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숫컷이다
"아주 좋네요.
한 잔 더 부탁해요."
"물론이지요.
아름다우신 아가씨의 부탁인데,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클라우드 영주의 영지와,
브리가니 영주의 영지가 맞닿는 곳에
위치한 한 작은 초소.
아그나리아 유적을 출발하여
며칠 만에 이 곳에 도착한 마왕 일행은,
중간에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온.
다름아닌, 탐욕돼지(?)영주 브리가니의
아들이었다.
얼마 전.
아버지에게 일주일 안에
레아를 데려오겠다고 장담하던 그는,
대한 일행이 돌아오는 길목인
이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 뒤,
자기 딴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목표물을 맞이한 것이다.
그의 야심찬 계획은 바로,
빼어난 자신의 외모와(?) 언변,
그리고 근사한 만찬을 통해
대한 곁에 있는 여성들을 전부
자신에 매력에 빠뜨리겠다는 것!
이었는데.....
어이쿠야.
막상 대한의 곁에 있는
여성들을 본 레온은,
그녀들의 매력에 푹 빠져
지 목적을 홀라당 까먹어버리고,
음식시중에 술시중을 들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니었다.
그래.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오로지 그가 고추 달린 숫컷이라는 것.
그것 뿐이었다.
이쁜 여자만 보면
어린 놈이든, 나이든 놈이든
눈이 해까닥 돌아가버리는
숫컷의 불쌍한 본능때문이리라.
"레온님, 이 쪽에 고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건네 주실 수 있으세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갑니다!"
"버터야, 여기도 부탁해."
"넵. 갑니다 갑니다-"
정말로.
완벽히.
순식간에.
하인으로 전락한 레온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대한은,
상당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뭐.
레온 덕분에,
공짜로 맛난 음식을 얻어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좋았지만,
왠지 누님들에게 호구잡(?)힌 듯한
레온의 불쌍한 모습에,
같은 숫컷으로서 동질감과 함께
묘한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식사는 끝이 났지만,
누님들의 공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레온... 이라고 했죠?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요."
"천만에요.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위해
이 정도도 못 하겠습니까. 하하하."
"그런데... 저. 부탁이 있어요."
"아가씨들의 부탁이라면
제 목숨도 내놓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마리안의 고혹적인 자태와 향기에
완전히 빠져버린 레온은,
자기 간과 쓸개도 내어줄 기세로
그렇게 말했고,
마리안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레온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곧, 마계의 운명이 달린 신마대전이
열리게 되죠.
그런데, 저희 마왕군은 숫자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장비나 물자도 열악해요.
대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전 너무 걱정이 되서....."
조금 전만 해도,
색기넘치는 모습이던 마리안 누님은
어느새 청순가련한 모습으로
눈물을 떨구었고,
우리의 호구 레온은 그런 마리안 누님의
어택에 완전히 정줄을 놓아버렸다.
"마계의 운명이 달린 일인데,
어찌 다른 귀족들은 마왕님을
돕고 있지 않단 말입니까.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좋습니다. 제가 마왕님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물론이지요. 이 레온.
빈말은 하지 않는 남자입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마리안이 레온에게 지원 약속을 받아내자,
레아와 리엔은 서비스(?)차원에서인지
레온을 보며 생긋 웃어주었고,
그 상큼한 모습에 레온은
입고리가 귀까지 벌어졌다.
"레온님.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제법인데, 버터? 맘에 들었어."
"감사합니다. 하하하!
필요하시면 언제든, 이 레온을
불러주십시오."
"....."
그렇게.
레아를 데려 가겠다고 왔던
레온은 졸지에, 마왕의 후원 약속을
하게 되어버렸고
마리안 누님을 비롯한, 누님들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본 대한은,
왠지 고추가 쪼그라드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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