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0,293
추천수 :
1,934
글자수 :
393,542

작성
23.11.14 12:00
조회
581
추천
19
글자
12쪽

067. 옴니버스 펀드 (4)

DUMMY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이 비치는 김앤전 대표실.

창밖으로 경복궁의 풍경을 보고 있던 정홍조가 김형모 대표를 돌아보며 말했다.


“경치가 좋네요. 확실히 김앤전이 다르긴 달라요.”

“과찬이십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정홍조는 김 대표가 가리킨 곳으로 가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 대표가 물었다.


“옴니버스 펀드가 3천억 정도의 규모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정도 되지요. 원래는 1조를 채울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자꾸 말려 싸서.”

“3천억도 상당한 규모죠. 요즘 같은 시기에 그런 돈이 쉽습니까?”

“하하하!!! 그거야 그렇지만.”


김 대표의 공치사에 정홍조는 우쭐해졌다.

그의 기분이 좋아진 걸 확인한 김 대표는 본격적인 질문에 돌입했다.


“대표님. 펀드 자금은 국공채에 투자를 하신다고?”

“그게··· 뭐 펀드란 게 꼭 약속한 곳에만 투자를 할 수 없는 거고. 어디 투자를 하건 돈 벌어서 투자자들한테 돌려주면 그만인 거니까. 안 그렇습니까?”


정홍조는 찔리는 데가 있는지 에둘러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국공채에 투자를 안 하신 거군요? 그럼 어디에다?”

“이곳저곳 돈 될 만한 곳에 넣었습니다. 아직까지 성과가 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성과가 나면···”

“그러니까 그게 어딥니까?”


김 대표가 약간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정홍조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대표님. 지금 저한테 화내시는 겁니까? 저는 대표님한테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도움을 받으시려면 제대로 말씀을 해 주셔야죠. 이게 대표님만 걸린 문제가 아니잖아요.”


김 대표는 정홍조의 싸늘한 시선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이 교차하면서 대표실은 긴장감으로 터져나갈 것 같았다.

짧은 신경전에서 먼저 분위기를 바꾼 건 정홍조였다.


“그렇게 쳐다보니까 무섭습니다. 하하!!”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야 대표님 편이니까 편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하하!!”


정홍조의 투항에 김 대표는 웃음으로 답했다.


“회사 하나 인수하고, 부동산 시행 두 군데하고, 업소 몇 군데 빌려주니까 다 나갔습니다. 그리고, 임 후보님하고 회사 고문들 관리도 하고 말이죠.”

“자금은 회수 되겠습니까?”

“인수한 회사는 자신이 좀 있으니까 자산 다 팔고, 대출 좀 땡겨서 부도내면 회수가 어렵지 않고. 업소야 현금이 도는 데니까. 문제는 시행이죠.”

“시행은 어디다 하고 계신데요?”


김 대표의 질문에 정홍조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몇 번 입을 씰룩씰룩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전남 해안 쪽에다 전원주택 단지하고, 충청도 쪽에 쇼핑몰 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정홍조의 얘기를 들은 김 대표의 입에서 탄식이 길게 흘러나왔다.

전원주택 단지나 쇼핑몰 분양을 하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박을 칠 수도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택과 달리 전원주택이나 쇼핑몰은 입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정홍조가 말한 곳은 척 보기에도 성공하기 힘든 곳이었다.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공사 업체가 돈을 더 달라고 하는 바람에 묶여 있기는 하지만 곧 다시 진행될 겁니다.”

“두 군데 다요?”

“하하!! 시행 사업이 다 그런 거죠. 하하!!”


전망도 힘든 곳인데, 공사까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

김 대표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홍조를 보니 더욱 심사가 뒤틀렸다.


“두 군데 다 엎어지면 방법은 있습니까?”

“엎어지긴 왜 엎어집니까? 애들 풀어서 조져 놓으면 조만간에 다시 공사 시작할 겁니다. 공사는 걱정 마시고 그 변호사놈들이나 막아주시죠.”

“그 변호사들이 누군데요?”


정홍조는 휴대폰을 꺼내 명함 사진을 김 대표에게 보여줬다.

사진을 본 김 대표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대표님. 아는 사람들입니까?”

“네. 몇 번 상대한 적이 있는 놈들이에요.”

“하하!! 잘 됐네. 그놈들 김앤전이 나를 돕는다고 하면 아주 질질 싸겠네. 질질 싸겠어!!”


정홍조는 대표실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웃을 수 없었다.

재혁을 데려오기 위해 먼저 싸움을 걸었는데, 뜻밖의 일로 또 엮이게 되다니.

게다가 이 사건은 장차 대통령이 될 임 의원이 부탁한 사건이 아닌가.

철없이 웃고 있는 저 덜떨어진 정홍조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김 대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충청북도 청주와 충주 사이 어느 한적한 곳.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이곳에 와본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생경한 곳에 대규모 쇼핑몰이 올라가고 있었다.

배후지인 청주와 충주의 인구를 합쳐봐야 백만이 겨우 넘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교통이 편리한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지나가는 도로는 왕복 2차선, 편도 1차선의 국도 하나가 전부였다.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것도, KTX로 연결되는 것도 상당히 불편한 지점이었다.

어느 하나 쇼핑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미친 놈 아니에요? 이런 데다 쇼핑몰을 짓겠다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강호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그러게요. 어떻게 이런 데다 쇼핑몰 지을 생각을 다 했지?”


피닉스 파트너스 직원들을 따라 이곳까지 왔지만 봐도봐도 황당했다.


“옴니버스 펀드 자금이 이쪽으로 들어간 게 맞겠죠?”

“알아봐야겠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괜히 여기 온 건 아닐 테고. 좀 이따 알아보시죠.”


강호와 나는 차에서 직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30분쯤 지나자 피닉스 파트너스 직원들이 쇼핑몰에서 나왔다.

쇼핑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차를 타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려 강호와 나는 차에서 내렸다.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까 고민이 됐다.

자칫 정체를 들키는 날엔 옴니버스 펀드의 실체를 밝히기 어려워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의 고민은 강호의 한 마디로 해결됐다.


“경찰입니다.”


경찰이라는 말에 쇼핑몰 관계자는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고 당황했다.


“경찰이라고요? 무슨 일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산업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산업안전법이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었다.

하지만, 우리야 경찰도 아니고 신고를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강호의 애드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는 태연하게 관계자를 보며 말했다.


“이런 거야 경쟁 업체에서 흔히 하는 신고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간단하게 몇 개만 물어보고 갈게요.”

“아!! 네. 그런데, 우리를 신고할 경쟁 업체가 어디지?”


관계자는 안도하면서도 의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이런 산골에 쇼핑몰이 들어서는데 누가 경쟁을 하겠는가.

강호는 관계자가 더 이상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얼른 질문을 날렸다.


“시행주체가 누구죠?”

“코리아 센트럴 쇼핑센터 주식회사라고 여기 쇼핑몰 지을 때 새로 설립한 법인입니다.”

“투자자는요?”

“피닉스 파트너스라고 유명한 사모펀드 회사라고 하던데.”


일단 옴니버스 펀드 자금이 이곳에 들어온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쇼핑몰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 것인지 궁금했다.

이번엔 내가 관계자에게 물었다.


“여기 뭐가 들어옵니까?”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캠핑 관련 전문 쇼핑몰 같은 걸 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캠핑이요?”

“네.”


캠핑장이 많다고 해서 거기까지 가서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아닌데 쇼핑몰을 짓는다니 시작부터 에러였다.

게다가 이쪽 부근에 캠핑장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러모로 사업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듯 보였다.


“언제 오픈합니까?”

“공사하던 업체가 돈을 못 받았다고 중단한 상황이라 언제 오픈할지 모르겠어요. 아까 본사에서 왔다 가기는 했는데···”

“네. 그렇군요.”


쇼핑몰을 오픈해도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당에 공사까지 안 되고 있다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여기 들어간 돈이 줄잡아 몇 백억은 되어 보이는데 정홍조라는 놈이 참으로 대책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마디 애기만 나누었는데도 이 쇼핑몰의 미래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한적한 시골에 흉물처럼 덩그라니 버려진 건물.

더 이상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산업안전법 위반 신고가 들어왔다면서요?”


관계자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옆에 있던 강호가 관계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이거 뭐 공사나 제대로 끝나겠어요. 나쁜 놈들 이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들 신고나 하고 말이야. 너무 걱정 마세요!”


강호의 따뜻한 위로에 관계자는 감격한 것 같았다.

그는 밥값이라도 하라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시늉을 했고, 강호는 내 눈치를 보며 사양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관계자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상쾌한 숲 향기가 코를 타고 들어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


“정홍조가 업계에서 나름 악명이 있는 놈이더라고요.”


회의실에 모여 있던 사람 중에 이유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악명?”


재혁이 이유리를 보며 물었다.


“응. 조폭 출신 기업 사냥꾼이라고. 인수합병한다고 회사를 사서 있는 자산 싹 빼먹고 대출까지 받은 후에 파산하는 수법을 썼어. 물론 인수대금도 주지 않은 적이 많고.”

“어떻게 인수대금을 안 준다는 거야?”

“인수대금을 일단 주고 인수한 이후 대출을 받아서 갚거나 아니면 주지도 않고 대출을 받아서 인수대금을 주는 거지.”


이유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

말이 인수지 거의 강탈이나 다름없는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이유리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옴니버스 펀드 자금이 들어간 회사도 마찬가지에요. 여긴 규모가 커서 그나마 자금이 실제로 들어가긴 했는데, 정홍조가 인수한 이후에 완전 탈탈 털리고 있습니다.”

“저는 국장님하고 전남 해남에 있는 전원주택 부지를 다녀왔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상황인데, 어정쩡하게 지어져서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아요. 그 돈 주고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내려갈 것 같지도 않고. 경치가 좋기는 했지만.”


재혁이 쓴 입맛을 다셨다.

이유리와 재혁의 말을 들으니 옴니버스 펀드의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주력 사업이 전부 부실한데, 펀드를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피해가 늘어날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충청도에 있는 쇼핑몰을 다녀왔는데, 공사도 중단되어 있고, 오픈된다고 해도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공사를 더 하느니 차라리 접는 게 나아 보였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렇게 된 거 빨리 검찰에 고소하시죠.”


강호가 잔뜩 화가 난 얼굴을 씩씩댔다.


“아뇨.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정홍조를 만나보는 겁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증거가 이만큼 나온 마당에 왜 굳이 정홍조를 만날 이유가 있느냐 하는 표정들.

나는 그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정홍조가 저렇게 막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뒷배가 누군지 알아야 될 것 같아요.”

“그걸 정홍조가 쉽게 털어놓을까요?”


정성식 국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 입으로는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까지 그럴지는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만나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합니다 +5 23.11.21 283 0 -
공지 매일 12시(정오)에 연재합니다. 23.09.11 2,382 0 -
74 074. 이슈는 이슈로 덮인다. +3 23.11.21 409 16 12쪽
73 073. 범인은 내 손으로 (2) +3 23.11.20 449 18 12쪽
72 072. 범인은 내 손으로 (1) +4 23.11.19 488 20 12쪽
71 071. 결정적 단서 +3 23.11.18 521 18 12쪽
70 070. 동상이몽 +3 23.11.17 519 20 12쪽
69 069. 조폭은 조폭 (2) +2 23.11.16 560 20 12쪽
68 068. 조폭은 조폭 (1) +3 23.11.15 565 19 12쪽
»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8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62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90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81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699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9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706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3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65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9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7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84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43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71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17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53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76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71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83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1,006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33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