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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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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79
추천수 :
681
글자수 :
842,121

작성
16.08.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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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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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2쪽

제8사도 라우렐 (3)

DUMMY

존은 사도가 자신의 마지막 카드가 될 거란 것을 알았다. 사도는 자신에게도 위협이지만, 사도를 아는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점이 바로 존에게 있어서 숨겨진 카드가 되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카드가 제대로 먹혔다는 것을 존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서 확신할 수 있었다.


놀라서 굳어져버린 두 사람 가운데, 맥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사도가 어디 있습니까?”

“네? 사도 말입니까? 그게....”


존이 더욱 불안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괜히 말을 얼버무렸다. 맥은 갑자기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 존에 태도에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들었지만, 사도란 말이 주는 파급력에 마음이 쏠려있어서 인지 그런 존의 미묘한 변화를 제대로 알아차리질 못했다.


“사도가 배에 있다고 한 게 아니었습니까?”

“그게 말이죠....”

“그럼, 거짓말을 한건가요?”


눈썹을 치켜뜨며 하는 맥의 말에 존은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분명히 배에 저와 같이 있었습니다.”

“그럼, 대답해 보세요. 사도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더 이상 머뭇거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맥의 말에, 조금 더 망설이던 존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제 안전은.....”


맥은 이 순간에도 자신의 안전만을 따지는 존의 모습에서 허탈함과 짜증이 함께 치밀어 올랐다.


“이!~~ 후우~~ 제가 약속했지 않습니까.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커지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맥은 마음을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다그친다고 제대로 말할 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과 표정도 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을 가진 것도 아니기에 맥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존에게 안전에 대한 약속을 했다.

존은 다시 확답을 받고 나서야 불안한 표정을 풀면서 사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금 연돌 아래쪽에, 기관실과 가까운 곳에 숨겨진 공간에 있습니다. 사도가 얼마 전에 사자와 싸우게 되면서 상처를 입는 바람에 여태까지 그곳에 숨어있는데.... 만약에 사자가 하나 더 죽은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잠깐! 사도가 상처를 입었다고요?”

“네, 사도가 사자와 같이 나갔다오더니, 상처를 입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정체를 발각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의 비밀장소로 피했습니다. 이후에는 계속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존의 말에 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올리버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시간대가 세루의 활성화가 진행되고 있던 시간대임이 생각났다. 올리버도 같은 것을 떠올렸는지, 잠시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다시 존에게 돌린 올리버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아마도 세루의 급속한 활성화에 따라, 거기에 노출된 사자에게서 문제가 발생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맥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덧붙여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는 있네요. 상처를 입었다는 점 말입니다. 그 점이 우리가 사도를 잡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 존이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에? 사도를 잡는다고요? 미쳤습니까?”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농담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도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사도는 말 그대로 신으로 파견된 자, 신의 힘을 가진 자란 뜻입니다. 당신들이 만약에 사도가 힘을 쓰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로 사도를 잡는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할 겁니다.”


얼굴 한가득 두려움을 보이는 존의 얼굴에 맥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렸고, 올리버는 가만히 존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잡으려고 한다고 해도, 그러기 위해서 문제가 사도에게 바로 들키지 않고 접근해야한다는 점인데....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사실 사도의 주변에 허락 없이 접근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지금 사도가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해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배에 타고 있는 제8사도는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사자를 직접 찢어서 죽여 버린 사람이란 말입니다.”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끝마쳤다. 그런 존을 보면서 올리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존은 교단의 협력자라고 했지요.”


올리버의 차분해진 얼굴을 보면서, 존은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존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존이 잡힌 사실을 그가 알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저는 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저에 대한 것을 알 확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의 대답을 듣고서 올리버는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존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떠올리며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사자는 사도와 연결되어있다고 들었으니, 벌써 저와 함께 나선 사자가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올리버는 존의 설명에 조금 더 생각에 잡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맥을 쳐다보았다.


“그럼, 간단합니다. 사실 제가 개발 중이던 것이 있는데, 바로 변이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아직 사도에게 써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자에게도 통했으니까, 저는 사도에게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 억제제를 가지고 가서 사도에서 주사하기만 하면 사도를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주사를 한다고요? 사도에게요? 누가요?”


말과 동시에 존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목이 타는 듯이 말라오면서 몸이 떨려왔다.


“저요?”


올리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아직 교단의 협조자이니까. 사도에게 접근하는 것도 가능한데다가, 상황을 봐서 주사를 하면 됩니다. 아예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접근을 할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으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존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으면 직접 하던가.’


나름 상황을 잘 판단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완전히 외통수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서 도망칠 명분이 없었다. 방법은 앓는 소리를 하는 것, 무조건 못하겠다고 생떼를 쓰는 방법뿐이었다. 존은 얼굴 가득히 불안함을 표현하면서 말했다.


“저는 할 자신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시키세요.”


존의 빼는 모습을 보면서 맥은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존은 해야 할 겁니다.”


순간 화가 난 존이 맥에게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쟁이, 나의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나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씩씩 거리는 존을 보면서 맥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존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가 배안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존에게도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죠. 우리가 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존이 직접 말했다시피 우리가 그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더욱이 존이 도움을 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존의 눈에 표독한 빛이 떠올랐다. 존은 맥을 노려보면서 협박을 했다.


“이러다가 내가 배신이라도 해서 사도에게 붙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맥은 존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요. 저희도 죽기 전에 존, 당신이 우리에게 협력했다고 말하는 수밖에요. 교단의 자료를 통해서 제8사도에 관한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는 거칠고 교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자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사실을 폭로한다면, 당신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요?”


맥의 대답에 존은 이를 갈았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할 수 없다는 듯 반발하면서 다시 협박을 했지만, 내뱉는 목소리의 힘은 많이 줄어 들어있었다.


“내가 그렇게 되기 전에,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올리버는 짓는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맥은 더욱 무심하게 존을 밀어붙였다.


“이봐요. 존! 우리는 어차피 모두 목숨을 내걸고 이 배에 타고 있는 겁니다. 전 인류를 구할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말이죠. 존이 어떻게 교단에 회유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사람들이예요. 알겠습니까? 어차피 이 배에 사도가 타고 있고, 그 사도를 막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이 프로젝트는 실패를 말하고, 그러면 어차피 우는 죽은 목숨이니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와 협조해서 사도를 처리하는 것이 존에게도 좋을 겁니다. 그래도 존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잖습니까?”

'제기랄~~ 선택지 좋아하네.'


존이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사도를 공격하는 작전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전형적인 군인처럼 보였는데, 이제 보니 협상가, 아니 협박하는데 베테랑처럼 보였다.


‘젠장~ 여태까지 위험을 잘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콜롬비아의 그 밀림에서도 살아남았는데, 결국은 이 모양이 되어버렸다. 올 초에 좋다고, 교단의 제의를 받고 좋다고 생각했던 운이 결국은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숨을 내쉰 존이 올리버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 억제제는 효과가 확실한 거요?”

“네, 그럴 겁니다. 사자에게 했던 실험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으니, 사도도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정확하게 대답을 해주지 않는 올리버의 말에 존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뭔 대답이 그럽니까? 효과가 있는 거요? 없는 거요? 난 목숨이 걸려있단 말입니다.”


존의 고함에 올리버는 흠칫 놀랐지만, 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자신감이 들어가 있기를 바라며 차분히 말했다.


“연구실에는 효과가 확실했지만, 직접 사도에게 써 본적이 없으니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존은 계속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올리버의 말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맥의 말 그대로 자신은 선택해야만 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도박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좀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를 골라야했다.

상처를 입은 뒤로 수시로 변하며 사도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만약 해야 한다면 빨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터였다.


“알겠습니다. 협조하도록 하죠.”


존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몰래 노려보면서 속으로 분을 삼켰다. 어차피 모두를 정리할 생각이었으니 언젠가는 부딪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조금 빨라진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거기에다가 이번에는 존과 올리버, 그리고 미군의 조력도 있지 않은가.


단지 위험에 직접 나서야하는 자신이 걱정되고 그런 자신을 앞에 두고 두 눈을 반짝이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


결국은 존은 홀로 나섰다. 연돌 주변의 데크 주변에, 특히 6번 데크 엘리베이터 문에서 알파 팀과 델타 팀, 그리고 일부 경비병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존은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몇 번이나 두려움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 뻔했다.


존은 다시 한 번 주머니에 손을 올렸다. 주머니에는 급하게 만든 변이억제제를 살포하는 연막탄 두 개와 주사제를 쏠 수 있게 만든 특수 총 한 자루가 들어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실탄이 든 총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제기랄! 위험한 일은 내가 하는데 총도 주지 않다니!!’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저절로 욕이 나왔다. 다시 계단 위를 쳐다보았지만, 모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비밀 공간에 도착하기 한 데크 전에, 존은 자신이 숨겨두었던 총을 챙겼다. 자신이 쓰던 총을 손에 들게 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총이 사도에게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사선을 같이 넘어온 친구이기도 했기에, 다시 떨어지려는 용기를 챙길 수 있었다.


비밀 공간에 도착해서는 들어가기 전에 존은 심호흡을 했다. 최대한 그를 속이려면, 이제부터 연기를 잘해야만 했다. 우선 사자가 죽은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최대한 미군들의 위협을 부풀려야만 했다.


존은 자신이 도착했다는 노크를 한 후에, 안으로 들어섰다. 사방에 라우렐이 뜯어낸 살점과 그로부터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는 라우렐의 신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존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댔다. 그리고 최대한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한 세루의 8번째 사도이신 라우렐님을 뵙습니다.”


라우렐은 가늘게 눈을 뜨더니, 존을 쳐다보았다. 그 강렬한 시선이 뒤통수에 꽂히자 존은 저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가져오란 것은 어떻게 됐지? 사자는 어떻게 된 거냐?”


존은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사자가 죽은 것을 라우렐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택을 해야 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아야만, 살아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존은 뒤통수를 찌르던 시선이 잠시 거두어진 사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서 라우렐을 훔쳐보았다.


라우렐의 모습은 참혹했다. 옆구리의 상처는 전보다 더욱 커져 있었다. 상처에서는 이상하게 자라는 세포가 지금도 자라고 있었고, 그 상처를 막고 있는 손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해서 이상세포를 떼어내고, 재생하는 것을 반복해서 그런지, 라우렐 자체의 안색도 많은 핼쑥해져 있는 상태인데다가 마치 폐렴에 걸린 사람처럼 숨도 거칠어져 있어서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었다.


라우렐은 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다시 눈을 뜨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존은 그의 시선을 피해서 급하게 고개를 다시 숙였다.


“말하라. 같이 갔던 사자는 어디 있는가? 그러고 내가 가져오라고 한 것은 어디 있고.”


존은 순간 지금은 다시 도박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라우렐은 상태는 예전 사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도 주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두 데리고 오는 건데...’


살짝 아쉬움이 들었지만, 어쩌면 라우렐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거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잠깐 살펴본 라우렐의 모습은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그 눈빛을 보면 또 모든 것이 거짓말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다시 도박을,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존은 마른 침을 삼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데크의 미군들의 감시가 심해져서, 잠시 숨어계십니다. 라우렐님에게 소식을 전하고자 이렇게 저만 먼저 온 것입니다.”


존은 말을 마치고 나서 가만히 라우렐의 눈치를 살폈다. 라우렐은 거친 숨을 내쉬고만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자신이 여기서 굳이 위험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빠져나가서 라우렐의 상황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었다. 존은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기회를 찾아야만 했다. 그때 라우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정기는 찾았나? 회수 했냐는 말이다.”


존은 흠칫 놀라며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사자가 가지고 계십니다.”

“그럼 빨리 가서 가져오라고 하라.”

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들어나지 않게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모시고 오겠습니다.”


라우렐은 힘겨운 손짓으로 어서 움직이라며, 존에게 손짓을 했다. 존은 눈치를 보다가 그대로 이마를 바닥에 부딪치며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적으로 잘 풀린 일이었다. 라우렐의 상태도 확인해고, 그대로 보고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존은 더 이상 위험을 무릎 쓸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면, 나중에 문제를 삼을 수도 있겠지? 빌어먹을 놈들, 두고보자.’


존은 이를 갈면서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잠시 궁리를 하다가 비밀공간이 완전히 밀폐된 곳은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품에서 억제제 살포를 위한 연막탄을 꺼내 들었고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몇 군데 틈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잘하면 밖에서도 설치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은 대충 설치하고서 어서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조심스럽게 연막탄 두 개를 모두 터뜨렸다. 억제제가 나오는 소리가 제법 커서 놀랐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관실 소리에 섞여서 잘 들리지 않았다. 비밀 공간에 연결된 틈에 억제제가 들어가도록 연막탄을 설치했다.

딱히 연막탄이라고 해서 연막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역제제만 분사되는 것이었기에 연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눈에 띠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무사히 설치를 마치고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 지금 존의 머릿속에는 최대한 빨리 미군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는 생각뿐이 없었다.


------------------------


라우렐은 계속되는 고통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상처에서 생겨나는 이상세포는 그 진행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상처를 뜯어내면 낼수록, 체력과 힘이 빠져나가면서 점차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는 사자와 연결되었던 신호가 사라졌음을 느꼈지만, 자신의 상태가 나빠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다. 사자가 죽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사자와 그 버러지 같은 협조자가 빨리 도착하지 않음에 화가 난 상태였다.


결국 기다리던 사자는 오지 않고, 협조자만이 와서 변명을 해대고 있었다. 화가 났지만, 이제는 화낼 힘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빨리 안정기를 통해서 몸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도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이렇게 무력해진 자신에 라우렐은 긴장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제와 서야 왜 다른 사도들이 세루의 직접적인 세례를 받지 않는지, 그토록 숭배하면서도 직접적인 접촉을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세루는 우리의 기원과 바람인 동시에, 위협이기도 했다.


어서 안정기를 가져오라고 다시 보낸 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조금씩 이상세포의 증식속도가 더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세포의 증식이 느려지자, 다시 조금씩 몸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때, 라우렐의 귀에 뭔가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공간으로 온 이후에 항상 듣던 기관실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무엇인가 내뿜고 있는 소리였다.


라우렐은 다시 인상을 가득 찌푸리며 옆구리의 살점을 뜯어냈다. 고통으로 거친 숨이 몰아쉬어졌다. 사도가 되기까지 많은 고통을 견디어왔지만, 지금의 고통은 쉽게 감내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손에 든 살점을 바닥에 다시 던지고 나자, 조금씩 정신이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이상세포의 증식은 라우렐 자신의 힘과 체력도 그렇지만, 능력에도 문제를 가져왔었다. 귀에 좀 더 선명한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라우렐이 최대한 감각을 집중했지만, 딱히 어떤 것이라고 특정을 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감각이 온통 엉클어져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라우렐이 소리가 들리고 곳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아직도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조금 전과 다르게 이상세포의 증식속도가 줄어든 상태였다. 그 덕분에 지속적으로 느꼈던 몸의 통증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조금은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다.


더군다나 라우렐은 힘이 약해지자 생존본능 같은 것이 다시 생겼다. 사도였을 때는 주변의 작은 이상 따위는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뭔가 새어나오는 작은 소리 같은 것에 신경이 쓰였다.


라우렐은 이런 자신의 변화에 신경질이 났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각이 뭔가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기에 무시할 수도 없었다. 소리를 따라가니, 비밀 공간의 틈에서 뭔가가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라우렐이 살펴보니, 뭔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연막탄처럼 보였다.


‘연기가 나지 않는 연막탄이라니.... 그런데 이런 게 왜 이곳에...?’


조심스럽게 연막탄을 드는데,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지면서 놓치는 연막탄을 간신히 다시 잡았다. 그러면서 새어나오는 기체가 라우렐에게 직접 뿌려지게 되자, 라우렐은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 하다가 다시 힘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옆구리의 통증이 조금 더 사라진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뭐.... 어?’


그때 멀리 계단 위쪽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미군들이었다. 잠시 당황하던 라우렐은 그제야 이곳에서 자신의 눈치를 유난히 보고 있던 협력자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협력자가 자신을 팔아넘긴 것이었다. 그 버러지 같은 것이 감히 자신을 속인 것이다. 배신한 것이었다.


순간 라우렐은 주체할 수 없는 화를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잔뜩 구겨지면서 흉신악살(凶神惡煞)처럼 변하더니,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그대로 토해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런 버러지 같은 녀석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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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변이자들 (4) 16.07.28 279 5 19쪽
60 변이자들 (3) 16.07.27 311 4 18쪽
59 변이자들 (2) 16.07.27 374 4 18쪽
58 변이자들 (1) 16.07.26 326 3 20쪽
57 혼란 (4) 16.07.23 404 4 17쪽
56 혼란 (3) 16.07.21 316 3 18쪽
55 혼란 (2) 16.07.20 319 5 16쪽
54 혼란 (1) 16.07.19 310 3 20쪽
53 변이의 시작 (5) 16.07.18 385 3 17쪽
52 변이의 시작 (4) 16.07.15 322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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