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09,403
추천수 :
1,933
글자수 :
393,542

작성
23.11.17 12:00
조회
510
추천
20
글자
12쪽

070. 동상이몽

DUMMY

[다음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검찰은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피닉스 파트너스 대표 정홍조씨에 대한 출국을 금지하고 이르면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또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정홍조씨는 자신이 운용하는 옴니버스 펀드 문제로 만나러 온 김 모 변호사와 사무장 강 모씨에 대한 상해를 교사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저 망나니 같은 새끼!”


TV를 보던 임영학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쌍욕이 터져 나왔다.

같이 있던 옥주환 의원, 김형모 대표의 얼굴도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김 대표. 저 새끼 제대로 케어한 거 맞아요? 어쩌다 검찰까지 간 거야?”

“제가 분명히 찾아오는 사람들 만나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깡패 출신이라서···”


임 후보의 질책에 김 대표는 자신을 변호했다.

옆에 있던 옥 의원도 적극적으로 김 대표의 편을 들었다.


“그건 김 대표 말이 맞습니다. 김 대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전적으로 저놈이···”

“알았어요. 알았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놈 입에서 내 얘기 나오면 골치 아파집니다. 좋은 방법 없어요?”


임 후보는 머리가 아픈지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일단 제가 정홍조를 만나서 후보님 이름 하나라도 나오면 다시는 못 나올 줄 알라고 엄포를 놓겠습니다.”


김 대표가 아주 결연한 눈으로 임 후보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임 후보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놈이 말을 들을까?”

“지가 말을 안 들으면 어쩌겠어요. 어차피 형님이 대통령 되시면 그놈 형량이야 형님의 마음대로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선거가 몇 달 안 남았습니다.”


옥 의원이 힘을 주어 말했다.

반신반의하던 임 후보는 옥 의원의 말을 듣고 얼굴이 확 밝아졌다.


“좋아. 김 대표가 정홍조 만나서 말해줘요. 이상한 놈하고 엮이니까 이것저것 불편하네. 불편해.”

“네. 후보님.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상해 교사를 했다는 건 또 뭐야? 아는 거 있어요?”

“네. 찾아온 변호사가 옴니버스 펀드 얘기를 하니까 부하들 시켜서 죽이려고 했나 봐요. 깡패 출신이라 생각이 무지 단순합니다.”


김 대표가 임 후보의 눈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임 후보는 김 대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히려 잘됐지. 정홍조 저놈이 내 얘기를 해도 깡패가 하는 말이니까 사람들이 안 믿을 거 아냐. 하여간 김 대표는 펀드 사건은 축소하고 그 상해 교사는 확대해서 잘 처리해 봐요. 변호사나 사무장 둘 중에 한 놈이라도 죽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네. 허허!!”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말하고 웃기까지 하는 임 후보의 모습에 김 대표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옥 의원은 김 대표와 달리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임 후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놀라지 않은 건가 아님 오랫동안 정치판에서 단련돼서 그런가.

어떤 이유였건 김 대표에게 옥 의원의 그런 모습은 몹시 낯설었다.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친구에게 저런 모습이 있다니 김 대표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쳐졌다.


***


주치의로부터 퇴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나와 강호는 즉시 퇴원 준비를 했다.

몸이 완쾌된 것은 아니었으나 거동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병원에 있느라 미룬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서둘러 퇴원을 결정하게 된 것.

환자복을 갈아입고 퇴원을 하려는데, 재혁이 병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형! 밖에 기자들이 엄청 몰려왔어. 괜찮겠어?”

“뭐가?”

“말할 수 있겠냐고?”

“보면 모르냐? 여기 누워 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죽겠다. 기자고 뭐고 얼른 나가자.”


나는 걱정하는 재혁을 뒤로 하고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로비로 가니 출입구 쪽에 기자들 모습이 보였다.

출입구 쪽을 둘러싼 기자들을 보자 긴장과 흥분이 교차했다.


“나온다!”


우리들을 알아본 기자가 소리쳤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김일목 변호사님. 강호 팀장님 맞나요?”

“네.”

“몸은 괜찮으십니까?”

“죽여줍니다. 그놈들 다시 만나면 아주 그냥!!”


강호가 너스레를 떨자 몇몇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 하나가 손을 번쩍 들고 내게 물었다.


“김일목 변호사님. 옴니버스 펀드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죠.”

“네. 옴니버스 펀드 사건은 정홍조가 운영하는 피닉스 파트너스에서 만든 사모펀드로 국공채에 투자한다고 기망하여 투자금을 받은 이후 국공채 대신 기업 인수와 부동산 시행 사업 등에 투자하여 대규모 손실을 본 사건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저희가 이전에 하던 소송 사건 의뢰인께서 옴니버스 펀드에 투자하셨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하셔서 여기 있는 김재혁 변호사, 강호 팀장님과 같이 조사를 하던 중에 알게 됐습니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번쩍거리는 플래시에 기자들뿐만 아니라 병원에 있는 환자들과 방문객들까지 주위에 몰려들었다.

몇 번 인터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조사를 한 후 바로 고소를 하지 않고 정홍조 대표를 만난 이유가 뭡니까?”

“그건 정홍조 대표가 정치인, 고위 공무원, 법조인 출신들을 회사 고문으로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홍조를 통해 좀 더 직접적인 증거를 잡고 싶었습니다.”

“정홍조가 조폭 출신이라는 건 알고 계셨나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겁이 나기는 했지만, 강호 팀장님이 워낙 대단한 분이라 믿고 갔습니다.”


내가 강호를 가리키자 카메라가 일제히 강호를 향했다.

셔터 소리와 플래시에 놀란 강호가 어색하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빵한 표정에 기자들이 미소를 지으며 강호에게 물었다.


“강호 팀장님은 경찰에 계실 때 강력계 형사로 굉장히 유명하셨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뭐.. 좀.. 그런 편이기는 했죠. 조폭 애들 잡아다가 좋은 얘기도 해 주고.. 그랬습니다.”

“얘기를 주먹으로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가·· 끔. 그랬죠. 아주 가끔. 허헛!”


수줍어하는 강호의 모습에 기자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강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잠시 강호의 시간이 지나고 질문은 다시 나에게로 왔다.


“정홍조 대표의 배후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정홍조의 마음을 통해 들었던 임영학 후보의 이름을 말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의 이름을 말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분명히 정홍조의 배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거기까지 조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검찰이 그 배후를 밝혀 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일단 저희가 수집한 증거는 전부 경찰, 검찰,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직접 나가서 진술도 할 것이고요. 이번 사건은 정홍조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뒤를 봐주는 사회 지도층 인사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이 공범으로 가담한 게이트(Gate, 정치·경제적인 대형 사건)적 성격이 있습니다. 철저하게 파헤쳐서 진실을 가려야 합니다.”

“변호사님.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꽤 많이 승소로 이끄셨는데 혹시 정치권으로 진출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의외의 질문이었다.

운 좋게도 굵직한 사건을 잘 해결하기는 했지만, 그걸로 정치로 진출하는 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는 여지를 두는 게 미덕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제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게 지금 하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혹시 영입 제안이라도 받으신 건가요?”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어 보였다.

기자들이 대답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재혁이 물었다.


“형! 뭐야? 혹시 나 몰래 영입 제안 받은 거야?”

“아니. 영입은 무슨. 정치인 그림자도 못 봤다.”

“근데, 왜 아까는 대답을 안 했어?”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이잖아! 하하!!”


핸들을 잡고 있던 재혁이 깔깔 웃자 차가 크게 휘청거렸다.

녀석은 겨우 중심을 잡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뒤에서 듣고 있던 강호는 소리 없이 웃으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


수의를 입은 정홍조가 변호인 접견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김형모 대표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지낼 만하십니까?”

“뭐 처음도 아니고, 그럭저럭 지내고 있죠. 좋은 소식 좀 가져 오셨소?”

정홍조는 힘없이 웃으며 물었다.


“좋은 소식이랄 게 뭐 있습니까? 그러게 왜 그놈들한테 그렇게 해서 일을 만듭니까? 만들길···”


김 대표의 타박에 정홍조는 말없이 입맛을 다셨다.

김 대표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의 뜻대로 했다가 사달이 났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정홍조의 상황을 알고 있는 김 대표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제부터라도 내 말을 들어야 정 대표의 신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시겠죠?”

“네. 말씀해 보십시오.”


정홍조는 맥이 탁 풀린 눈으로 말했다.


“일단 정 대표가 전부 책임지는 걸로 하고, 정 대표가 돈 준 사람들 중에 자유대한당 사람들은 절대 입밖으로 내면 안 됩니다. 특히 임영학 후보는 절대!!”


임영학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정홍조의 눈이 반짝 빛났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걸 보니 임영학의 오더가 떨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정홍조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목소리에 잔뜩 힘을 줬다.


“그러면요? 그러면 혹시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는 겁니까?”

“하이고!!! 그걸 말이라고···”


김 대표는 집행유예라는 말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 억이 넘는 손실에, 살인교사 내지는 상해교사까지 껴 있는데 집행유예라니 말이다.

당장 쌍욕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김 대표는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말을 이었다.


“정 대표. 인간적으로 집행유예는 너무 심하잖아!”

“하하!! 농담이요. 농담. 나도 그 정도 정신은 있습니다.”

“그렇죠. 정 대표가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제대로 말을 해 봐요. 그래야 나도 위에다 말할 거 아니요.”


정홍조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김 대표는 정홍조를 쳐다보며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정홍조가 뭐라 말할지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다.

입을 움찔움찔거리던 정홍조가 마침내 본인의 뜻을 전달했다.


“3년 내로 끊읍시다. 그 정도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게 안 되면 그냥 확 다 불어버릴랍니다. 꼼꼼하게 적어놓은 장부도 있고.”


정말 당황하고 황당했으나 김 대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는 날엔 이 무식한 놈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몰랐다.

일단 들어주는 척하면서 훗날을 도모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요. 그 정도면 가능할 것도 같아. 위에다 말해보고 다시 올게요. 그동안 몸 관리 잘 하시고.”


김 대표는 웃는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홍조는 아직 접견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밖으로 나가는 김 대표가 못내 서운했다.

그것도 잠시 본인의 뜻이 잘 이뤄질 기대감에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리며 그를 데리러 온 간수가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간수를 따라 수용실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합니다 +5 23.11.21 265 0 -
공지 매일 12시(정오)에 연재합니다. 23.09.11 2,378 0 -
74 074. 이슈는 이슈로 덮인다. +3 23.11.21 397 16 12쪽
73 073. 범인은 내 손으로 (2) +3 23.11.20 439 18 12쪽
72 072. 범인은 내 손으로 (1) +4 23.11.19 480 20 12쪽
71 071. 결정적 단서 +3 23.11.18 510 18 12쪽
» 070. 동상이몽 +3 23.11.17 511 20 12쪽
69 069. 조폭은 조폭 (2) +2 23.11.16 552 20 12쪽
68 068. 조폭은 조폭 (1) +3 23.11.15 556 19 12쪽
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7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56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82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72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690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0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697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2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54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81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60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76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35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61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08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44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67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61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73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997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20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