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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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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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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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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반전 (1)

DUMMY

정현은 정신없는 상태에서 미군들에게 이끌려 데크로 끌려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현이 본 광경은 처참했다.


데크의 일부는 완전히 찢겨져 나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사방에 떨어진 피와 싸움이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또한 많은 미군들이 다친 채로 여기저기서 신음하고 있었고 일부는 검은 천으로 덮여있었다. 정현은 자신을 보호, 아니 감시하는 미군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얼굴에도 피곤이 잔뜩 묻어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방호복을 입었고, 또 어떤 사람은 입지 않고 있었는데, 그 차이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제대로 움직이는 사람들만이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물론 자신을 데리고 가는 미군들은 방호복을 입은 상태였다.


사실 정현이 혼자서 데크를 움직일 때는 들키지 않는 것에만 주로 신경을 써서, 많은 부분을 간과했기에 용기 있게 다녔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고 움직이는 것을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들기도 했다. 혹시 정현, 자신도 어떤 전염병에 감염되어서 이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 온몸이 끈적끈적 한 것이 느껴졌다.


‘참! 그 괴물의 피를 뒤집어썼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마도 걱정이 일부분은 사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정현은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몰래 잠입했다가 만난 괴물과 빌, 그리고 붉은 구슬. 거기다가 괴물과의 싸움 등은 미군 몰래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거기다가 이번에 자신의 방까지 쫓아온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것이 더해지자, 뭔가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일이 진행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로 흡수된 붉은 구슬에 대해서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


문득 자신을 죽이고 다시 가져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실 굳이 붉은 구슬은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굳이 미군들이 원하면 줄 생각도 있었다. 그런 인외의 힘은 솔직히 평범한 정현에게는 가지고 있는 자체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빌과 연결되면서 얻어낸 정보로 보면, 자신이 죽지 않는 이상 이 붉은 구슬을 빼낼 수 없기에 걱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괴물이 이것 때문에 자신을 쫓아온 거라면, 다른 괴물도 자신을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추가되었다.


정현은 문득 괴물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어디에서도 징조를 알 수 없이 느닷없이 나타난 괴물이었다. 어쩌면 이들이 숨기고 있는 일과 관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1기사나 3기사가 변했던 것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면 나중에 그 괴물처럼 변하게 되는 걸까?’


정현은 알 수 없는 의문들로 두려움이 차올랐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다지 소용은 없었다.



정현을 이끌고 미군들이 데리고 간 데크는 컨테이너들이 연달아 놓여있는 곳이었는데, 괴물이 날뛰어서인지, 대부분의 컨테이너가 파괴되어 있었다. 그리고 데크 바닥에는 피와 살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널려져 있었다. 정현이 슬쩍 찢어진 컨테이너 내부를 살펴보니 무슨 연구실 같았다.


미군들은 잠시 서로 상의를 하더니, 한 데크 아래로 정현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 갔을 때, 정현은 그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현이 두 번이 몰래 들어가서 살폈던 컨테이너 건물로 연결된 연구소가 있는 곳이었다. 얼핏 배스티언이라고 하는 것도 같았다.


‘배스티언이 무슨 말이지?’


순간 궁금증이 들었지만, 차마 물어볼 생각은 들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이끌려 멀리서 지켜보았던 건물 앞에까지 끌려오는데, 희미하면서도 묵직한 고동, 마치 심장 박동소리 같은 고동이 아련하게 건물 안에서 느껴져 왔다.

묵직하게,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박동과 동조되는 울림이었다.


살짝 당황해서 멈칫한 정현을 미군들이 뒤에서 밀면서 경사로 근처의 한 컨테이너 건물 안으로 데리고 갔다. 건물 안은 유리격벽과 타일,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되어있었는데, 정현이 들어가자마자, 미군들은 정현의 옷을 모두 강제로 벗겼다.


당황한 정현이 반항에도 상관없이 옷을 모두 찢어버린 미군은, 영문도 모른 채, 놀라서 서 있는 정현에게 물 호스를 들고 조준을 하더니 물을 뿌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물줄기에 놀란 정현이 순간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는데, 부러진 팔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현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줄기는 계속 정현의 온몸을 때렸는데, 나중에는 정현이 그만하라면 애원을 했다. 마치 동물을 샤워시키는 것 같은 처참한 자신의 모습에 저절로 입술을 깨물어졌다.

한 참을 물을 맞고 나자, 미군이 정현을 데리고 바로 옆방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에어샤워 같은 것과 이상한 연기 샤워 같은 것도 받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자, 다시 미군들이 들어와서 옆방으로 옮겼는데, 그 방 가운데 테이블에는 흰색으로 된 환자복 같은 옷이 놓여있었다. 정현은 새삼 자신의 꼴에 한숨이 나왔다. 정현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기에 잠자코 그 옷을 입는 수밖에 없었다. 움직일 때 마다 팔의 상처에서 통증이 바늘처럼 치고 올라왔다.


옷을 다 입은 정현은 미군들에 의해서 컨테이너 건물 밖으로 인도 되었는데, 미군들이 배스티언이라고 했던 그 건물이었다. 건물 안은 컨테이너를 연결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꾀나 넓었는데, 정현은 입구 근처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정현이 들어선 방에는 유리로 된 격벽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에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는데, 미군들은 정현을 의자에 앉혀두고 들어온 문을 등지고 서서 정현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정현은 너무 숨 가쁘게 진행된 일 끝에 자리에 앉게 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모든 일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두려움이 찾아왔다. 도대체 자신이 여기서 뭣하고 있는지,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순간 이마가 아파와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데, 문득 정현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뭔가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한,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또 금방 조금 이해가 되었다. 이것은 자신이 익숙한 감각이었지만, 또한 낯선 감각, 아니 경험이었다. 아마도 빌의 경험인 것 같았다.


‘어?’


순간 갑자기 빌의 기억이 밀려오면서, 빌의 감각과 기억, 그리고 느낌이 완전히 혼재되어 버렸다. 정현은 지금 무엇이 진짜 자신의 느낌인지 혼란스러워졌다. 황급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모든 느낌에 집중했다.


‘정신 차려!’


정현은 자신과 빌의 감각을 나누며, 자신을 감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진정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정현이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에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정현은 그들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집중하고 있었는데, 간신히 진정을 하고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 사람은 미군을 지휘하던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선원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주던 올리버라고 하던 박사였다. 두 사람은 모두 무표정한, 아니 한껏 긴장한 듯 한 얼굴이었는데, 사실 정현이 더 긴장한 상태였다.


다행히 감각이 부조화를 가라앉힐 수는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감각의 폭주가 남아있는데다가, 여러 가지 지은 죄(?)가 있기에 왠지 알게 모르게 위축이 되어 버렸다. 정현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정현의 앞, 테이블 건너에 서있던 올리버가 의자에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올리버 박사라고 합니다. 아! 혹시 영어가 가능한가요?”


신기한 느낌이었다. 정현은 자신이 그토록 영어공포증으로 무서워했던 것이 무색하게 올리버가 하는 말이 그대로 잘 들렸다. 살짝 놀란 표정의 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행이네요. 통역사를 따로 불러야하는지, 순간 걱정을 했는데.... 사실 통역사로 온 친구에게.... 아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요. 배에서의 직책은 어떻게 되죠?”


정현은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살짝 목이 메여왔다. 마른기침을 한 후에 바로 대답했다.


“2..큽... 2기사입니다.”


올리버 박사는 잠시 뒤에 서있던 맥을 돌아보고는 다시 정현을 쳐다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은 저희도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인데요. 아까 사도.... 아니 괴물에게 쫓기셨죠? 그 괴물과 무슨 관계라도 있나요?”

“괴물과 관계라뇨? 그 무슨 터무니없는 말을.... 참, 그것보다 그 괴물은 도대체 뭐죠? 왜 그런 게 갑자기 배에서 튀어나온 거죠? 저는 왜 쫓아온 것이고요?”


정현은 올리버의 말에 오히려 당황하고 부정하다가, 마침 잘됐다는 듯이 오히려 질문을 쏟아냈다.

정현의 질문이 계속되자, 올리버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전정하라는 듯 손짓을 했지만, 정현의 질문이 계속이어 지자, 뒤에 서 있는 맥이 갑자기 나서더니 책상을 손으로 내리쳤다.


“쾅~!! 조용히 하세요.”


정현은 갑작스런 맥의 행동에 놀라서 그대로 몸을 움찔했다. 올리버는 그런 정현의 표정에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맥을 쳐다보았지만, 맥은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뒤로 물러났다.

올리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정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위협을 가하려던 생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많은 질문을 갑자기 쏟아내면 제가 대답을 할 수 없잖아요. 사실 이 모든 일을 2기사님에게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원하는 몇 가지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어요. 더군다나 당신이 사... 괴물이 당신을 쫓았던 일이 우리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예요. 남은 선원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정현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눈치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올리버를 보며 물었다.


“대체 그 괴물이 뭔데 이러는 거예요? 혹시 우리 1기사님하고 3기사를 데리고 간 것과 상관이 있는 건가요?”


다시 시작된 정현의 질문에 다시 올리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맥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정현이 그대로 입을 다물고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 아직도 미군에 대한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남아있는 정현이었다.


올리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정현을 보면서 대답했다.


“2기사님. 이 상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저희에게 전적으로 협조를 해주셔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에 대해서 다른 대우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정현은 다른 대우라는 말에 눈이 커다래졌다. 그 말은 달리 해석해보면, 그를 가둔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미군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바로 맥에게 다가가서는 귓속말을 했다. 잠자코 말을 듣는 맥의 얼굴이 천천히 구겨지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미군이 나가는 것을 보고는 잠시 정현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쉰 맥이 올리버의 어깨를 치더니, 밖으로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올리버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맥을 따라 방을 나섰다.


올리버는 방을 나서자마자,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감싸고 있는 맥을 보았다.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맥은 잠시 말없이 서성이다가 올리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친구를 풀어줘야겠어요.”


올리버가 맥의 말에 놀라면서 반문했다.


“네? 그를요? 하지만, 그는 이번 일에 열쇠를 쥔 사람이에요. 더구나 교단의 스파이 일지도 모르고요. 그런 사람을 풀어줘야 한다고요.”


올리버의 말에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던 맥이 말을 했다.


“저 사람이 2기사란 말은 들었죠? 2기사란....”

“설마! 저 사람이 마지막 남은 기관부 사관이었나요?”


이제야 뭔가가 생각난 올리버가 맥의 말을 끊고 반문하자, 맥이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그가 배에 남은 유일한 기관부 사관이예요. 그 사람이 없다면, 기관부를 통제할 사람도, 기관부를 지휘할 사람도 없어요. 그 일로 지금 선장이 저 사람을 찾고 있는가 봐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당장 풀어달라고 하네요. 지금 상황에서 저 사람이 없다면, 당장 배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게 된다면서요.”

“하지만....”


올리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살펴보았지만, 2기사, 그에겐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풀어주는 것은 곤란했다. 맥은 그런 올리버의 표정을 미리 알아차리고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풀어주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일단 지금부터라도 미군을 몇 붙여서 감시를 시작할거예요. 일단 선장에게 보여준 뒤에, 기관부에 급한 일만 해결하고 난 이후에 다시 이곳으로 데리고 오게 할거구요. 아쉽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저 사람을 보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선원들에게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뭐~ 사실 이 상황에서 협조를 구하고, 말고 한다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올리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름 맥이 해두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실험체와 함께 새로운 해결책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는 맥을 따라 컨테이너 건물로 들어갔다.


--------------------


“제기랄~~!!”


존은 갇힌 컨테이너 안에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다행히 사도가 뭔가 딴소리하기 전에 어찌어찌 제거할 수 있었지만, 자신을 대하는 맥의 태도를 보건데 자신에게는 큰 희망이 없었다. 존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은 자신의 교단의 스파이란 명목이었지만, 그들을 도와 사도를 잡았는데, 잡자마자 자신을 바로 가두는 것만 봐도 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는 교단이고, NSA고 간에 탈출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할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배가 일본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어서, 조금만 버티면 나름대로 일본으로 탈출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자신은 나름대로 탈출을 위해 숨겨둔 한 수가 있었다.


‘일단 먼저 이 방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해.’


존에게는 이대로 갇혀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였다. 어느 순간에 자신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지 모르는데, 무작정 갇혀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은 손발이 다 묶인 채 처분만 기다려야하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끌려 다닌다면, 자신에게는 비참한 최후만이 있을 뿐이었다. 희망이 없었다. 자신은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잠시 미군 측에 그대로 붙어볼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맥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게릴라식의 전투에서는 자신이 더 나을지 몰라도, 다른 분야에서도 낫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존은 아무래도 숨겨둔 마지막 패를 지금 사용해야하지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잡혀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다가, 그렇다고 뭔가를 도모하기에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서 도망치는 것만,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자. 잠시 몸을 피하고 기다리면, 다시 기회는 있을 거야.’


존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심호흡을 했다. 잠시 방안에 CCTV 같은 있나 확인했다. 한 대의 CCTV가 있었다. 존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잠시 이러 저리 움직이다가 서서히 사각지대로 움직였다. 사각지대 근처에서 신발이 풀린 것처럼, 그대로 주저앉아서 신발을 매만졌다. 그리고 빠른 손놀림으로 바짓단 안을 뜯고는 그곳에서 두 개의 길고 작은 원통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천천히 방안을 돌아다니면서 사각지대를 걸쳐 움직였다.


그리고 사각지대에 들어설 때마다, 손에 든 작은 원통 두 개를 연결한 것을 입에 물고는 규칙에 따라 불었다. 원통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짧게, 길게 몇 차례를 반복적으로 불고는 다시 원통을 조심스럽게 소매단 안에 숨겼다. 그리고 나서야 존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원통은 작은 피리였는데, 인간은 전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피리였다.


존은 이것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배에 오르기 전에 만난 사자를 통해서 전해 받은 것이었는데, 배안에 숨겨진 다른 협력자와 연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들었었다. 사실 이것이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 존도 자신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마지막 수단이라고 주었던 것이니,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왜 사도와 있을 때 사용을 하지 않았냐고? 그때는 사도한테서 살아남기도 조마조마하던 시기였다. 이런 것을 사용할 시기도 아니었고, 생각도 없었다.


존은 억지로 미소를 감추며 계속해서 방안을 걷다가 의자를 앉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차분히 마음을 다독였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항상 대비해 두어야했다. 마지막에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하라면 넘겨준 것이지만, 사실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더니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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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8사도 라우렐 (1) +2 16.08.12 293 6 20쪽
71 각성 (9) +2 16.08.11 399 6 28쪽
70 각성 (8) 16.08.10 350 4 18쪽
69 각성 (7) 16.08.09 391 4 23쪽
68 각성 (6) 16.08.09 399 6 25쪽
67 각성 (5) 16.08.05 327 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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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각성 (3) 16.08.04 312 5 21쪽
64 각성 (2) +2 16.08.02 341 4 21쪽
63 각성 (1) 16.08.01 398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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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변이자들 (4) 16.07.28 279 5 19쪽
60 변이자들 (3) 16.07.27 311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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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변이자들 (1) 16.07.26 326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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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혼란 (3) 16.07.21 317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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