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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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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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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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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68. 조폭은 조폭 (1)

DUMMY

여의도 임영학 후보 선거운동본부.

임 후보가 심각한 얼굴로 김형모 대표에게 물었다.


“정홍조 그놈 사업이 어떻게 돼 갑니까?”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회사 하나 인수한 거는 어느 정도 비용 회수가 가능한데, 시행 사업 두 개는 전망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허헛. 흐음···”


임 후보는 헛기침을 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눈치를 보고 있던 옥 의원이 김 대표를 보며 말했다.


“김 대표. 뭐 좋은 방법 없어? 후보님한테 영향이 가면 안 되는데.”

“사실 지금으로서는 사업을 살릴 수 없을 거 같아서 마땅한 방법이 없고. 그래도 하나 생각한 게 있기는 한데···”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김 대표가 말끝을 흐리자 성질 급한 임 후보가 재촉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옴니버스 펀드 유지하면서 후보님이 대통령 되면 사업 하나 밀어줘서 손실을 덮는 겁니다. 그럼 다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김 대표의 말에 옥 의원이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정작 당사자인 임 후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옥 의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형님! 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으세요?”

“에잇. 정말 재수 없게 그런 놈한테 왜 사업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네. 지가 싼 똥은 지가 치워야지. 더러운 새끼!”


임 후보는 정홍조에게 이권을 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그는 돈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한 걸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국민들이 임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도 그의 그런 탐욕으로 자신들도 잘살게 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이익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옥 의원이 웃으면서 임 후보를 달랬다.


“형님.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적당하게 밀어주고 그놈 감빵에다 처넣으면 되지. 한 30년쯤 살게 하면 되잖아요.”

“내가 약지 못해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동생이 옆에서 나 좀 도와줘. 김 대표도 마찬가지고요.”

“후보님. 말 편하게 하십시오. 저랑 옥 의원은 친굽니다.”


김 대표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임 후보가 흡족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고. 우리나라 최고 변호사가 이렇게 대접해 주시니 정말 고맙네요. 잘 도와주시면 동생으로도 삼고 법무장관도 되시고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감사합니다. 후보님. 아니 각하!!”

“그래요. 그래요. 이번 일은 내 김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길 거니까 잘 해결해 주세요. 나는 김 대표만 믿고 갑니다.”


임 후보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 대표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몸을 숙인 채 임 후보와 악수를 나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옥 의원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우웅. 우웅. 우웅.

정홍조 대표이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휴대폰을 든 정 대표는 발신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

처음 보는 번호였기 때문이었다.

망설이던 그는 결심한 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정홍조 대표님이시죠?

- 그런데요. 누구십니까?

- 네. 저는 김일목 변호사라고 합니다. 저번에 가나증권 성동원 본부장 만났었는데, 혹시 들으셨나요?


정홍조는 잠깐 당황했다.

성동원에게 들은 그 변호사가 전화까지 할 것이라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을 한 번 고른 정홍조는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 아! 얘기는 들었소. 근데, 무슨 일입니까?

- 다름이 아니고 대표님과 옴니버스 펀드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저는 투자자 대리인이니까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정홍조는 잠시 고민했다.

투자자건 투자자의 대리인이건 굳이 만날 의무는 없었다.

만나지 않는 걸 트집 잡는다면 그냥 펀드 해지하라고 얘기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집요하게 구는 걸 보면 그런 식으로 끝날 만한 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뭐 좋습니다. 만나서 얘기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 감사합니다. 대표님. 언제 찾아뵐까요?

- 가만 있어보자. 스케줄 좀 확인해 보고요.


정홍조는 테이블에 놓인 달력을 확인했다.

띄엄띄엄 표시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휑한 편이었다.


- 내일 오후밖에 시간이 없네. 괜찮아요?

- 네. 시간이 없어도 대표님 시간에 맞춰야죠. 내일 오후에 찾아뵙겠습니다.


정홍조는 전화를 끊고 바로 김형모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대표님. 저 정홍조입니다.

- 네. 대표님. 무슨 일 있습니까?

- 다름이 아니고 저번에 말씀드렸던 그 변호사놈이 만나자고 전화 왔습니다.

- 아아!! 그래요?


휴대폰 너머로 김 대표의 불규칙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 김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정홍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왜 그러세요? 뭔 문제가 있습니까?

- 아뇨. 그놈들이 왜 만나자고 하는지 생각 좀 하느라.

- 별거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디다 자금을 썼는지 알아보느라 그런 거겠죠. 지들이 와봤자 알 수도 없겠지만.

- 그렇게 쉽게 보면 안 돼요. 만나봐야 좋은 거 없으니 안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


김 대표가 딱 잘라 말하자 정홍조는 당황했다.

방금 전에 약속을 잡아 놨는데 다시 전화를 걸어 취소하는 건 가오가 상하는 일이었다.


- 대표님도 너무 걱정이 많으신 거 아닙니까? 그깟 놈들이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만나지 마라고···

- 이것 보세요. 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압니까? 만나 봐야 도움 되는 거 하나 없는데 만나서 뭐 합니까? 하여간 내 말대로 하세요!!


김 대표의 말에 정홍조는 기분이 상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쌍욕이 튀어나왔을 타임이었지만 정홍조는 최대한 자제했다.


- 대표님. 그놈들 만난다고 내가 무슨 얘기라도 할 사람으로 보이요? 나를 너무 띄엄띄엄 보시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 그렇게 보는 것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 도와 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제발 제 말을 들으세요.


무슨 말을 해도 김 대표의 고집이 꺾일 것 같지 않았다.

정홍조는 하는 수 없이 김 대표의 말을 듣는 척했다.


- 알겠습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그리고, 옴니버스 펀드는 제가 임 후보님하고 잘 얘기해 놨으니까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은 정홍조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어린 변호사놈의 당돌한 태도에 한 번, 노회한 김형모 대표의 완고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정홍조는 김 대표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나이가 한 번 하기로 한 건 끝까지 밀고 나가야 가오가 사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정홍조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내일 오후에 애들 좀 준비시켜라.

- 네. 형님.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나는 깡패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정홍조는 눈을 감고 내일의 일을 생각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일을 하려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서울 강남의 한 빌딩.

나는 강호와 함께 피닉스 파트너스 사무실로 향했다.

18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니 직원이라곤 출입문 쪽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하나가 전부였다.


“김일목 변호사님이신가요?”


여직원이 내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여직원은 나와 강호를 안쪽에 있는 대표실로 안내했다.

대표실의 문이 열리자 저 끝에 앉아 있는 정홍조가 보였다.

대표실은 사무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크기였다.


“어서오세요. 정홍조입니다.”


대표석에 앉아 있다 일어난 정홍조가 걸어 나오며 인사했다.

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게 큰 얼굴이 몹시 어색했다.

게다가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 때문에 큰 얼굴이 더 크게 보여 약간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김일목 변호사입니다. 이쪽은 저희 사무실 강호 팀장입니다.”

“네. 네. 이쪽으로 앉으시죠.”


정홍조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나와 강호가 가서 앉았다.


“옴니버스 펀드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으시다고요?”


정홍조가 앉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저희 의뢰인께서 옴니버스 펀드가 국공채에 투자한다고 해서 펀드에 가입하셨는데 알고 보니 펀드가 국공채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가 왜 국공채에 투자를 안 합니까? 펀드 자금으로 국공채에 투자를 했는데. 뭘 잘못 알고 계신가 보네.”


정홍조는 일단 모르는 일인 것처럼 말했다.

우리가 알고 왔는지 모르고 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처음에 국공채를 사신 건 맞는데 거의 대부분 팔았더군요. 지금 남아 있는 국공채는 20% 정도고요.”

“펀드 운용하다 보면 사고 팔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뭘 잘 모르시네!”


정홍조가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펀드 투자처가 달라지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펀드 결산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던데요. 이거 형사처벌 대상인 거 잘 알고 계시죠?”

“······”


정홍조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찌푸려진 얼굴에서 속마음이 들려왔다.


< 조사를 많이 하고 왔나 보네. 역시 가만둬서는 안 되겠어! >


가만두지 않는다는 게 뭐지?

법적으로 대비를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조폭처럼 칼이라도 쓰겠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홍조가 조폭 출신이라고 해도 이 상황에 칼을 쓸 만큼 무모한 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정홍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많이 조사를 하셨나 보네. 공시를 하지 않은 건 문제되지만 사모펀드라는 게 결국 투자자들한테 손해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소? 어디 법대로 해 보시오. 나는 우리 회사 고문님들이랑 잘 방어해 볼라니까.”

“알아보니까 화려하긴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될 겁니다.”

“후훗! 과연 그럴까?”


정홍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열한 웃음을 띤 그의 얼굴에서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온 건지 드러났다.


< 가소로운 새끼들. 임 의원이 대통령 되면 다 끝날 일인데··· 지들 상대가 김앤전이라고 하면 놀라 자빠지려나? >


임 의원, 대통령이라면 분명 자유대한당 임영학 후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럼 정홍조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임영학 의원이라는 말인가.

좀 더 물어보려는 찰나 강호가 먼저 치고 나왔다.


“이 새끼. 이거 잘 참는다 했더니 옛날 버릇 바로 나오네!”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고 있는 강호를 보더니 정홍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뭐라고? 너 누군데 입을 그 따위로 놀리냐?”

“나? 강남서 강력반에 있던 강호다. 너 양호 밑에서 일했다면서?”


‘양호’라는 말에 정홍조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의 출신까지 알고 온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이봐!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번지수 잘못 찾았어. 한 번만 더 그딴 얘기 했다가 너 진짜 큰일나는 수가 있다.”

“야! 정홍조. 그런 말 하는 놈치고 제대로 하는 놈을 본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어라. 그럼 형님이 용서해 줄 수도 있으니까.”


강호의 비아냥에 정홍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정홍조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손님들 나가시니까 배웅해 드려.


정홍조가 수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건장한 남자 직원 둘이 들어왔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가 보쇼.”

“네.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정홍조에게 목례를 했고, 강호는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 인사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대표실을 나가고 정홍조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야! 두 놈 다 없애 버려!

- 네. 형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짧은 대답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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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8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62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91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81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700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9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706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3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65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9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7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84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43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71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18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53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76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72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83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1,006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3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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