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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유오도오
작품등록일 :
2023.05.15 00:22
최근연재일 :
2023.06.01 12:2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37
추천수 :
7
글자수 :
106,837

작성
23.05.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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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스템이 이상하다(1)

DUMMY

나는 푹신한 가죽에 몸을 묻고서 생각했다.


‘최소 수습 기사라 쳐도.’


리안의 손에서 굴려진 그들이라면 저런 목마들 따위야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동안의 희생이야 어쩔 수 없었다.

이 세계가 치열한 생존경쟁에 뛰어든 이상 그 거주민도 그 법칙에 따라야만 했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였다.


띠링.


그나저나 아까부터 파리가 어디서 앵앵대는 것만 같은데.


띠링-!

띠링-!


마치 ‘그거 맞다!’라고 하는 듯 파리가 소리를 높였다.


“에효.”

“시아님?”


줄곧 내게 온 신경을 기울이는 안나 아세인에게 말없이 웃어 주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는 척 속으로 말했다.


시스템아.


띠링?


너 깡통 됐다며?


띠링!!


아니라고?


띠링!


오! 이게 되네?


한 번 시험 삼아 말해 본 건데 일일이 반응이 돌아왔다.


캬캬캭! 이걸 속네!


···.


시스템을 실컷 비웃었다가 다시 ‘그’를 불렀다.


‘너.’


창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마치 감정 없는 인형 같았다.

그 인형이 입을 여는 게 보였다.


“정체가 뭐야?”


지구의 시스템에 ‘감정’이 존재했다.




***


“안나, 아직 시스템 먹통이죠?”


나는 대답 없는 시스템을 뒤로하고 안나 아세인을 돌아봤다.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그녀에게 싱긋 웃어 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야. 나와 봐.


···.


안 놀릴게. 잠깐 나와 봐.


···.


여전히 시스템은 응답이 없었다.


그 대신.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해보자!]


*내용: 웰컴 투 지구! 그러나 평안할 줄 알았던 지구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일이 발생했다! 힘은 이러라고 있는 법! 갑작스러운 시스템의 중단에 있으나 마나 한 지구의 헌터를 대신해 위기에 처한 일반인들을 구해보자.


*기한: 시스템 2차 업데이트 완료까지.


*추신: 구원자님! 이 약하고 볼품없는 지구를 보살펴주세요! 혹시 아세요? 지구가 강하고 아름답게 변화해서 구원자님께 보은할지! 우리 한 번 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 보자구요! (งᐛ)ว (งᐖ )ว



이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지구의 시스템은 감정이 존재한다.’


제법 흥미로운 사실이었으나 내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아. 안 사요. 안 사.”


내 신조는 놀고먹는 삶이다.


‘루아샤 대륙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지구에서도 할까 보냐.’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창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시스템이 감정 섞인 말투를 쓰는 게 신기했지만 그뿐이었다.


‘지구의 일은 지구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지.’


그래야 자주성도 생기고, 외세의 침입에도 똘똘 뭉치고 그렇게 내부의 분란도 줄이고. 다 그러면서 크는 거다.


‘루아샤도 다아 그렇게 컸어.’


물론 그곳에는 시스템이 인정한 ‘세계의 주인공’인 남자와 시스템이 포기한 ‘측정할 수 없는 변수’인 여자, 이렇게 절대적 강자 두 명이 멱살 잡고 격을 끌어올린 것에 가까웠지만, 이 지구에도 찾아보면 그런 인물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지구에 인구가 몇인데.’


대격변으로 인구수가 줄었다 해도 여전히 지구는 루아샤 대륙보다 훨씬 많았다.

나는 내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휴양이다. 휴양.’


휴양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편안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보양함’이다.

내가 왜 지구로 구차하게(중요!) 도망씩이나 왔는데.


절대로 일 안 하고 놀 거다!


‘돈 쓰면서 노는 게 최고지!’



띠링.


[아 참! 보상을 깜빡하고 말 안 했네요? 에쿵 ( •͈ᴗ-)ᓂ-ෆ ]


[퀘스트 보상: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돈’이라던가, ‘money’라던가.]



“흥. 어딜.”


나는 코웃음을 쳤다.


툭.



띠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그렇게 돼서.


휘잉~


“훌쩍.”


나는 아포칼립스가 펼쳐진 도로 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지구 온다고 예쁘게 차려입은 하얀 원피스가 바람에 흩날렸다.


나오기 전. 안나 아세인의 제지가 있었지만 잘 설득(?)하고 나왔다.


-시아님? 뭐 하시는-,

-안나. 여기서 딱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시아님?! 시아님-!!


약간의 힘을 동원해 그녀를 차 안에 가둔 건 설득의 일환이었다.


‘난 시스템의 농간에 넘어간 게 절대 아니야.’


몬스터는 심장에 코어라는 에너지 결정체를 품고 있다.

그것은 사용하기에 따라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했고, 그래서 돈이 됐다.

그것은 지구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단지 길 가다 만난 황금을 줍기 위해 나온 것이다.


“좋았어.”


그렇게 합리화하며 앞을 봤다.


히잉!

콰지직!

사,살려줘!

꺄아악!


켄타로우스 무리와 실시간으로 부서지는 도로와 차들. 그리고 나약한 인간들이 한데 모여 메뚜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아. 증말 일하기 싫다.”


그것은 의욕이 사라지는 마법이었다.

그러나 어찌할까? 스스로 떠맡은 일인 것을.


그 혼란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스윽.


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 뻗어나간 새하얀 빛이 한 인간을 짓밟으려는 켄타로우스에게 닿았다.


파스스-



띠링.


[알 수 없는 능력의 사용을 확인합니다.]


...


[정확한 능력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띠링.


[‘??(unknown)’이 스킬창에 등록됩니다.]



“사,살-으엉···?”


몬스터가 재로 변하는 광경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남자가 빛이 뻗어 온 방향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 가,감사,”


내게 뭐라고 말하는 인간을 무시하곤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비명이 들리는 곳만을 집중했다.


이윽고. 계산이 끝난 나는 마나를 사방으로 분출했다.


“제발 꺼내-,”


파스스-


“-주, 어,어?!”

“무,문이 사라졌어?!”


차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재로 변해 사라지는 자신들의 차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에 그치지 않았다.


휘익!


내 손에서 뻗어나간 마나가 인간들만 골라서 휘감았다.


두둥실~


“엄마얏?!”

“뭐,뭐시여 이게?!!”

“어,어머니!!”


거동이 불편한 자,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도로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이곳에서 추방시켰다.

거추장스러웠다.


“사,살았어.”

“살았다! 헌터야! 이건 헌터의 스킬이야!”


와아-!!


처음에는 당황으로 비명을 지르던 이들이 곧 상황을 깨달았는지 공중에서 환호하는 목소리가 이곳까지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사아아-


빛이 퍼지고.


툭. 데구르.

툭. 데구르.


도로에 남은 몬스터들이 코어를 남기고 그대로 소멸했다.


빛이 점차 영역을 넓히며 퍼져나갔다.

그에 따라 활개 치던 몬스터들이 하나씩 하나씩 지워졌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아마도 하늘에서 보면 더 확실한 변화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이게, 대체···?”

“···신이시여.”


몇몇이 날아가는 와중에도 그걸 봤는지 그런 말을 했다.

역시나 신경 쓰지 않았다.


“안나가 알아서 하겠지.”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간은 전부 내쫓았고, 몬스터는 전부 먼지로 화했으니까.


그때였다.

경쾌한 알림이 울렸다.



띠링!


[구원자 전용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구원 수치(Salvation Value)’가 활성화됩니다.]


[52SV를 획득합니다.]


[156SV를 획득합니다.]


[총 206SV를 획득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업데이트가 끝난 후 확인해 주세요.]



“···제발. 이런 거, 주지 마.”


이제는 안다.

루아샤 대륙에 존재하는 시스템과 지구의 시스템이 전혀 별개의 존재란 것을.


지구의 시스템은 남달랐다.

업데이트에 퀘스트, 그리고 구원자 전용이라는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것까지.


이쯤 되면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게 맞는지도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상태창을 불렀다.



띠링.


[지금은 시스템 2차 업데이트 중입니다.]


[업데이트가 끝난 후 확인해 주세요.]



“···이야. 그러니까 지금. 네가 말하고 싶은 것만 한다, 이거지?”


겉으로는 가벼이 말했지만, 속으로는 시스템의 의도를 생각했다.


‘변수를 계산하는 건가?’


내가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의 시스템이 줄곧 내게 붙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뭐. 상관없겠지.’


결론을 끝낸 나는 가볍게 말했다.


“그래. 분석하고 나한테도 좀 알려 줘라.”


지구의 시스템을 응원했다.

그놈의 측정할 수 없는 변수가 뭔지 나 역시 궁금했으니까.


이쯤에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껐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없지만 그보다 귀한 것이 도로에 널려 있었다.


“아. 저거 주워야 하는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내 발치로 굴러온 코어 하나만 챙기곤 돌아섰다.

카이라스 길드원들이 온다고 했으니까.


“내가 대신 일해줬으니까 이거라도 주워야지.”


기껏 왔는데 몬스터 하나 안 보이면 얼마나 서운한 일인가?

그것을 배려하는 내 마음이었다.

절대로 하나하나 줍기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룰루~”


그렇게 저 멀리 보이는 문제의 원흉, 특이 던전을 향해 가는데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분명한 사람 목소리였다.


“···어떤 멍청이야?”


남들 다 대피할 때 여태 혼자서 뭐했는지.

한숨을 쉬고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소리가 나는 방향이 아닌 하늘로.




***


콰직!


완전히 포위됐다.


“하아.”


최현호가 씁쓸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사람은 없고 온통 몬스터뿐이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고 계십니까?’


대격변 사태 때 돌아가신 어머니는 살아생전 말씀하셨다.


-선의를 베풀며 살아야 사람인 거야. 아니면 짐승과 다를 게 뭐니?


그렇게 어머니는 제 신념대로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많은 생명을 구하셨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화인(火印)처럼.

그 미소는 그녀의 어렸던 아들에게 남았다.


“이래서 착하게 살면 손해라니까.”


자신을 방패 삼아 도망친 사람들에게 실망은 없었다.


‘애초에 기대가 있어야 실망하지.’


그는 어머니처럼 어떤 영웅적인 대의가 있어 희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관성적인 일이지.’


몸에 남은 습관이 저절로 움직인 결과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삐 삐 삐 삐-


아직 할부도 안 끝난 따끈따끈한 자신의 애마가 아까워서.


쿵. 쿵.


그래서 그런 것이다.


“···구해주세요.”


누구든 좋으니까.


“저 일도 잘하고 잠도 별로 없어서 죽어라 일할 자신 있습니다. 구해만 주신다면-,”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할 뿐.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기대가 없어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세상사라는 것은 언제나 한 인간이 제단 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었다.

언제나 그를 배반했던 세상은 이번에는 그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그래? 좋아.”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


사아아-

툭. 데구르르.

툭. 데구르르.


···전투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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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이 이상하다(1) 23.05.18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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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구가 이상하다(2) 23.05.16 60 1 12쪽
2 지구가 이상하다(1) 23.05.15 78 1 13쪽
1 지구로 도망가다 23.05.15 1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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