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09,560
추천수 :
1,933
글자수 :
393,542

작성
23.11.11 12:00
조회
673
추천
20
글자
12쪽

064. 옴니버스 펀드 (1)

DUMMY

사모펀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으며, 공모펀드와는 달리 운용에 제한이 없는 만큼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투자금의 수십 배에 이르는 수익이 나기도 해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펀드 이름이 뭡니까?”

“옴니버스 펀드라고. 증권사 영업본부장이 어찌나 칭찬을 해대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부끄러운지 배철호 회장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옴니버스 펀드요? 처음 들어보는데.”

“사모펀드는 워낙 비밀로 해서 잘 모를 거예요. 주변에 물어보니까 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뭐하는 펀드입니까?”

“국공채에 투자해서 안전하다고 어찌나 칭찬을 하는지···”


사모펀드는 주로 기업을 인수하여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국공채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국공채에서 나오는 이자라고 해봤자 고작 몇 %에 불과할 텐데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회장님. 수익률은 얼마나 나온다고 그랬습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연 10%는 된다고 그랬어요.”

“국공채 수익률이 그렇게 좋아요? 회사채도 그 정도는 안 나올 텐데.”

“그러게 말이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왜 그런 말을 믿은 건지 이해가 안 가요.”


배 회장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며 자책했다.

현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6% 정도였다.

사모펀드 비용, 수수료를 감안하면 적어도 12%는 되어야 할 텐데 아무리 신용등급이 낮은 공채라고 해도 그런 수익률을 얻는 건 불가능했다.


“수익을 어떻게 얻는다고 설명을 하던가요?”

“그게 연 수익률은 8% 정도 되는데, 처음 채권을 인수할 때 액면가보다 싸게 인수해서 수익률을 더 낼 수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덜컥 믿어버렸지.”

“아아··· 그러셨군요.”


듣기에는 그럴 듯했다.

하지만, 할인 발행을 고려하더라도 수익률이 12%가 되려면 투기등급 회사채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국공채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에 투자되고 있다고 알아는 보셨나요?”

“때마다 뭘 보내주는 것 같은데, 바빠서 확인은 못 해봤어요. 가만 있자 그게 어디 있더라.”


배 회장은 책장 쪽으로 가서 한참 뒤지더니 두툼한 서류봉투를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봉투를 나와 재혁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거 그동안 자료를 전부 모아둔 거니까 가져가시고 사건 진행해 주세요. 돈 못 받아도 좋으니까 그 펀드 실체가 어떤지 밝혀주세요.”

“네. 회장님. 한 번 열심히 파 보겠습니다.”


배 회장은 나와 악수를 나눈 뒤 재혁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재혁 변호사님. 김앤전도 잡을 수 있다고 하시고. 패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도 저희 회사 사건은 변호사님께 맡겨야겠어요.”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김앤전은 반드시 잡아야죠.”


다시 한번 투지를 불태우는 재혁을 보면서 배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실을 나서자 비로소 두툼한 서류 봉투의 무게가 느껴졌다.

투자금의 규모와 투자처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봉투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


서울 여의도 자유대한당 당사(黨舍) 대강당.

강당 연단 위로 ‘임영학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특별보좌관 위촉식’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연단 아래로는 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될 사람들이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고, 뒤로는 정당 관계자들이 차례로 앉아 있었다.

임영학 후보가 강당에 들어서자 연단 구석에 있던 사회자가 소리쳤다.


“자. 후보님이 입장하십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전부 일어나 임영학 후보에게 박수를 보냈다.

길게 찢어진 눈에 억세게 툭 튀어나온 광대가 인상적인 임영학 후보는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그가 연단에 오르자 몇몇 관계자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친애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렇게 부족한 저를 도와주기 위해서 사회 저명인사들이 특별보좌관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분들의 뜻을 받들어 이번 대선에서 기필고 승리하여 우리 당과 보수의 기치를 대한민국에 휘날리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

그의 연설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임영학은 박수가 끝나기를 기다려 연설을 이어갔다.


“먼저 법률특보를 수락해 주신 대한민국 최고 로펌 대표 김형모 대표와 언론특보를 수락해 주신 동방일보 봉정훈 대표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이 두 거물을 모두 영입해 주신 우리 당 옥주환 의원께 당원 동지 여러분의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박수가 터지자 옥주환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화답했다.

박수가 그치고 임영학 후보의 연설이 이어졌다.

연설 중간중간 박수가 간간이 터졌고, 연설이 마무리되자 본격적인 위촉 순서가 왔다.


“다음은 언론 부문 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되신 봉정훈 동방일보 사장님이십니다.”


봉 사장이 연대에 올라 임영학 후보 앞으로 다가갔다.

임영학 후보는 들고 있던 위촉장을 봉 사장에게 주고 악수를 나눴다.

봉 사장의 다음으로 김형모 대표의 차례였다.


“다음은 법률 부문 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되신 김형모 김앤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이십니다.”


김형모가 천천히 연대에 올라 임영학 후보에게 다가갔다.

임 후보가 위촉장을 김형모 대표에게 주면서 속삭였다.


“김형모 대표님. 기대가 큽니다. 제가 좀 구린 데가 많아서 도움 좀 많이 받겠습니다.”

“후보님. 농담도 잘 하십니다. 곧 대통령 되실 분이. 하하!!”


환하게 웃고는 있었지만 임 후보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건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법률 특보로 김 대표를 불렀다는 것도 말이다.


“자 이제 위촉식을 전부 마쳤습니다. 위촉된 특보님들은 전부 연단으로 올라와 기념촬영을 하시겠습니다.”


김형모 대표, 봉정훈 사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특보들이 임영학 후보, 옥주환 선대위원장을 가운데 두고 쭉 늘어섰다.

마치 대통령과 내각들의 기념사진 촬영같은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특보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그들은 직접 알거나 한 사람 건너면 아는 사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정훈아. 형모야. 앞으로 잘 해보자.”


옥주환 의원이 김 대표와 봉 사장의 어깨를 같이 끌어안으며 말했다.


“형 때문에 이런 감투도 쓰고 정말 고마워!!”


봉 사장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이건 시작이야. 나중에 문화부 장관 안 할 거야?”

“뭐? 내가 문화부 장관을?”

“그래. 너가 안 하면 누가 하냐? 하하!!”


옥 의원이 봉 사장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봉 사장은 실감이 나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어벙벙하고 있어? 여기 형모는 법무장관 할 건데.”

“옥 의원 그런 말 하지마. 누가 듣겠다.”

“들으면 들으라고 그러지. 이제 곧 우리 세상인데. 하하하!!!”


옥 의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돌아봤다.

웃음소리의 근원이 옥 의원인 것을 알자 사람들도 그를 따라 소리 내어 웃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자리에 모인 사람 어느 누구도 임 후보의 당선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임 후보 본인의 능력이기도 했지만, 옥 의원의 힘이 더해진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사실이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임영학 후보도 옥 의원을 따라 큰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이번엔 사모펀드 사건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사모펀드에서 투자금을 받아서 국공채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게 맞는지 아니면 투자금을 다른 곳에 유용했는지를 밝히는 겁니다.”


회의실에 모여 있던 재혁, 유리, 정성식 국장, 강호 팀장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자료인가요?”


정 국장이 두툼한 봉투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펀드 보고서 같은 게 들어 있습니다.”


정 국장이 봉투에 들어 있던 자료를 꺼내 테이블에 펼쳐놓았다.

이미 자료를 봤던 나와 재혁을 빼고 유리, 정 국장, 강 팀장이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자료는 이상이 없어요. 국공채에 투자해서 12%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재혁이 말하자 유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국공채 수익률이 12%를 넘는다고? 그게 말이 돼?”

“당연히 안 되지. 내가 샅샅이 검색을 해 봤는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 8% 정도야.”

“그럼 이건 뭐야?”


유리가 보고서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뭐긴 뭡니까? 당연히 허위문서겠지.”


강 팀장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없었지만, 심증으로는 100% 허위문서였다.


“강 팀장님 말이 맞아요. 이건 분명히 허위문서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해 놓고 어디 다른 데다 썼겠죠. 다른 데 투자한 게 성공했으면 몰라도 실패했으면···”


내 말에 다들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배철호 회장이 10억 투자할 정도로 매력이 있는 상품이라면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적어도 피해액이 1,000억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정말 심각한 사건이 될 수도 있겠네요. 하루라도 빨리 밝혀야겠어요.”


정 국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국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서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하실 건데요?”


내 말을 들은 강호가 물었다.

나는 좌우를 둘러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번처럼 역할을 나눠서 진행할까 합니다. 먼저, 정 국장님은 여기 보고서에 나와 있는 국공채 수익률 전부 조사해서 국공채 발행됐는지, 수익률이 맞는지 조사해 주시고요. 강 팀장님은 사모펀드 대표나 직원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봐 주세요.”

“네.”


정 국장과 강 팀장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재혁과 유리는 여전히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혁이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조사해 주고, 고소장이나 진정서 초안을 좀 잡아 봐. 필요하면 유리랑 같이 하고.”

“알았어. 근데 형은?”


재혁의 성격상 내 일을 물어볼 거란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일은 사건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일이었다.


“나는 유리하고 가나 증권 영업본부장을 만나러 갈 겁니다.”

“가나 증권 영업본부장을요?”


정 국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 배철호 회장이 가나 증권 영업본부장한테 옴니버스 펀드를 추천받았다고 했거든요. 영업본부장 만나면 뭔가 실마리가 나올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정 국장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또 새로운 사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김앤전이랑 한바탕 붙어야 될 겁니다. 다들 힘냅시다!”

“걔네들 별것도 아니던데. 와 보라고 하지!!”


강호가 특유의 심드렁한 말투로 얘기하자 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제 김앤전과의 승부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김앤전과 일전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건 나만의 감정이 아닌 것 같았다.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두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합니다 +5 23.11.21 266 0 -
공지 매일 12시(정오)에 연재합니다. 23.09.11 2,378 0 -
74 074. 이슈는 이슈로 덮인다. +3 23.11.21 398 16 12쪽
73 073. 범인은 내 손으로 (2) +3 23.11.20 439 18 12쪽
72 072. 범인은 내 손으로 (1) +4 23.11.19 480 20 12쪽
71 071. 결정적 단서 +3 23.11.18 511 18 12쪽
70 070. 동상이몽 +3 23.11.17 511 20 12쪽
69 069. 조폭은 조폭 (2) +2 23.11.16 552 20 12쪽
68 068. 조폭은 조폭 (1) +3 23.11.15 556 19 12쪽
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7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56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82 18 12쪽
»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74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691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2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698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21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55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8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6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76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36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63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09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45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68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62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74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998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22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