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마왕을 만나다
"....그냥 돌아가면 안 되나...
존나 무서운데."
조금전까지만 해도,
감히 마계의 지배자 대마왕인
자기를 보고 똥돼지라 부르며 막말을 하던
씨건방진 노인에게 사죄의 말과 함께,
빛나는 돌을 받은 대한은
이 곳 유적의 규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기 혼자서.
빛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어둠에 쌓인 유적 안으로 발을 들였다.
오랫동안 누구의 방문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을 유적 안은,
놀랍게도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곳처럼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었는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유적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몸을 휘감는 한기와 오싹함에
마치 4D 공포영화관에 있는 듯한,
X같음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안 되겠다. 난 여기서 나가야 겠어."
쥐 죽은 듯한 고요함.
칠흑같은 어둠.
은근한 한기와 불길한 느낌에
대한은 들어온 문을 열고,
다시 나가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문은 꿈적도 하지를 않았다.
"안 돼잖아! 이런 XX!"
문이 열리지 않자 대한은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유적 안에는
몬스터나, 함정은 없는 듯 했고
길도 외길.
덕분에 대한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계속 걸어,
유적의 중심부인 것으로 보이는
한 넓은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 어디야?"
대한이 얼빵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니
넓은 광장 안에는,
마계의 여러 몬스터들이 조각된 석상들과,
바닥에 그려져 있는
묘한 모양의 그림들이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중앙에 놓여있는
커다란 돌로 만든 관이었다.
"....이거 설마?"
대한은 마리안에게 이 곳이
로이힌 마왕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고렇다고 한다면.
저 안 짝에 누워 계신 양반이
어떤 양반인지는
잉여인간 강대한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열어 봐야 되나?"
대한은 관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찬바람과 음산한 기운에,
도저히 관 근처에 접근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들어와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야 없는 노릇.
대한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아마도 로이힌 마왕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관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한걸음.
두걸음.
...
...
눈을 감고 발을 옮긴 대한은
관과 거의 닿을만한 지점에서,
걸음을 멈춘 뒤
실눈을 뜨며 관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약 1초 뒤.
대한은 자신의 손에
뭔가 딱딱하고 매끄럽고 차가운 물체가
맞닿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자신의 손에 닿는 이 정체불명의 물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던 대한은,
눈을 감은 채 비곗살을
부르르 떨며 가만히 버티고 있었지만,
정체불명(?)의 물체가
자신의 손을 꽉 쥐는 느낌을 받은 대한은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으아ㅏ노미ㅏㅇ렅.ㅏ러;비자ㅏ!%&^@!"
눈을 뜬 대한은
열려있는 관 사이로 일어나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해골바가지를 보고는 경악하며
소리를 질러댔고,
갑옷을 걸친 해골은 대한을 보며 말했다.
"어서오게. 마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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