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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님의 서재입니다.

천만 너튜버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4.12 23:42
최근연재일 :
2024.05.13 17:4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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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75
추천수 :
659
글자수 :
152,198

작성
24.04.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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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거리 토크쇼(2).

DUMMY

방송 출연은 나 같은 스트리머에게는 정말 큰 기회였다.

여기서 잘하면 바로 뜰 수도 있었다.

과거 내가 동경하는 많은 스트리머나 너튜버가 한 번의 TV 출연으로 받은 버프 현상으로 인해 급속하게 ‘월클(월드클래스. 인터넷 방송계에서 흔히 쓰이는 속어로서 매우 유명한 개인 방송인을 지칭하는 말이다.)’이 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나도 오늘 잘하면 그분들의 선례를 따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걱정 또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 분량이 별로라서 통편집을 당하는 경우였다.


‘데이지는 아무래도 주인공이니까 통편집을 당할 위험이 적어. 그러나 나는 다르지. 나는 곁다리 출연이니까 여차하면 바로 통편집이야. 그러니까 우선은 내 출연분이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임팩트한 장면을 만들어야 해.’


물론 통편집을 당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진행자 두 명이 함박웃음을 터뜨릴 정도의 입담을 발휘하는 거였다.

쉽게 말해 재밌는 에피소드 같은 걸 들려주면 되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그 정도로 재미 있을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이야기를 지어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때로는 과한 욕심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노래를 잘하는 거야.’


작가님께 들은 이야기대로라면 진행자인 유재성 씨가 내게 노래를 권할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필요한 악기 같은 것도 미리 부탁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잘하면 내 분량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무조건 확정이었다.


“데이지 분들과 이서진 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나 궁금하네요. 안 그래요, 호재 씨?”


“호재요? 제 이름은 재혼데···”


“알고 있어요, 호재 씨. 그러면 이쯤에서 이서준 씨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떠냐고요?”


“노래를 듣는 것은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제 이름은 재호라고···”


“우리 호재 씨도 찬성하셨으니 이쯤에서 노래 한 곡을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제작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어쿠스틱 기타를 건넸다.


“지금 부르실 노래는 우리 수현 씨가 듣고 놀랐다는 그 노래죠?”


“네, 레인보우 들려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내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잠깐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른 후 노래를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카페를 나섰어♩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불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너무 힘을 주지는 않았다.

중요한 노랫말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혼잣말을 읊조리듯이 부를 필요가 있었다.


♪너를 향한 내 마음처럼 예뻤지♩


“···”


노래는 끝났다.

나는 노래가 주는 여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떴다.

그리고는 속으로 환호했다.

내 노래를 들은 유재성 님의 표정이 탄복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와··· 이 곡이 이런 곡이었어요? 사실 제가 댄스곡을 좋아하는 건 모두가 아시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레인보우라는 곡도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방금 들은 건 제가 알던 레인보우가 아니네요. 완전 새 노래에요. 그리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수현 씨가 이 노래를 듣고 다른 멤버들과 오랜만에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죠?”


“네. 저도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충격을 받을만해요. 이 정도 노래를 듣고 안 놀라는 게 이상한 겁니다. 안 그래요, 호재 씨?”


“맞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이름은 호재가 아니라 재호···”


“알겠습니다, 호재 씨. 우리 이서준 씨한테 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해도 될까요?”


나는 생각지도 못한 유재성 님의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다른 노래도 듣고 싶어졌습니다. 혹시 한 곡 더 가능할까요?”


나는 순간 조금 당황했다.

이건 사전에 들었던 녹화 내용에 없었던 부탁이었다.

노래를 한 곡 더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발 제안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못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어떻게든 해야 했다.

이것 역시 기회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까지 임팩트가 있으면 내 분량은 완전히 산다. 그러니 잘해야 해. 뭘 부르지? 음··· 이거다.’


순간 한 곡을 머릿속에 떠올린 나는 곧바로 유재성 님께 물었다.

이 사람이 바로 원곡자였기 때문이다.


“제가 ‘말하는 것대로’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 곡을 불러도 될까요?”


“아니 그 곡을요? 저야 영광이죠. 어쨌든 저도 부른 노래니까요. 그러면 이서준 씨가 부르는 ‘말하는 것대로’를 한번 들어볼까요?”


‘말하는 것대로’라는 노래는 지금은 종용한 프로그램이지만, 한때 대한민국의 토요일 저녁을 책임졌다고 할 수 있는 MBS의 ‘무모한 도전’에 나왔던 노래였다.


당시 ‘무모한 도전’은 정기적으로 가요제를 열었는데, 그때 유재성 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인 이억 씨와 이 노래를 불러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말하는 것처럼’의 핵심포인트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야.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니 이 노래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노래하자. 최대한 진심을 담아.‘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내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내 나이 스물일 때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울 때면♩


* * *


새벽 3시, 서울 홍대 앞.

많은 술집이 모인 이곳에는 모두가 꿈나라에 가 있을 새벽 시각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사거리 한쪽 구석에 자리한 프랜차이즈 술집 ‘꼴통포차’.

이 가게의 가장 인기 많은 자리인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연신 그쪽을 힐끔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 저 사람 그 사람이야.”


“그 사람? 누군데?”


“그 있잖아, 스트리머 이찬호. 나 저 사람 너튜브 구독 중이란 말이야. 잘생겼고 재밌어서 자주 봐.”


“그래? 같이 있는 사람들도 잘생기고 예쁜 거 보니··· 유명한 스트리머들인가?”


“맞네, 그러네.”


지나가던 두 명의 여자가 나눈 대화처럼 ‘꿀통포차’의 메인테이블을 차지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스트리머들이 맞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그들은 오늘도 매번 모이던 이곳 ‘꼴통포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꼴통 다음은 클럽?”


“뭐야? 오늘도 클럽 가자고?”


“응.”


“얘 큰일이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클럽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지셨나 봐.”


“응, 너무 재밌어. 춤추는 것도 좋고···”


“잘생긴 남자랑 부비부비하는 게 제일 좋다고?”


“야, 내 말 이상하게 해석하지 마. 나는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 거라고. 남자 때문에 가자고 하는 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3일 전에 갔을 때도 괜찮은 남자들이 둘러싸여서 좋아 죽으려고 하더라.”


“물론 그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좋지.”


“거봐~ 남자랑 어딜 마구 비벼대고 싶어서 가자고 하는 게 맞다니까.”


“그건 아, 니, 라, 고.”


평소 자주 어울리기에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절대 할 수 없는 말들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사실 스트리머끼리는 유독 친했다.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서 스트리머끼리 쉽게 가까워지는 이유는 개인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랬다.


먼저 스트리머들은 일의 특성상 일을 마치는 시간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다.

모든 스트리머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다수의 스트리머가 주로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방송을 많이 한다.

그래서 방송을 끝내면 지금처럼 새벽이었다.

일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 놀고 집에 들어갈 잘 시간에 이들은 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술 한잔 먹고 싶을 때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이 시간대에 일을 시작해서 같은 시간대에 일을 마치는 스트리머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스트리머들끼리는 예전의 농경 사회 때 모심기나 김매기 등 큰 노동력이 필요할 때 이웃 간에 모여 서로를 도왔던 것처럼 모여서 서로의 방송을 도와줄 때가 많았다.

그날의 방송 컨셉상 게스트가 출연해야 한다면, 품앗이처럼 서로의 방송에 번갈아 출연했다.

어떤 스트리머가 게스트로 자신의 방송에 출연해주었다면, 다음에 그 상대가 필요로 할 때 내가 그 사람의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신세를 갚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너튜브 채널도 이와 같은 출연 방식을 고수하였기에 이렇게 스트리머끼리 친해지는 거였다.


“자, 뭐하냐? 술잔을 들어라!”


“짠!”


“짠!”


“원샷!”


“원샷!”


기분 좋게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맛있는 안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여서 노는 스트리머끼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무엇일까?

하는 일이 같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주된 대화 주제는 역시 같은 스트리머들에게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나 그들만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 사람 방송 많이 보더라. 스트리머 이서준인가? 잘 모르는 사람인데··· 도대체 그 사람이 왜 많이 보는 거야?”


오늘 이들을 이 자리에모은 주인공인 스트리머 민석(본명 이민석)은 도통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사는 스트리머 솜(본명은 박소미)을 구박했다.


“야,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남들은 다 알고 사는 것도 모르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요즘 최고로 ‘핫’한 스트리머인 이서준을 어떻게 모르고 살 수 있냐고.”


“뭐래? 모르고 살 수도 있지.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해?”


스트리머 솜의 투정과 같은 물음에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여자 스트리머인 인영(본명 이인영)이 대신 대답했다.


“대단하지. 최근에 우리 사바나 TV가 그 사람 때문에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많이 언급되고 있잖아. 너도 그룹 데이지의 ‘나의 마음이 너에게 닿지를’이라는 노래 정도는 알지?”


“그 노래는 당연히 알지.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야.”


“그러면 그 노래가 어떻게 역주행한 건지··· 그 사연은 들어봤어?”


“들어봤어. 우연히 누가 편곡해서 불렀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자기들끼리 다시 모여 불러서 1등까지 했다는 거 아냐?”


“맞아. 방금 네 말 속에 등장한 ‘누가 편곡해서 불렀는데’의 누가가 바로 그 사람이야. 그래서 그 사람 덕분에 우리 사바나 TV까지 덩달아 유명해졌던 거고.”


“와, 그 사람이 스트리머 이서준이었어? 진짜 잘생겼던데···”


요즘 관심이 생긴 여자 스트리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스트리머 민석과 스트리머 이찬호는 스트리머 솜의 입에서 잘생겼다는 말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진짜 그렇게 잘 생겼는지 확인해 봈어? 소미 네가 직접 본 적이 있냐고?”


“이서준을? 아니 없어. 화면으로 본 게 다지. 그래도 화면상으로 봐도 어느 정도는 알아. 우리가 이 일을 하루 이틀 한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직접 본 적은 없다는 거지?”


“직접 본 적은 없지.”


“그러면 확신은 하지 마. 실제로 보면 얼굴이 엉망일 수도 있어.”


스트리머 인영은 갑자기 발끈하는 스트리머 이찬호의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


“어머, 뭐야? 호호. 견제하는 거야? 잘생겼다는 이유로?”


“내가 미쳤냐? 내가 견제까지 하게? 그냥 짜증이 나서 그래. 그 스트리머 이서준이 뜨고 나서 내 방에 들어와 자꾸 나랑 비교를 하잖아. 방송 진행이 불가할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화가 나셨다고?”


“화까지는 아니고 사람마다 외모의 장단점이 있는데, 그런 개성적인 부분들은 무시하고 그냥 무작정 비교하는 게 싫다는 거지.”


스트리머 인영은 스트리머 이찬호의 말속에 숨겨진 의미 하나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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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특집 방송(4). +1 24.04.30 626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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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특집 방송(2). +1 24.04.27 736 17 12쪽
21 특집 방송(1). +1 24.04.26 8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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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길거리 토크쇼(1). +2 24.04.23 888 23 12쪽
18 역주행(3). +1 24.04.20 93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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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역주행(1). +2 24.04.19 927 21 11쪽
15 슈가맨(3). +1 24.04.19 948 22 12쪽
14 슈가맨(2). +2 24.04.18 1,03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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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먹방 대결(4). +6 24.04.15 1,024 26 11쪽
10 먹방 대결(3). +1 24.04.15 1,070 26 11쪽
9 먹방 대결(2). +2 24.04.14 1,108 27 11쪽
8 먹방 대결(1). +1 24.04.13 1,204 23 12쪽
7 제가 왜 먹방을 잘할까요? 24.04.13 1,208 28 12쪽
6 제가 왜 노래를 잘할까요? 24.04.13 1,233 26 12쪽
5 내 방송이 갑자기 왜 이래? 24.04.12 1,314 23 12쪽
4 대타 성공. +1 24.04.12 1,342 22 12쪽
3 마, 내 외계인이다(2). +1 24.04.12 1,443 24 12쪽
2 마, 내 외계인이다(1). +10 24.04.12 1,654 34 12쪽
1 하꼬 방송인. +3 24.04.12 2,026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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