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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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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
작품등록일 :
2023.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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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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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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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0. 김앤전의 반격 (2)

DUMMY

“말씀하신 자료 여기 있습니다.”


하태현 실장이 김형모 대표에게 서류 뭉치를 건넸다.

서류 뭉치를 받은 김 대표가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많네.”

“네. 김앤전이랑 붙어서 이겼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꽤 많은 사건을 수임했더라고요.”

“어떻게 배분하지?”

“한 팀에 집중적으로 배당하면 소문이 나기 쉬우니까 1건씩 골고루 배분할까 합니다.”


김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 대표의 고갯짓이 끝나자 하 실장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우리 변호사들 몸값이 비싸서···.”

“이렇게 하자고. 일단 우리 사무실 위임계약서를 낸 이후에 상대방이 일혁이랑 계약 해지하면 우리는 다시 복대리를 줘서 재위임하는 걸로. 그러면 건당 500만 원 정도로 막을 수 있을 거야. 상대방이 계약 해지 안 하면 그때는 직접 대리해서 사건 진행해야지. 수임료는 평소보다 좀 저렴하게 하고.”

“그래도 비용이 꽤 될 텐데. 그건 어떻게 하죠?”

“으음···.”


김 대표는 눈을 꼭 감고 좋은 수가 없는지 고민했다.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건을 한꺼번에 진행하려면 그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김 대표가 눈을 뜨며 말했다.


“우리 회사 공익 기금을 절반 정도 쓰고, 나머지는 내 돈으로 하지.”

“공익 기금을요?”


하 실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공익 기금은 김앤전 법률사무소에서 펼치는 공익사업을 위해 모아 둔 기금이었다.

공익 사건을 무료로 수임하고 그 비용을 기금에서 수임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집행하는 돈이었다.

물론 공익 기금의 집행 결정은 김 대표의 전권이었다.


“그래. 이것도 어떻게 보면 공익 활동 아닌가?”

“······.”


김 대표의 억지에 하 실장은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김 대표의 사익과 관련된 문제지 공익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렇다고 김 대표의 말에 반대하고 나서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왜 말이 없어? 그렇게 안 되겠나?”

“대표님이 의지를 갖고 하시는 건데 안 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렇게 추진하겠습니다.”

“오호!! 그래. 그래. 부탁하네.”


김 대표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 김 대표의 기분에도 불구하고 하 실장의 얼굴에는 그늘이 떠나지 않았다.


“인상 좀 풀게. 하 실장. 자네가 책임지는 건 아니잖나!”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야. 걱정 말고 추진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나저나 신광정유 사건은 아직 결론이 안 났나?”


김 대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곧 선고 기일입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알아보니까 퍼시픽에서 쩔쩔 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일혁이 또···.”

“운 좋은 녀석들이군. 하긴 이제 좋은 시절도 다 갔으니까 마지막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김 대표는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 실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김 대표에게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 실장은 서둘러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대표실을 나가는 하 실장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무거웠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

신광정유 사건의 선고 기일에 손종민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손 회장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회장님은 안 나오셔도 되는데···.”

“다른 일이 있으면 못 올 건데, 마침 일이 없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손 회장의 법정 출석 소식이 알려졌다면 기자들이 쫙 깔렸을 텐데 너무나 뜻밖의 출석이라 기자는 둘뿐이었다.

두 기자는 ‘이게 웬 떡이냐’ 싶은 표정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분은 누구신가요?”


손 회장이 내 옆에 있던 유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희 사무실 고용 변호사입니다. 이유리 변호사라고.”

“안녕하세요. 이유리입니다. TV보다 실물이 나으시네요.”


이유리의 돌발 발언에 손 회장은 물론이고, 나, 재혁 모두 말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손 회장이 연예인도 아니고 TV보다 실물이 낫다는 말을 하다니.

하지만, 유리는 특유의 초점 없는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래요? 미인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차암 기분이 좋네요. 하하!!”


손 회장은 아주 어색한 웃음을,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내질렀다.

어떻게든 이 어색한 분위기를 끝내야 했다.


“회장님. 곧 선고 시작하니까 이쪽으로 오시죠.”


나는 손으로 손 회장이 앉을 자리를 가리켰다.

손 회장은 자리로 가면서도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마치 그게 평소 본인의 웃음소리인 것처럼.


“곧 판결 선고가 시작입니다. 전부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법정 경위의 말에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이 입장했다.

주심인 우동 판사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씨익 웃었다.


< 김일목 변호사! 개명할 때는 또라인 줄 알았는데, 나름 괜찮은데. >


이 정도면 결론은 내 예상대로 나올 게 확실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손 회장은 판사들이 들어오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회장님.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저희가 이길 겁니다.”

“져도 괜찮습니다. 신광정유가 이 정도 사건으로 왔다 갔다 하지 않아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땀에 젖은 그의 손바닥은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마침내 재판장이 판결문을 넘기고 선고를 시작했다.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원고 대리인에게 묻겠습니다. 원고 대리인은 더 이상 제출할 증거가 없는 거죠. 증거가 있는데도 제출하지 않은 건 아니죠?”

“네.”


원고 대리인 정승우 변호사가 힘없이 대답했다.


“자. 그럼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먼저 원고 측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상표 사용계약서를 근거로 1,200억 원의 미지급 사용료와 그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주장합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 아닌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일응 미지급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응’이라는 말에 원고 대리인 정 변호사가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뒤에 어떤 말이 나올지 그도 대충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고는 상표 사용계약서에 기재된 ‘원고가 실소유주임을 확인한다’는 문구는 명의신탁 계약이 아니라 당시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원고에게 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형식상 기재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읽던 재판장이 피고석을 보다

자리에 앉아 있는 손 회장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재벌 회장이 출석 의무도 없는 선고 기일에 출석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재판장이 다시 판결문을 보며 판결하기 시작했다.


“원고 측이 제출한 당시 자금 이체 내역, 상표 사용 계약서보다 앞서 원·피고 공동 소유로 등록된 상표권 등을 보면 피고의 주장에 일리가 있고, 원고는 피고의 주장을 반박만 할 뿐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재판장은 원고와 피고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원고는 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 2주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판결 선고를 마치겠습니다.”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이 법정을 떠나자 손 회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고. 변호사님.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네요.”

“수고는 뭘요. 믿어 주신 회장님께 감사할 따름이죠.”


의례적인 말이었지만 손 회장은 진심으로 감동했는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혜명 스님이 좋은 분이라고 하더니 역시 그 말씀이 옳았네요. 앞으로도 좋은 인연 이어 갑시다.”

“네. 그렇게 하시죠.”


재벌 회장답지 않게 소탈한 그의 모습에 나도 호감이 갔다.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던 재혁과 유리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손 회장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변호사님들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래서,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선물이요?”


유리와 재혁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


“성공 보수를 따로 약정은 안 했지만, 수임료의 두 배를 성공 보수로 드리겠습니다.”

“수임료의 두 배라면 4억??”


수임료를 알고 있던 재혁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갓 들어와 수임료가 얼마인지 몰랐던 유리는 재혁의 경악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손 회장은 아주 호탕하게 껄껄껄 웃음을 날렸다.

화기애애한 법정과는 달리 창밖에서 까악까악 까마귀 울음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


“형. 소고기 먹으러 가야 되는 거 아냐?”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재혁이 큰소리로 말했다.


“소고기 말고 더 비싼 거 없나? 근사한 바에 가서 양주 마실까?”

“오예!! 나 양주 좋아하는데.”


내 말에 유리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성공 보수 들어오면 우리 보너스도 주는 거지?”


재혁이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물었다.

4억이 성공보수로 입금되면 세금을 떼고도 상당한 돈이 남는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보너스를 주겠는가.


“당연하지. 두둑히 줄 테니까 어디 쓸지 고민이나 하고 있어.”

“앗싸!!”


재혁과 유리가 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니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강 팀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팀장님. 오늘 신광정유 사건 선고 났는데 저희가 이겼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근데, 뭐 그런 걸 갖고 그렇게 방방 뛰면서 좋아하세요들.”

“승소도 승소인데, 오늘 신광정유 손종민 회장이 법정에 직접 나와서 판결한 거 다 듣고 우리한테 성공 보수로 4억을 준다고 약속했어요.”

“어어?? 4억??”


강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갑자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방방 뛰던 우리들은 그의 돌발 행동에 뇌가 정지되었다.

잠시 무아지경의 막춤을 추던 강 팀장이 우리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춤을 멈추고 정색하며 말했다.


“변호사님들만 먹으시면 배탈납니다. 저랑 성식이 형님도 챙겨야죠.”

“그야 당연하죠. 이 사건 엄밀히 따지면 강 팀장님이 혜명스님 만나서 사건을 따오신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당연히 드려야죠.”


내 말을 듣자마자 강 팀장이 다시 그 말도 안 되는 어깨춤을 췄다.

이번엔 우리도 그를 따라 막춤을 같이 췄다.

사무실에 한바탕 막춤의 향연이 펼쳐질 무렵 사무실의 문을 열고 정성식 국장이 들어왔다.

정 국장은 우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도 심각한 얼굴로 그냥 서 있었다.


“형님. 신광정유에서 4억을 준답니다. 우리 대표님께서 보너스도 쏜대요.”


막춤을 추던 강 팀장이 정 국장을 보며 말했다.

정 국장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강 팀장에게 소리쳤다.


“야! 임마! 지금이 어느 땐데 그러고 있어!!”


정 국장의 큰소리에 네 사람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평소 큰소리를 잘 내지 않는 정 국장이 갑자기 왜 그러나 궁금했다.


“국장님. 왜 그러세요? 좋은 날인데.”

“나중에 변호사님께 따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다들 계시니 그냥 말씀드리겠습니다.”


정 국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자 우리 모두 정 국장의 입을 주시했다.

정 국장은 몇 번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저희 사무실 사건 의뢰인들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갑자기 난리를 쳐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상대방 대리인으로 김앤전이 선임돼서 우리 사무실이랑 같이 못하겠다고···.”

“네? 뭐라고요?”

“벌써 반 이상 계약이 해지됐어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정 국장의 말에 우리는 할 말을 잃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사무실에는 적막이 감돌고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 째깍째깍 들릴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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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067. 옴니버스 펀드 (4) +3 23.11.14 582 19 12쪽
66 066. 옴니버스 펀드 (3) +4 23.11.13 562 14 12쪽
65 065. 옴니버스 펀드 (2) +3 23.11.12 590 18 12쪽
64 064. 옴니버스 펀드 (1) +3 23.11.11 681 20 12쪽
63 063. 승자와 패자 +4 23.11.10 700 18 12쪽
62 062. 숨기려는 자, 밝히려는 자 +4 23.11.09 699 19 11쪽
61 061. 불가능이란 없다 (3) +4 23.11.08 706 18 12쪽
60 060. 불가능이란 없다 (2) +4 23.11.07 730 22 11쪽
59 059. 불가능이란 없다 (1) +3 23.11.06 765 22 12쪽
58 058. 치킨대전 (4) +3 23.11.05 792 20 12쪽
57 057. 치킨대전 (3) +4 23.11.04 771 18 13쪽
56 056. 치킨대전 (2) +3 23.11.03 784 19 12쪽
55 055. 치킨대전 (1) +4 23.11.02 843 19 11쪽
54 054. 떡볶이와 오뎅 (3) +5 23.11.01 871 22 12쪽
53 053. 떡볶이와 오뎅 (2) +6 23.10.31 917 25 12쪽
52 052. 떡볶이와 오뎅 (1) +4 23.10.30 953 25 13쪽
51 051. 격랑(激浪)속으로 +5 23.10.29 976 30 12쪽
» 050. 김앤전의 반격 (2) +5 23.10.28 972 25 12쪽
49 049. 김앤전의 반격 (1) +4 23.10.27 983 25 12쪽
48 048. 재혁의 비밀 +5 23.10.26 1,006 26 12쪽
47 047. 신참 변호사 이유리 +4 23.10.25 1,03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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