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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52,286
추천수 :
681
글자수 :
842,121

작성
16.08.09 23:10
조회
391
추천
4
글자
23쪽

각성 (7)

DUMMY

정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서는 기기를 살펴보았다. 유리돔 안은 붉은 액체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중심부에 사람의 머리가 사방에서 찔러진 긴 바늘 같은 것으로 꽂힌 채 고정되어 있었다.

머리는 눈을 감은 채 입은 벌리고 뭔가 말을 하듯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잠시 입모양을 보고는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따로 어떤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그저 ‘웅웅~’거리는 노이즈처럼 들렸는데, 느껴지기에는 흡사 자장가 같은 느낌이었다. 슬며시 잠이 몰려왔다.


정현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다시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는 잠시 고민을 했다. 이대로 돌아갈지, 좀 더 접근을 해볼지를....


의외로 선택은 쉽게 내릴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정현이 그 유리돔 속의 머리에게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졸음 속에서도 정현은 그 붉은 액체속이 머리에 더욱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느껴져 왔는데, 오히려 졸음 속이라서 더욱 쉽게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유리돔 안의 꼬챙이가 꽂힌 머리가 붉은 액체 속에 떠있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에서 친숙함을 느끼기는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이 아닌 이상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현은 천천히 유리돔이 설치된 돔을 향해 걸어갔다. 잠결이기에 모든 상황이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졸음이 더욱 심해졌는데, 정현은 졸음이 심해질 때마다 혀를 깨물면서 버틸 수 있었다. 금세 혀에서 나온 피로 입안은 피범벅이 되었다.


머리는 유리돔 가운데 꼬챙이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로테스크하긴 했지만 무척 신비롭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액체 속에서 머리가 꼬챙이로 뚫린 채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머리라. 정현은 순간 의외로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아마도 졸음이 필터 역할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혹시 미쳐가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또 긍정적으로 수긍을 했다.

아니 어쩌면 전부터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기관부 사람들을 찾는다고 미군들이 출입금지한 데크를 내려올 생각을 하다못해 행동에 까지 옮기지.


가만히 고개를 젓던 정현은 입안에 감도는 피맛을 느끼며, 생각을 했다.


‘이제 뭘 어째야하지?’


이제는 혀를 깨물어도 졸음이 잘 가시지 않았다. 정현은 스스로 큰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는 점이 더욱 그랬다.


다시 유리돔을 앞에 두고 몽롱해진 머리로 생각에 잠긴 정현은 문득 놀라서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유리돔 속의 머리가 두 눈을 뜬 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놀란 정현은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참을 수 있었다.


놀란 가슴을 다독이며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려 하는 그때, 누군가 데크 통로로 다가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현은 인기척에 놀라며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데크 통로 입구에 다가선 사람의 그림자가 벌써 드리워지고 있었다.


정현은 급하게 행동으로 옮겼다. 유리돔 기계를 지나서 튀어나온 가림 벽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달려가서 몸을 숨겼다.

호흡을 고르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두 손으로 빠루를 들고서 만약에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빠루를 잡은 두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정현은 이대로 아무 일이 없기만을 기도했지만, 상황은 정현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


---------------------------


존은 점점 흉포해지는 라우렐을 때문에 비밀 공간에서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순간순간 변하는 라우렐의 모습은, 그의 옆구리에서 부풀어 오르는 살점을 뜯어낼 때마다 더욱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존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려움에 떨면서 구석에서 조용히 숨 죽인 채 있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부분의 라울렐이 내는 짜증은 모두 그의 사자가 맡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라우렐이 한 번 짜증을 부릴 때마다 사자는 구석에 짜부라 들게 되지만, 존은 그런 라우렐의 행동을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타깃에서 벗어난 점만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방금 전에도 한바탕 하고난 후에 라우렐은 잠잠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유독 심한 구타에 사자는 걸레처럼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존은 더욱 숨소리도 못 내고 라우렐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라우렐이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라우렐의 옆구리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통증 때문인지 찌푸린 얼굴은 펴질 새가 없었다. 라우렐의 눈이 잠시 구석에 박힌 사자를 스쳐 지나며 말했다.


“큭! 아무래도 부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진정기를 되찾아 와야겠다.”

“알겠습니다.”


라우렐의 말을 들은 사자는 구석에 구겨져 있던 사자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사자의 온몸이 통증으로 벌벌 떨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존도 그대로 사자의 행동을 따라했다. 미래에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라우렐은 그런 사자의 모습에 콧방귀를 뀌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숨겨둔 장소를 알려줄 테니, 저 버러지 같은 놈과 같이 가서 빠르게 가져오도록.”

“예. 명을 받잡습니다. 위대한 세루의 여덟 번째 사도시여.”


사자는 그대로 이마를 바닥에 붙이며 인사를 하고는 뒷걸음로 천천히 공간을 빠져나왔다. 존도 눈치를 보면서 그대로 사자의 뒤를 따랐다. 혹시라도 자신을 잡을까 걱정을 했는데, 자신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것밖에 되지 않냐 는 짜증도 났다.

그때 라우렐의 거친 비명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존은 흠칫 놀라며 급하게 사자를 뒤를 따랐다.


계단을 올라가는 사자의 모습이 흔들거리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아마도 이번에 당한 구타가 타격이 컸던 것 같았다. 존은 사자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대한 세루의 여덟 번째 사도이신 라우렐님이 말씀하신 진정기가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라우렐님이 부상을 회복하는데 필요하시다는 겁니까?”


존의 말에 사도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는 존을 돌아보았다. 잔 떨림이 느껴지는 몸과는 다르게 눈은 차갑게 메말라 있었다. 그 눈빛을 본 존은 놀라며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뒤통수에 느껴지는 차가운 눈빛에 존은 입안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너는 그냥 안내하면 된다.”


사자는 무심한 시선을 거두고는 다시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 같은 녀석까지 나를 이런 식으로 대우해? 내가 네 녀석들을 위해 무슨 짓을 했는데.... 어디 두고 보자.’


존은 분한 마음에 속으로 무언가 결심을 했다. 전에도 사도와 사자가 교도가 아닌 일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예비사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교단의 주요한 협력자인데다, 협력의 대가로 세례와 함께 사자의 자리가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교섭과 회유를 위해 만난 교단에서 온 사자는 항상 존을 중요한 사람으로, 핵심적인 인물로 대했다. 그랬기에 존은 속으로 껄끄러움이 남아있었지만 협력을 했던 것이고, 진화라는 명목과 더불어서 새로운 세상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그 속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작전에 참가했던 거였다.


하지만 실제 작전에 투입되어서 만나게 된 다른 사도와 사자는 달랐다. 그들은 마치 자신을 교단에서 일반 사람들을 대하듯이 그저 쓸모 있는 부품이나 하인과 같이 취급하고 있었다.


존은 처음에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회의감과 함께 자신이 속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자신을 대하는 태도뿐만이 아니라, 교단 사람들까지의 모습에서도 처음과 다른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그렇게나 높아 보였던 사자도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실제로 여덟 번째 사도 라우렐은 그의 휘하의 사자를 진짜 소모품처럼 대하는 있었던 것이다.


존은 그런 라우렐을 보면서 사자가 된다고 해도 그다지 좋은 점이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사도보다는 못하지만 교인들 사이에는 무소불휘의 힘을 쓴다고 해도, 사도 앞에서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존이 약속 받은 것은 사자 자리였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만약에 세례를 받고 사자가 된다고 해도, 그저 교인들을 앞에 두고 동네대장 노릇을 할 뿐이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사도가 된다면 모를까.


사도를 시켜줄까? 존은 고개를 저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사자와 라우렐이 숨어있는 공간을 번갈아 보면서 존은 속으로 다른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것은 나중에 큰 변수가 되어 다가오게 된다.


9번 데크까지 올라온 존과 사자는 엘리베이터의 공간을 벽을 타고 넘어갔다. 닫힌 엘리베이터 데크 문을 열고는 문 앞이 막혀져 있는 판자를 떼어냈다. 비밀통로로써 계속 다녀야했기에 미리 헐겁게 고정시켜놓은 판자는 쉽게 떼어낼 수 있었다. 사자와 함께 문을 나선 후에 다시 판자로 문을 막아놓았다.


왼쪽(포트)방향으로 움직이며 존이 앞장섰다. 역시나 라우렐에게 입은 상처가 컸었는지, 잠시 사이에 괜찮아 보이는 외향에도 불구하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존은 라우렐이 사자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사자가 불사조 같은 재생력이 있더라도 강한 힘으로 누적된 데미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자는 마라톤을 일주한 사람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비록 존이 눈치 챌까봐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데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존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데크 벽 쪽에서 설치된 계단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배스티언이 설치된 데크에서 도착하고 다시 내려가려할 때 사자가 자신을 불렀다. 그리고 한 가지 지시를 했는데, 존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심한 데미지를 입은 것 같은 사자라고 하더라도 사자의 힘은 자신의 사지를 그대로 찢어버릴 수 있을 만한 힘이었으니까.


존은 연신 거친 숨을 내쉬는 사자를 데크의 구석진 곳에 숨기고서 혼자 아래 데크로 내려갔다. 사자가 진정기라는 기기의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사실 존은 이미 알고 있었다. 라우렐이 자신의 다른 사자를 찢어 죽이는 것과 그곳에 뭔가를 설치한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대충의 위치는 알고 있었다.

단지 아는 채를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위치를 안다는 것은 라우렐과 사자가 충돌하는 것을 봤다는 말이고, 라우렐이 그것을 좋아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라우렐과 사자들의 행태에 존은 점점 정나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교단이 말하는 새로운 세계에 만약 이들과 같은 상하가 존재한다면, 존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사실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밑에 위치한다면 그것을 또 달랐다.


‘좀 더 위로 올라가야 해. 아니면.....’


존의 눈이 점점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존은 잠시 데크를 이러 저리 살펴보면서 천천히 선미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데크 통로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갔는데, 바로 눈에 보이는 움푹 파인 자리는 라우렐에 의해서 내던져진 사자가 부딪혀서 데크 통로의 벽이 파인 자리였다.


더불어서 발에도 진득한 액체를 밟는 것 같은 소리가 났는데, 존은 그것이 피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라우렐이 사자의 사지를 잡아 뜯었으니까 그때 흘러나온 피인 것 같았다.


속으로 꺼리는 마음이 생긴 것과 별개로 존은 조심스럽게 데크 통로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데 멀리 데크통로를 비추는 붉은 빛이 보였다.

존이 드디어 발견했다는 생각에 걸음을 빨리 해서 다가가 보니, 가방 같은 작은 기계장치 위에 유리로 된 돔 형태의 물체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발광을 하는 것처럼 붉은 빛을 내는 붉은 액체가 채워져 있었는데, 붉은 액체 사이로 사람의 머리가 떠있는 것이 보였다.


“흡!!”


순간 깜짝 놀란 존은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게 뭐야? 사람의 머리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장치야?’


붉은 액체 속의 머리는 두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는 뭔가 소리를 내는 듯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존은 그 모습을 보면서 사자의 말이 떠올렸다.


‘붉은 빛을 내고 있는 장치를 조절해 달라고 했지? 자신은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고....’


이 머리가 뭔가 작용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멍하니 유리돔안의 머리를 바라보던 존은 사자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조심스럽게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리돔 밖으로 약간 솟아나와 있는 꼬챙이를 하나씩 뽑아냈다.


붉은 액체가 꼬챙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몇 개를 뽑았을까? 마지막 6개를 빼고는 꼬챙이를 모두 제거한 존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뚫은 꼬챙이를 뽑는 느낌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 존은 작업하는 내내 소름이 돋아있었다.


나머지 꼬챙이를 마저 제거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자의 반응을 보니 조금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는 1개만 남겨야 된다고 했지만, 사자가 직접 내려오는 것을 꺼리는 것을 보면 이 장치가 사자에게는 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었기에, 존이 이게 어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가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나머지는 뽑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나중에 사자가 내려와서 보고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화를 낼 수 도 있겠지만, 존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신에게 새로운 패가 되어줄지 그것이 더 궁금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존은 그대로 데크 통로를 빠져나가서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그가 올라갔을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군들이 이리저리를 수색하고 있었다. 존은 급하게 사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간신히 숨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수색이 시작된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있던 사자는 좀 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아마도 이곳에 세루가 있는 영역이기에 뭔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교인이 아닌 이상 자신은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사자의 상태를 보건데 묻는다고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존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얼마나 숨어있었을까? 밖이 잠잠해진 것을 느끼고는 사자를 데리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조금 쉬어서 인지 사자의 움직임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도 숨소리가 거칠었다.


데크 통로에 들어서서는 사자가 앞장을 섰다. 조금씩 통로를 따라 움직이던 사자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기 앞에 도착했을 때는 몸 전체를 휘청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뭔가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사자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을 잠긴 존은, 사자가 기기를 뚫어져라 보더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느껴졌다.

존은 속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느냐고 상황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뭔가 알맞은 변명거리를 생각하려는데, 사자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보니, 사자는 반쯤 감긴 눈으로 자신을 내려 보고 있었는데, 입으로는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존은 순간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소리를 쳤다.


“사자님!! 제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존이 지르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사자는 반쯤 감긴 눈을 한 채 그대로 존을 향해 다가왔다. 사자는 입으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존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존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그냥 시키는 대로 할걸.’


존은 자신이 남겨놓은 꼬챙이가 뭔가 이상한 작용은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사자는 눈이 풀린 채로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은 사자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사자를 향해 계속해서 소리쳤다.


“사자님! 정신 차리세요.”


존은 사자의 눈이 점점 붉은 빛을 띠는 것을 보았다. 붉은 눈은 광분상태, 즉 제 정신을 놓는다는 말이었다. 존은 저절로 욕설이 나왔다.


“젠장! 젠장!!”


당황한 존이 사자를 쳐다보는데, 존의 귀가에 사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죽어!”라는 소리였다. 존은 소리를 듣자마자 옆으로 몸을 날렸다. 통로가 좁았기에 멀리 피할 수는 없었지만, 사자는 내리친 주먹은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존의 옆으로 사자의 손이 굉음을 내면 데크 바닥을 내리쳤다.


존은 급하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등골을 타고 찬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당장은 대응하는 것 말고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오기도 생겼다.

여태까지 사도나 사자에게 받은 무시와 현재의 암울한 상황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흡사 나도 광분 상태에 빠지는 것은 고양감이 들었다. 존은 있는 대로 짜증을 내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젠장~! 네가 사도면 다야. 한 번 해보자, 그래! 누가 죽는지 한번 해보자고!”


존은 양 손으로 대검을 빼들었다. 순간 허리춤에 둔 총을 쓸까 생각도 했지만, 선내를 수색을 하던 NSA에게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비록 두 대검이 사자의 막강한 힘에 비해서는 비약해 보이는 무장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존은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두 대검은 존이 콜롬비아 밀림에서부터 마약쟁이 들과 사투를 벌이며 함께 활약했던 친구였다. 그리고 존은 이 대검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아주 베테랑이었다.


존은 다시 팔을 휘두르는 사자의 팔을 피하면서 칼을 휘둘렀다. 칼에 맞은 팔에서 피가 흘렀지만, 생각보다 상처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이 괴물 같은 것들!”


아마도 힘이 약하게 들어간 것도 있지만, 알지 못하는 힘으로 피부가 단단해 진 것 같았다. 좀 더 큰 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 단도를 가지고도 해치우지 못할 것은 없었다.


사자는 계속해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입으로는 “죽여! 죽인다!”를 중얼거리면서 존을 향해 계속해서 두 팔을 휘둘렀다. 다행히 반쯤 나간 정신 때문인지 공격이 단조로웠다. 그래서 더욱 존은 사자를 상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예전과 같은 모습의 사자였다면 존은 바로 잘못을 빌며 엎드리던지, 도망을 쳤을 테지만, 왠지 이번에는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사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해치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존은 다시 휘둘러오는 사자의 팔을 피하며 양 손의 칼로 사자의 팔에 계속해서 상처를 냈다. 사자를 피를 빼서 쓰러뜨리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사자의 단단한 피부로 인해서 단숨에 치명상을 입히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지공이었지만, 문제는 흘리는 피에 비해서 상처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통증 때문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지, 사자가 팔을 휘두르는 속도와 각도가 조금씩 빨라지면서 복잡해지고 있었다. 존은 이 상태로는 장기전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자는 크게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힘을 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기에 이나마 승산이 있는 것이지, 만약에 정신을 차린다면 이기기는 대검으로 이기기는 힘들었다.


물론 총이 있었지만, 정말 마지막 수단 이었다.


존은 다시 열심히 상처를 입혔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상처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점점 피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었다. 사자의 행동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되면....’


존은 일단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살아야했다. 그래야 그 다음도 있는 것이니까.

오른 손에 든 칼을 다시 휘두르는 팔을 피하며, 사자에게 다가선 존은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서 대검을 옆구리 쑤셔 박았다. 사자가 거친 비명소리를 내질리는 것을 보고 존은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다시 휘둘러오는 팔꿈치를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존은 팔꿈치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려갔다.


존은 데크 통로의 벽에 부딪치면서 멈춰 섰다. 통증으로 온몸이 벌벌 떨렸다. 사자의 팔꿈치는 간신히 팔을 교차하면서 막을 수 있었지만, 한쪽 팔이 덜렁 거리는 것이 부러진 것 같았다. 거기다가 데크 벽에 부딪히면서 튀어나온 모서리에 부딪쳤는지, 가슴과 등에 가해진 충격에 제대로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존은 힘겹게 뒤춤에서 총을 빼들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인해서 제대로 총을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부러진 팔로 총을 간신히 받쳐 올리며 사자의 머리를 겨냥했다.


사자는 옆구리에 대검을 꽂은 채, 어느새 존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사자는 그대로 존을 향해 팔을 휘둘렀는데, 존은 그 전에 사자의 머리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곧바로 자신을 향해 휘두르던 사자의 팔에 맞은 존은 그대로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튕겨져 나가면서 데크 바닥으로 구르면서 머리를 크게 부딪쳤다.


커다란 비명, 괴성과 함께 뭔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러왔다. 그 소리들을 뒤로 하고 존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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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각성 (5) 16.08.05 327 5 22쪽
66 각성 (4) 16.08.05 309 5 22쪽
65 각성 (3) 16.08.04 312 5 21쪽
64 각성 (2) +2 16.08.02 341 4 21쪽
63 각성 (1) 16.08.01 398 6 18쪽
62 변이자들 (5) 16.07.29 284 3 19쪽
61 변이자들 (4) 16.07.28 279 5 19쪽
60 변이자들 (3) 16.07.27 311 4 18쪽
59 변이자들 (2) 16.07.27 374 4 18쪽
58 변이자들 (1) 16.07.26 326 3 20쪽
57 혼란 (4) 16.07.23 404 4 17쪽
56 혼란 (3) 16.07.21 317 3 18쪽
55 혼란 (2) 16.07.20 319 5 16쪽
54 혼란 (1) 16.07.19 310 3 20쪽
53 변이의 시작 (5) 16.07.18 385 3 17쪽
52 변이의 시작 (4) 16.07.15 322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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