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292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8.19 00:09
조회
131
추천
1
글자
12쪽

153화 - 혈투

DUMMY

“얌마, 생각나냐? full battle rattle(완전 군장 상태) 2마일 뛸 때 중간쯤이었나? 둘이 짱박혀서 위스키 까다가 걸린 거?”


크로포드를 업은 채 비틀거리며 걷던 김우진 대위는 중얼거리더니 혼자 쿡쿡 웃었다.


“생각해보니 좀 심하지 않았냐?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장교인데. 구령 붙여가면서 연병장 뺑뺑이라니, 하하. 그치? 너도 생각나지?”


김우진 대위는 자못 웃긴다는 듯 낄낄대며 말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바람 소리뿐이었다.


“이 새끼, 사람이 묻는데 대답도 안 하고...”


크로포드 대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는 짐짓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해보았으나 역시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얌마, 대답 좀 해. 대답 좀 하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크로포드 대위의 대답을 재촉하던 김우진은 순간 발을 헛디뎌 옆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젠장, 쪽팔리게 자빠지기나 하고. 안 다치지 않았지? 안 괜찮지? 응?”


평소처럼 장난기 어린 표정을 한 김우진 대위가 죽은 듯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크로포드에게 다가갔다.


“새끼, 실수 좀 했다고 삐치기는! 좋아, 내 인심 썼다! 다음 달 월급 받으면 맥주, 아니지, 쪼잔하게 맥주가 아니라, 그렇지 위스키! 꽤 비싼 놈으로 내가 쏜다!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 가자고! 왜놈들이 쫓아온다니까.”


김우진 대위는 엎드려 있는 크로포드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웃긴 얘기를 해도, 욕을 해도 반응이 없는.


이상하리만큼 차가운 그의 몸.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그의 머리는 알고 있었으나 아직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어나라니까. 아니지, 그 상태로는 일어나기 힘들 테니까 내가 부축해줄게.”


움직이지 않는 크로포드의 차가운 몸을 끌어안은 후 일으키려던 김우진 대위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미안, 미안... 미안...”


그를 일으키려다 놓친 것이 미안한 것일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던 김우진 대위는 축 늘어진 크로포드의 손을 붙잡았다.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의 손, 김우진 대위의 나머지 손이 바닥을 움켜쥐자 흙더미가 한 줌 잡히더니 다시 흩어졌다.


이상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김우진은 전장에서 함께 하던 동료, 전우를 잃을 때마다 더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김우진 대위는 이윽고 몸을 일으키더니 그가 목숨처럼 지니고 다니던 두 자루의 대검 중 하나를 죽은 크로포드 대위의 가슴에 반듯하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꺼낸 크로포드의 커다란 전투용 대검, 손에 익지 않은 대검을 움켜쥔 김우진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오는 곳으로 이글거리는 시선을 돌렸다.


*


“지랄들 떨지 말고 빨리 들어와, 이 새끼들아.”


김우진 대위가 포효하듯 소리치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언제 보아도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듯한, 마치 니텐이치류(二天一流, 두 자루의 칼을 쓰는)의 귀재인 미야모토 무사시(에도 시대, 대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전설적인 검술가)가 환생한 듯한 그였지만, 역시 그도 사람이었다.


눈으로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중상은 아니었으나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매서운 그의 눈빛만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주위를 삼켜버릴 듯한 독기를 뿜어내며 자신을 둘러싼 일본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맹수, 달리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군...’


겁먹은 듯한 병사들이 주춤하자 마에다 켄지 소좌가 미간을 찌푸렸다.


난데없는 곳으로 굴러떨어진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를 수습하게 하는 한편 마에다 소좌는 추격대의 속도를 높이게 하여 간신히 김우진 대위를 다시 포위했다.


마에다 소좌의 기민한 전술로 그를 포위한 것 같기도 했으나 실상은 마치 추격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를 만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마에다 소좌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였으나 엉망이 된 몰골로 합류한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는 달랐다.


김우진 대위에게 수모를 당한 호시노 소좌는 길길이 날뛰며 그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고, 괴력으로 추격대를 짓누르던 크로포드라는 인물이 죽자 방심한 추격대 중 한 사람이 전공을 세울 욕심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정신 나간 놈들, 네놈들은 이 흉흉하고도 서늘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냐?’


경악한 마에다 소좌가 만류하기도 전에 달려든 병사는 날카로운 것이 살갗을 뚫는 섬뜩한 단 한 번의 소리와 함께 싸늘한 시신이 되고 말았다.


크로포드 대위를 상대할 때의 악몽의 바이러스가 퍼지려는 찰나 앞으로 나선 마에다 켄지 소좌는 전 병력에게 김우진을 둘러싸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물론 그렇게 공격한다고 한들 그가 순순히 쓰러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상처 하나를 입히려면 어쩌면 한 사람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를 일.


앞으로 몇 사람이 더 희생될지는 알 수 없으나 마에다는 그렇게라도 해야만 눈앞에 선 저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일본군이 그를 둘러쌀 때까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추격대의 이러한 전술을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머금은 채 포위망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한심한 놈,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자로구나...’


경계하던 마에다 켄지 소좌는 그가 전우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이곳에서 함께 죽으려고 작정한 것쯤으로 여겼다.


포위망이 형성되기 전에, 전 방위를 점거당하기 전에 격돌하여 진형을 흩트리는 것은 기본 중에서 기본이 아니던가?


김우진 대위는 그런 간단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망가져 있는 것이 틀림없었고,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르겠지만 이 사냥의 결말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마에다 소좌는 확신했다.


‘다소 치졸할 수는 있겠지만, 여차하면 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겠지...’


자신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고, 적군이지만 마에다 켄지 소좌는 김우진이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자격이 있는 군인, 사무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연무장이나 도장이 아니었다.


사무라이의 명예를 추존하기 전에 이곳은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곳, 전장은 그런 곳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재주가 있더라도 혼자서 여기 있는 모두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판단력이 흐려졌든,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 역시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마에다 소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지는 못하지만, 김우진 대위는 치명상을 피해 추격대를 하나씩 쓰러뜨리고 있지 않은가!


“밀어붙여! 한꺼번에 밀어붙이란 말이다!”


김우진 대위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호시노 소좌는 더욱 날뛰었다.


물론 김우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츠지!”


“옛!”


마에다 소좌는 이윽고 결심이 선 듯 츠지 상등병을 불렀다.


상대를 보는 눈조차 없고, 공포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제15사단 소속 병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중에 믿고 쓸만한 자는 자신이 대동한 제56독립연대 소속 병사들.


그는 난폭한 맹수를 쓰러뜨리기 위한 최후의 방법을 동원하려 했다.


“저자의 시선을 끌어라. 측면을 점해 시선을 돌리면 저격할 것이다.”


마에다 켄지 소좌는 아껴놓았던 권총을 슬며시 장전했다.


“소좌님께서 저격할 수 있도록 거리를 좁히도록 하겠습니다.”


결연한 츠지 상등병의 눈을 본 마에다 소좌는 그의 결심을 확인이라도 하듯 물었다.


“저격이라고는 하지만 권총의 특성상 명중률을 기대할 수 없다. 자칫하면 네가 총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작 죽음 따위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역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 아래 단련된 정예병이라 칭할만했다.


“장하다. 그대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게 하리라!”


*


끝까지 버티고 있던 김우진 대위는 일시적으로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공격해오는 일본군을 하나씩 솎아내고 있었으나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찔러오는 그들의 총검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젠장, 결국 여기서 끝인 건가... 오냐,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가 주마.’


어차피 걸음을 돌렸을 때부터 살아 돌아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것은 단 한 가지, 병력의 탈출을 위해 자진해서 남았던 두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빅터에서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포술장 박차돌 상사는 이미 숨을 거두었고, 그의 친구 크로포드 대위마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버렸다.


‘그래, 어차피 조금 늦게 가는 것뿐이잖아.’


김우진 대위는 측면으로 이동하는 일본군 병사를 보며 오른손에 쥔 크로포드 대위가 쓰던 대검에 힘을 줬다.


“하앗!”


측면으로 이동한 일본군 병사의 공격을 필두로 또다시 그를 둘러싼 병력이 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김우진 대위는 선두에 선 덩치 큰 일본군 병사의 총검을 쳐낸 다음 정면에서 공격해오는 일본군을 베려 했다.


그러나 그의 기력이 쇠했기 때문이지, 덩치 큰 일본군 병사의 완력이 생각보다 강한 탓인지 김우진 대위는 병사의 공격을 쳐내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살짝 밀려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찔러 들어오는 정면의 총검.


- 사악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으나 병사의 예리한 총검은 김우진의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며 작은 상처를 남겼다.


‘이동하면서 싸우는 건 역시 무리겠지?’


근접 전투에서 자신 있어 하는 김우진 대위였으나 역시 그의 장기는 빠른 발을 이용하여 쫓아오는 적을 길게 늘어뜨린 다음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간사하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라도 한 건가?’


김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일본군이 자신을 둘러쌀 때까지 달리 움직이지 않은 것은 감정적으로 흔들린 것도, 전술적인 대응을 몰라서도 아니었다.


쫓아온 일본군 추격대를 상대한답시고 정글에서 기동전을 펼쳤다가는 먼저 이동한 대원들이 덜미를 잡힐 수도 있는 것, 어쨌든 크로포드 대위와 박차돌 상사가 그들의 발을 묶은 것처럼 그들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누군가 이곳에서 남아 일본군 추격대를 상대해야만 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김우진 대위가 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총검을 피한 다음 오른손에 쥔, 크로포드의 대검으로 공격해 들어온 일본군 병사의 허벅지를 베었다.


“죽어라, 이 괴물 같은 새끼!”


우군이 쓰러지는 것을 본 덩치 큰 일본군 병사가 총검을 도끼 휘두르듯 김우진의 머리를 노렸다.


“크윽!”


보통 때라면 가볍게 피할 허술한 공격이었으나 기운이 빠진 김우진 대위는 온 힘을 다해 양손에 쥔 대검을 교차하며 그의 공격을 간신히 막았다.


안간힘을 쓰며 일본군 병사의 공격을 밀어낸 김우진, 활짝 열린 일본군 병사의 허리를 노리며 쇄도하려던 찰나 그의 후방에서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이렇게 끝인가?’


번쩍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본 김우진 대위의 표정이 허탈하게 바뀌는 순간 총성이 울리며, 총소리에 놀란 새들이 푸더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53화 - 혈투 23.08.19 132 1 12쪽
153 152화 - Sleep tight, buddy 23.08.15 138 1 14쪽
152 151화 - 결사대(4) 23.08.10 147 1 11쪽
151 150화 - 결사대(3) 23.08.08 121 2 10쪽
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7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3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5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4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2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4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3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1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9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