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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님의 서재입니다.

천만 너튜버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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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아바
작품등록일 :
2024.04.12 23:42
최근연재일 :
2024.05.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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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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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하꼬 방송인.

DUMMY

‘하꼬’.

인터넷 방송 은어로 시청자 수나 구독자 수가 별로 없는 스트리머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그 예로는 나 같이 개인 방송 평균 시청자 25명, 너튜브 구독자 3,000명도 안 되는 스트리머가 대표적인 ‘하꼬’ 방송인이라 할 수 있다.


* * *


나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저녁 6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내 한 달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찾는 사람이 없어 방송하는 재미가 1도 없는 개인 방송이라도 늘 이렇게 정해진 시각에 방송을 시작해야 했다.


“시청자 여러분, 제 말 들리시나요? 네, 반갑습니다. BJ서준입니다.”


늘 이런 인사말로 시작하는 개인 방송.

내 개인 방송은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 중 하나인 ‘사바나 TV’에서 송출되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언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나는 현재 시청자 수를 슬쩍 살폈다.

‘11’.

이것은 현재 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수를 뜻하는 숫자였다.

즉 10명이 조금 넘는 적은 인원이 지금 내 방송에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방송 중인 개인 방송 중 동시 가장 많은 시청자 수가 무려 4만 명 이상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의 시청자가 없는 방송이 지금의 내 방송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이 11명이 무척 고마운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비록 적은 금액의 월세지만 매달 밀리지 않고 제때 따박따박 낼 수 있고, 또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세 번은 참고 네 번째에는 큰마음 먹고 지를 수 있는 나의 경제력의 원천이 바로 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고마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업무용 미소를 한껏 머금으며 말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좋으셨나요?”


-······


그러나 오늘도 내 방송은 시청자 수가 적은 ‘하꼬’ 방송인의 개인 방송답게 채팅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아, 힘 빠져. 욕을 해도 좋으니 뭐라도 좀 쳐주세요. 그래야 방송이 돼요.’


나 같은 개인 방송인이 방송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든 줄 아나?

만약 방송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백 명이면 백 명 다 수입 등의 경제적 요인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돈을 벌려고 방송을 하는 건데 열심히 방송해도 돈을 벌지 못하면 힘이 빠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을 해 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방금 한 질문을 던지면, 거의 다가 지금처럼 채팅이 올라오지 않을 때를 꼽을 것이다.

개인 방송은 그 특성상 시청자들이 적절한 반응을 보여줘야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무반응이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하,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신 모양이네요. 저는 조금 달랐어요. 왜냐면 오늘 제가 은행에 갔었···”


나는 오늘도 시청자들이 무슨 말을 한 것처럼 꾸역꾸역 내용을 쥐어짜며 방송을 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북치고 장구를 치며 방송을 끌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현재 시청자 수가 12로 변하였다.

드디어 새로운 시청자가 내 방에 방문해 준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명은 방송하는 사람들 모두가 반가워하질 않을 악질 시청자였다.


-너 달풍선 몇 개 주면 상의 탈의 가능하냐?


채팅을 보자마자 내 얼굴은 저절로 찌푸려졌다.

안 그래도 오늘은 방송하기 힘든 날이었는데, 기껏 들어온 놈이 저런 거지 같은 시청자, 일명 ‘개청자’였다.


-왜 답이 없어? 말해 보라고. 들어보고 적당하면, 원하는 만큼 달풍선 쏴줄게. 그러니 말해 봐.


써대는 채팅 글을 보니 이놈은 악질 중에서도 개악질에 속하는 시청자였다.

분명 나 같은 하꼬방에 들어와서, 달풍선을 준다는 핑계로 갑질하는 재미를 느끼는 변태 같은 취미의 시청자가 분명했다.

그래서 나도 그런 놈을 상대로 예의를 차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오, 능력이 좋으신 분인가 봐요. 정말 원하는 개수만큼 쏴주실 건가요?”


내 물음에 갑질 시청자는 곧바로 채팅을 쳤다.


-네가 하는 거 봐서 더 줄 수도 있지. 몇 개면 웃통을 깔지나 빨리 말해. 더 뜯어 먹으려고 안 좋은 대가리 굴리지 말고.


“한 십만 개쯤? 우리 누님~ 그 정도 능력은 되시죠?”


달풍선 십만 개면 현금 천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개수였다.

그래서 악질 개청자 놈도 내 대답이 어이가 없었던지 곧바로 분노가 담긴 채팅을 쳐댔다.


-야 이 미친놈아. 누가 볼품없는 네 몸 보려고 십 만개나 쏘냐? 제정신이야?


“네. 저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 같은 정신 나간 놈 방송 보지 마시고 다른 잘생기고 예쁜 스트리머 방송에서 노세요. 아셨죠, 누님?”


이렇게 말한 나는 곧바로 개청자 녀석을 강퇴했다.

그리고는 쓰레기 자식의 아이디를 확인해 손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리는 수고까지 감수했다.

앞으로 이 개청자가 다시는 내 방송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구에서부터 차단한 것이다.


악질 시청자의 등장 이후로 내 억지 텐션은 곧바로 바닥을 쳤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억지 진행 중이던 방송도 어영부영 종료했다.

더는 방송할 힘이 없었다.


방송을 끄고 오늘 받은 달풍선의 개수를 확인했다.

총 124개.

오늘의 내 수입이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얼마를 번 거지?

한 번 계산해 보겠다.


달풍선 한 개가 100원이니 총 12,400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렇다고 이 매출이 모두 나의 몫은 아니었다.

나는 일반 스트리머였기 때문에 정확히 50%가 내 몫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3.3%의 세금까지 떼면···


하다 보니 짜증이 나서 그만하도록 하겠다.


예상보다 적은 수입에 살짝 현타가 오려고 할 때쯤, 소파 위에 두었던 내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연락이 왔음을 알렸다.

전화기를 들어 확인하니, 내 XX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제일 친한 친구이자 동료 스트리머이기도 한 상구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삼겹살에 소주 하실?


안 그래도 술 한잔이 생각나는 중이었는데···

나는 평소와 다르게 제때 연락을 한 친구에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좋지. 대신 네가 사라. 나 오늘 달풍선 100개밖에 못 받았다. 거지임.

-알겠다.


나랑 비슷한 처지의 친구였지만, 오늘은 녀석에게 줄 선물이 있으니 부담 가지지 않고 얻어먹을 생각을 하였다.


외출준비를 빠르게 마친 나는, 겉옷을 손에 들고 옥탑방을 나섰다.


현관을 열고 나오자마자 내 삶의 터전이 한눈에 보였다.

작지만 소중한 나의 보금자리···

어떤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면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이곳이 좋았다.


내 옥탑방이 있는 건물은 망원시장 근처의 자리한 오래된 5층짜리 상가 건물이다.

이 건물의 소유주는 올해로 80살이 넘으신 마음씨 좋고 인심까지 넉넉한 할머니였는데, 건너고 또 건너서 들은 소문에 따르면 망원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시며 돈을 모아 땅을 사셨는데, 그게 강남의 땅이라서 대박이 쳐 이렇게 건물주가 되셨다고 한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월세였다.

요즘처럼 서울의 물가와 집세가 비쌀 때, 들으면 놀라 기절할 정도의 월세만 부담하면 되는 곳이 바로 이 옥탑방이었다.


그리고 방송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들어오는 민원도 없었다.

옥탑방 바로 아래층은 제법 오랫동안 공실인 상태였고, 편의점과 분식점이 있는 1층을 제외한 다른 층은 저녁 6시만 되면 다 퇴근으로 비게 되는 곳이어서 내가 옥탑방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든다고 할지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이것만 고려해도 이곳은 나 같은 가난한 청년에게는 최고의 주거지였다.


상구랑 만나기로 한 고깃집은 저렴한 대패 삼겹살을 파는 가게였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가게였는데, 나는 건강을 위해, 아니 솔직히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었다.


이윽고 도착한 골목 안 대패 삼겹살 가게.

먼저 도착한 상구는 나를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는 이내 불판에 집중했다.

산만한 녀석이 유일하게 집중하는 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금처럼 좋아하는 고기를 구울 때였다.


지글지글.


이름처럼 마치 대패와 같이 얇게 썬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자마자 빠르게 익었다.

그래서 분주하게 집게를 든 손을 놀리던 상구는, 이내 다 익은 대패 삼겹살 한 움큼을 내 앞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다 익었다. 마이 무라 친구야.”


“크크,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니도 마이 무라. 아, 아이다. 내가 쌈 하나 싸서 니 입에 먼저 넣어줄까?”


“됐다, 치아라, 새끼야. 남자 둘이서 고기 먹으러 온 것도 꼴사나운데 그 무신 해괴망측한 짓이고? 나는 구우면서 알아서 먹을 테니까··· 내한테서 신경 끄고, 니나 마이 처묵으라, 친구야.”


우리의 고향은 부산이었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는 언제나 이렇게 사투리로 대화했다.


나는 상추부터 손에 쥐었다.

그리고 거기에 깻잎 한 장을 얹고 쌈무도 하나 올렸다.

이렇게 기초 작업이 완료되면, 다음은 내용물을 집어넣을 차례였다.

그래서 곧바로 대패 삼겹살을 네 점이나 올린 다음 구운 버섯 한 조각과, 자른 마늘 하나, 그리고 고추 한 조각까지 올린 후 마지막으로 쌈장을 발랐다.


그렇게 완성된 쌈.

나는 그것을 왼손에 쥔 후 오른손으로는 소주잔을 들었다.

맛있는 쌈을 먹으려면 당연히 소주 한잔을 마시는 게 대패 삼겹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였다.


“짠.”


“짠.”


가볍게 잔을 부딪친 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윽고 터지는 탄성.


“크윽.”


다음은 왼손에 든 쌈을 먹는 거였다.

입이 터질 듯 벌어졌다.

그리고 거대한 쌈을 한입에 넣었다.

자고로 쌈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이렇게 입에 가득 넣고 먹는 것이 진리였다.


“와··· 역시 오늘도 직이네.”


상구는 고기를 뒤집다 말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게 그 정도로 맛있나?”


“응, 진짜 맛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란가 오늘따라 더 직인다.”


“그래? 내가 볼 때는 니는 항상 먹을 때마다 직인다고 하는 것 같다. 뭐든 맛있게 먹거든. 혹시 니도 음식이 맛이 없을 때가 있나? 사실은 읍제?”


이 자식이 지금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먹을 것만 주면 환장하는 돼지로 보는 거야?


화가 난 나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이다, 나도 맛이 없을 때가 있다.”


“그게 언젠데? 가장 최근에 맛없게 먹은 음식 대봐라.”


“음··· 고등학교 급식 때 먹은 하이라이스? 그때는 엄청 짜서 못 먹겠더라.”


“봐라, 읍따. 기껏 끄낸 최근 기억이 고등학교 때면 사실상 읍는 거 아이가.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0년 전 일이다.”


“··· 그건 그렇네.”


상구는 머쓱한 표정을 짓는 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하였다.


“내가 니랑 10년째 친구하고 있지만··· 억수로 안타깝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니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꺼등. 근데 먹는 양이 폭망인기라··· 니가 위만 컸으면 그냥 먹방 너튜버로는 딱인 사람인데··· 그게 너무나 아쉽다, 친구야.”


그것은 나 역시 매우 아쉬워하는 부분이었다.

상구의 말처럼 한때 먹방 너튜버나 내 개인 방송에 먹방 콘텐츠를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이유는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재주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이 적어서 포기했다.

먹는 양을 늘려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먹방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렸다.


“···식비 많이 안 들어서 좋지 뭐···”


지금의 내 대답이 아쉬움을 감추기 위한 입에 발린 소리란 걸 잘 아는 친구, 그러니까 상구는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술잔을 내 앞에 내밀었다.


“한잔하자. 내가 니한테 미안한 게 참 많다.”


갑자기 사과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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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길거리 토크쇼(1). +2 24.04.23 889 23 12쪽
18 역주행(3). +1 24.04.20 933 21 12쪽
17 역주행(2). +3 24.04.19 927 21 12쪽
16 역주행(1). +2 24.04.19 928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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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슈가맨(2). +2 24.04.18 1,030 22 11쪽
13 슈가맨(1). +2 24.04.17 1,042 24 11쪽
12 먹방 대결(5). +1 24.04.17 977 22 12쪽
11 먹방 대결(4). +6 24.04.15 1,024 26 11쪽
10 먹방 대결(3). +1 24.04.15 1,070 26 11쪽
9 먹방 대결(2). +2 24.04.14 1,108 27 11쪽
8 먹방 대결(1). +1 24.04.13 1,204 23 12쪽
7 제가 왜 먹방을 잘할까요? 24.04.13 1,209 28 12쪽
6 제가 왜 노래를 잘할까요? 24.04.13 1,235 26 12쪽
5 내 방송이 갑자기 왜 이래? 24.04.12 1,314 23 12쪽
4 대타 성공. +1 24.04.12 1,342 22 12쪽
3 마, 내 외계인이다(2). +1 24.04.12 1,443 24 12쪽
2 마, 내 외계인이다(1). +10 24.04.12 1,654 34 12쪽
» 하꼬 방송인. +3 24.04.12 2,02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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