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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님의 서재입니다.

천만 너튜버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4.12 23:42
최근연재일 :
2024.05.13 17:4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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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74
추천수 :
659
글자수 :
152,198

작성
24.04.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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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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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제가 왜 먹방을 잘할까요?

DUMMY

-맵다면서 어떻게 티가 안 나?


“티가 안 난다고요? 참고 있어서 그래요. 오늘 제가 컨디션이 좋은지 참아지네요. 그리고 이 라면 의외로 맛있어요. 국물에서 감칠맛이 제대로 느껴진다니깐요. 스프 만들 때 해물을 베이스로 만들었나 보네요. 거짓말이라고요? 제가 억울해서 보여드려야겠네요. 여기 보이세요? 제 이마에 땀이 흥건하죠? 이게 다 매워서 생긴 땀이에요. 잘 보시고 억지 부리시면 안 됩니다. 저 진짜 참고 있다고요.”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매운 라면 때문에 생긴 땀까지 보여주니 그제야 내가 진짜 ‘지옥불’ 라면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단 몇 분 만에 매운 라면 먹방을 끝내고 나니까 다시 달풍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옥불 라면을 먹는 모습이 의외로 괜찮았다는 시청자님들의 평가였다.


‘내귀에닭발’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명치때리삘라’님 달풍선 3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불나방1995’님이 달풍선 5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


그때 갑자기 돌발 제안을 하는 시청자분이 생겼다.


[너 때문에 라면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 못 먹어. 그래서 네가 대신 먹어줘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인 매울신라면 3개 끓여서 다 먹으면 곧바로 2000개 쏠게. 어때, 콜?]


-오!


-이야, 큰손 형님 제안 들어왔습니다. 방장아, 콜?


-쫄리면 환불하시고. 크크.


나로서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냥 라면 3개를 끓여서 먹기만 하면 12만 원(지금 현재 나는 사바나 TV와 일반 스트리머 계약을 맺은 상황이니까 받은 달풍선 매출의 60%가 네 몫이었다.)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런 쉽게 돈을 벌 기회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나의 작은 위였다.

라면 한 개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는 양이 적은 사람이 나였기에 이미 ‘지옥불’ 라면 한 개를 먹은 터라 더 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느껴져야 할 포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이상하게 시청자분이 매울신라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없던 식욕이 다시 생기는 기분까지 들었다.


‘목소리가 변한 것처럼 혹시··· 위도 살짝 커졌나?’


나름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도전을 외쳤다.


“좋습니다, 도전! 매울신라면 3개 먹방, 이어서 바로 갑니다.”


3개라면 지금의 양은 냄비로 끓이기에는 많았다.

그래서 나는 싱크대에 비치되어 있던 커다란 웍을 꺼내왔다.

왠지 여기에 끓여야 맛있어 보일 거 같다는 판단을 하였다.


“자, 라면 끓이기 들어갑니다. 일단 도전하기로 했으니까··· 제 나름의 조리법대로 조리해 보겠습니다. 시청자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라면의 국물을 좋아합니다. 진짜 깊이가 있는 맛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국물의 맛을 더하기 위해서 라면용 다대기를 항상 만들어서 라면에 넣어 먹습니다. 그래야 제가 좋아하는 맛이 나거든요.”


-저거 박종원이 TV에서 보여줬던 거 아냐?


“네, 맞습니다. 그거 보고 따라서 하다가 저만의 레시피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 먹으니 진짜로 맛있더라고요. 여러분도 제가 하는 거 보고 따라서 해 보세요. 국물 맛의 깊이가 달라질 겁니다.”


다그닥 다그닥.


입은 쉬지 않고 열심히 놀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손은 열심히 파를 썰었다.

오늘따라 칼질도 잘 되어서 마치 유명 요리사처럼 멋지게 파를 썰었다.


“일단 파 기름부터 낼게요. 먼저 식용유를 넣어야 하는 데요, 일단 한 숟가락 넣고 여기에 반 숟가락 더 넣습니다. 그리고 썰어둔 파를 넣고 타지 않게 잘 볶아주면 됩니다.”


실제로 내가 쓰는 방법이었기에 능숙하게 파 기름을 냈다.

이렇게 파 기름이 만들어지면 다음은 고춧가루를 넣을 차례였다.


“자, 여기서 중요 포인트. 고춧가루 넣을 때는 무조건 불을 끄세요. 고춧가루가 타면 안 됩니다. 탄내가 나거든요. 불을 줄이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그냥 끄세요. 불을 꺼도 냄비에는 충분한 열기가 남아있어 고춧가루랑 파 기름이랑 섞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비법 하나 더! 전 여기에 된장 반 숟가락 정도를 더 넣습니다. 시중에 파는 된장도 요즘 진짜 맛있어서 그거 사서 넣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나만의 비법까지 소개하며 양념다대기를 완성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웍을 간단하게 씻은 후 미리 커피포트에 끓여 두었던 뜨거운 물을 부었다.

방송 중이라 빨리 끓이기 위한 잔머리 행동이었다.


“다대기를 넣고 라면을 끓이시려면 물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넣으셔야 합니다. 아, 그리고 라면 끓일 때 물양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 필요한 팁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물은 무조건 적게 넣으세요. 그리고 진짜로 물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시면··· 그때는 커피포트에 미리 끓여 두었던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맞추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물의 양 조절에 실패하는 법이 없습니다.”


나의 유창한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댓글창에도 재밌는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가 박종원 씨 방송인가요?


-충청도 사투리만 쓰면 진짜 박종원처럼 보일 듯.


-얼굴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서준 오빠, 요리도 잘하네요.


-저 정도는 요즘 다함


-꺼져라 관종아, 너는 말로만 잘하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 하면서.


-커헉!


-골~~~


-누가 여기서 명치를 제대로 때렸냐.


인터넷 방송다운 재밌는 채팅들이 채팅 창을 가득 메우고 있을 때 드디어 매울신라면 3개 끓이기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자, 거의 다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비법 팁 두 번째! 전 마지막에 이걸 반 숟가락 넣습니다.”


나는 준비해둔 액젓을 꺼내 반 숟가락 정도를 넣었다.


“액젓이 들어가면 맛이 깊이가 더 깊어지죠. 의외로 액젓은 마구 쓰시면 됩니다. 왠만하면 다 맛있거든요. 특히 볶음밥 하실 때 넣으면 좋습니다.”


-어, 저것도 박종원 선생님이 하신 거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거 보고 넣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했다고 우긴 적 없으니 이상한 프레임은 씌우지 마세요. 저는 박종원 선생님이랑 요리로 개념 싸움한 적 없습니다. 다 따라 하는 겁니다. 그쪽이 원조에요.”


-어? 박종원보다 제가 원조에요?


“아니 그렇게 몰지 마시라고요. 자, 드디어 라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느새 완성한 라면.

나는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의 라면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은 후 냉장고로 가 김치를 꺼내왔다.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때마침 어머니가 파김치를 보내주셨네요. 정확히 이틀 전에 도착했는데··· 오늘 제가 라면 먹방을 할 줄 알고 제때 보내주신 건가요? 물론 그럴 리는 없죠. 어쨌든 집에 맛있는 파김치가 있으니 파김치와 함께 라면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파김치? 배운 분이시네.


-여기선 파김치가 정배지. 배추김치는 잠깐 나가 있어.


-와, 죽이네.


-이서준, 당신 맛잘알 인정.


-우와, 미치겠다. 나 지금 못 참고 라면 물 올렸다.


파김치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나는 그것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것은 시청자들이 제대로 반응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새 동시 접속자의 수도 1000명을 넘겼다.


‘와, 대박! 또 1000명을 넘기다니···’


동시 접속자 수가 1000명을 넘겼다는 것은 그냥 시청자 수가 많다는 간단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넷 개인 방송 세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중소기업 정도 되는 어느 정도 알려진 인터넷 방송인의 평균 시청자 수가 1000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숫자인 1,000을 이틀 연속 찍었다는 것은 하꼬 인터넷 방송인인 나한테는 기념비를 세울 정도의 대단한 일이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이서준. 다시 한번 불태우자.’


1000명이라는 숫자에 흥분한 나는 다시 의욕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2차 먹방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맛있게 먹어볼까요?”


* * *


방송을 끄고 차를 한잔 마셨다.

오늘 방송을 잘 끝낸 터라 여유로운 모습으로 티타임을 가졌다.


“오늘도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방송해야 할지도 조금은 알 거 같아.”


사실 개인 방송을 할 때 제일 힘든 점은 매일 방송 콘텐츠를 짜야 한다는 거였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흥미를 보일 콘텐츠를 짜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았는데, 그게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자가 없는 하꼬 방송인인데도 이 고민은 매일 하였는데, 오늘 드디어 나만의 일주일 콘텐츠 목록이 나왔다.


“그러니까 주 5일을 방송한다고 생각하자. 쉬는 이틀은 너튜브용 촬영이나 휴식하는데 쓰는 거야.”


일단 음악 방송을 주 2회 하기로 하였다.

내 연주와 노래를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니 주 2회 정도는 이것으로 방송을 구성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래도 그냥 닥치는 대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건 안 좋은 거 같아. 너튜브에도 올려야 하니까 주제와 짜임새를 가지고 방송을 구성해야 해. 일단 하루에 한 가수를 정해서 그 사람의 음악을 들으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구성으로 가자. 그리고 내가 최소 한 곡 정도는 연주하고 노래까지 하는 거야. 거기에 잘 나오면 편곡도 해보는 거고. 그리고 다른 날에는 시청자들이 내게 미리 요청한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내 방송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추천하며 같이 듣는 것도 좋을 거 같고.”


그렇게 주 2일짜리 음악 방송의 컨셉과 내용 구성까지 끝낸 나는 이윽고 나머지 3일 방송의 구성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 하루는 지금처럼 소통 방송으로 가자. 시청자분 중 한 분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나와 다른 시청자분들이 같이 고민하면서 위로도 해주는 거지. 그리고 주중 2일은 먹방으로 가자. 그것도 그냥 먹방이 아니라 하루는 맛있는 걸 사 와서 먹는 것으로 하고, 하루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먹는 것으로 하자. 조금은 다른 먹방 스트리머 차별이 되게 말이야.”


그렇게 주 5일 동안의 방송 콘텐츠 구성을 마친 나는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차를 입에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야. 진짜 얼마나 바라던 시청자들의 반응이냐? 물 들어올 때 진짜 제대로 젓자. 기다리던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만큼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이 한 몸 제대로 불태우자. 파이팅, 이서준 파이팅!”


그렇게 나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 * *


먹방.

먹는 방송의 준말이다.

이 먹방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다.

예전부터 공중파의 한 농촌 전문 방송에서는 각 지방 특유의 음식들을 맛있는 먹는 장면을 고정적으로 내보냈는데, 이처럼 우리나라 방송에서 일명 먹방은 꽤 오래전부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였다.


그랬던 먹방이 최근에는 일부 방송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주요 콘텐츠가 되었다.

아예 먹는 것만을 중점적으로 촬영하는 방송이 늘었는데, 이는 너튜버나 인터넷 방송에서 더욱 특정화되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먹방이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는 K컬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먹방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인들도 늘어났으니, 우리는 그들을 먹방 전문 스트리머 혹은 먹방 전문 너튜버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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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특집 방송(8). +1 24.05.09 355 21 12쪽
27 특집 방송(7). +2 24.05.07 419 20 12쪽
26 특집 방송(6). +1 24.05.03 514 24 12쪽
25 특집 방송(5). +1 24.05.02 540 19 11쪽
24 특집 방송(4). +1 24.04.30 626 19 11쪽
23 특집 방송(3). +3 24.04.28 683 17 12쪽
22 특집 방송(2). +1 24.04.27 736 17 12쪽
21 특집 방송(1). +1 24.04.26 802 20 12쪽
20 길거리 토크쇼(2). +3 24.04.24 857 23 12쪽
19 길거리 토크쇼(1). +2 24.04.23 888 23 12쪽
18 역주행(3). +1 24.04.20 932 21 12쪽
17 역주행(2). +3 24.04.19 927 21 12쪽
16 역주행(1). +2 24.04.19 927 21 11쪽
15 슈가맨(3). +1 24.04.19 948 22 12쪽
14 슈가맨(2). +2 24.04.18 1,030 22 11쪽
13 슈가맨(1). +2 24.04.17 1,042 24 11쪽
12 먹방 대결(5). +1 24.04.17 977 22 12쪽
11 먹방 대결(4). +6 24.04.15 1,024 26 11쪽
10 먹방 대결(3). +1 24.04.15 1,070 26 11쪽
9 먹방 대결(2). +2 24.04.14 1,108 27 11쪽
8 먹방 대결(1). +1 24.04.13 1,204 23 12쪽
» 제가 왜 먹방을 잘할까요? 24.04.13 1,208 28 12쪽
6 제가 왜 노래를 잘할까요? 24.04.13 1,233 26 12쪽
5 내 방송이 갑자기 왜 이래? 24.04.12 1,314 23 12쪽
4 대타 성공. +1 24.04.12 1,342 22 12쪽
3 마, 내 외계인이다(2). +1 24.04.12 1,443 24 12쪽
2 마, 내 외계인이다(1). +10 24.04.12 1,654 34 12쪽
1 하꼬 방송인. +3 24.04.12 2,026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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