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52,278
추천수 :
681
글자수 :
842,121

작성
16.07.27 00:00
조회
373
추천
4
글자
18쪽

변이자들 (2)

DUMMY

정현은 점점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다리가 떨려왔다. 입술도 말라와 혀로 입술을 자꾸 축였지만, 다시 금방 말라버렸다.


정현은 정말이지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자꾸 1기사가 변한 모습이, 그리고 자신을 공격하던 모습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게 정말 전염병 때문이라면 백신접종을 해야겠지만, 정현은 미군을 그다지 신뢰 할 수가 없었다. 사실상 백신이란 것도 그다지 믿음직하지 않았고.


긴장을 풀려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뒤에 서 있는 3기사의 얼굴표정이 잔뜩 굳어있는 것이 보였다. 나만 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다.

1기사가 변한 모습을 본 것이 정현에게도 충격이었는데, 내성적인 3기사는 오죽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3기사의 너무 굳은 모습에 위로하려고 손을 들었지만 다시 손을 내렸다. 자신이 극복해 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극복하지 못한 게 사실이기도 하고....’


정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침내 정현의 차례가 되었다.

백신주사를 놓는 사람은 모두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전에도 주사를 놓았던 올리버 박사였고 다른 사람은 본적이 없었던 젊은 의사였다.

올리버 박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선원들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또 따로 기록하느냐 정신없었다. 반면에 젊은 의사의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차트와 상대를 살피며 주사를 놓고 있었다.


정현은 개인적으로 올리버 박사라는 사람에게 접종을 맞고 싶었다. 그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노력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냉랭한 선원들의 반응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선원들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연신 미소를 지으며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옆에서 같이 주사를 놓고 있는 표정이 없는 젊은 의사와 너무 비교가 되었기에 더욱 올리버 박사 쪽에서 백신접종을 받고 싶었다.


미군들 네 명이서 올리버 박사와 젊은 의사 뒤에 서서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며 선원들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미군들의 차가운 눈빛은 사실 미군에 대한 선원들의 신뢰감을 깎아먹고 있었다.

나름 사정이야 있겠지만 선원들은 모두 불평이 많았다. 초반에 데크를 출입금지하고 선원들의 움직임을 통제한 것도 모라자서, 이번 상황에서도 선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 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은 미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의 화주라는 것을 떠나서 바로 미군이기 때문이었다.


선원들은 미군들에 의해서 이 모든 일이 생겼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군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이러니를 느끼고 있었다. 절대갑인 미군들에게 선원들은 한없이 약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올리버 박사의 웃음과 태도, 이런 사소한 배려에 선원들은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정현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짜여 진 각본일 수도 있지. 선원들이 반발을 하지 않도록 잘 짜여 진 각본! 엄한 엄마, 착한 아빠 같이 말이지.’


정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순서는 바람과는 다르게 젊은 의사 쪽으로 가게 되었다.


정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천천히 팔을 걷어 올렸다. 소매를 걷어 올린 팔이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서인지 무척 하얘보였다.


‘내 팔도 제법 많이 하얘졌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쓰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노퍽을 떠나고 나서부터 제대로 햇빛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쓰게 웃고 있는데, 젊은 의사가 정현에게 다가왔다. 젊은 의사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있었는데, 흡사 권총처럼 생긴 것이었다. 주사기의 윗부분에는 빨간색 엠플병이 꽂혀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흑백사진의 홀로 가진 색처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젊은 의사는 약간 짜증이 묻어난 표정을 지으며 정현의 어깨에 주사기를 가져다 대었다. 정현은 어깨에 주사기가 닿는 느낌에 그냥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이윽고 따끔한 느낌과 함께 무엇인가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곧바로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정현은 온몸을 돌아다니는 한기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었을 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의사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의사는 강한 눈빛으로 정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작게 속삭였다.


“왜 차가운 느낌이 나던가요?”


정현은 젊은 의사의 차가운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해 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관찰하는 젊은 의사의 서늘한 눈빛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도 않았다.


‘뭔가 내 반응이 남과 달랐던 것일까?’


정현은 점차 가슴 뛰는 것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속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잘못대하다간 큰일 날 것 같았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지?’


정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의사의 눈에 조금씩 기이한 빛이 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정신이 점점 하얘지면서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빨리 대답을 해야 해. 정현아! 생각하자. 생각해!’


정현은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머리를 굴리기 위해 노력했다. 거듭 마음을 다독이며 생각을 했다.


‘차가우냐고 물어본 것을 보면, 아마도 차가운 반응이 정상이 아닌 것이겠지?’


젊은 의사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지는 것이 보면서 정현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그때 정현의 머릿속에 먼저 백신주사를 맞은 2항사가 지나가면서 생각보다 뜨겁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뜨겁다고 느끼는 것이 정상일까?’


순간 정현은 결정을 해야 했다. 자신이 느낀 사실대로 말을 할 것인지, 아니면 2항사가 했던 말로 살짝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인지 말이다.

의뢰로 결론은 금세 내릴 수 있었다. 이대로 잡혀갈 수는 없으니까.


“아뇨. 주사기가 닿을 때 차가워서 잠깐 놀랐을 뿐입니다.”

“다른 느낌은 없고요?”


젊은 의사가 계속해서 눈을 빛내며 추궁하듯이 질문을 해왔다. 정현은 떨리는 속을 감추며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지었다.


“다른 느낌이요? 제법 뜨뜻하네요.”


젊은 의사는 정현의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는 마틴 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버 연구팀에 속한 연구원이었다. 사실 마틴은 사실은 계속되는 황천항해로 인한 멀미로, 여태까지 계속해서 누워 있었다. 급한 상황이 발생하고 인원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차출된 경우였다.

아직도 멀미로 인한 어지러움이 남은 상태에서 자신이 잘못 봤을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올리버 박사는 마틴에게 작은 반응까지도 모두 체크하라고 했지만, 마틴은 멀미로 인해서 쓰러져 있느냐 정확하게 선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리버 박사의 부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실제로 선원들이 보이는 반응은 생각보다 다양했고,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살짝 장난을 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모든 반응마다 모두 다 의심하고 따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현은 급한 인사만을 남기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최대한 멀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멀어지는 정현을 보는 젊은 의사는 미련이 남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정현을 다시 잡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다른 선원이 다가와 걷은 팔을 내밀자 일단 포기하고는 백신을 접종하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정현이 휴게실 뒤쪽으로 몸을 피한 뒤에야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젊은 의사의 반응을 생각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자신의 반응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기관실에서 맞았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뜨겁다고 느꼈지만, 나만 차갑게 느꼈었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정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놔두기엔 뭔가 중요한 문제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물어볼 수 도 없었다. 아까 젊은 의사의 표정과 반응로 보건데, 정현이 다른 사람과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을 안다면 미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휴~ 쉬운 것이 하나도 없구나.’


걱정을 하면 주변을 살피던 정현의 눈에 주사를 맞고는 뒤로 빠져나오는 3기사가 보였다. 정현은 급하게 작은 목소리로 3기사를 불렀다.


“3기......어?”


막 정현이 3기사를 부르는데, 부원휴게실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와장~창창~’하며 뭔가 쓰러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표정의 정현이 3기사와 잠시 눈을 맞추더니, 급하게 몸을 돌려서 부원휴게실 쪽으로 움직였다. 소리는 사관휴게실과 주방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에 위치한 부원휴게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정현이 막 부원휴게실로 들어섰을 때, 눈에 보인 장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로 선원들에게 붙잡힌 채 ‘그르렁~’ 거리고 있는 갑판장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갑판장은 목으로부터 얼굴까지 온통 핏줄이 불거진 채로 입을 딱딱거리며 벌렸다 닫았다를 반복하면서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선원들은 그런 갑판장의 목과 두 팔을 잡은 채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아따~ 성님. 와그런다요. 정신 차리소!”


갑판장의 목을 있는 힘껏 팔로 조르던 조기장이 갑판장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부원휴게실은 난장판이었다. 누군가 부상을 입었는지, 바닥에는 피가 잔뜩 흘러있었고 의자부터 해서, 밥을 먹고 있었는지 식기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정현이 눈으로 피가 흐른 자국을 따라가 살펴보자 선원 한 명이 가슴과 팔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사지가 붙잡힌 갑판장은 그 선원을 향해 연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갑판장은 그 선원을 향해 움직이려 하고 있었는데, 선원들이 온힘을 다해 저지했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갑판장은 자산의 목과 양 팔에 사람을 달고서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엄청난 힘이었다. 오히려 갑판장이 움직일 때마다, 팔을 휘두르려 할 때마다 갑판장을 잡은 선원들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정현은 갑판장의 모습에서 1기사의 모습을 봤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난장판을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친 호흡과 비명, 그리고 신음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놔두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정현이 무슨 성인군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선원들 모두 가족같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외면하고 싶다고 해도 이것은 현실이었다. 이 상황이 나만을 지나쳐 가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갑자기 미군들이 모습을 보이더니, 상황을 보고는 다시 나갔다.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소리치고 소리를 들어보니 지원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제길, 그냥 와서 도와주면 될 것을.....’


그때, 누군가 바로 고통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이 고개를 돌려보니 조기장이었다. 조기장은 갑판장의 목을 놓은 채 뒤로 물러서고 있었는데,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순간 정현은 다시 갑판장을 쳐다보았는데, 갑판장의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조기장을 물어서 상처를 입힌 것은 갑판장인 것 같았다. 갑판장은 피가 흐르는 입으로 무엇인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목이 풀려난 갑판장이 다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선원들을 향해서 고개를 돌려 입으로 물으려고 하고 있었다. 연신 입으로는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팔을 잡았던 선원들은 갑판장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 공격을 피해서 이리저리 휩쓸렸다. 그러다 갑판장의 힘에 밀려 모두 떨어져 나가고야 말았다. 얼마나 강한 힘이었는지, 모두 휴게실 구석에로 던져져 처박혔다.


두 팔이 자유롭게 된 갑판장 얼굴은 어느새 온통 불거진 핏줄로 반 이상이 덮여있었다.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손을 휘두르며 갑판장은 자신을 둘러싼 선원들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크아악~”


선원들은 갑판장의 그런 모습에 놀라 압도당했다. 선원들이 두려움이 주춤거리며 뒤로 점점 뒤로 물러섰다. 갑판장은 그런 선원들을 보며 ‘으르렁’ 거리더니, 이내 한 선원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슴과 팔에 상처를 입고 눕혀져 있던 선원이었는데, 그에게 달려든 갑판장은 그대로 목을 물어뜯었다.


선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선원들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벌어진 상황에 놀라서 갑판장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


갑판장은 선원의 목에 고개를 처박고는 계속해서 물어뜯고 있었고, 물린 선원은 살려달라며 피 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갑판장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엄청난 힘을 내는 갑판장을 때어낼 수는 없었다.


“나와봐~ 성님~~정말 정신 안 차릴 거요!!!!!”


조기장은 두 손으로 의자를 들고서는 목을 물어뜯고 있는 갑판장을 향해 내리쳤다. 그래도 떨어지지 없자, 연속으로 계속해서 내리쳤다. 의자가 부러지고 나서야 갑판장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내릴 칠 때 머리에 맞았는지 머리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긴 두 개의 막대기만 남은 의자를 버린 조기장은 연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때서야 놀라서 굳어있던 몸이 풀린 정현이 급하게 조기장에게 다가갔다.


“조기장님. 괜찮아요?”


정현의 부름에도 말없이 조기장은 쓰러진 갑판장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놀라움 등의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현은 조기장의 팔을 따라 피가 흐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조기장님!!!!!”


거듭되는 부름에 정신이 돌아왔는지, 조기장이 고개를 들어 정현을 바라보았다.


“아! 2기사.”


조기장의 팔의 상처는 누가 물어뜯은 것처럼 뜯겨져 나가 있었다. 정현은 조기장의 팔을 지혈하면서 물었다.


“괜찮아요?”

“아.... 나는 괜찮아요. 나보다는....”


조기장이 힘없이 손을 들어서 갑판장 쪽을 가리켰다.


정현은 식탁에서 식탁보를 빼내서는 길게 찢었다. 그리고 그 천으로 조기장의 상처 난 팔을 세게 감았다. 그때 정현의 눈에 모든 선원들이 멍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조금 전까지 바로 자신이 그랬으니까.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정현은 옆에 서있던 선원을 잡아끌고 와 조기장의 동여맨 상처를 붙잡고 있게 했다. 그리고 천천히 쓰러져 있는 갑판장을 향해 다가갔다. 그냥 가기는 왠지 겁이 나서 주변에 쓰러져 있는 의자를 손에 들었다.


정현은 긴장으로 마른 입술을 적시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바람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현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지, 몇몇 선원들도 정신을 차리고는 정현과 같이 의자를 앞세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현이 의자로 갑판장을 건드렸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질 않았다. 좀 더 용기를 낸 정현이 의사를 이용해서 선원위에 엎어져 있는 갑판장을 옆으로 밀어냈다.


갑판장에 깔려있던 선원은 입과 목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현이 급하게 소리 질렀다.


“빨리 빼내세요! 어서요!”


정현이 외치는 소리에 옆에서 같이 움직이던 선원이 자신이 들고 있던 의자를 놓고는 쓰러져있던 선원의 옷을 잡아 당겨 갑판장 옆으로 끌어내었다. 그리고 다른 선원하나가 곧바로 수건을 가져와서 피가 흘러나오는 목을 누르며 지혈을 했다.


정현이 잠시 빠져나가는 선원을 바라보며 잠시 정신을 팔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급하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조심!! 일어난다.”


정현이 고개를 돌려보니 갑판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현은 급한 마음에 빠르게 말했다.


“빨리 뒤로!!”


선원을 끌고 있던 다른 선원들의 손이 빨라졌다. 그때 갑판장이 천천히 고개를 세우더니, 끌려가는 선원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정현은 의자를 들어서 갑판장의 가슴을 밀어붙이며 갑판장의 움직임을 막았다.


“윽~!”


직접 느껴보니 아까 선원들이 왜 이러 저리 흔들렸는지 알 것 같았다.


“조심해요.”

“빨리.”


사방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정현은 자신이 밀리는 것을 느끼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주세요.”


정현의 소리를 듣고 두 명의 선원이 더해지고 나서야, 의자로 갑판장의 상체를 고정한 채 갑판장을 벽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세 사람이 의자를 누르고 있었지만, 어찌나 힘이 센지 세 사람 모두 갑판장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들썩였다.


‘젠장 이대로는 안되는데....’


점점 힘이 빠져가는 정현등과는 다르게 갑판장은 점점 힘이 세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현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는 온통 얼굴이 불거진 핏줄로 덮인 갑판장의 얼굴에서는 평소의 갑판장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곳에는 그저 괴물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버티기가 힘들어요.”


정현은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서 갑판장이 움직이는 것을 막고 있었다. 점차 버거워하는데, 갑자기 자신의 머리 옆의 귀에 굉음이 들려왔다. 정현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의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는 그대로 귀를 틀어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르스 무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반전 (3) 16.08.25 472 6 18쪽
80 반전 (2) 16.08.24 349 5 19쪽
79 반전 (1) 16.08.23 497 5 18쪽
78 제8사도 라우렐 (7) 16.08.22 522 5 22쪽
77 제8사도 라우렐 (6) 16.08.19 398 4 24쪽
76 제8사도 라우렐 (5) 16.08.18 315 4 26쪽
75 제8사도 라우렐 (4) 16.08.17 331 5 16쪽
74 제8사도 라우렐 (3) 16.08.16 358 4 22쪽
73 제8사도 라우렐 (2) 16.08.15 370 3 20쪽
72 제8사도 라우렐 (1) +2 16.08.12 293 6 20쪽
71 각성 (9) +2 16.08.11 399 6 28쪽
70 각성 (8) 16.08.10 350 4 18쪽
69 각성 (7) 16.08.09 391 4 23쪽
68 각성 (6) 16.08.09 399 6 25쪽
67 각성 (5) 16.08.05 327 5 22쪽
66 각성 (4) 16.08.05 308 5 22쪽
65 각성 (3) 16.08.04 312 5 21쪽
64 각성 (2) +2 16.08.02 341 4 21쪽
63 각성 (1) 16.08.01 398 6 18쪽
62 변이자들 (5) 16.07.29 284 3 19쪽
61 변이자들 (4) 16.07.28 279 5 19쪽
60 변이자들 (3) 16.07.27 311 4 18쪽
» 변이자들 (2) 16.07.27 374 4 18쪽
58 변이자들 (1) 16.07.26 326 3 20쪽
57 혼란 (4) 16.07.23 404 4 17쪽
56 혼란 (3) 16.07.21 316 3 18쪽
55 혼란 (2) 16.07.20 319 5 16쪽
54 혼란 (1) 16.07.19 310 3 20쪽
53 변이의 시작 (5) 16.07.18 385 3 17쪽
52 변이의 시작 (4) 16.07.15 322 4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