤레이스..."


자식들 중 가장 연장자이자 장녀인 그레이스는 내게 싱긋 미소를 보이며 아름답게, 그리고 고귀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런 그녀를 이어 인사를 건넨 막내 딸인 헤레이스는 부끄러운지 나를 경계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름을 내게 밝혔다


어쩐지 그 모습이 매우 귀여워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그 겉으로 보여지는 미소는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또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과의 인사를 마친 나는 다시금 자리에 앉아 식사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익숙지 않은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도 어째서인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던 나는 자신이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몇 번이나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부재에 내가 당황해 하자 아놀드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를 찾나?"


이곳에서 그가 내게 그녀라고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었다


그의 물음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포크에 집어둔 고기를 입에 넣고 몇 번이고 씹더니 목구멍으로 삼키었다


"공교롭게도 네가 찾는 그 아이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녀 뿐만 아닌 차남인 에드윈도 말이지"


"아...네"


"걱정마게, 이상한 곳에 보내진 않았으니"


그는 내가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염려하는지 아는 듯 보였다


싫다 던 그녀를 데려간 자는 다름 아닌 눈 앞의 남성, 아놀드 그란벨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다독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데려온 것은 내 뜻이였다만, 이곳을 떠난 건 그녀의 뜻이였네 자세한 것은 그녀가 돌아올 때 물어보게나"


"예... 알겠습니다"


이곳에 와서 그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그러지 못한 것에 아쉬움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을 떠난 것이 그녀의 뜻이라면 그는 언제고 그녀를 기다려 줄 수 있었다


그야 그녀는 홀로 외롭게 있던 내게 처음으로 다가와 준 사람이니 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끝으로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내가 있어서 불편해서 인지, 혹은 본래 이런 분위기인지 식기만이 부딪히는 그 식사를 어어 가는 중에 말 없이 식기를 내려 논 아놀드는 입가를 닦고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내가 왜 자네를 이 자리에 불렀는지 아는가?"


좀 전까지 편한 분위기를 보이려던 모습과는 달리 한 가문을 이끄는 가주의 모습을 한 그가 내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한 답변들만이 떠올린 나는 확고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조용히 답하였다


짐작 가는 것은 그 날의 대련


끝까지 자격을 보인 내게 칭찬의 말을 건네주기 위해 불렀다고 생각은 했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흐음, 생각보다 눈치는 없는 편이로군"


그는 한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내게 시선을 고정 시키며 말했다


"자네는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나?, 어째서 이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지 말이네"


그의 말을 끝으로 소년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었다


하나 같이 귀족에 걸 맞는 모습의 사람들


마치 나와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그들이 이 자리에 있던 것은 단 한 가지의 이유만이 존재했다


바로 그와 피를 이은 가족이라는 것을


"자네, 내 양 아들이 되지 않겠나?"


아놀드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


또박또박 들려온 말 이였음에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양..아들?'


가문이란 이름 아래에 소속감 만을 얻고자 이곳에 왔지만 진짜 가족이 될 거라는 걸 생각지도 못한 나에게 그 제안은 너무 나도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믿기지 않는 그 말에 나는 입을 작게 벌리었다


"예...?.."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니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는 있어도 아놀드의 물음에 정면으로 거절의 의사를 보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리 말을 전해서 인지, 혹은 아놀드의 권위에 침범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힘겹게 목소리는 내어 말했다


"괘...괜찮은 건가요?"


가문이 가지는 위치, 주변에서 향하는 시선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내가 그들의 곁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어느샌가 다가온 여인이 내게 안심하라는 듯이 속삭였다


"괜찮아"


누군가의 속삭임에 나도 모르게 그곳에 눈길이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놀드의 아내이자 가문의 안주인인 올리비아가 나를 온화한 눈 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마렴"


두 번의 자격을 기대 이상으로 보여준 내게 그녀는 괜찮다고 말을 해주었다


"너는 이미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단다"


재능과 그 마음가짐을 모두 보인 소년은 그 어떤 자격보다 값진 가치를 얻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안하지만 대답을 들을 수 있겠니?"


그란벨


그 말 석에 이름을 올린다는 영광에 나는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떠올렸다


내 팔을 이끌며 전했던 콘라드 경의 한 마디를


가족


그 말에 이끌려 온 지금, 내가 해야 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부족하지만..."


이 세계에 흘러와 홀로 긴 시간을 떠돌던 나무는 이윽고 사람이 되어 또 다른 자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혼자였던 소년은 그렇게 가족이 생기었다


*


긴 식사를 마치고 다이닝 룸에 나온 나는 현실감 없는 작금에 넋이 나간 듯 서 있었다


기억이 안 날 만큼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내게 그 단어가 주는 감정은 너무 나도 생소하고 모르는 감각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가족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이 감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복도 앞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방에 돌아가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자 나를 기다리듯 서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혼자 뭘 그리 생각하고 있나?"


앨런 그라벨


그가 내 앞길을 막아선 채 말을 걸어왔다


"...?"


그라벨의 차기 가주이자 아놀드의 장남인 그는 식사 시간 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못마땅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내 외형의 나이보다 2살 정도 많은 그는 올해로 12살을 맞이했다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는 내가 이곳에서 가장 친해지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너...정말로 알프레드 경을 이긴 거냐?"


그 물음에는 하나의 의심을 담으며 말한 것만 같았다


마치 너 가 정말로 정면으로 그를 이긴 것이냐고 도저히 믿지 못할 시선과 함께


하지만 나는 그의 기분 나쁠만한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전했다


"아뇨, 졌어요"


알프레드 경이 패배를 선언했다고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그 싸움은 나의 패배였다


어디까지나 요행에 불과한 그 승리를 이겼다고 할 정도로 낯짝이 두껍진 않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사를 전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사 이후 집무실을 찾아오라 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내고 어서 자리를 뜨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


하지만 그는 내게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너, 정말로 우리와 한 가정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면식도 없는 자가 자식 혹은 형제가 되었기에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 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배척 당하는 것 같아 마음 구석이 아파오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렇게 생각은 안 합니다"


나도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진 않았다


"...그러냐.."


"단"


하지만 원하는 걸 쉽게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나는 배척하는 그를 향해 눈길을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진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바랄 뿐입니다"


이제는 떠오르지 않는 먼 과거


가족을 잃기 전 TV앞에 모여 오순도순 행복하게 웃는 전생의 어렸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우수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이만..."


꾸벅 고개를 숙이고 갈 길을 걷는 나를 그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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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5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8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9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9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8 0 12쪽
» 18화 입양 24.05.18 17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8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14 13화 앨런 +1 24.05.14 30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4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50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8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9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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