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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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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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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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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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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 떡볶이와 오뎅 (2)

DUMMY

재혁이 얘기한 사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어떤 상가에 떡볶이집이 있었다.

그 상가 관리 규약에는 동일 업종 금지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 오뎅집이 입점하게 되었다.

떡볶이집은 떡볶이 외에도 사이드 메뉴로 오뎅을 팔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오뎅집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오뎅집을 찾던 손님들이 떡볶이 국물에 오뎅을 찍어 먹고 싶다고 요청하자 오뎅집 사장이 떡볶이 국물을 만들어 주기 시작한 데서 발생했다.

오뎅집에서 떡볶이 국물을 제공하자 떡볶이집 손님들이 대거 오뎅집으로 몰리게 되었고, 손님을 뺏긴 떡볶이 사장이 노발대발해서 오뎅집 사장에게 팔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오뎅집 사장은 떡볶이집 사장의 말을 듣지 않았고, 그렇게 영업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우리 의뢰인은 오뎅집 사장이었다.


“그러니까 오뎅을 팔면서 떡볶이 국물을 제공하는 것이 떡볶이를 파는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란 말이지?”


재혁의 말을 끝까지 들은 내가 물었다.


“맞아. 김앤전에서 오뎅집이 떡볶이 국물을 제공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떡볶이를 파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어.”

“아이고. 이 사건 참 꼴 때리네. 게다가 상대방이 김앤전이라니···.”


평소 같으면 이런 사건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김앤전이었다.

게다가 사건도 떡볶이가 맞는지 아닌지 그 요건을 따지는 사건이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실소가 흘러나왔다.


“후훗.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 보겠어요?”


옆에 있던 이유리도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결해야지. 우리 의뢰인은 나름 심각해. 이 사건 지면 영업을 할 수 없잖아.”

“그건 그래.”


떡볶이집 사장이 금지를 구하고 있는 것은 단지 그 메뉴 하나가 아니라 오뎅집 전체의 영업 금지였다.

당사자로서는 심각한 일이었다.


“상대방이 제출한 사진을 보니까 비슷하기는 해요. 특히 오뎅집에 온 손님들이 오뎅을 잘라서 떡볶이 국물에 무쳐 달라고 하면···.”


유리가 손으로 가리킨 사진을 보니 언뜻 보면 구별이 가지 않았다.

물론 자세히 보면 오뎅집 메뉴는 떡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만약 떡볶이집에서 오뎅을 많이 담으면 그 구별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니까 김앤전에서 주장하는 것은 외관설 정도 되겠네.”


김앤전은 겉으로 보기에 떡볶이로 보인다면 오뎅에 떡볶이 국물을 무친 거나 떡볶이에 오뎅을 넣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실 오뎅이 처음 들어가나 나중에 들어가나 그걸로 구별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의 기준에서 겉으로 보기에 떡볶이로 보이면 같은 떡볶이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김앤전의 논리를 깰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우리 셋은 그 뭔가를 생각해 내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사무실을 깊은 적막에 휩싸였다.


꼬르륵~


깊은 적막은 유리의 배에서 난 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유리야! 배고프냐? 나도 배고프다!”


내 말에 유리는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 사무실 앞에 아구찜 가게 새로 오픈했던데, 한번 가 볼까?”


재혁의 말과 동시에 나와 유리가 벌떡 일어났고, 그대로 뒤를 따라 아구찜 가게로 향했다.


***


신해아구찜.

새로 개업했다는 아구찜 가게의 이름이었다.

아구찜은 미산이 유명했는데, 바로 옆 동네인 ‘신해’를 붙인 곳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그 자체로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길함은 가게로 들어갔을 때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구찜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영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우왁스런 얼굴의 사장님이 달려들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솥뚜껑 같은 손으로 빈자리를 가리키며 가게가 쩌렁쩌렁 울려라 소리쳤다.

우리와 같은 일을 당했는지 손님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우리 세 사람은 쭈뼛거리며 사장님이 가리킨 곳으로 가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뭐로 드릴까? 세 분 오셨으니 대짜로 드셔야지?”

“대는 좀 많은 것 같은데···.”


재혁이 소심하게 반항을 해 봤으나,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여기 대짜!!!”


재혁의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나는 굳이 사장과 싸우기 싫어 재혁에게 하지 말라고 눈짓을 줬다.

그렇게 떨떠름한 주문이 이뤄지고 10분쯤 지났을까 주문한 아구찜 대짜가 나왔다.

외관상으로는 아구찜이 맞았다.

산더미같이 콩나물이 쌓여 있고, 그 안으로 아구찜이 들어 있는 일반적인 형태는 갖추었다.

그러나, 이 음식점의 아구는 예상보다 더 깊이, 더 조금밖에 묻혀 있지 않았다.

아구를 찾는 것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 씨!! 이게 뭐야??”


잔뜩 얼굴을 찡그린 재혁이 짜증을 냈다.


“아니 아구가 없으면 콩나물이라도 맛있던가? 고춧가루 대충 뿌려놓고 간도 제대로 안 맞추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지?”


옆에 있던 유리도 성질을 냈다.

명색이 아구찜인데, 이렇게 성의 없이 만들다니 아구찜이고 부를 수가 없는 정도였다.

그때, 얼굴이 붉게 상기된 사장이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뭐가 부족하십니까?”

“여기 아구가 너무 없잖아요? 이렇게 만들어 놓고 아구찜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잔뜩 불만이 있던 재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주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한민국 어디에 콩나물보다 아구가 많이 나오는 곳이 있어요? 말을 해 봐요. 말을!”

“사장님.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아구찜에 콩나물이 많다고 그래도 아구가 어느 정도는 보여야 할 거 아니에요? 이러고도 아구찜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따지자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통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사장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하게 하십니까? 겉으로 아구찜 모양을 갖추면 되는 것이지 아구가 얼마나 들어간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장사 일이 년 한 줄 아십니까?”

“어떤 음식에 재료 이름이 붙으면 적어도 그 재료의 맛이 나기는 해야죠? 이거 한 번 드셔 보세요. 아구 맛이 나나?”


나는 아구찜이 담긴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말에 공감하는 손님들 여럿이 ‘우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사장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더 이상 싸움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사장은 전략을 바꿨다.


“괜히 트집 잡아서 먹고 돈 안 내려는 모양인데, 그렇게는 안 될 거요?”

“뭐라고요? 우리가 돈을 안 내려고 수작을 부려요?”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옆에 있던 재혁과 유리도 이성을 상실하기 직전이었다.

사장은 실실 웃으며 우리의 분노를 돋우었다.

여기서 사장과 싸우는 건 치졸한 전략에 말려드는 일.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놓으며, 재혁과 유리에게 말했다.


“가자!”


우리는 불쾌한 기분을 한가득 안고 ‘신해아구찜’을 나섰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화를 참지 못한 유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니 아구가 몇 개 들어가지도 않은 걸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아구찜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재혁도 유리 못지않게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만하고, 다른 거 먹으러 가자. 당분간 아구찜은 못 먹겠다. 아구도 안 들어간 게 무슨···.”


말을 하다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아구찜을 아구찜답게 만드는 요소는 과연 뭘까.

아구찜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라면 다른 요리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이걸 쓰면 되겠어.’


***


김앤전 법률사무소 국제중재팀 사무실.

언뜻 보면 대학생 같이 보이는 젊은 변호사가 중년의 파트너 변호사에게 말했다.


“부장님. 저희 싱가포르 투자청 사건하기도 바쁜데 꼭 이런 사건을 해야 돼요?”

“고 변호사가 좀 참아. 낸들 어쩌겠냐? 대표님이 부탁하는 사건인데.”

“그래도 떡볶이가 뭡니까 떡볶이가?”


자기가 말을 하고도 어이가 없는지 고 변호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 잘했다. 네가 언제 이런 사건 해 보겠냐? 이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

“사건이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사건 하나 둘 하다 보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나 재판 가다가 연수원 동기 만날까 봐 걱정된다니까.”

“그건 그래. 대표님은 왜 이런 사건을 갖고 와서 사람을 피곤하게 말이야···.”


파트너 변호사는 얼굴에 있던 웃음기를 싹 걷어내고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사실 그는 회사 내에서 도는 소문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너들도 아주 하찮은 사건들을 배당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인 김앤전이 이런 사건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고급 클라이언트들이 떨어져 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김형모 대표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냐는 것이었다.


“부장님. 떡볶이 사건 맡았던 상대방 변호사가 우리 회사로 온 건 아세요?”

“뭐? 정말?”

“네. 저도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 회사에서 그 변호사랑 마주쳐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회사로 옮겼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 거 참 이상하네···.”


소송 도중 변호사가 다른 로펌으로 이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재판 상대방 로펌으로 이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금지된 일은 아니었으나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에 위배될 수도 있고 해서 당사자나 상대방 로펌 모두 꺼리는 일이다.

그런데, 재판 중에 상대방 대리인 회사로 옮기다니, 김앤전이 변호사가 부족한 로펌도 아니고, 굳이 그런 변호사를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변호사의 채용은 김형모 대표가 승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파트너 변호사는 여러모로 회사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하여간 대충 쟁점에 대해서 정리가 됐으니까 다음 기일에는 종결하고 선고가 될 거 같아요.”

“그래. 그래. 승소 하겠지? 대표님이 워낙 관심이 많으셔서···.”

“뭐 확실하게 장담은 못 해도 지금까지 진행된 거 보면 저희 쪽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상대방 변호사가 우리 회사로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고 변호사가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비서가 서류를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상대방 쪽에서 제출한 준비서면이 왔습니다.”

“어디서 온 거지?”

“그 떡볶이 사건··· 후훗”


비서는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파트너는 그런 비서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요. 거기 놔두고 나가 봐요.”


비서가 사무실을 나가고 나서도 파트너는 못마땅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한마디했다.


“에휴. 이딴 사건하니까 비서까지 비웃는구만. 뭐라고 써 있어?”


파트너는 시선을 돌려 준비서면을 읽고 있는 고 변호사에게 물었다.

고 변호사는 심각한 얼굴로 준비서면을 보고 있을 뿐 파트너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고 변호사! 뭐가 써 있냐니까!!”

“아! 네! 이게 참··· 부장님이 직접 읽어 보시면···.”


고 변호사는 쭈뼛쭈뼛 읽고 있던 준비서면을 파트너에게 넘겼다.

준비서면을 받아든 파트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준비서면을 읽다가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

마침내 준비서면을 다 읽은 파트너는 옅은 신음소리를 뱉으며 고 변호사에게 말했다.


“이거 대응할 만한 자료 좀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고 변호사는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사무실을 나가는 그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표정이라곤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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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9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706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3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65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9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7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84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43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71 22 12쪽
»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17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53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76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71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82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1,006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33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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