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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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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87
추천수 :
681
글자수 :
84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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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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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변이자들 (1)

DUMMY

정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3기사와 함께 콘트롤룸을 나섰다. 솔직히 다시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것이 그 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브리지에서 다시 올라오라는 전화 독촉을 두 번이나 더 받고서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기관실 상태가 걱정된다는 말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미군 측에서 별다른 변수가 없을 거라는 확인을 해주는 바람에 꼼짝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인당직으로 바꾸고 콘트롤룸을 나서는데, 3기사가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현이 기관실 소음으로 듣지 못했는지 반응이 없자 3기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정현의 팔을 잡아왔다.


“2기사님!”

“어? 3기사. 아! 미안. 불렀어? 무슨 일이야?”


3기사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정현의 귓가에 크게 속삭였다.


“2기사님. 제가 말한 곳에 한 번 가보실래요?”

“말한 곳? 어디?”


의아해 하는 정현의 표정을 보고는 3기사가 벌써 잊었냐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 말했다.


“데크 말이에요.”

“데크? 아! 사람들이 시체처럼 눕혀져 있었다는 곳?”


3기사가 정현의 말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정현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정현의 모습을 보면서 3기사가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올라가는 김에 거쳐서 올라가면 되잖아요. 미군들이 정신이 없는 지금이라야 아마도 둘러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선장님하고도 전부 털어놓고 이야기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본 것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나중에 선장님한테 말할 때도 좀더 제대로 말씀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흠....”


정현은 3기사의 말에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이미 따로 데크에서 컨테이너건물을 살펴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급한 마음에 목격한 상황과 사람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1기사한테 털어놓을 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봤던 시간이 너무 짧았던 데다가 마음이 너무 급한 상황에서 본 것이라 얼핏 본 것이 전부였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도 직접 봤기에 그나마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상황을 이해, 설명하기에는 본 것이 너무 적어서 사실상 추리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에 비해서 3기사가 본 것은 정현이 본 것과는 다르게 우연찮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본 것들이었다. 그래서 인지 정현, 자신이 본 것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주었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3기사가 본 상황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었다.


실제로 미군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좀더 많은 정보가 절실했다. 그렇기에 정현은 자신의 호기심과 더해서 더욱 3기사의 제안을 마냥 뿌리치지 못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정현이 불안한 표정으로 지으며 총을 들고 견제하던 미군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군들에게 걸리지 않을까?”


3기사가 살며시 고개를 젓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뭐~ 걸리면 잘못 왔다고 하고 다시 돌아 나오면 되죠. 이럴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라니까요. 지금처럼 상황이 어수선할 때가 아니면 아마도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그것도 그렇데.... 흠....”


정현은 무심코 대답하면서도 뭐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살짝 들었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뭔지 모를 이 위화감은?’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정현의 눈에 문득 3기사의 얼굴이 들어왔다. 3기사는 오늘 겪은 많은 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예전의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듯,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었다.

새삼 예전에 보지 못하던 3기사의 모습이었기에 정현은 새삼 신기했다.


‘어?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정현은 조심스럽게 3기사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3기사의 피부는 정말 많이 하얘져있었다. 하지만 단지 하얗기만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하얀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띠고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마냥 창백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하얀 얼굴의 홍조가 부각되어서 조금은 들뜬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정현의 눈에는 그 모습이 흡사 탐험을 조르는 소년의 모습처럼 보였다.


두 눈 가득히 호기심을 담은 3기사의 뜻밖의 모습에 정현을 살짝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빤히 정현을 바라보는 3기사의 반짝이는 눈길에 새삼 몸이 멈칫했다.


‘와~ 부담되라. 어? 그러고 보니 얘가 좀 밝아졌네? 얼굴도 조금 나아보이고....’


정현은 다시금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안도감도 들었다. 비록 지금 3기사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른 조금 낯선 모습이었지만, 오늘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서 3기사가 큰 충격을 받고, 내성적인 성격이 더욱 침잠해서 속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아닐까 무척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보기일 뿐일지라도 생각보다 3기사가 충격을 덜 받고, 잘 이겨낸 것 같이 보여서 정현은 놀란 마음도 잠시, 오히려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런 일을 겪었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오히려 이런 3기사의 모습이 오히려 억지로 밝은 모습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느껴져 정현의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정현이 인상을 풀면서 손을 뻗어 3기사가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그럼 네 말대로 데크 쪽으로 해서 올라가볼까?”

“네.”


밝으면서도 담담한 대답을 하면서 3기사는 연돌로 연결된 계단으로 향했다. 정현도 그런 3기사의 뒤를 따라서 계단 갔다.


정현은 계단 아래에서 3기사가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깊은 어둠을 느꼈다. 불이 많이 꺼져있는 계단은 어둑어둑해서 흡사 지옥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느껴졌다. 정현이 쉽사리 발을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2기사님 빨리 오세요.”


그때 3기사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은 스스로 자책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계단으로 발을 내딛었다.

계단에는 두 사람이 올라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데크를 둘러보면서 거주구역으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3기사 내려올 때와는 다르게 데크마다 미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맞는지 지키는 사람들이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3기사와 정현은 미군을 발견하고는 다시 연돌쪽으로 돌아가다가 미군에게 붙잡혔다. 두 사람은 바로 눈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미군을 보면서 마른침을 삼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미군에게 붙잡혀 왜 데크로 들어왔냐는 추궁을 당하면서 제대로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고 정현과 3기사는 쩔쩔 맸다. 그러다 다행히 연돌쪽 계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내서 간신히 설득을 해낼 수 있었다. 실제로 하늘이 도왔는지 연돌쪽 계단에 어디에서 떨어진 것인지 모를 물건들이 떨어져 지나다니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어찌어찌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현과 3기사는 백신접종을 하러 간다는 말로 간신히 미군의 감시 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 대신 미군으로 인해서 데크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거주구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현과 3기사는 긴장으로 등허리가 흠뻑 젖어있는 것을 느끼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3기사도 미군이 만나서 계획이 틀어졌다는 생각에 조금은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정현은 그런 3기사를 다독이며 서둘러 거주구역의 사관휴게실로 향했다.


정현과 3기사가 사관휴게실에 도착했을 때는 한참 전에 선원들에게 예방접종을 했던 얼굴이 낯익은 박사가 선원들에게 뭔가 설득을 하고 있었다.


“..... 그래서 저희 측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로써, 모두 강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며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친 미국인 박사는 짧게 숨을 몰아쉬더니, 주변의 미군들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 옆에서 선 선장은 불만이 있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박사와 미군을 보고 있었다.

선원들은 박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렸다. 모두들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모두들 불만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놓고 표현하기라도 하듯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나고 있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정현은 다른 선원의 어깨 너머로 선장과 눈이 마주쳤다. 정현은 선장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선장도 그런 정현을 보더니 찌푸린 인상을 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선장은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본지 얼마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이 말이 아니었다. 핼쑥하다 못해 창백해 보인다고나 할까?


‘창백해 보인다고?’


문득 정현은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 서둘러 주변의 선원들을 둘러보았다. 자세히 선원들을 살펴보고 나서야 그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창백한 것도 이상했지만, 창백하다 못해서 하얘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 더욱 이상했다. 물론 3기사에 비해서는 그다지 크게 티가 나지 않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얼마 전에 본 얼굴들 보다는 모두 조금씩은 창백하고 하얘져 있었다.


‘다들 멀미를 심하게 했나?’


정현은 잠시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선원들이 모두 초보 선원들도 아닌 베테랑인데다가, 사실 이번 폭풍이 심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멀미를 마구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멀미를 하는 선원들이 보지도 못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따로 이유를 찾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적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흠... 그럼 이유가 뭘까?’


정현이 생각에 잠겨있는데, 자신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 상념에서 깨어나서 살펴보니, 선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2항사는 그런 정현을 보며 답답해하더니, 이내 손을 뻗어서 정현의 팔을 잡으며 조금 큰소리로 다시 불렀다.


“2기사!”


정현은 그제 서야 2항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2항사! 놀래라.”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놀래?”


정현은 그런 2항사를 보고는 잠시 눈을 흘기며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놀라긴 누가 놀래! 그냥 갑자기 옆에서 네가 나와서 당황을 해서 그렇지!”

“그래. 그래.”


2항사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 2항사가 모습이 얄미워서 정현이 잠시 발끈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현이 그런 모습에 2항사 역시 피식~ 웃었다.

정현은 미군과 박사를 슬쩍 쳐다보고는 얼굴을 굳히며 2항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군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


정현의 물음에 2항사는 무슨 소리냐는 듯 뜬금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정현의 복장과 상태를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디까지 들었는데?”

“아주 조금 밖에 못 들었어. 들어오자마자 설명이 끝나던 걸?”


2항사가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흠.... 그게 말이지. 너 파나마에서 전염병이 돌았다는 것은 알고 있지?”

“전염병?”

“그래! 전염병. 그것 때문에 우리도 파나마에 도착하기 전에 두 차례나 예방접종이라고 주사를 맞았잖아?”

“그랬지. 그런데?”


2항사가 잠시 고개를 돌려 올리버 박사 쪽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미군 측에서 환자가 발생했데....”

“그랬군.”


정현을 바라보며 놀라는 모습을 기대했던 2항사는 너무 담담한 표정의 정현을 보고는 오히려 놀랐다. 그리고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정현의 소매를 잡더니 사관 휴게실 뒤쪽으로 정현을 이끌었다. 정현은 잠시 2항사의 손을 뿌리칠까 생각했지만, 이내 순순히 끌려갔다.


“어떻게 알았어? 너 혹시 뭐 아는 거 있니?”


정현을 구석으로 끌고 온 2항사가 잔뜩 긴장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2항사의 표정을 보니, 정현은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오려 했다. 간신히 얼굴 표정을 지킨 정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갑자기 백신접종을 다시 한다고 하면, 전염병이 돌았다는 거,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잖아. 안 그래?”

“그런가?”


너무 태연한 정현의 대답에 2항사는 잠시 의심의 눈길을 보냈지만, 정현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2항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겠네. 아무튼 난 처음에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나뿐만이 아니라 선원들도 모두 난리도 아니었어.”


정현은 슬며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물었다.


“그다지 난리가 난 거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2항사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도 선원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다들 겁에 질려서 난리 났었어. 다행히 올리버 박사가 열심히 설명하고 다독였기에 지금은 이나마 진정이 되어서 그래. 사실 진정이 되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그냥 인정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

“자세한 이야기를 좀 들려줘봐. 도대체 뭐라고 했기에 그래?”


2항사가 고개를 돌려 다시 정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하려하다가 정현의 뒤쪽에 가만히 서 있는 3기사를 발견하고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3기사도 같이 있었구나.”


3기사도 그 손짓을 보고는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했다. 그런 3기사를 보더니 2항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2항사의 설명은 이랬다. 올리버 박사라는 사람이 미군들과 같이 올라와서는 선원들에게 한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미군 측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서 전염병 감염자가 나타나서 격리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 전염병이 전염성이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지만, 현재로써는 제법 높을 것이라는 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때문에 새롭게 백신을 맞아야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원들은 여태까지 맞은 두 차례의 예방접종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따졌다고 했다. 하지만 올리버 박사는 지금 파나마에서 창궐한 전염병이 하나가 아니라서 정확한 예방을 할 수 없었다면서, 발생한 전염병 중에 그나마 확률이 높고, 전염성이 높은 것에 한해서 예방접종을 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군이 전염병에 걸리면서, 나머지 전염병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게 되어서, 이번에 맞는 백신을 처방하면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밀폐된 장소에 따로 격리를 했기에 선원들이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배안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혹시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백신접종을 하고 있으니 적극 협조를 바란다는 말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진 선원들이 전염병에 대해서 물었다고 했다. ‘그럼 그 전염병이 무슨 증상이냐?’, ‘나도 요즘 몸이 좋지 않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내었고, 잠시 미군들과 상의 한 미군은 증상을 이야기해주었고, 그 내용을 두세 번 확인한 선원들이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백신접종을 꼭 하라는 말이었다.


정현은 2항사의 말을 다 듣고 나서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증상?”


2항사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전염병에 걸리면 증상이 나타나는데.... 혹시라도 그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미군 측에 알려달라고 하더라.”

“증상이 어떤데?”


정현은 잠시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은 정신이 멍해지는 경우가 잦은 지, 피부가 하얗게.... 창백하게 말고 하얗게 변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에 핏줄이 불거지는 지에 대해서 말하더라. 그게 전염병에 걸리면 나타나는 증상이래. 참! 눈동자가 빨개지는 증상도 있다고 하고.”


정현이 문득 놀란 얼굴로 2항사에게 되물었다.


“지금 다들 얼굴들이 창백한 걸? 그럼 다들 위험에 노출된 게 아냐?”


놀란 정현의 얼굴을 보며 2항사는 자신도 그랬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해 주었다.


“안 그래도 다들 얼굴들이 창백해져서 불안한 마음에 다들 아우성치며 물었는데, 이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래. 알비노 환자처럼 하얘지는 것을 말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다들 창백한 것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지금은 황천항해를 하고 있잖아? 그리고 이번 항차에서는 다들 이상하게 체력들이 떨어졌는지 대부분 선원들이 실제로 멀미를 하더라고. 아마도 그런 영향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조리장이 뭔가 보양식을 먹이고 싶어 했는데, 배가 이 모양이니 요리를 할 수가 없다면서 혀를 차고 있더라.”


잠시 말을 멈춘 2항사가 보양식이 생각났는지 살짝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염병이 걸린 것인지 아닌지 더 확실하고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몸에 핏줄이 올라오는 것이래.”

“핏줄?”

“응! 몸에 핏줄이 불거지는 부분이 생긴다면, 전염병에 걸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바로 미군 측에 알려 달래.”

“그래?”


정현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어디에도 그런 증상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지만 없었다. 그러고 보니 1기사님이 이상해 지셨을 때 목과 얼굴에 핏줄이 불거져 보였던 것이 생각났다.


‘그것이 전염병에 걸린 증상이라고?’


그럼 1기사님이 전염병에 걸린 것이란 말이 된다. 계속 고민을 하던 정현은 누군가 옆에서 자신을 잡아끄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았다. 2항사였다.


“우리 차례가 되어간다.”


정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2항사의 뒤를 따랐다. 그때 자신의 곁에 있던 3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 3기사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보니 뒤쪽에 입을 꾹~ 다문 3기사가 조용히 서 있었다. 얼굴이 띠고 있던 홍조는 어디 갔는지 3기사의 얼굴은 다시 하얘져있었다. 하얀 얼굴이 전염병의 증상이란 말이 생각나면서 살짝 걱정이 들었지만, 피식 웃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3기사 뭐해? 가자?”


멍하게 서 있던 3기사를 정현이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정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3기사는 말없이 정현의 뒤를 따랐다.


정현은 다시 고개를 돌리서 백신주사를 하고 있는 올리버 박사를 쳐다보았다.


‘미군은 믿을 수가 없는데.... 완전히 거짓말이란 것도 확신이 없으니 거부할 수도 없고... 하긴 지금 미군의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한숨을 내쉬며 생각이 잠긴 정현의 뒤에 선 3기사는 오른 손으로 자신의 왼팔을 잡고 있었다. 팔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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