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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호 님의 서재입니다.

나무로 전생한 나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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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릿호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5.26 13: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27
추천수 :
8
글자수 :
108,068

작성
24.05.14 15:15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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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3화 앨런

DUMMY

한편 가주실을 나온 뒤로 혼이 빠진 듯한 두 사람은 복도 한 켠에 기대고 있는 내게 부리 나케 달려왔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증명을 하라고 했더니, 뜬금 없이 차를 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가?"


내 행동에 대한 어이없어 하는 그들의 반응에 나는 시큰둥한 표정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이게 맞아요"


"뭐?"


"아마 이게 맞을 거예요"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10살 내외의 소년의 몸


현재 내가 가진 몸은 우선 사람처럼 보이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명백하게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다


병에 걸렸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체력과 내제된 끝을 알 수 없는 기운


그리고 나무였을 시절 내 손과 발이 되어진 깊이를 알 수 없는 뿌리까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능력들을 가졌음에도 그것을 온전히 증명하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나를 방해했다


우선 체력과 능력에 대해서는 자신도 판명되지 않았기에 설명할 수 없었고 지금도 연결된 자신의 깊게 내린 뿌리는 보여준다면 그 즉시 저택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힐 것이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자신이 증명할 또 다른 능력은 단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윌든과 콘라드가 높게 산 장점이자 유일하게 그 피해를 주지 않으며 증명할 수 있는 단 하나


볼 수도 맡을 수도 없었던 나무이던 시절에 유일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일반적인 사람에겐 존재할 수 없는 그것에 내가 붙인 이름은 바로

제 6감이라 하는 수수하면서도 어쩌면 특별할 수 있는 그것은 현재 온 세상에 나무였었던 자신만이 가졌을 그 무기를...


대기 중에 떠도는 보이지 않은 흐름을 감지하는 그 능력은 마치 제 3의 눈이 생긴 것처럼 알고 싶지 않아도 온갖 감각들이 느껴지곤 한다


그렇기에 집무실을 처음 들어갔을 때에 느꼈던


그 무엇보다 위험한 경종을 울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나는 여러 번 주시하였다


아놀드과의 티 타임을 가졌을 때에도


콘라드가 고개를 숙였을 때에도


그리고 자격에 증명을 보여주기 그 직전까지도


그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주시했던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저 보이지 않는 대상이 아놀드를 해친다거나 혹은 나쁜 의도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고


그렇게 몇 번이나 주시한 끝에 눈이 그 시선에 느껴지는 감정과 의도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름 아닌 곁에 있는 아놀드에 대한 호감과 관심, 그리고 마주친 나에 대한 호기심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두 눈을 감고 오직 그 감각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그 기척의 흐름에 정신을 맡기며 따라간 그 끝엔 한 중년의 남성이 보였고 그렇게 그는 아놀드를 보며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어쩌면 아놀드의 허락 아래에 초대 받은 손님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나는 조용히 의심을 거두었다


마술, 혹은 마법이라 불릴만한 기교를 통해 몸을 숨긴 그 대상은 윌든과 콘라드에까지 기척을 숨길 정도의 실력자


가주의 지인이라면 아마도 그에 준하는 인물


그런 그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관심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리고 조심히 그와 시선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나는 당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이


내 선택이 올바른지 아닌지는 나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기껏해야 인간 사회에 발을 들인지는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모르는 것은 널리고 널렸다


어찌보면 도박이라고 불릴 만한 행동


하지만 그 순간 나의 선택은 왜 인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태평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들을 뒤로 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두 기사는 멍하니 바라볼 뿐 이였다


가주와의 만남을 가지고 그렇게 이틀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저택 안에 나가지도 못한 채 저택과 정원을 떠도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은 가문의 실권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시작하는 날로 떠들석한 저택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반년에 한번 씩 이루어지는 중요 회의


가문에 속해있는 이름 있는 거물들은 모두 모인 이 자리는 중요한 안건들을 정하여 앞으로의 가문의 방향성을 정하는 귀중한 자리이다


그런 중요한 날의 당일이 되자 수 많은 사용인들은 모두가 긴장을 보인 채 일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딱히 별 말들이 없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모두 다 입을 닫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조용해진 저택 한가운데 누워 나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번 이러는 것도 질린단 말이지"


처음이야 멋진 풍경과 고급스러운 방을 한껏 만끽하였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금은 매번 똑같은 풍경에 질려버린 나는 몹시 심심했다


"몰래 한 번 나가볼까?"


윌든과 콘라드가 절대로 나가선 안된다고 여러 번 으름장을 놓았으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세로운 풍경과 새로운 만남을 원했기에 나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복도는 묘하게 조용했기에 주변을 둘러보며 나아가는데 벌래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본 성과 거리가 먼 저택인 만큼 사용인의 발길이 뜸한 이곳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자니 누군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


사람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살금살금 다가가 그들의 대화에 귀를 울이니 그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글쎄 웬일로 모든 분들이 참여했다고 하네"


"정말로? 그런 적은 8년 전 그 날 이후로 처음이지 않는가?"


"그러게나 말이야, 그것도 애롤님까지 오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애롤님이 말인가?, 허..."


"이제 슬슬 철이 드실 때가 되긴 하셨지"


두 사람이 나누는 대상은 아무래도 워낙 말을 통 안 쳐 듣는 작자인 것 같았다


어쩌면 같은 식구가 될 수 도 있는 이름을 하나 기억한 나는 그렇게 더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려는 그때


"여기서 뭣들 하는 거지?"


"애..앨런 도련님"


12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소년은 가히 도련님이라 불릴만한 외모와 품격 그리고 자세를 지닌 채 그들의 앞에 섰다


연한 갈색 머리에 더불어 굳건해 보이는 눈 빛


어린 외형을 가졌음에도 따르게 만들 것만 같은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있었다


"아무리 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노닥거릴 여유는 못 되어 보이는데 말이야"


그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두 사용인들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가주의 후계자로 불리우는 앨랜의 일갈에 두 사람은 식겁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도련님"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는 그는 조용히 그들을 향해 말했다


"곧 회의가 끝날 터이니 본래 자리에 가 있도록, 다음에 이런 모습을 또 본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예..."


"가보도록"


그 말을 끝으로 두 사용인은 쏜살같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비록 어린 나이기는 하나 가문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그는 두 사람이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그는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좀 전의 의젓한 도련님은 온데간데 없고 나이에 걸 맞는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조용히 어깨를 떨구는 그의 뒷모습은 마치 크나 큰 짐을 지고 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한 가문을 장차 이끌어가야 할 소년


그리고 그에 합당한 모습을 항상 보여야 하는 그 소년은 주어진 부담감에 짓눌려 마치 자신을 자책하는 것만 같았다


그가 가진 자리가 나타내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인지 몰래 지켜보는 나라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윌든 경이 누군가를 데려왔다고 하던데..."


그는 땅이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을 보인 채 하늘을 바라봤다


"내겐 역시 재능이 없다는 걸까...?"


그렇게 하늘을 향해 뻗어 보인 그의 손에는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굳은 살들이 박혀 있었다


그가 가문의 장남으로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노력들의 흔적


그러한 모습에 어쩐지 응원해주고 싶은 소년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몰래 응원해주었다


하지만 우는 모습의 소년은 찰나의 순간일 뿐 어느덧 위풍당당한 도련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뻗은 손을 굳게 쥐며 말했다


"하지만 마냥 이러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어딘가 결의를 가진 그는 불꽃 같은 두 눈동자를 타오르게 밝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어느새 앨런까지 떠나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는 앨런의 결의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었다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가진 중압감을 이겨내며 굳게 선 그의 그 뒷모습을 어쩐지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엘리샤와 앨런, 그란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을 알게 된 나는 더욱 더 이 이름이 가지고 싶어졌다


"그란벨이라...."


어쩌면 이곳이라면 그토록 원했던 가족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러한 막연한 믿음과 함께 조그만한 소망을 품고 나는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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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다짐 24.05.26 12 0 9쪽
26 25화 두 개의 길 24.05.25 10 0 9쪽
25 24화 마나 24.05.23 17 0 9쪽
24 23화 형제 24.05.21 15 0 10쪽
23 22화 마법 24.05.20 18 0 9쪽
22 21화 볼터 24.05.19 19 0 11쪽
21 20화 성벽 24.05.19 18 0 10쪽
20 19화 루노 24.05.18 18 0 12쪽
19 18화 입양 24.05.18 16 0 11쪽
18 17화 만찬 24.05.17 18 0 9쪽
17 16화 로완 24.05.16 18 0 11쪽
16 15화 알프레드 24.05.15 18 0 11쪽
15 14화 대련 24.05.15 24 0 10쪽
» 13화 앨런 +1 24.05.14 30 0 9쪽
13 12화 아단 24.05.13 28 0 12쪽
12 12화 아놀드 24.05.12 31 0 10쪽
11 11화 가주 24.05.12 36 0 10쪽
10 10화 기사 24.05.11 44 0 10쪽
9 9화 가족 24.05.11 46 0 12쪽
8 8화 제안 24.05.10 50 1 9쪽
7 7화 기습 24.05.09 48 1 10쪽
6 6화 애송이 24.05.09 49 1 9쪽
5 5화 기사 24.05.08 55 1 11쪽
4 4화 만남 +1 24.05.08 66 1 9쪽
3 3화 성지 24.05.08 69 1 9쪽
2 2화 삶 24.05.08 73 1 11쪽
1 1화 죽음 24.05.08 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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