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278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7.13 22:20
조회
133
추천
1
글자
12쪽

144화 - 그림자 밟기(4)

DUMMY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정말. 대체 어쩌자고...!”


한숨을 쉬며 다가가던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해를 등진 채 선 사카이 노리요시에게 다가가려다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걸음을 멈추고 쓰러진 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 사카... 이?”


소스라치게 놀란 이누이 치카시는 그제야 누워 있는 것이 그들이 쫓던 민병대가 아니라 사키이 노리요시 상등병임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누, 누구냐!”


기겁한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총검을 앞으로 내밀려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헛손질을 하다 총을 떨어뜨려 버렸다.


그러자 서두르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총검을 다시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가온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으악!”


그림자의 얼굴을 본 이누이 치카시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넘어지더니 앉은 채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메, 멘구(面具, 면구)!’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그 옛날 자랑스러운 일본의 기상이 열도를 벗어나 뻗어나가던 시절, 대륙 정벌을 꿈꾸던 선조 사무라이들이 착용했다는 그 면갑.


하늘로 오르는 일본의 자랑스러운 기상의 상징이기도 했으나 명국은커녕 조선이라는 하찮은 나라조차 결국 정벌하지 못한 치욕을 담고 있기도 한 멘구.


그것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그런 의문을 품을 여유조차 없었다.


박물관에서 본 멘구는 분명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멘구, 정확히는 멘구를 쓴 이자는 마치 죽음을 관장하는 신처럼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 죽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굳지 않은, 아직도 뚝뚝 떨어지는 피가 흐르는 기괴한 모습의 날붙이를 본 이누이 치카시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달아나고 싶었으나 다리는 굳어버린 듯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아악!”


멘구를 쓴 그림자가 피가 흐르는 작은 칼을 높이 치켜들자 이누이 치카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눈을 뒤집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멘구를 쓴 의문의 그림자.


그림자는 높이 치켜들었던 칼을 다시 내리더니 재빠르게 기절한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에게 다가가 그가 의식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한번 손을 휘젓는 그림자, 그림자의 손짓에 풀숲에서 서너 명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으, 냄새. 오줌이라도 지린 모양입니다.”


“이놈은 그냥 내버려 둔다. 시신은 다른 놈들이 다닐 수 있는 곳에 잘 보이게 놔두도록.”


멘구를 벗은 그림자, 이청천 대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빅터 대원들이 죽은 사카이 노리요시의 시신을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


“정말 기분 나쁜 곳이로군...”


부대를 2인 1조로 나눈 후 광역 수색을 지시한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는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무성하게 수풀이 우거진 정글 아래는 원래부터 햇빛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몰려든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자 희미하게나마 내려오던 햇빛마저 완전히 가려져 마치 밤이라도 된 것처럼 사방이 어두컴컴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세키네 대위는 찡그린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작전 개시 후 경과 시간을 물었다.


“수색 이후 1시간하고 20분이 지났습니다.”


“음...”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적을 발견했다는 보고도, 인근 마을을 찾았다는 소식도 없었다.


‘차라리 호시노 소좌의 뒤를 따라갔어야 하는 것인가...’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소득이 없자 세키네 타카히로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기 시작했다.


‘잔적을 소탕했다면 아직 후발대가 도착하지 않을 것을 놓고 한참 열을 올리고 있겠군.’


세키네 대위는 잔뜩 화가 난 호시노 소좌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인근 마을을 찾아 적당량의 보급품을 취하기 전에는, 하다못해 적의 비정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몇 명이라도 제거해야 함부로 작전 지역을 이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 저기를 보십시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귀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돌린 곳에는 수색을 나갔던 쿠리하라 히요시 일등병이 옷매무새가 잔뜩 흐트러진 채 서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적을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근거지를 찾기라도 한 것인가?”


만신창이가 되어 달려온 것이라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확신한 세키네 대위가 들뜬 목소리로 쿠리하라 일등병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즉각 대답을 하는 대신 거친 호흡과 함께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봐, 묻고 계시지 않는가?”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기분을 살피던 이나다 군조(중사)가 병사의 대답을 재촉하듯 어깨를 잡았다.


“히익!”


극도로 주변을 경계하던 쿠리하라 히요시는 다가오는 이나다 군조를 보며 기겁하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팔을 휘저었다.


쿠리하라 일등병의 손에 들려 있던 군용 대검이 느닷없이 날아오자 이나다 군조는 몸을 틀었으나 그의 칼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윽!”


이나다 군조는 고통스러운 듯 왼팔을 거머쥐었으나 한 뼘이 넘는 깊은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 그놈이다! 저리 가! 모두 저놈을 잡아!”


아군에게 칼을 휘두른 쿠리하라 히요시 일등병은 귀신에 씌기라도 한 듯 고통스러워하는 이나다 군조를 향해 재차 칼을 휘두를 듯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뭐, 뭐야! 당장 저놈 잡아!”


창졸간에 벌어진 일에 넋을 놓고 있던 세키네 대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병사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저놈을 잡으란 말이야! 내가 아니라 저놈을!”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명령에 병사 두 사람이 쿠리하라 일등병의 팔을 뒤에서 옭아매자 그는 당황한 듯 쓰러진 이나다 군조를 보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 새끼가!”


아군, 그것도 같은 부대 상관을 벤 주제에 조금도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키네 대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쿠리하라 일등병의 가슴팍을 강하게 걷어찼다.


덕분에 그를 붙들고 있던 두 사람의 병사도 쿠리하라 히요시가 넘어지면서 함께 뒤로 넘어져 버렸다.


“당장 포박해!”


세키네 대위는 쿠리하라 일등병이 또다시 날뛰기 전에 그를 묶으라고 지시했고, 병사들은 포승줄로 그를 마치 짐승 옭아매듯 포박했다.


“뭐라도 지껄여봐!”


쿠리하라 히요시를 일으켜 세우게 한 세키네 대위는 매서운 눈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아니, 제가 아니라 저놈을 묶어야지요. 저기를 좀 보십시오! 분명 그놈이잖습니까?”


포박된 쿠리하라 히요시 일등병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이나다 군조를 보며 소리쳤다.


- 저게 대체 무슨 말이야?


- 저놈 정신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가?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 뒤에 선 병력이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세키네 대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세히 좀 보십시오. 저기 저놈...!”


- 짝!


또다시 이상한 말을 늘어놓으려는 쿠리하라 일등병을 본 세키네 대위는 더는 참지 못하고 거칠게 그의 뺨을 후려쳤다.


- 짝, 짜악!


분이 풀리지 않았던 것인지 그는 몇 차례 더 강하게 쿠리하라 일등병의 뺨을 가격했고, 세키네 대위의 손바닥이 쿠리하라 일등병의 뺨을 때릴 때마다 그를 단단히 잡은 병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얻어맞기라도 한 듯 몸을 움찔했다.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것입니까?”


벌겋게 뺨이 부어오르고 입안이 터졌는지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르기 시작한 쿠리하라 히요시 일등병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간신히 말했다.


“왜 이래? 이, 이런 미친놈이!”


“진정하십시오!”


이번에는 손바닥이 아니라 아예 죽여 버릴 요량으로 군도에 손을 가져가는 세키네 대위를 본 오하라 마시마 소위가 기겁하며 그를 만류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쿠리하라 일등병은 세키네 대위의 칼에 목 없는 귀신이 되었을 것이다.


“대체 왜 이러는지는 자네가 직접 설명해보게. 왜 갑자기 아군에게 칼을 휘두른 것인가?”


“아군이라니, 소위님마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기 얼굴에 이상한 것을 쓴 놈이 버젓이 있지 않습니까!”


도저히 연기나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표정과 말투였다.


그래서였을까? 세키네 대위를 비롯한 사람들은 쿠리하라 일등병이 노려보는 곳으로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그가 휘두른 칼에 깊은 상처를 입고 신음을 흘리고 있는 이나다 군조 밖에 없었다.


“비켜! 즉결 처분할 것이다!”


더는 들을 것도 없다고 판단한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는 벌컥 화를 내며 군도를 뽑아 들었다.


칼집에서 칼이 빠져나오며 섬뜩한 금속 마찰음이 울리자 오하라 소위를 비롯한 일본군 병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놈을 당장 베야 합니다!”


세키네 대위가 칼을 빼 드는 모습을 본 쿠리하라 히요시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인 줄도 모르는 듯 반색하며 떠들어댔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대체 무슨 이유로 저러는 것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긴 뭘 알아야 한다는 거야! 항명에 하극상까지 벌인 놈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기강이 제대로 서겠는가!”


오하라 마사미 소위가 막아서자 세키네 대위는 더욱 흥분했다.


이미 그의 눈에 쿠리하라 일등병은 당장 도려내야 할 종양에 불과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이 시간까지 수색을 나갔던 병력에게 아무런 보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돌아온 녀석이 갑자기 ‘그놈’이라는 말을 지껄이며 칼을 휘둘렀습니다.”


오하라 소위는 흥분한 세키네 대위를 진정시키며 차근히 말을 이어갔다.


“미친놈이 마음대로 떠들어대는 것을 들어 주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그의 말에 세키네 타카히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어보시지요. 처분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오하라 마사미는 길길이 날뛰는 상관을 간신히 달랜 다음 아직도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쿠리하라 일등병을 향해 다가갔다.


“넌 방금 이나다 군조를 베었다. 설마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무기계 이나다 타카유키를 말이야.”


“예에? 그게 대체 무슨 말씀...!”


휘둥그레진 눈을 한 쿠리하라 히요시가 말을 잇기 전에 오하라 소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그놈’이 대체 뭐지? 네가 말한 ‘그놈’은 대체 누구이며, 여기에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놈이 누구냐니요? 우리가 쫓던 민병대놈이 아닙니까? 얼굴에 무서운 가면을 쓴 그놈이 같은 조였던 나가야마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사라졌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그놈을 당해낼 것 같지 않아 돌아왔더니 그놈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옳거니! 몰래 숨어들었으나 내 눈은 피하지 못한다! 이놈이 겁도 없이 다가오길래 단칼에 베어 버렸지요.”


점점 기묘한 말만 늘어놓는 쿠리하라 히요시.


대체 무서운 가면이란 무엇이고, 여기에 그놈이 언제 나타났다는 말인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갑자기 쿠리하라 일등병의 뒷덜미를 움켜쥐더니 그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쓰러진 이나다 군조 앞으로 데려갔다.


“자, 똑똑히 봐. 이자가 네가 말하던 그놈인가? 제대로 보란 말이야.”


이나다 군조 앞으로 끌려가자 쿠리하라 일등병은 그가 두려운 듯 고개를 돌리다가 오하라 소위가 강제로 그의 얼굴을 돌려 이나다 군조를 보게 하자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어! 이놈, 아니 이분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153화 - 혈투 23.08.19 131 1 12쪽
153 152화 - Sleep tight, buddy 23.08.15 138 1 14쪽
152 151화 - 결사대(4) 23.08.10 147 1 11쪽
151 150화 - 결사대(3) 23.08.08 121 2 10쪽
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7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3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5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3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1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4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3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1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9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