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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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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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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각성 (9)

DUMMY

스스로를 빌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굴 가득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정현은 그 웃음에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춤거리면서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풀어지려는 마음을 경계하며 그를 살피고 있었다.


가만히 손을 내밀고 있던 빌은 계속되는 경계하는 정현의 모습에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손을 거두었다. 그런 빌을 보던 정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여긴....”

“글쎄, 여긴 어딜까?”


빌은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서 멀리 하늘을 보았다. 정현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친밀감에 스스로 놀랐다. 마치 언젠가 만났던,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인 것 같았다.


“저기....”


정현이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빌은 고개를 돌려 정현을 바라보았는데,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조금 더 긴장이 풀린 정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어딘가 만난 적이 있었나요?”


빌은 대답 없이 정현을 보며 웃고만 있었다. 그 웃음에 쑥스러워진 정현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죠? 그럴 리 없죠? 알 리가 없죠. 더군다나 외국 사람을 제가 어떻게 알고 있겠어요. 그냥 친밀감이 느껴져서.... 하하하. 그나저나 여기는 꿈인가요? 어떻게 여기 계신 거죠?”


당황했는지 횡설수설하는 정현을 보며 빌은 진정하라는 듯 천천히 두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정현은 그 손짓에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불안함과 경계감이 남아 있었지만, 빌은 그저 편안한 웃음에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잠깐 진정해봐. 내가 이제부터 설명해 줄 테니까.”


정현은 긴장을 풀기 위해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빌을 주시했다.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 지 침만 꼴깍 삼키고 정현의 모습에 빌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을 피하지 못했다.


“하하~ 너무 긴장하지 마. 그나저나 여기 장소는 익숙하지?”


빌의 물음에 정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거야. 나도 익숙한 곳이지. 아마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거야.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더 늦기 전에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비록 아직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냥 넉넉한 것은 아니라서 긴장은 해야 할 거야. 뭐~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나도 다 주워들은 거라서 어디까지 너를 이해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낫겠지?”

“저기 무슨 소리인지....”


폭풍처럼 쏟아지는 빌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현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빌은 그런 정현을 보고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정현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정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요. 어디선가 본 적이 없냐고.”

“그래, 그건 말이지. 아니, 그보다.... 네가 이곳에 오기 전에 지금 생각나는 마지막 장면은 뭐 생각나는 것 없어?”


빌은 말에 정현은 잠시 기억을 더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본 것이요? 흠.... 데크에서 괴물 같은 사람과 싸웠는데.... 아! 머리!! 머리가 앞에 떨어졌고.... 그 머리의 이마에서 눈이 나타났어요. 맞아요! 붉은 눈!!”

“이렇게 말이지?”


정현이 빌의 대답에 고개를 들어보니, 빌의 이마에 상하로 난 긴 갈라진 틈사이로 붉은 눈이 나타나고 있었다. 너무 놀란 정현은 그대로 굳은 채 빌을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빌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우며 정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빌의 이마의 눈이 감기더니, 이마에는 가느다란 붉은 선만이 길게 남았다.


“설명할 것이 많은데.... 일단은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


그런 빌의 말에도 불구하고 정현은 오히려 더 긴장한 표정으로 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정현의 표정에 빌은 얼굴 가득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잠시 빌을 얼굴을 관찰하던 정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놀란 얼굴로 손가락으로 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 머리....”


정현의 지적에 빌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났어?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지?”


그때, 멀리 ‘꾸르릉~’ 거리며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빌은 급하게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더니 다시 정현을 쳐다보았다. 얼굴에서 조급함이 보였다.


“으~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네.”


빌의 뜬금없는 말에 정현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자, 빌은 연신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긁었다.


“아~~~ 아마도 넌 지금 모든 게 이상할 거야. 이해가 되지 않겠지. 하지만, 일단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을 해야만 해. 나도 이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이해는 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굳은 표정의 빌이 가만히 손가락을 입에다 대었다. 말을 하던 정현은 그런 빌을 보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왠지 그대로 따라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빌의 얼굴에 초초함이 담겨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너를 공격했던 괴인은 교단의 사자야.”

“교단?”

“전혀 모르니? 아~~!”


정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빌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올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천장을 쳐다보며 생각을 하던 빌은 급하게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그것은 나중에 스스로 알아보도록 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네가 이 사자라는 사람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는 거야. 그건 알겠지?”


자신을 공격하던 괴인을 떠올리며 정현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은 사자를 물리치는 것이 먼저고. 이해했어?”


정현은 잠시 고개를 기우뚱했지만, 일단 그 말은 맞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빌은 그거라도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만 있다면 사자를 물리칠 수 있을 거야.”


정현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너무 뜬금없는 전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빌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가볍게 한 숨을 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마 앞으로 네게 펼쳐진 세상은 예전과는 다를 거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현은 지금 이 상황과 대화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빌은 쓴 웃음을 지으며 안타까운 얼굴로 정현을 보았다. 연신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다가 닫더니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지금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이걸 넘겨줄 테니까, 나하고 한 가지만 약속해줘.”

“약속요?”

“그래. 약속!”


다시 급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 그리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정현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되는 새로운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만난 빌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어떤 믿음도 없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약속이라니....


‘뭘 주겠다는 거지? 그리고 그게 뭐 길래 괜찮다는 거야. 아~! 혹시 내가 어떤 환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그럼 혹시 빌은 위급한 순간에만 나타난다는 무슨 악마 같은 것?’


빌과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정현의 이해 밖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현은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


그때, 멀리 더 큰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이 고개를 들어보니 지평선의 뭉게구름이 점점 커지면서 먹구름으로 변하면서 점점 지평선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빌의 표정이 조금 더 급해지는 것이 보였다.


“약속해 줄 수 있겠니?”


빌이 다그쳤다. 정현은 빌에게 친밀감을 느꼈지만, 사실 빌의 말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이 붉은 배경 자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였다. 얼마전까지 꾸었던 악몽의 배경이었던 데다가, 그 악몽에서 괴물로부터 쫓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빌도 혹시 그 괴물의 다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빌의 얼굴에 나타난 간절함은 모든 의심을 뚫고 정현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아마도 자신이 느꼈던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더해져서 그런 것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은 꺼려졌다.


망설이는 정현을 보던 빌은 다시 뒤돌아서 퍼져오는 먹구름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정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긴 내가 너무 급했지? 미안하다. 갑작스런 기회에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서둘렀네.”


망설이던 정현은 빌의 그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현의 모습에 빌은 쓰게 미소를 지었다.


빌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잠시 고개를 돌려서 먹구름이 커져가는 하늘을 보고는 다시 정현에게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며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흡사 그 모습이 마치 뭔가 짐을 모두 내려놓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정현이 순간 변한 빌의 얼굴 표정에 놀랐다. 그런 정현의 모습에 빌은 스스로에게 수긍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이 와중에도 너에게 뭔가 짐을 넘겨주려했던 내 자신이 문제였어. 아마도 내가 교단에 대한 미움이, 라우렐에 대한 복수심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내려놓아야 하는데, 막상 이런 기회가 다가오니 내가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조금 전에는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면, 지금의 빌의 말은 천사의 다짐처럼 들렸다. 뭔가 분위기가 변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나는 아무런 바람도 없이, 그저 모든 증오를 집어 삼키고 너에게 나의 기운을 넘겨줄게. 아마도 너와 내가 이렇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인연으로부터 해서 모든 것이 정해진대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것도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이 해놓은 안배일지도 모르지. 세상의 인연은 헐거운 것 같지만, 의외로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지.”


천천히 정현에게 다가오는 빌의 이마에 다시 붉은 눈이 나타났다. 정현은 놀란 눈으로 그런 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빌의 가운데 붉은 눈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빌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휘장처럼 하늘로 퍼졌다. 그리고 그 눈과 마주친 정현은 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빌이 정현에게 천천히 말했다.


“부디 기억해 주렴. 네 안에 담길 나와 내 동료 맥을.... 그리고 네게 기회와 힘이 닿는다면 교단에 대한 징벌을 부탁한다. 물론 이건 강요가 아닌 부탁이야. 모든 것은 네가 직접 판단을 해서 결정하렴. 나의 강요가 아닌 너의 판단으로 말이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


슬픈 미소를 지은 빌이 가만히 정현을 보았다. 정현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 는 없었지만, 빌의 얼굴에 담긴 간절함을 보고는 작게 끄덕였다.

빌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고마워~! 부디 이 힘이 앞으로 헤쳐나갈 너의 세상에서 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를 기도하마.”


말을 마치며 다가온 빌은 정현의 양 어깨를 잡았다. 정현이 떨리는 눈으로 빌의 붉은 세 개의 눈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빌의 눈에서 정현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의 밑바닥까지 살펴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정신이 아득해 졌다. 조금 멀리서 들리듯 빌의 말이 이어졌다.


“스스로를 믿으렴. 내가 네게 주는 힘을 믿어. 그리고 너의 세상을 살아가렴. 우리의 인연은 무척 깊다는 것을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다오.”


말을 마친 빌의 눈에 순간 정현의 가슴에서 흔들거리는 반지가 보였다. 그 반지를 보고는 빌은 아주 밝은 웃음이 지어졌다. 정현은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가 빌이 밝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자신의 두려움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래된 가족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빌은 더욱 정현에게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속박이 풀린 이후로 바로 정현을 끌어들였지만, 의외로 힘을 많이 소모하게 되면서 자신의 예상보다 빠르게 세상이 오염이 되면서 스스로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더 버티다간 이 아이까지 오염이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미련을 떨어내며 빌은 조용한 목소리로 정현에게 속삭였다. 기원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나와 인연이 닿은 인연자여. 부디 우리가 놓친 시간까지 살아가기를.... 그리고 항상 교단을 경계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은 너의 판단으로 결정하지만 두 번, 세 번 생각하렴. 그렇게 세상을 굳세게 살아가주기를.....”


반지를 본 이후 빌은 차마 복수심을 남길 수 없었다. 그저 경고를 하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차마 남기지 못한 복수심을 자신 깊은 한 곳으로 삼켰다. 그저 반지와 정현을 보면서 흡사 자신의 동생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깊은 바람을 담아서 빌에게 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 모든 게 미련이리라. 빌은 쓴 웃음을 털어내고는 자신의 이마를 정현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앞으로 닥칠 그의 험난한 앞 길에 축복이 있기를 발랬다.


그리고 세상이 반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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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정신이 들었다. 눈앞에 꿈 속의 빌이 사자라고 했던 괴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괴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까지 적시고 있었다.


정현은 두통이라도 생겼는지 머리가 먹먹한 느낌이었다. 그때 정현은 자신의 몸이 일어나는 것을 느껴졌다.


‘어? 일어난다고?’


정현은 정신은 차렸지만, 몸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누군가가 조정하는 것 같았다.


‘어? 설마.... 아까 꿈속의 빌이?’


정현은 순간적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혹시 자신의 생각했던 대로 빌이 정말 악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정현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정현의 몸은 몸을 바로 세우더니 바닥에 놓여있던 머리를 집어 들었다. 손으로 머리에 꽂혀있던 남은 꼬챙이를 모두 뽑아내고는 가만히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는 눈앞으로 들어올렸다.


머리에는 여전히 세 개의 붉은 눈을 빛나고 있었고, 특히 이마의 눈이 더욱 또렷했다. 그때 정현의 몸이 손을 뻗더니 머리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손날을 세우더니 그대로 눈 옆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끝으로 살을 헤치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손이 점점 더 깊게 파고들더니 붉은 눈을 한 손으로 잡고서 그대로 끄집어냈다.


정현은 자신의 행동에 놀라서, 손끝에 느껴지는 살을 헤집는 느낌에 도는 소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순간 정신이 든 정현은 그대로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제길~ 이게 뭐하는 거야?”


문득 정현은 자신이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움직임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입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뭔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 지금 내 몸을 조정하는 거지? 빌이라고 했던가? X자식! 내 몸에서 당장 꺼지지 못해!!”


정현은 자신의 몸을 영원히 뺏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도대체 내 몸으로 뭐하려는 거야?”


정현의 눈에 머리에서 꺼낸 붉은 눈이 보였다. 붉은 피가 눈과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간 정현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붉은 구슬은 정현의 주먹 반만 했는데, 구슬 한가운데는 눈처럼 동공처럼 보이는 것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때 구슬 위로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 정현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놀랐다. 붉은 구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애틋한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현은 다시 욕을 내지르려다가 비친 그 모습을 보고는 멈칫했다. 많은 것이 담겨있는 눈이었다. 하지만 정현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마치 자신이면서도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모습에 자신이 미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무서워졌다.


그때 귓가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자신의 목소리와 같지만 다른 목소리였다.


“힘내서 살아가렴, 내 인연자여. 교단을 경계해라. 우리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 거다. 언제나 네 안의 우리를 기억하며 살아가주렴.”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정현의 몸은 손에 들어 이마에 길게 상처를 내고는, 다른 손에 든 붉은 구슬을 그 이마의 상처에 가져다 대었다.


정현은 순간 자신의 이마를 누군가 두 손으로 잡고 벌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통째로 들어내는 것 같은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마를 파고드는 붉은 구슬이, 마치 거대한 말뚝을 이마에 박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크아아악~~~~”


정현은 거친 비명을 내질렀다. 천장을 향해서 고개를 들고는 있는 힘껏 울부짖었다.


붉은 구슬은 점차 정현의 머릿속을 파고들었고, 그리고 통증이 이마로부터 온몸으로 타고 흘렀다. 붉은 구슬이 이마 속으로 사라진 후 천천히 이마의 상처가 닫히더니 붉은 줄만이 이마에 남았다.


정현은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지만, 통증으로 몸을 세우고 있기도 힘에 부쳤다. 온 몸의 힘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현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 상황을 버티기에도 벅차다는 생각만 했다. 인연자인지, 뭔지 모두 지긋지긋했다.


그때 앞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정현은 어느새 괴인이 완전히 몸을 세우고는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미 머리의 반이 사라진 괴인은 남은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잠시 정현을 바라보던 괴인과 정현이 눈을 마주쳤다. 괴인은 놀란 표정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정현을 주시했다.


정현은 마음이 급했다. 아직 몸에 힘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괴인의 움직임은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정현도 조심스럽게 괴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괴인이 물러나는 모습에 정현이 더 놀랐다. 그대로 괴인이 물러났으면 했지만,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을 것 가았다.

지금으로써는 그저 자신에게 시간이 좀 더 주어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지만, 힘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현의 초조함이 점점 더해졌다.


괴인은 놀란 표정으로 정현을 관찰하더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정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천천히 정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정현은 괴인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애썼다. 머릿속은 커다란 추가 든 것처럼 무거웠고, 몸엔 아직도 힘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증이 점차 가시고 있다는 점이었다.


괴인은 정현의 모습이 자신이 알던 모습과 다른 것을 파악하고는, 바로 몸을 날려서 정현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너무 빠른 괴인의 몸놀림에 정현은 그대로 목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괴인은 정현의 목을 잡은 두 손에 점점 힘을 가했다. 정현은 점차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손으로 뻗어 자신의 목을 잡은 괴인의 팔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괴인의 힘이 너무 강해서 자신의 발버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현은 숨이 막혀오면서 점점 정신을 잃어 가는데, 그때 갑자기 빌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빌의 이마에 나타났던 붉은 눈을 떠올리자 순간 이마가 불에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이마가 갈라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뭔가 거대한 힘이 머릿속에 생기며 가득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현의 시야에 새로운 시야가 하나 더 생겼다. 동시에 이마에서부터 시작된 힘이 온몸을 돌아서 가득 차올랐다. 동시에 온몸에 느껴지던 통증도 사라졌다.

괴인은 정현의 얼굴을 보더니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손이 풀리는 듯 하다가 그대로 더구 손에 힘을 가해왔다.


정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 모든 일이 생기는 것에, 끌려다는 것에 알 수 없는 울분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디론가 화를 분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괴인을 향해 그대로 쏟아내었다.


정현의 이마에 나타난 붉은 눈에 붉은 기운이 뭉치는 듯 하더니, 강한 빛줄기가 괴인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빛줄기는 그대로 괴인을 머리위에서 쇠골을 타고 가슴을 가로질러 내려가면서 닿는 부분을 모두 찢기며 분해시키고 있었다.

상체와 머리의 반을 잃고 상체가 반으로 나뉜 괴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정현은 자신의 목을 조르던 힘이 사라진 것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쓰러졌다. 아직도 목을 잡고 있는 손을 풀어내고는 던져 버렸다. 막힌 숨이 터지면서 거친 숨을 내쉬던 정현은 간신히 호흡이 진정되자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괴인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었는데, 반쯤 사라진 머리와 상체가 사선으로 갈라진 채 그대로 반이 나뉘어져있었다. 정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문득 자신의 이마가 달아올랐던 것을 생각나면서,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쓰러진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자신 할 수는 없었다.


정현은 급히 고개를 돌려 머리를 찾았다. 머리는 이마가 헤집어진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정현이 천천히 떨리는 손을 뻗어 가만히 머리를 잡아들었다.

이마에서 꺼낸 것이 비록 자신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새삼 보니 무척이나 큰 구슬이었는지, 이마가 움축 파여있었다.


‘이렇게 큰 것이 내 머릿속에 들어온 건가?’


정현은 내심 한숨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새삼 놀럈다. 전에 같으면 놀라서 두려움에 떨고 있어야하는데, 자신은 전혀 떨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눈앞에 머리가 사라진 시체와 머리만 남은 시체를 들고 있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가만히 두 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은, 아까 같은 괴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알 수 없는 것에 빙의 되면서 자신이 변한 것 같은데, 확신할 수 없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며 손을 내리는데, 우연히 손이 머리의 입을 가리게 되었다. 그리고 정현은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익숙했던 이유를.... 이 머리는, 아마도 빌은 마스크맨이었던 것이다.


정현이 그것을 인식한 순간, 갑자기 빌의 머리가 가루처럼 부셔지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통로에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 잔해가 날리더니 모두 사라졌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에 정현은 잔해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정현이 뻗은 손 사이로 모두 날려 사라졌다. 갑자기 모든 것이 허탈해지면서 머리가 무거워졌다.


얼마나 있었을까? 문득 멍하니 있는 자신을 느끼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음이 났는데, 언제 미군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곳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통로를 걸어 나가려는데, 눈앞에 괴인과 싸웠던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사자라고 했던 괴인과 싸우기는 했지만, 그보다 먼저 사자와 함께 다닌 것을 보면 이 사람도 보통 미군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빌이 말했던 교단사람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다고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벌써 발각되고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니까. 그에게 혹시 다른 의도가 있었을지라도, 자신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도 말이다. 정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그 사람을 두고서 데크 통로를 빠져나왔다.


정현은 데크를 나서면서 혹시라도 미군에서 발각되는 것은 아닐까 무척이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이 데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무사히 기관실로 통하는 문에 도착을 하니, 역시나 밖으로 잠겨져있었는데, 다행히 열쇠가 아니라 쇠꼬챙이로 문을 지탱해 놓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에 중점을 둔 모양새였다.


그렇게도 선원들을 믿지 못한 것인지, 미군에 대한 쓴웃음이 나왔다. 정현은 쇠꼬챙이를 치우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반대쪽 기관실에서 채워놓은 쇠사슬과 열쇠 때문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갑자기 스스로 멍청해 보이면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다시 힘껏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힘듦과 짜증이 겹쳐져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정현은 자신의 시야가 붉어지는 것은 느끼며 온힘을 다해 문을 열었다. 급격하게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쇠사슬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정현은 자신이 해놓은 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문을 묶었던 쇠사슬과 자물쇠가 끊어지면서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붉어진 시야는 알 수 없는 고양감과 함께 넘치는 힘을 정현에게 주고 있었다.


정현은 이마 한가운데서 느껴지는 강한 느낌에 가만히 손을 들어서 이마에 대어 보았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상처가 느껴졌다. 흡사 금방 살을 가른듯한 상처였지만, 크게 벌어지지도, 피가 흘러나오지도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마에 눈이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마에 생긴 눈을 뜬 채로 다니다가는 미군에게 바로 붙잡힐 터였다. 문득 문을 열면서 큰 소리가 났다는 것이 생각이 미친 정현은 급하게 문을 닫고는 기관실로 들어갔다.


뜯어진 쇠사슬과 자물쇠를 챙기고는 공작실에서 가져온 새로운 쇠사슬과 자물쇠를 바꿔 채웠다. 반대편에 받쳐놓은 쇠꼬챙이가 없다는 점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반대편의 일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


콘트롤룸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몸이 축~ 쳐졌다. 어느새 붉었던 시야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은 너무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교단? 사자?’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새롭게 온 알람은 없었다.

너무 오래 기관실에 있어서 혹시라도 미군이 의심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정현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런 정현의 이마 틈 사이로 붉은 눈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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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8 2so
    작성일
    16.08.12 02:56
    No. 1

    묘사력이 좋은 글은 독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눈으로 활자를 읽는 동시에 머리속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숨을 삼키게 하는 장면묘사와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 (그래, 빌 너 말이야) 덕에 한층 몰입할 수 있었던 챕터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종이향
    작성일
    16.08.12 23:34
    No. 2

    와~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고는 있는데... 지금 잘 쓰고 있는건지 항상 걱정스러웠는데,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기운이 나네요.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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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혼란 (2) 16.07.20 320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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