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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유오도오
작품등록일 :
2023.05.15 00:22
최근연재일 :
2023.06.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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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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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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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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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구로 도망가다

DUMMY

프롤로그. 나는


비록 반백 년도 되지 않은 삶이었지만 많은 것을 이뤘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선다.

나 역시 많은 갈림길이 있었고 그중에 가장 최선이라 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어머니. 당신께서 이루신 것들은 제가 잘 이끌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후회는 없어야 했다.


“어서 가세요. 제발 그만 버티시고.”


체내에 흐르는 독보다 더 독 같은 말이었다.


‘너는 어찌하여 이렇게 변했을까.’


나에게 최선이라 선택했던 것이 너에겐 최선이 아니었을까?

눈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침묵 끝에 어른이 된 아이가 짧게 읊조렸다.


“쯧. 독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


탁.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삭막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약함이었다.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맺혔다.


‘그럴 리가 없지.’


그것이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현재.


“무슨 생각해?”


나는 그 바람을 반쯤 이뤘다.


“내 생각?”

“그래.”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널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또?”

“응.”


아무렇지도 않은 반응과 평온한 대답.


“고생하네.”


이 세계의 단 하나뿐인 황제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기억을 가지고 루아샤 대륙에 환생한 것?

그도 아니면 마왕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만약 이런 미래가 기다릴 줄 알았다면 적당히 세계가 망하게 두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거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요즘이었다.


루아샤 대륙에 평화가 찾아온 지도 어언 5년.

나는 애가 하나, 둘, 셋,


“···후우.”


넷이었다.


그렇다.

현재의 나는 네 아이의 엄마이자 이 세계의 단 하나뿐인 황후였다.




1화. 지구로 도망가다


카이라스 제국 황성.


‘시리아나 카이라스’.


그것이 바로 루아샤 대륙에 환생한 내 이름이었다.


-카이라스 제국의 만인지상. 대륙을 구원한 영웅.


“마마! 형아가 나띠고 이떠!”

“와앙! 나는 거인이다!”


쾅쾅!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아.”


다 부질없었다.

나는 손을 들어 머리를 묶었다.

그리곤 스타트 자세를 취하곤 바로 달렸다.


“이놈의 자식..!”

“앗! 들켜따!”

“너 거기서!”


‘사고뭉치1’이 재빠르게 도망쳤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시작이었다.


“우아! 형아 달려!”

“마마 달려!”

“갸갸갹!”


일상이었다.

술래는 변하지 않는데 범인과 관객이 매일 바뀌는 술래잡기의 일상.




***


탁.


“안 되겠어.”


남편, 리안이 밥을 먹다 말고 수저를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리곤 말했다.


“우리 도망가자.”

“으,응?”


순간 나는 내가 속마음을 말한 줄 알았다.

슥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식사 시간만은 다 꺼지라고 선언한 어느 폭군 덕이었다.


“유리 됴마가?”


그새 지 아빠 말을 주워들은 둘째, 율이가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빨 두 개가 없어 발음이 줄줄 새는 모습은 귀여웠지만 대답해 줄 말은 궁색했기에 말을 돌렸다.


“안 먹으면 혼이가 뺏어 먹는다?”

“!”


효과는 탁월했다.


찹찹찹!


날래게 수저질하는 율이를 흐뭇하고 보고는 그 옆을 봤다.


촵촵촵!


제 이름이 들려오거나 말거나 먹는데 열중인 우리 집 장남이었다.


“그래, 잘 먹으니 되었다.”


그 둥그런 뒤통수를 쓰다듬고는 나머지를 확인했다.


촙촙촙!


“우야!”


형제들에게 밀리지 않는 수저질을 보이는 셋째, 윤이와 어서 밥을 대령하라는 듯이 입을 벌리는 막내, 운이까지.


그제야 좀 전의 대화를 상기했다.

물론 먹보의 입에 이유식을 먼저 대령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쭈압!”


먹보 아니, 운이의 인내심이 다시 차오르는 동안이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도망가자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항상 생각하고 항상 내뱉는 말이지만 왠지 이번만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았다.

없다면 죽일 거고.


리안이 말했다.


“난 가끔 내가 황제가 아닌 보모가 된 기분이야.”


새삼스러운 말이었다.


-대륙의 유일한 황제와 황후.


이 거창한 자리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제국을 대륙 제일의 강국으로 만들고, 범람하는 마족의 위협으로부터 대륙까지 지켜내고 그렇게 험난하게 오른 자리였다.


‘퉷!’


물론 이제는 줘도 안 가질 자리였다.

그냥 놀고먹는 삶이 최고였다.


전쟁이 끝나면 뭐 하는가?

우리는 여전히 바빴다.

조금만 문제가 생겼다, 하면 우리에게 쪼르르 달려오는 인간들이 이 대륙에는 너무 많았다.


“5년이면 많이 참았지.”

“내 생애 최고의 인내심이었어.”


대륙에 평화가 찾아온 지 어언 5년하고도 4개월.

인내와는 담을 쌓은 제국의 황제와 황후는 드디어 가출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물었다.


“근데 어디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대륙의 영웅이자 가장 큰 영토의 주인들이 도망갈 곳이 과연 있기는 할까?

과연 우리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이 땅에 존재하기는 하나?

문제 하나가 떠오르자 주르륵 나머지 문제가 떠오르고 그것이 작금의 현실을 깨우쳤다.


‘따흑.’


나는 낙담했고, 루아샤 대륙의 황제는 간단히 대답했다.


“지구.”

“!”


역시 그는 다 계획이, ...에? 어디요?


“적당히 챙겨. 어차피 준비는 다 해 뒀어.”

“···요즘 허한가? 헛것이 들리네.”


그럴만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에 네 아이의 지옥 같은 육아까지.

정상인 게 더 이상했다.


“우!”하며 손을 탕탕 치는 운이의 입에 이유식이 담긴 수저를 가져가며 평온하게 되물었다.


“잘못 들었어. 어디라고?”

“지구. 네가 전생에 살았던 그곳.”


그가 소년처럼 웃었다.


툭.


“우?!”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 남편의 입에서 거론되었다.




***


루아샤 대륙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시스템은 평범한 인간을 각성시켜 레벨을 표시해 준다.

이 레벨은 적을 처치하면 오른다.

이 단순하지만, 이치에 어긋난 존재로 인해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전생의 평범한 내가 위대하신 황제와 맞먹게 된 것에는 모두가 이 시스템 덕이었다.


‘은 개뿔.’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에게 감사하지는 않았다.

내가 강해진 건 내 피나는 노력 때문이었다.


이제는 죽어 스러진 뼈조차 안 남긴 거창한 이름의 마왕이라는 작자가 하나 있었다.

제 세계가 좁다 활개 치던 마왕은 타 세계, 그러니까 하필 ‘루아샤 대륙’에 제 졸개들을 데리고 와 갖은 핍박을 일삼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리고 여기.

한 남자가 있었다.


‘휘브리안 카이라스’.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잘난 태를 뽐내며 모든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것이 소설이라면 그는 분명한 주인공이었다,

대충 ‘태어나보니 황태자인데 대륙을 구하란다.’라는 제목의.


덕분에.


‘은 무슨.’


x랄 친구는 이를 악물고 레벨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단지 살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했다.


물론.



띠링!


[Lv. 100]


[레벨이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레벨을 더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너무 레벨을 올리게 된 것은 차치하자.

그러니까 지금 이 얘길 왜 하게 되었냐면.


“지금 공유해 줄게.”



띠링.


[차원의 열쇠]


*등급: 갓

*분류: 기타

*제한: 휘브리안 카이라스 (귀속)


-세계를 구한 이에게 주어진 열쇠다. 정확한 좌표 없이도 소유자의 심상이 가리키는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 만약 원하는 세계가 없다면 임의로 결정된다. 단,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은 단 하나뿐이며, 그 세계와 ‘루아샤 대륙’을 제한 없이 왕복할 수 있다. 왕복할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은 없다.

-시범 테스트: 1/1 (완료)



이 모든 발단의 시초가 최종 보스(마왕)를 잡고 나온 보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옴뫄?”


반짝반짝한 황금빛 열쇠였다.

‘내가 바로 갓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 휘황찬란한 자태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갓이라니! 차원 이동을 해주는 아이템이라니!”


처음으로 본 등급의 아이템에 내 마음이 거칠게 요동쳤다.


“여보!”

“그래.”


리안이 씩 웃었다. 나도 환하게 웃었다.


덥석.


“?”


멱살을 잡힌 남편 놈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짓는 것이 더욱 열받았다.


“이 망할 놈이!”


짤짤 흔들었다.

좌우 아래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힘차게!

정신 못 차린 이 자식이 제발 정신 좀 차리게!


이쯤 되면 병이었다.


“윽.”

“이런 게 있었으면! 바로! 고했어야 할 거 아냐!”


이건 시기의 문제였다.


“그 새끼를 죽인지가 언젠데!”

“커,커억!”

“네 눈엔 내가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로 보이냐!”


결혼 5년 차.

남편이 그동안 날개옷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


화악.


“와우!”

“아우!”


아무것도 없던 지구의 상공에 그림자 4개가 나타났다.

정확히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어른 둘이었다.


그렇다. 우리 가족이 드디어 지구로 도망을, 아니 첫발을 디딘 것이었다!


“아우가 아니라 와우야! 와!우!”

“아!우! 갸갸갸!”


“정말 돌아왔어.”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멍하니 봤다.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세워진 건물과 대기 중에 가득한 미세먼지.

정감 없는 시멘트 바닥과 갖은 기계들의 소음.


“···.”


문득 깨달음이 들었다.


“경관은 루아샤 대륙 쪽이 낫구낭.”

“풉.”


옆에서 비웃음이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엇이든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 나는 지금 너그러운 상태였으니까.


왜냐면.


“I'm free! Freedom!”


그렇다. 나는 이제부터 자유였다!

‘황후’가 아닌 ‘일반인 1’로서 의무도 책임도 없는 지구의 라이프가 나를 기다렸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마치 지구에 온 걸 환영하듯이 경쾌한 알림이 뇌리를 울렸다.


“쯧.”


과연 초 치는데 빠지지 않는 시스템다웠다.


‘하긴.’


입력된 것만 출력할 줄 아는 시스템이 분위기를 깨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일 인가?

혀를 끌끌 찬 나는 익숙하게 눈앞에 떠오른 창을 보았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띠,띠-


[오류가&%$변수가&*#%다.]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변수를 계산합니다. 1%···, 10%···, 30%···,]



마치 ‘두둥!’ 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네,넹?”


붉은색 경고등이 반짝이고 주르륵 떠오르는 문자의 나열에 순간 당황해서 존댓말이 나왔다.

그것을 인식하자 순간 자존심이 팍 상했지만 내 안의 양심이 속삭였다.


-99.99%로 너 때문이야.


아니다.

나는 그 소리를 외면했다.

타이밍이 참 절묘했지만.

하필 내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시스템에 오류가 났다지만.

이것은 그저 순간의 우연에 불과했다.


그리고 시스템은 이런 내 합리적 부정을 부정했다.



띠링!


[변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


0.01%는 나의 양심 없음인데.


“···뭐만 하면 변수를 측정할 수 없데.”


측정할 수 없는 변수.

그것은 시스템이 나를 칭하는 말이었다.


“췟췟.”


결국 100% 나 때문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곧 눈앞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알림이 주르륵 뜨기 시작했다.



띠링.


[전체 알림: 현 시간부로 지구의 시스템 2차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


[그에 따라 시스템이 잠정 중단됩니다.]


[업데이트 후 시스템이 정상 가동됩니다.]


띠링.


[2차 업데이트 중입니다.]


[0.01%]


[0.011%]


···




“···업데이트?”


지구에 온 첫날. 시스템이 격하게 반겨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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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구가 이상하다(2) 23.05.16 6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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