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팅커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최근연재일 :
2023.11.21 12:0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09,561
추천수 :
1,933
글자수 :
393,542

작성
23.11.06 12:00
조회
755
추천
22
글자
12쪽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DUMMY

경기도 이천에 있는 어느 한정식집.

룸 안에서 있던 황천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강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시골 치킨 공장 앞에 있었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덩치가 엄청나게 큰 강도가 둘이나 있는데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었다.

강호가 어떤 사람인지 빨리 만나 보고 싶어 황천수는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도착하셨습니다.”


여종업원이 문을 열고 말한 후 강호와 내가 조심스레 룸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강호 팀장님!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네. 저희 사무실 대표 변호사십니다.”

“아··· 네. 그러시구나. 젊으시네요.”

“안녕하세요. 김일목 변호사입니다.”


황천수는 내가 변호사인 걸 알자 부담스런 표정을 지었다.

강호만 만나는 줄 알고 나왔는데 변호사가 같이 나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앞으로 듣게 될 얘기에 비하면 지금 이 상황은 아무것도 아닌데, 벌써 이렇게 나오니 나도 적잖이 부담이 되었다.


“일단 앉으시죠. 여기까지 오셨으니 제가 맛있는 거 대접하겠습니다.”


메뉴판 펼친 정식 메뉴 중 가장 비싼 ‘임금님 정식’ 3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친 황천수가 메뉴판을 내려놓을 때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거 시키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강 팀장님한테 받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자초지종을 모르는 황천수가 너무 고마워하니 강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운 건지 강호는 나와 황천수의 잔에 맥주를 따라줬다.


“자. 자. 한잔씩들 드시죠.”


건배를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일 얘기는 접어두고 강호의 무용담을 중심으로 얘기가 이어졌다.

인천 조폭 조태진의 부하 셋을 한꺼번에 때려눕힌 얘기를 해 주자 황천수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역시 저를 구해 주실 만한 실력이 있으셨군요.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요. 근데, 황 선생님은 메가 치킨에서 오래 일하셨나 봐요?”


강호가 노련하게 황천수 쪽으로 얘기를 돌렸다.


“아니. 그걸 어떻게?”

“하하!! 제가 그날 선생님 도와 드릴 때 공장 잠바를 입고 계셨잖아요?”

“맞다! 그렇죠. 하하!!”


수줍게 웃고 난 황천수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황천수는 배가 치킨이 처음 생길 때부터 공장에서 치킨 생산 쪽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배가 치킨 배철호 회장도 많이 만난 적이 있고, 자기를 알 거라고 했다.

그러다 메가 치킨 공장장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 결정적 이유가 류경훈 대표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황천수가 메가 치킨으로 옮기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왜요? 배가 치킨에 계시는 게 더 편하지 않아요?”

“저는 경훈이가 배가 치킨에 입사할 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경훈이가 머리가 뛰어난 놈은 아닌데, 되게 성실해요. 그리고, 치킨을 아주 좋아해서 저한테 많은 걸 배워 갔죠. 사무직으로 입사한 놈인데, 아마 그놈만큼 치킨에 대해서 많은 걸 아는 놈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배철호 회장의 눈에 띄게 된 거죠.”


과거를 회상하는 황천수의 눈에 아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류경훈과의 과거는 그에게 좋은 기억이었던 듯 그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경훈이가 본사로 가서 계속해서 승진을 했습니다. 저는 공장에 계속 있었고요. 그래도 경훈이는 몇 달에 한 번씩이라도 꼭 저를 찾아왔죠. 그리고, 제 와이프가 암에 걸렸을 때 치료비도 많이 줬습니다. 그래서 경훈이가 메가 치킨으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거절을 못한 거죠.”


황천수와 류 대표의 사연을 들으니 그를 설득하기 녹녹치 않아 보였다.

나는 황천수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굵은 주름과 잔주름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고, 그의 눈에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예순이 다 된 나이에 고단한 공장 일을 하고 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는 그의 힘든 생활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드러난 고단함을 뚫고 나오는 그의 눈빛은 대단히 힘 있고 선명했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직함이 엿보였다.

나는 황천수의 눈빛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황 선생님.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 역시 그냥 온 게 아니었어. 나한테 얻으려고 하는 게 뭘까? >


황천수의 얼굴은 평온했으나, 나에게 들려온 그의 마음은 얼굴과 달랐다.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류 대표가 배가 치킨 레시피를 도용해서 메가 치킨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황 선생님이 염지할 때 쓰는 원료 말입니다. 그걸 도용한 겁니다.”


내 말을 들은 황천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까지 숨기지는 못하였다.


< 어쩐지 배가 치킨 때랑 똑같은 향이 나더라니··· 류경훈 이 못난 자식!! >


“선생님. 배가 치킨에서도 염지를 하셨다면 잘 아실 것 아닙니까? 류 대표가 배가 치킨 레시피를 훔친 건지 아닌지···.”


나는 일부러 황천수의 마음을 말해 그를 압박했다.

내 말을 들은 황천수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자신의 마음을 들킨 사람이라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제가 뭘 안다고 그런 말씀을··· 저는 그런 걸 잘 모릅니다.”


< 경훈이가 레시피를 훔쳤다고 해도 난 말할 수가 없어. 그놈이 해 준 게 얼만데··· >


역시 그의 고민은 류 대표와의 친분, 그에게서 받은 도움이었다.

둘의 끈끈한 관계, 하지만 강 팀장에게 들은 말로는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고 했다.

어차피 승부수는 던져졌다.

나는 황천수의 강직한 눈빛에 모든 걸 걸었다.


“선생님! 류 대표가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준 건 선생님께 받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10년 넘게 선생님께 치킨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전문가가 되었는데, 선생님이 어려울 때 모른 체한다?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물론 류 대표가 선생님께 특별한 존재인 걸 압니다만 그래도 불법을 저지르는 걸 눈 감고 계시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허윽··· 흐읍···.”


옅은 신음 소리를 내며 황천수는 괴로워했다.

류 대표와의 인연이냐 아니면 불법 행위를 드러내 정의를 실현하느냐.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그건 온전히 황천수의 몫이었다.


“선생님의 올바른 판단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나와 강 팀장이 일어나 나가려할 때 뒤에서 황천수가 소리쳤다.


“강 팀장! 이럴려고 나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강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른 강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만나려고 거기에 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강호가 먼저 룸을 나가고, 나는 몸을 돌려 황천수에게 인사했다.

황천수는 나에게 답례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내쉬는 한숨 소리가 내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이정섭 변호사가 대표실에 들어오며 김형모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아이고. 이 변호사. 이쪽으로 앉으세요.”


김형모가 대표가 반갑게 맞으며 자리를 권했다.

이정섭이 앉자마자 김 대표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재판은 잘 돼 갑니까?”

“상대방에서 성분 분석서를 내기는 했는데, 민트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저희 쪽 성분 분석서도 있으니 그걸로 도용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워낙 잘 준비해 주셔서.”

“뭘 그런 말을 다 하고 그래요? 이 변호사도 대단하신 분이란 걸 다 알고 있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정말 과찬이십니다.”


이정섭이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사실 김 대표도 자신의 말은 과찬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지 않은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김 대표에게 겨우 구려대 법대 나온 이정섭은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로지 이정섭을 칭찬하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하 실장이 이 변호사하고 진영복 부장하고 친하다고 그러던데, 맞아요?”

“네? 아아!! 저도 하 실장님이 영복이하고 관계 물어 보시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잠깐 놀란 표정을 지은 이정섭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영복이하고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서 살았습니다. 초등학교하고 중학교까지 같은 데를 다녔죠.”

“아이고. 죽마고우네. 불알친구야. 하하하!!!”


김 대표가 아주 흡족한 듯 대표실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도 아니라 이정섭은 김 대표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묻지 않고 그의 웃음이 그치기를 기다려 말을 이었다.


“네. 영복이하고 제 사이는 사람들이 알 수 없습니다. 전화 통화는 자주 하지만 영복이가 지방으로 근무를 다니면서 자주 얼굴을 보지는 못하는 편이어서.”

“그럼, 진 부장 재판에 들어간 적은 없어요?”

“우리 사이를 아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인연도 없어서 딱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아 그래요? 무슨 재판이었죠?”

“저의 의뢰인 배임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한 번 받았습니다.”


형사재판이라는 말에 김 대표의 눈이 반짝 빛났다.

민사재판이야 원, 피고 모두 동등한 입장이라 재판장의 의중이 쉽게 반영되는 반면 형사재판은 검찰의 눈치도 봐야 되기 때문에 쉽게 변호인의 편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정섭에게 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운 좋게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하하하!!!”


김 대표는 좀 전 대표실이 떠나가라 웃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웃었다.

판사와 친분이 있다는 게 그리 대단할 일도 아닌데 저렇게 좋아하니 이정섭은 민망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정섭의 얼굴을 봤는지 김 대표가 급히 웃음을 멈추며 말했다.


“아! 아! 미안해요. 내가 요즘 늙어서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 된다니까. 하여간 이번 사건은 이 변호사만 믿겠습니다. 우리 회사가 그놈들한테 여러 번 망신을 당해서 꼴이 우스워졌습니다. 이 변호사가 꼭 놈들을 이겨 주세요.”

“아아··· 그래서 그러셨군요. 저는 또 왜 그렇게 좋아하시나 했어요. 하여간 최선을 다해서 승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지원 필요하면 언제든지 하 실장에게 말씀하시고, 이번 소송 이기면 이 변호사 원하는 부서나 해외 연수도 추진해 줄 테니까 한 번 열심히 해봐요!”


김 대표의 말에 이정섭은 입이 쩍 벌어졌다.

승소하면 인센티브나 조금 주는 것이 관례인데, 원하는 부서로 옮겨 주거나 해외 연수를 보내 준다니 이런 특혜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김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봐서 이 소송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가 있었다.


“네. 대표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요. 얼른 가서 일 보세요.”


몸을 돌려 대표실을 나서는 이정섭의 얼굴에 한 가닥 근심이 보였다.

이렇게 좋은 제안을 할 때는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법.

만약 패소를 했을 때 김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봐왔던 김 대표이기에 이정섭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합니다 +5 23.11.21 266 0 -
공지 매일 12시(정오)에 연재합니다. 23.09.11 2,378 0 -
74 074. 이슈는 이슈로 덮인다. +3 23.11.21 398 16 12쪽
73 073. 범인은 내 손으로 (2) +3 23.11.20 439 18 12쪽
72 072. 범인은 내 손으로 (1) +4 23.11.19 480 20 12쪽
71 071. 결정적 단서 +3 23.11.18 511 18 12쪽
70 070. 동상이몽 +3 23.11.17 511 20 12쪽
69 069. 조폭은 조폭 (2) +2 23.11.16 552 20 12쪽
68 068. 조폭은 조폭 (1) +3 23.11.15 556 19 12쪽
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7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56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82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74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691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2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698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21 22 11쪽
»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56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8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6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76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36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63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09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45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68 30 12쪽
50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62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74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998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22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