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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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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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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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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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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1. 결정적 단서

DUMMY

[환상의 콤비. 잘 나가는 일혁 법률사무소]


퇴원한 다음날 한 신문사에서 기사가 나왔다.

나와 강호가 정홍조를 만나서 옴니버스 펀드를 추궁하고 칼에 찔려 병원에 가게 된 이야기가 상세하게 실려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그동안 우리가 김앤전을 상대로 계속 승소했다는 것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전도 그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일혁 법률사무소의 사건 상대방은 거의 대부분 김앤전 법률사무소였는데, 김앤전의 승소율은 채 20%가 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건의 승소율이 50%라고 본다면 김앤전은 일혁 법률사무소에게 완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이거 완전 끝내주는데. 안 그래?”


신문을 들고 온 재혁이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물었다.


“하하!! 그렇게 좋냐? 나도 기분 좋다. 얼른 사건 마무리하고 회식이나 하러 가자.”

“좋아. 좋아. 경찰에 고소 했고, 금감원에도 자료 다 넘겼어. 경찰서에서 조만간 상해 사건으로 조사할 테니까 나와 달라고 하더라.”

“그래. 가서 조사 받아야지. 다른 문제는 없고?”

“언론에서도 옴니버스 펀드 사건을 크게 보기 시작했어. 3,000억이나 되는 자금을 조폭이 관리한 사건이니까 관심이 크겠지.”


재혁의 말이 맞다.

투자자들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말만 믿고 옴니버스 펀드가 안전한 자산인 국공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았으나 실제로는 조폭이 투기적 성격이 강한 부동산 시행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정홍조가 회사 고문으로 위촉한 사람들의 면면을 봐도 정치권과 결탁해서 펀드의 실체를 숨겼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정홍조는 마음속으로 ‘임영학 후보’의 얘기도 했었다.

이런 사실을 수억에서 수십억씩 날린 투자자들이 알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홍조의 뒤를 캐는 게 중요할 텐데.”

“글쎄. 이런 사건은 검찰이 나서서 할 건데 얼마나 수사 의지를 갖느냐가 중요하겠지. 우리가 직접 수사를 했으면 아주 박살을 내버렸을 텐데 말이야.”


재혁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검찰의 수사 의지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이 상대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검찰의 모습으로 볼 때 임영학 후보를 수사하기란 어려워보였다.


“네 말이 맞다. 우리가 수사했으면 아주 박살을 낼 텐데. 검찰이 수사를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을 다했으니까.”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재혁을 보니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때, 정 국장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변호사님. 경찰에서 상해 사건으로 조사받으러 오라고 하던데요. 정홍조와 대질 신문을 할 모양입니다.”

“그래요? 왜 대질 신문을 하지? 정홍조가 자기가 지시 안 했다고 부인하고 있나?”

“아마도 그런가 봅니다. 바로 오라고 하니까 어서 준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경찰서로 갈 준비를 했다.

사실 그날의 기억은 떠올리기 싫었다.

조폭 열 명과 마주했다는 것도 끔찍했지만 언제 맞았는지도 모르게 칼을 맞고 와이셔츠 사이로 배어 나오는 피의 섬뜩함이 눈에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홍조를 잡아넣기 위해선 트라우마를 밟고 일어서 나아가야 했다.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


“안녕하십니까. 강력팀 설기연 반장입니다.”


설 반장은 빠글빠글한 곱슬머리와 짙은 눈썹의 완고한 인상이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일목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참고인으로 나오신 거니 변호사라고 말씀하시지 마세요.”


설 반장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나는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게 아닌데 설 반장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피해자인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내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설 반장이 바로 말을 붙였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그의 말에 기분이 더 상했다.


“정홍조 들여 보내.”


설 반장이 옆에 있던 형사에게 지시했고, 형사가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형사는 정홍조를 데리고 들어온 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조사실에 있는 사람은 정홍조, 나, 설 반장 셋이었다.


“정홍조씨. 김일목씨. 지금부터 정홍조씨의 상해 사건에 대한 대질 신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설 반장은 정홍조와 나의 인적 사항을 묻는 것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정홍조는 나를 쳐다보며 눈인사를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괜히 말리기 싫어 나도 고개를 까딱거리는 정도로 그에게 답례했다.


“김일목씨. 사건 당일에 정홍조씨를 왜 찾아가신 거죠?”

“옴니버스 펀드 사건 때문에 만나러 갔습니다.”

“펀드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하면 되는 건데 굳이 왜 만나러 가셨나요?”

“사건을 좀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자 갔습니다.”

“그러니까 사건을 파악하는 건 경찰이 할 일인데, 굳이 직접 가실 이유가 있었냐구요?”


설 반장은 나를 마치 피의자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정홍조가 옅은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여기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설 반장에게 계속 끌려가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소인이 조사를 확실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까? 고소인이 조사를 확실하게 해서 증거를 많이 가져가면 경찰도 좋아하잖아요? 설 반장님은 안 그러세요?”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자 설 반장이 움찔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제가 뭐 변호사님께 따지려고 그랬던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고요. 물론 고소인이 조사를 많이 해서 고소를 하시면 저희들이야 좋죠. 하지만, 그래도 고소인이 직접···”


설 반장이 쓴 입맛을 다시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 내가 너무 했나? 이거 뻔한 사건인데, 괜히 하겠다고 그런 건가? 하여간 강호 이 새끼! >


괜히 하겠다고 그랬다니.

그건 누구에겐가 부탁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강호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강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래서, 사건 현장에 같이 있었던 강호를 부르지 않고 나만 부른 건가?


‘강 팀장한테 물어봐야곘어.’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설 반장이 정홍조를 보며 말했다.


“정홍조씨. 질문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쇼.”

“여기 계신 김일목씨를 어떻게 만나게 된 겁니까?”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김일목씨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를 하니까 김일목씨가 옴니버스 펀드 때문에 만나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정홍조가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설 반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알았다고 오라고 했습니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만나자마자 대뜸 옴니버스 펀드 자금이 어디에 쓰였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사실대로 얘기를 해줬습니다.”

“뭐라고요?”

“펀드야 어디에 쓰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내서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설 반장이 별 문제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설 반장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반장님. 옴니버스 펀드는 국공채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는 펀드에요. 저 사람은 지금 자기 범죄를 자백하고 있는 거라고요.”

“우리 사건은 상해 교사 사건이잖아요. 그 사건은 그 사건 대로 알아서 하겠죠.”


설 반장이 정색을 하며 정홍조에게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서 김일목씨가 사무실을 나갈 때까지 별 문제가 없었습니까?”

“네. 김일목씨하고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같이 온 강호씨하고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무슨 문제였죠?”

“저보고 깡패라느니 누구 밑에 있지 않았느니 하면서 반말을 해댔죠.”


설 반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마치 강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뭐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합니까?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하고 나가라고 했지.”

“그게 끝이에요?”

“네.”


정홍조는 나를 흘끔 쳐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나는 뭐를 숨기고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김일목씨. 여기 정홍조씨가 한 말이 전부 사실입니까?”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정홍조씨와 강호가 말싸움을 하고 나서 어떻게 헤어지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정홍조와 헤어질 때.

분명 강호가 정홍조와 말싸움을 하고 나서 헤어진 것은 분명하다.

나는 정홍조의 마음에서 ‘임영학 후보’ 이름을 듣고 거기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온 뒤 엘리베이터에 탔었다.

그 사이에 뭐가 있었을까 분명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설 반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헤어질 때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주차장으로 간 건가요?”


< 저 자식 경수를 기억 못 하나 보네. 잘 됐네. 후훗. >


비열하게 웃고 있던 정홍조의 얼굴에서 그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정홍조의 마음을 듣고 나니 어렴풋하게 기억이 떠올랐다.

헤어지기 전 정홍조가 전화를 걸었고, 덩치가 좋은 남자 두 사람이 나와 강호를 엘리베이터로 데려간 일이.


“맞아요. 정홍조씨가 인터폰으로 전화를 했고, 남자 둘이 저와 강호 팀장을 데리러 왔죠.”

“아! 그래요?”


조사를 마치려고 하던 설 반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서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했죠?”

“남자 둘이 사무실로 들어와서 저와 강호 팀장을 엘리베이터로 데려 갔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타서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죠. 그리고 ······”


난 일부러 말을 끊고 정홍조의 눈치를 살폈다.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홍조의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저와 강호를 지하 6층으로 데려갔습니다. 저희가 주차한 곳은 지하 3층인데 말이죠.”

“흐음··· 흐음···”


설 반장은 마치 자기가 범행을 들킨 것처럼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몇 번이나 탄식을 하던 그가 다시 질문을 이었다.


“좀 전에는 기억을 못 하시더니 갑자기 기억이 난 이유가 뭐죠?”

“그때 칼에 찔린 트라우마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다가 정홍조씨가 저를 비웃는 걸 보니 번개처럼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정확하게는 정홍조가 비웃을 때 들려온 그의 마음을 들었다는 게 맞는 거지만, 뭐 사실은 맞으니 거짓 진술은 아니었다.

설 반장 피식 웃으며 정홍조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일목씨 진술이 맞습니까? 두 사람을 부른 적이 있어요?”

“기··· 기억이 안 납니다.”

“정홍조씨. CCTV까면 다 나와요. 말 하세요.”

“네. 부른 것 같습니다.”

“그 두 사람한테 김일목씨와 강호를 상해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습니까?”

“어··· 없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정홍조의 행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설 반장은 정홍조를 추궁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하려 했다.


“좋습니다. 오늘 조사는 마치고···”

“반장님. 정홍조씨가 저렇게 말하는데, 다시 안 물어 봅니까? 남자랑 통화한 적 있냐? 그 남자가 누구냐? 이런 거요.”


내가 항의하자 설 반장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수사는 제가 하는 거고요. 김일목 변호사님의 말은 충분히 반영하겠습니다. 더 이상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씀하지 마십시오.”


내가 다시 항의하려고 하자 설 반장은 서둘러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아까 정홍조를 데려왔던 형사가 들어와 조서 작성을 마무리했다.

정홍조는 조사실을 나가면서 내게 눈인사를 했지만, 나는 그의 인사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강호를 만나러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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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072. 범인은 내 손으로 (1) +4 23.11.19 480 20 12쪽
» 071. 결정적 단서 +3 23.11.18 511 18 12쪽
70 070. 동상이몽 +3 23.11.17 511 20 12쪽
69 069. 조폭은 조폭 (2) +2 23.11.16 552 20 12쪽
68 068. 조폭은 조폭 (1) +3 23.11.15 556 19 12쪽
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7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56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82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72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690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0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697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2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54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81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60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76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35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62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08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44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67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61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73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997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2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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