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uodoo

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유오도오
작품등록일 :
2023.05.15 00:22
최근연재일 :
2023.06.01 12:2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28
추천수 :
7
글자수 :
106,837

작성
23.05.25 12:20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한국 헌터 협회(2)

DUMMY

최현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걸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고 해야 할지.’


최현호의 반응을 확인한 노우신 협회장이 다시 나를 돌아봤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거였다.


‘재밌네.’


피식 웃고는 말했다.


“눈치챘으면서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실례했네. 사실은 잘 안 믿겨 져서 그러네.”

“뭐가요? 제가 리안의 아내란 게? 그도 아니면.”


거기까지 말한 나는 고개를 돌려 어른에 비하면 한참이나 작은 아이들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카이라스 길드 마스터한테 숨겨둔 자식이 넷이나 있다는 게?”


그 말에 최현호가 눈에 띄게 굳었고, 노우신 협회장이 침음을 흘렸다.

그 속에서 나 홀로 태연하게 차를 마셨다.


“···정말 실례했어. 절대로 다른 의도는 없으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싶군.”

“그런가요.”


나는 차분히 차를 들이켰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옆에 앉은 최현호가 찻잔을 들었다, 났다 놨다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보다 못해 그를 툭 쳤다.


“말을 하던가, 차를 마시던가 둘 중 하나만 해.”


잠든 운이를 안고 있던 최현호가 어딘가 갑갑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저는 먼저 나가 있어도 될까요?”

“너 혹시 네가 내 비서인 거 까먹었니?”

“···아니요. 이상하게 숨이 좀, 안 셔져서.”


‘아.’


그 말에 깨달았다.

아이들만 신경 쓰느라 일반인인 그를 까먹고 있었다.


‘하긴. 좀 버거우려나?’


앞에서 의아한 얼굴로 최현호를 살피는 노우신 협회장을 흘낏 봤다.

S급 헌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정정한 헌터가 은연중에 기세를 흘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내게 위축되어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있는 거였다.

덕분에 힘없는 최현호만이 그 사이에 껴서 등이 터지고 있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다면 일어나도 될까요?”


시스템 2차 업데이트가 끝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끝난 이상 헌터 협회가 나를 잡아둘 명분은 없었다.

그게 바로 내가 마음을 바꿔 헌터 협회에 온 이유였고.

헌터 협회의 의도야 뻔했다.


‘영웅의 세대교체.’


한국은 S급 헌터가 유독 적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바랐다.

그래서 유독 기사에 내 언급이 많은 거였고.

그러나 실상을 알게 된다면 싹 사라질 기대였다.


“아. 그렇지. 바쁜 사람을 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


역시나 예상대로 노우신 협회장은 순순히 보내줬다.


“헌터 등록은 밖으로 나가면 내 비서가 안내해 줄 걸세. 그러면.”


노우신 협회장이 반듯하게 일어나서 내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마주 잡자 그가 말했다.


“시아양. 한국의 헌터가 되어줘서 정말 고맙네.”

“별말씀을.”

“현호군도 잘 가게나. 이 업계에서 다시 볼 줄 몰랐는데 만나서 반가웠네.”

“하하. 저도요. 그럼, 협회장님.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빠르게 말을 마친 최현호가 운이를 안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다음은 아이들 차례였다.


“끝나떠?”


눈치 빠른 혼이가 달려오고 그 뒤로 율이와 윤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할부지! 안녕!”

“안녀히계데여!”

“허허. 그래. 잘 가거라.”


부끄러움이 많은 율이만이 내 뒤에 숨고 혼이와 윤이가 씩씩하게 노우신 협회장과 악수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였다.


달칵.


“참.”


나는 한차례 열렸다 닫힌 문손잡이를 잡은 채 노우신 협회장을 돌아봤다.


“이걸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말하게나.”


듣고 있다는 듯 나를 마주 보는 시선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안이, 그 남자가 아닌 척 너그러운 걸 잘 알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리안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가 겪은 일을 반쯤 예상했다.

그랬기에 경고했다.


“저는 남편과 달라요.”


나는 너그럽지 못해서 한 번 등을 돌린 상대를 절대 믿지 않았다.


‘어서 가세요. 제발 그만 버티시고.’


믿을 수 없었다.


수많은 전장을 겪어 단단해진 눈동자에 균열이 이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노우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길을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헌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 역시 존중을 담아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포기하는 게 좋아.”


나는 영웅이 될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그대로 문을 닫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활기찬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엄마아!”


우다다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애들 보기도 바빠 죽겠는데 영웅은 얼어 죽을.’




***


헌터 등록은 간단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서를 따라간 방에 들어가 오락실에 있는 게임기처럼 생긴 기계의 둥그런 구슬 위에 손을 얹고 마나를 흘려보내면 끝이었다.


던전 코어를 변형하여 만든 등급 측정 기계라는데 빨주노초파남보 순으로 변할수록 등급이 높아지는 식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단번에 보라색이 떴다.


“S급! S급입니다!!”


옆에 있는 측정관이 선명한 보랏빛을 띠는 구슬을 보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에 따라 한 편에서 대기하던 협회장의 비서라는 남자가 황급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속에서 나는 코웃음 쳤다.


“그럴 리가.”


인간이 만든 기계가 나를 규정할 수 있을 리가.

그것은 신을 자처하는 시스템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띠링.


[시스템은 신을 자처한 적이 없습니다! ୧(๑•̀ᗝ•́)૭]



곧바로 반발이 들어왔다.


‘그럼 너를 떠받드는 인간들은 뭔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알게 된 건데 이 지구에는 시스템을 신으로 떠받드는 종교가 있더라.

각성자를 시스템이 내린 사도로 보는 뭔 개 같은 종교가.



띠링.


[시스템은 지성체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ꈍ .̮ ꈍ]



즉, 그건 자기 탓이 아니란 거다.


‘하. 참.’


그렇게 시스템과 속으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손은 여전히 등급 측정 기계에서 떼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퍼엉-!


“헙!”

“무슨?!”


등급 측정 기계가 화려하게 폭발했다.

완전히 잘게 부서졌기에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그저 아름다운 보랏빛을 남기며 허공에 흩날렸다.

나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입을 떡 벌린 측정관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 등급은?”

“그,그게.”


측정관이 바짝 긴장한 채로 내 눈치를 살폈다.

비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기로 S급 위는 없었다.

나는 곤란한 기색인 측정관에게 가볍게 말했다.


“그냥 S급으로 하자.”

“네,넷!”

“헌터증은 바로 나오지?”

“옛! 잠시만 기다리시면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본래도 친절했지만, 더욱 공손하게 변한 측정관이 180도로 고개를 숙이곤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비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발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국가에 S급 헌터가 탄생하면 반드시 알린다고 했던가?

참 엿같은 법이었다.


‘노블레스 오빌리주는 얼어 죽을.’


유명세로 옭아매 공짜 노동을 강요하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렸다.

그나마 이름을 밝히는 건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 신상 정보는 숨기고 발표해.”


절대로 안 밝힐 거다.

B급 특이 던전 하나 처리한 걸로 지금도 주목받고 있는데 여기서 S급 헌터라는 발표까지 나봐라.


‘안 봐도 피곤해.’


온갖 곳에서 찡찡거릴 게 뻔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루아샤 대륙으로 돌아가서 얌전히 파업을 선포하는 게 나았다.

거기선 내가 법이었으니까.


“아.”


나는 안타까운 한숨을 쉬는 비서를 묘한 눈으로 봤다.

내 성을 알고도 과연 저런 반응이 나올지 문득 궁금해졌지만 참았다.


‘잊지 말자.’


내가 지구에 온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놀고먹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 ‘카이라스’를 널리 알린 남편 놈과 간악한 시스템 x끼 때문에 조금 틀어졌지만, 여전히 내 목표는 그랬다.


‘욜로다. 욜로.’


나는 아쉬운 얼굴로 알겠다고 하는 비서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등급은요? 측정관 표정 보면 엄청 높을 거 같던데.”


밖에서 기다리던 최현호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S급.”

“역시.”


최현호는 별로 놀란 기색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촵촵촵!”

“찹찹찹!”

“촙촙촙!”

“쭈압!”


‘역시 킹더님.’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건 말건 전투적으로 초콜릿을 떠먹고 있는 우리 집 애들이었다.

간식 가방이 조금 홀쭉해진 걸 보면 다른 것도 먹은 것 같았지만 이번만은 봐줬다.


‘고생했으니까.’


저 사고뭉치들이 사고를 안 치고 얌전히 기다린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여유가 생긴 김에 [육아의 달인]을 불러와 아이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시호니안 카이라스]


-현재 상태: (๑˃́ꇴ˂̀๑) 오랜만의 외출에 들뜬 상태다.

-S-comment: 이상 없을 무!



[휘율 카이라스]


-현재 상태: - ̗̀( ˶'ᵕ'˶) ̖́- 초코는 사랑이다.

-S-comment: 이상 없을 무!



[유니안 카이라스]


-현재 상태: (✿˵•́ᴗ•̀˵) 목이 조금 마르다.

-S-comment: 이상 없을 무!



[시리운 카이라스]


-현재 상태: (⑉・̆༥・̆⑉) 나는 아직 배고프다.

-S-comment: 이상 없을 무!



윤이의 간식 가방에서 전용 물병을 꺼냈다.


“윤아 물 먹자.”

“응? 응!”


그렇게 윤이가 꼴딱꼴딱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말이 들렸다.


“그럼, 시아님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강한 거네요.”


하?

이건 또 처음 듣는 소리였다.

두 번째도 아니고 다섯 번째라니.


“내가 제일 강해.”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에 마왕도 잡아본 사람이었다.


“예에. 그러시겠죠.”

“하.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게 최현호와 잡담을 나누고 있자니 저 멀리서 측정관이 없는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헉헉! 여,기! 헌터증, 나왔습니다! 허억.”


그가 내민 것은 검은색 무광 카드였다.

황금으로 새겨진 ‘S’자가 반짝반짝 존재감을 발휘했다.

받아서 뒤를 돌려보니 영어와 숫자가 적혀있었다.


“이건 헌터님 개인 식별 코드입니다! 이걸로-,”


이 식별 코드가 내 개인 정보를 대신한다는 데, 나와 같이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헌터들이 있어 이러한 형식으로 굳어진 모양이었다.

즉, 눈앞의 이 측정관의 입만 채우면 내 신상 정보가 퍼질 일이 없다는 소리였다.

노우신 협회장이야 경고를 해뒀으니 알아서 처신할 것이다.


나는 최현호에게 눈짓했다.


“잠시 이리로.”

“아! 네,네!”


최현호가 나와 아이들을 쉴 새 없이 번갈아보는 측정관을 복도 한 편으로 데려갔다.

뭐라고 말하는 최현호에게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던 측정관이 나를 보며 과하게 눈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세계 1위 길드.

그 길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쉬러 온 지구에서 이만큼이나 영향력을 키워서 뭐 하겠다는 건지.

그 의도가 심히 수상했지만 곧 귀찮아졌다.


“아 모르겠다.”

“몰라!”

“모르는 거야!”


또 주인공 습성이 도졌나 보지.

간단히 결론을 내린 나는 빵빵해진 배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가자. 뭉치들!”

“웅!”

“출발이야!”


던전이나 가자.




***


협회장실.


“-님! 협회장님!”


노우신은 뒤늦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인지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비서를 발견했다.


“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23.07.01 11 0 -
19 A급 던전(2) 23.06.01 30 0 14쪽
18 A급 던전(1) 23.05.31 25 0 12쪽
17 세계 길드 총회(2) 23.05.30 34 1 12쪽
16 세계 길드 총회(1) 23.05.29 32 0 13쪽
15 헌터 튜브(3) 23.05.28 32 1 13쪽
14 헌터 튜브(2) 23.05.27 29 0 12쪽
13 헌터 튜브(1) +1 23.05.26 35 1 13쪽
» 한국 헌터 협회(2) 23.05.25 34 0 12쪽
11 한국 헌터 협회(1) 23.05.24 36 0 12쪽
10 시스템이 달라졌어요(3) 23.05.23 42 0 13쪽
9 시스템이 달라졌어요(2) 23.05.22 38 0 12쪽
8 시스템이 달라졌어요(1) 23.05.21 38 0 13쪽
7 시스템이 이상하다(3) 23.05.20 37 0 13쪽
6 시스템이 이상하다(2) 23.05.19 36 0 12쪽
5 시스템이 이상하다(1) 23.05.18 39 0 12쪽
4 지구가 이상하다(3) 23.05.17 47 1 13쪽
3 지구가 이상하다(2) 23.05.16 60 1 12쪽
2 지구가 이상하다(1) 23.05.15 78 1 13쪽
1 지구로 도망가다 23.05.15 12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