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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님의 서재입니다.

천만 너튜버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4.12 23:42
최근연재일 :
2024.05.13 17:46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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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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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2,198

작성
24.04.1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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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슈가맨(2).

DUMMY

“그새 많이도 왔네.”


이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쪽지를 확인하니 언제나 그랬듯이 중요해 보이는 내용의 쪽지는 없었다.

너무너무 좋다는 식의 팬심이 담긴 쪽지이거나 그녀의 방송에 관해 어떤 충고가 담긴 오지랖 넓은 시청자가 보낸 쪽지가 거의 전부였다.


그렇게 빠르게 쪽지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삭제하고 있었는데, 조금 특이한 내용이 적힌 쪽지가 온 것을 발견하였다.


‘내가 너 레이지로 활동할 때부터 팬인 거 알지? 사바나 TV의 남자 스트리머 중에 이서준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내가 제일 좋아했던 레이지의 ’레인보우‘를 너무 멋지게 부르더라. 레이지의 초창기 시절부터의 팬이었던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저절로 네 생각도 나고. 여기에 링크 걸어놓았으니까 들어볼 생각이 들면 클릭해라. 너도 마음에 들 거다.’


충성도가 특히나 높은 ‘열혈팬’(달풍선을 선물한 개수가 많은 20명 시청자를 사바나 TV에서는 열혈팬이라 부른다.)이 보낸 쪽지였다.


‘레인보우를 불렀다고?’


‘레인보우’라는 곡은 그녀가 속했던 ‘레이지’의 대표곡이었다.

걸그룹 레이지는 제법 오랫동안 활동한 걸그룹이었는데, 긴 활동 시간에 비해 히트곡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사람들에게 제일 알려진 곡을 고르라면 열이면 열 이 곡을 언급할 텐데, 그 곡이 바로 그룹 레이지의 5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레인보우’였다.

레이지의 대표곡인 셈이다.


‘레인보우는 남자가 부르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곡인데··· 그런데 이 오빠가 추천했다는 건 좀 의외네. 이 오빠 다른 건 몰라도 노래 듣는 귀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인데, 그런 사람의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잖아. 흥미로운 이야기네. 한번 들어볼까?’


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이윽고 링크된 주소를 마우스로 클릭했다.


딸깍.


이윽고 재생된 영상.

화면에는 한 명의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비가 그치고 카페를 나섰어.♪

♩뿌옇게 보였던 세상은 방금 내린 비에 씻겨서인지 선명하게 보였어.♪


“어머···”


목소리를 듣자마자 감탄이 바로 터져 나올 정도의 매력적인 보이스였다.

그리고 그의 기타 연주 또한 전문 연주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대에게 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레인보우♪

♩너무나 작고 예쁜 무지개였지♪


“···너무 좋다.”


그녀가 부른 원곡은 기본적으로 댄스를 가미하는 걸그룹의 곡답게 팝 베이스의 밝은 느낌의 곡이다.

그러나 영상 속 남자는 원곡과 완전히 다르게 미디움 템포로 매우 블루스한 느낌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일곱 빛깔의 하모니 아름다운 색의 향연♪

♩꼭 너를 향한 내 마음처럼 예뻤지♪


“이렇게 들으니까 완전히 딴 노래 같네. 우리 노래 진짜 좋았구나.”


원곡이 전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빼어난 편곡이었다.

거기다가 프로 가수라고 해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매력적인 음색은 노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자 마지막 부분의 고음까지 완벽하게 처리하자 보고 있던 그녀는 진심으로 탄복하여 작게 박수까지 하게 되었다.


짝짝.


“와, 진짜 이 사람 뭐야? 프로야? 진짜 너무 잘한다. 이 정도 편곡 실력에 이 정도 노래 실력이면 무조건 가수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그리고 얼굴도 말도 안 되게 잘 생겼어. 내가 기획사 사장이면 이 사람하고 무조건 계약한다. 이건 얼굴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했어. 물론 실제로 봐야 할 테지만. 아무래도 화면은 못 미덥지. 아무튼, 너무 고맙네. 우리 노래를 이렇게 좋게 불러줘서.”


새로운 ‘레인보우’를 들은 덕분에 우울했던 기분이 완전히 풀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돌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해 계약이 끝나는 7년 째까지 고생만 하고 돈도 거의 벌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나름의 행복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때가 너무나 그리웠졌다.


“안 되겠다. 내일 멤버들한테 전화해야겠어. 시간 되면 한번 보자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도 고마워. 아니, 이 고마움을 그냥 넘기는 건 예의가 아니야. 모르는 사람이라 직접 인사를 못 한다면 글로라도 고맙다는 말은 전해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곧바로 스트리머 이서준에게 쪽지를 보냈다.

자신의 노래를 멋지게 불러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였다.


그날 오전.

일어나서 간단히 세면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나는 들리는 인기척에 큰소리로 인사했다.


“우리 채 피디 왔어?”


“응, 우리 채 피디 왔어. 선배, 빨리 일어났네.”


나는 나의 우리 채 피디 호칭에 곧바로 호응해주는 채영이의 반응에 크게 기뻤다.

어제 중요한 제안을 하였고, 이것은 그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채 피디라는 말에 바로 반응해주네. 혹시 이건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인가요?”


“네, 맞습니다, 선배님. 선배, 아니 이제는 사장님이라 불러야 하나?”


“에이 그 무슨 삭막한 호칭이야? 그냥 예전처럼 사장님이라 불러. 당신은 그냥 평범한 직원이 아니야. 앞으로 내가 만들 영광의 방송 신화를 함께 이룩해야 할 영혼의 동반자라고.”


“과해, 선배. 영혼의 동반자라는 호칭은 나중에 결혼할 여자한테나 쓰고 우리는 전처럼 편하게 부르자. 그러면 바로 구인 광고 올린다. 일단 매니저 한 명부터 뽑자. 남자가 낫겠지?”


“뭐 나는 성별은 따지지 않아. 그냥 괜찮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뽑자. 성별은 그 다음이고.”


“오케이요. 그렇게 뽑읍시다, 선배님.”


이렇게 채영이는 앞으로 나와 제대로 일하기로 결정했다.


기쁜 소식을 들은 기분 좋게 화장실로 향했다.

스트레칭을 끝냈으니 씻기 위해서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채영이가 나한테 온 쪽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쪽지 확인해?”


“응.”


“뭐 하러 확인해. 쓸만한 것도 없을 건데.”


“그러면 하지 마?”


“그래 하지 마. 맨날 오는 쪽지 내용 보면 다 쓸데없은 것뿐이야. 내 방송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 아니면, 그냥 나 욕하는 쪽지밖에 없잖아. 앞으로는 보지도 말고 바로 삭제해. 쪽지는 그래도 돼.”


“그러면 이것도 삭제해. 이미 읽은 건데 레이지의 멤버였던 스트리머 수현에게서 온 쪽지야. 방송에서 자기들 노래 불러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이것도 바로 지워?”


“그래, 그것도 그냥 지··· 자, 잠깐만, 누구라고?”


“레이지의 멤버였던 스트리머 수현.”


“레이지의 멤버 수현?”


나는 채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레이지라면 내가 군대 시절 좋아했던 그룹이었다.


“지우지 마. 뭐라고 왔는지 볼래.”


나는 후다닥 뛰어가 채영이가 보고 있던 쪽지를 읽었다.


“그러니까 내가 레인보우를 부르는 모습을 봤다는 거구나. 그리고 감탄했다는 거잖아. 편곡이랑 노래가 너무 좋아서.”


쪽지에 적힌 내용을 요약하면, 내가 자기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한때 팬이었던 가수가 내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쪽지를 재차 읽고 있자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채영아, 네가 전에 나한테 이런 말을 했지. 내 음방도 좀 키웠으면 좋겠다고.”


“그랬지. 근데 왜?”


“내 음방을 키울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찾아보면 의외로 우리 사바나 TV에 가수 출신 스트리머가 많잖아. 조용히 TV에서 사라진 연예인인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사바나 TV에 스트리머로 ‘짠’하고 등장하는 경우 말이야. 아니면 은퇴해서 개인 방송을 하는 가수 출신 연예인들도 많고 말이야. 그런 사람을 내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부르면 어때? 혹시 나와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예를 들어 오늘 내게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낸 가수 출신 여캠처럼 말이야.”


“···수현 씨를 초대 손님으로 부를 생각이에요?”


“그렇지. 못 부르면 어쩔 수 없는데, 부탁했는데 나와 줄 수도 있잖아.”


나는 순간 예전에 봤던 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프로그램은 예전에 인기 있었던 추억 속의 가수를 불러 그들의 근황을 알아보고 현재의 느낌으로 편곡하여 그 노래끼리 대결하는 형식의 TV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혼자서도 편곡이 가능하니 나의 개인 방송에서도 그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는 흉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선배 말대로 밑져야 본전이긴 하네. ···그러면 답장해요?”


“내가 할게. 비켜봐.”


나는 손수 레이지의 수현에게 답장하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 방송에 나와줄 수는 없는지도 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수현 님의 답장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 * *


우연히 레이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 이튿날.

오늘도 그녀는 방송을 마치고 습관처럼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는데, 어제 쪽지를 보낸 스트리머 서준에게서 답장이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안녕하세요, 이서준입니다. 쪽지를 보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도 고마웠습니다. 사실 레이지의 노래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보셨다는 ’레인보우‘도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서 제 스타일로 편곡해 방송에서 불렀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때의 추억과 그때의 음악을 주제로 함께 방송을 해보고 싶습니다. 거절하셔도 괜찮으니 생각해보시고 합방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그때 연락을 주십시오. 연락이 없으시면 부담스러우셔서 거절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외의 합방(사바나 TV에서는 스트리머끼리 합동 방송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 제안이었다.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예전에는 합방을 가끔 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합방하면 좋은 점도 분명 있었지만, 개인 방송을 주로 하는 그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송이라 언제부턴가 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합방 제안을 받다니···


원래라면 분명 거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마음은 약간 승낙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루했던 일상, 다람쥐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나날 속에서 이 제안이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활동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노래를 함께 듣고 불러본다는 방송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던 그녀는 이윽고 이서준이란 스트리머에게 두 번째 쪽지를 보내게 되었다.


‘서준 씨 덕분에 저도 예전의 그 시절이 떠올라 기뻤어요.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같이 합방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 * *


띠리링, 띠리링.


알람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나는 잠에서 깨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물을 마시며 핸드폰으로 현재 시각을 확인하니 아침 8시였다.

나는 매일 지금 시각에 일어났는데, 이렇게 꽤 이른 시각에 일어나는 이유는 건강을 지키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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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특집 방송(5). +1 24.05.02 540 19 11쪽
24 특집 방송(4). +1 24.04.30 626 19 11쪽
23 특집 방송(3). +3 24.04.28 683 17 12쪽
22 특집 방송(2). +1 24.04.27 736 17 12쪽
21 특집 방송(1). +1 24.04.26 802 20 12쪽
20 길거리 토크쇼(2). +3 24.04.24 858 23 12쪽
19 길거리 토크쇼(1). +2 24.04.23 889 23 12쪽
18 역주행(3). +1 24.04.20 933 21 12쪽
17 역주행(2). +3 24.04.19 927 21 12쪽
16 역주행(1). +2 24.04.19 928 21 11쪽
15 슈가맨(3). +1 24.04.19 948 22 12쪽
» 슈가맨(2). +2 24.04.18 1,031 22 11쪽
13 슈가맨(1). +2 24.04.17 1,042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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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먹방 대결(4). +6 24.04.15 1,024 26 11쪽
10 먹방 대결(3). +1 24.04.15 1,070 26 11쪽
9 먹방 대결(2). +2 24.04.14 1,108 27 11쪽
8 먹방 대결(1). +1 24.04.13 1,204 23 12쪽
7 제가 왜 먹방을 잘할까요? 24.04.13 1,209 28 12쪽
6 제가 왜 노래를 잘할까요? 24.04.13 1,235 26 12쪽
5 내 방송이 갑자기 왜 이래? 24.04.12 1,314 23 12쪽
4 대타 성공. +1 24.04.12 1,342 22 12쪽
3 마, 내 외계인이다(2). +1 24.04.12 1,443 24 12쪽
2 마, 내 외계인이다(1). +10 24.04.12 1,654 34 12쪽
1 하꼬 방송인. +3 24.04.12 2,02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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