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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유오도오
작품등록일 :
2023.05.15 00:22
최근연재일 :
2023.06.01 12:2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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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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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10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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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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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스템이 이상하다(3)

DUMMY

불타는 숲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지구의 으깨진 도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다행히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주먹만 구슬을 찾는 생고생은 없었다.

아마 던전 코어 역시 저 무지막지한 열기에 녹아 없어졌으리라.


“아휴. 힘들었다. 이제 보상이나 봐 볼까?”


땅바닥에 앉아서 불 쪼가리나 톡톡 던진 게 다지만 이마를 훔치는 척했다.

이래야 더 좋은 보상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였다.


그렇게 보상을 기다렸다.


···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왜 안 줘? 시스템아? 여보세요? 야? 임마!”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시스템이 아닌 명시된 시스템 창을 믿는 거지만.


아무튼. 퀘스트를 깼는데 보상이 없다?

뭔가 이상했다.


서둘러 퀘스트 창을 띄웠다.



[퀘스트: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해보자!]


*내용: 웰컴 투 지구! 그러나 평안할 줄 알았던 지구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일이 발생했다! 힘은 이러라고 있는 법! 갑작스러운 시스템의 중단에 있으나 마나 한 지구의 헌터를 대신해 위기에 처한 일반인들을 구해보자.


*기한: 시스템 2차 업데이트 완료까지.


*추신: 구원자님! 이 약하고 볼품없는 지구를 보살펴주세요! 혹시 아세요? 지구가 강하고 아름답게 변화해서 구원자님께 보은할지! 우리 한 번 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 보자구요! (งᐛ)ว (งᐖ )ว


*보상: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주어집니다.


*(new!) 진행도: 1.19% (자세히)



띠링.


[Tip! 이 퀘스트는 진행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


이제 지구의 시스템이 사기도 쳤다.




***


한차례 심호흡을 한 후.



*(new!) 진행도: 1.19% (자세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세히’를 눌렀다.



띠링.


[*세부 진행도

1. 한국 : 8.4%, 미완료.

2. 미국 : 0%, 미완료.

3. 중국 : 0%, 미완료.

....

194. 바티칸 : 0%, 미완료.]



“나 안 해.”


깔끔하게 돈을 포기했다.

돈은 얼마든지 다른 수단으로 벌면 되었다.


“내가 미쳤냐? 이걸 하게.”


퀘스트 창 맨 아래 ‘포기하기’를 눌렀다.



띠링.


[이 퀘스트는 도중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경쾌한 알람과 함께 내 혈압이 상승했다.


“이 미친 시스템 새끼가?”


버튼을 연타했다. 탁, 탁, 탁, 탁.



띠링


[이 퀘스트는 도중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띠링


[이 퀘스트는 도중 취소가...


띠링-


[이 퀘스트는...



“···.”


전생에 읽었던 소설에 나와 같은 귀환자가 있었다.


주인공이 지구로 귀환한 날 괜히 멀쩡했던 던전이 터지고, 사건이 일어나고 아무튼 그랬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오자마자 세계를 구하지 않았다.

소소하게 자기 주변을 구하다가 스케일이 커지는 거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대지는 않았단 말이다!


“알겠냐?! ‘정도’라는 게 있어! 이 미친놈아!”


허공을 향해 힘껏 오른손을 휘둘렀다.

당연히 형체도 없는 시스템에 닿을 리 없었다.

그저 분풀이일 뿐이었다.


슈웅~


그런데 하늘에서 답이 돌아왔다.


“···?”


웬 인형 하나가 하늘을 날았다.

나는 전방으로 날아오른 인형을 멍하니 보았다.


그렇다. ‘전방’이었다.

저 인형의 출처가 바로 내 오른손인 것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저 인형은 본래 내 손에 쥐어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저 인형을 하늘로 던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저게 뭔데?”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인형의 정체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뒤늦게 메시지 로그를 확인했다.



[B급 특이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 시끼.”


이제 나는 시스템이 잠정 중단됐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뭐만 하면 알림이 뜨고, 사기도 치고, 나름 보상이랍시고 인형도 ‘스리슬쩍’ 쥐어 주고. 얜 지금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휘익~


“힘도 좋지.”


답 없는 퀘스트를 머리속에서 말끔히 지우고, 이제 저 인형이 어디까지 날아가나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


그리고 인형은 새가 아님을 증명하듯 추락했다.


덥석.


“응?”


떨어지는 인형을 따라 시선을 내리니 곧게 뻗은 팔과 훤칠하니 잘생긴 남자가 나를 보고 씩 웃어 보였다.


“여!”


남편, 리안이었다.




***


리안이 카이라스 길드를 이끌고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이다.


“마마!”


그리고 셋째, 윤이도 함께였다.

내게 팔을 뻗는 딸을 안아주며 리안에게 물었다.


“윤이는 왜 데리고 왔어?”


말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망가진 도로는 정상인 부근을 경계로 노란 선으로 출입 금지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카이라스 길드원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 진공청소기 같은 스킬 가진 사람 없냐? 한 종류만 빨아들이는 걸로.”

“있겠냐? 미친놈아. 말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주워. 부마가 하나라도 빠뜨리면 오늘 마스터랑 대련이라더라.”

“?! 그걸 왜 이제야···! 아니다. 닥치고 줍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흡족하게 웃는데 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한테 우리 애를 맡길 순 없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뻔뻔한 낯짝에 내가 어이없는 얼굴로 물었다.


“여기 없는 우리 애‘들’은?”

“사내놈들은 강하게 키워야지.”

“얼씨구.”


어련하겠냐는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데 내 품에 안긴 윤이가 리안의 손에 들린 ‘말’ 인형을 가리켰다.


“저거 유니꼬야?”


아. 저게 있었지.


나는 윤이에게 대답해 주기 전에 인형을 주시했다.



[B급 켄타로우스 인형]



역시나 저건 평범한 인형이 아닌 아이템이었다.

계속 주시하자 아이템에 대한 상세 정보가 떠올랐다.



[B급 켄타로우스 인형]


*등급: 에픽

*분류: 공격형, 방어형, 탈것

*각인 대상: -


-마나를 주입하면 반인반수, 켄타로우스가 된다. 단, 처음 마나를 주입한 대상에게 각인되기 때문에 마나를 주입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성장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리안도 확인했는지 눈으로 내 의향을 묻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윤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리안이 내미는 인형 위로 내 손과 함께 얹었다.


“윤이 색칠 공부하는 거 꺼낼 때 쓰는 그거 있지? 그걸 여기다가 사용해 볼래?”

“우웅?”


내게서 물려받은 것인지 윤이를 비롯한 네 아이들은 1살도 안 돼 각성했다.

그중에 윤이의 각성 능력은 마나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이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마법을 만들었다.


‘3살 때쯤인가?’


내가 하는 것을 봤는지 저도 작은 아공간을 따라 만들더라.

내부 공간이 울퉁불퉁하고 크기도 아이의 작은 가방만 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엄연히 아공간이었다.


그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한층 깨닫는 날이었다.


“할 수 있지?”

“웅!”


화악!


힘찬 대답과 동시에 윤이의 손으로부터 방출된 따스한 마나가 말 인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아이템의 설명이 변했다.



[B급 켄타로우스 인형]


*등급: 에픽

*분류: 공격형, 방어형, 탈것

*각인 대상: 유니안 카이라스


-마나를 주입하면 반인반수, 켄타로우스가 된다. 단, 처음 마나를 주입한 대상에게 각인되기 때문에 마나를 주입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성장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이윽고.


퍼엉!

히이힝!


“우앙!”


말 인형이 윤이의 마나를 받아 켄타로우스로 변했다.

나와 리안은 살짝 감탄했고, 안 그런 척 우리를 힐끔대던 주위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모,몬스터?!”

“B급 몬스터 켄타로우스다!”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뛰어오려던 이들이 방방 뛰는 윤이와 같이 방방 뛰는 켄타로우스의 외형을 번갈아 보고는 멈칫했다.


“···저걸 뭐라고 해야 되냐?”

“애기 몬스터···? 유아 몬스터···?”


그 말대로였다.


“안뇽 칭구야!”


히이힝~


윤이의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작게 울음을 토하는 켄타로우스의 외견은 누가 봐도 어렸다.

흔히 보던 몬스터, 켄타로우스보다 훨씬 몸집이 작고 상체 역시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당황하던 카이라스 길드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말들이 나왔다.


“근데 나만 그래? 저 켄타로우스 좀 귀여운 것 같은데.”

“귀여운데? 몬스터도 어리면 귀엽게 보일 수가 있네.”

“아이랑 아이 켄타로우스라니! 나는 이 조합 찬성이다!”


그것을 들으며 팔짱을 꼈다.


‘무슨 생각인 거지?’


몬스터만이 인간에게 적대심을 품는 게 아니었다.

시스템으로부터 선택받은 인간 역시 몬스터에게 본능적인 적대감을 가졌다.

그건 시스템을 낮잡아 보는 나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자자. 다들 그만 놀고 코어나 주워.”

“잠깐! 근데 저거 세계 최초 아이템 아냐?”

“최초건 나발이건 여기에 마스터 대련이 걸렸다니까?”

“···모두 잘 들어라. 한눈팔다 걸리면 나랑 오늘 사생결단 내는 거다!”

“너나 잘해, 이 새끼야!”


우우우!


그런 헌터들이 지금 눈앞에 적대해야 할 몬스터가 있는 데도 시시덕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이랴!”


히잉~


결정적으로 몬스터에게 ‘나이’란 없었다.

그들은 만들어진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뭐가 보여?”


내 ‘눈’에 대한 능력을 아는 리안이 내 옆으로 와서 윤이와 함께 노는 어린 켄타로우스를 응시했다.

나는 보이는 그대로 말했다.


“몬스터 특유의 가공된 마나가 전혀 없어. 인간과 똑같아. 생기있고 생동감이 넘쳐 나.”


저 어린 켄타로우스는 몬스터가 아닌 인간처럼 하나의 종족이었다.


“그럼. 반인반수가 종족 명인가?”

“아마도.”


저것은 아이템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본질은 인간과 같은 하나의 지성체였다.


‘최초라고 했지.’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저 아이템을 빙자한 지성체가 내게 주어진 건 단지 우연일까?


지구에 와서 본 것들을 생각했다.


특이 던전과 그곳에서 본 죽은 마나.

B급 ‘몬스터’ 켄타로우스와 아이템의 형태로 봉인된 ‘반인반수’, 켄타로우스.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무슨 의도일까?”


그제야 리안이 나를 돌아봤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평소와 달리 장난기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던가?”

“···하긴.”


문득 웃음이 나왔다.


시스템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무슨 상관일까.

이제 나는, 우리는 끌려다니지 않을 텐데.


“그보다 아까는 왜 또 성질을 부린 건데?”

“아, 그거? 별 같잖은 퀘,”


가볍게 대답하려던 나는 이어서 들린 명쾌한 알림음에 멈칫했다.



띠링.


[현재 진행 중인 퀘스트는 타 헌터와 공유가 가능합니다!]


[단, 자격이 있는 헌터에게만 공유가 가능합니다!]


[현재 공유 가능한 헌터: 휘브리안 카이라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그 뒤로 의아한 시선과 딱 마주쳤다.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여보.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 모르는데?”

“그럼, 지금 알든가!”


냅다 ‘공유하기’를 눌렀다.



띠링.


[‘퀘스트 :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해보자!’를 공유했습니다.]


[‘공유받은 헌터’는 이를 수락 또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메시지가 잘 도착했는지 리안이 황당한 얼굴을 하는 게 보였다.


“알지? 거절은 거절인 거.”

“···하!”


불과 1분도 안 돼 시스템의 의도에 말려들었으나 나는 몹시 만족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세상사가 아니던가?


‘좋은 토스였다. 시스템.’


띠링!




***


한편. 리안이 떠난 저택에는.


첨벙첨벙!

들썩들썩!


졸지에 드넓은 욕실에 아이 셋과 남겨진 이들이 있었다.

바로 카이라스 길드의 1팀장, 제임스 한과 2팀장, 차이성이었다.


“···.”

“···.”


그들은 마스터가 사라진 화려한 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잠시나마 한눈을 팔 시간을 줄 아이들이 아니었다.


“기사 아찌! 피융~”

“꺄아! 피융!”

“갸갸갹!”


파앙! 파앙!


“!!”


작은 손이 가볍게 수면을 때리자 위력적인 물 덩어리가 그들에게 날라왔다.

두 남자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곤 능력까지 사용해 가며 피했다.


“이성, 거기 조심!”

“헉?! 으앗! 읏?!”


아이들은 분명 해맑게 물장난을 치고 있건만 그들에게 이건 생존을 건 싸움이었다.


“우리!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겠죠?!”

“···떠들 시간에 빨리 씻겨라!”


극한의 육아를 체험하고 있는 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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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귀환했는데 시스템이 이상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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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재 23.07.01 11 0 -
19 A급 던전(2) 23.06.01 30 0 14쪽
18 A급 던전(1) 23.05.31 25 0 12쪽
17 세계 길드 총회(2) 23.05.30 34 1 12쪽
16 세계 길드 총회(1) 23.05.29 32 0 13쪽
15 헌터 튜브(3) 23.05.28 32 1 13쪽
14 헌터 튜브(2) 23.05.27 29 0 12쪽
13 헌터 튜브(1) +1 23.05.26 35 1 13쪽
12 한국 헌터 협회(2) 23.05.25 34 0 12쪽
11 한국 헌터 협회(1) 23.05.24 36 0 12쪽
10 시스템이 달라졌어요(3) 23.05.23 42 0 13쪽
9 시스템이 달라졌어요(2) 23.05.22 38 0 12쪽
8 시스템이 달라졌어요(1) 23.05.21 38 0 13쪽
» 시스템이 이상하다(3) 23.05.20 38 0 13쪽
6 시스템이 이상하다(2) 23.05.19 36 0 12쪽
5 시스템이 이상하다(1) 23.05.18 39 0 12쪽
4 지구가 이상하다(3) 23.05.17 47 1 13쪽
3 지구가 이상하다(2) 23.05.16 60 1 12쪽
2 지구가 이상하다(1) 23.05.15 78 1 13쪽
1 지구로 도망가다 23.05.15 1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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