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310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7.11 22:58
조회
136
추천
1
글자
12쪽

143화 - 그림자 밟기(3)

DUMMY

“완전히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군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치 유인하기라도 하듯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추격대를 끌어들이던 엠마 중위는 두 개로 나뉜 일본군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참말로 기가 막히네잉. 어째 군인이라는 놈들이 길을 잃을 수가 있다요?”


이춘삼 중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헤매는 일본군을 보며 비웃었다.


“정글이란 곳은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죠. 우리도 사전에 인근 주민들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면 이런 식으로 저들을 유인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엠마 중위의 말에 이청천 대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부대원 누구나 독도법에 능숙했으나 온통 비슷한 지형지물에 특정할 만한 건물 같은 것이 없는 정글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청천 대령은 사전에 입수한 현지 주민들의 정보로 비교적 인근 지리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점을 십분 활용하여 일본군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오십에 달하는 일본군 추격대는 완전히 길을 잃은 채 빅터의 그림자밟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유인한 결과, 탄약 또한 없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추격하는 내내 단 한 발의 총도 쏘지 않았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것이니 저들을 섬멸하고 부대원들을 구출하러 움직이겠습니다.”


“대장님 그 말씀을 여직꺼정 기다리고 있었소!”


이청천 대령이 말에 이춘삼 중사가 이글거리는 듯한 눈으로 총을 ‘철컥’ 소리 나게 장전했다.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총은 안 됩니다. 적의 본대를 끌어들일 위험이 있습니다.”


“워매, 설마 저놈들을 백병전으로 때려잡으라는 말씀은 아니것죠잉?”


일본군이 다른 부대에 비해 백병전에 능숙하다는 것을 이춘삼 중사 역시 잘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적군을 두려워할 그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많은 저들의 머릿수였다.


이청천 대령을 비롯한 대원은 저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아귀다툼으로 흘러간다면 빅터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습 공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저들을 섬멸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피해를 각오해야만 해요.”


엠마 중위 역시 이춘삼 중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강하한 대원들의 전투력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시야가 제한된 정글에서 벌이는 백병전은 얘기가 달랐다.


이청천 대령과 김우진 대위, 두 사람은 빅터 뿐만 아니라 연합군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압도적인 CQC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근접전 능력이 곧 빅터의 백병전 전투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빅터의 전투 방식은 근접전보다는 철저히 계산된 위치로 적을 끌어들여 기습하거나, 적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 공격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청천 대령을 받쳐줄 만한 유일한 인물인 김우진 대위는 현재 이들과 떨어져 고립된 상태, 쉰 명을 혼자 상대하는 것은 이청천 대령이 아니라 검신이 강림한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나는 저들뿐만 아니라 이곳 일대에 웅크리고 있는 일본군 전체에 압도적인 공포를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압도적인 공포라, 대체 무슨 수로 저들에게... 설마 비센푸르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잠시 생각하던 엠마 중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비센푸르 요새 전투에서 이청천 대령은 짧은 칼 한 자루에 의지해 열 명이 넘는 일본군을 쓰러뜨리는 전공을 세웠다.


총검의 밭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곳에 떨어졌으나 상처 하나 없는 몸.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독특한 칼날 그리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


그를 본 일본군은 누구 하나 선뜻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내 정신을 차린 그들은 눈앞의 유령 같은 상대가 도저히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달아나 버렸다.


단체로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등을 돌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달아나는 병사들을 본 일본군 장교와 하사관들은 목이 터져라 진격을 외쳐댔으나 의지를 상실한 그들은 비센푸르 요새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압도적인 위용, 하지만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군이 접근하지 못한 스무 시간은 전열을 가다듬고 중화기를 배치한 다음 후방 포격을 개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청천 대령이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를 제압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었다.


더군다나 적의 대규모 부대를 끌어들일 위험이 다분해 총기 사용마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엠마 중위는 비센푸르 요새 전투에서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적에게 공포를 각인시키는 것보다 자칫하면 부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관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때처럼 적진 한가운데 뛰어들어 전투를 벌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청천 대령은 그녀의 표정으로 우려하는 것을 이미 짐작한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저들 역시 정글에서 방향 감각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려고 하지는 않겠지요. 가까운 거리에서 일부러 총을 빗나가게 쏘았으니 저들은 우리가 정규군이 아닌 흩어진 패잔병이나 인근 마을에서 조직된 민병대쯤으로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이청천 대령은 마치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저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보다는 수색 범위를 넓히려고 할 것입니다. 계속된 패배로 사기가 떨어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부대의 사기를 끌어 올리려고 하겠지요.”


그의 말에 엠마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빈사 상태에 가까운 일본군, 임팔을 점령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들이 걸어볼 수 있는 마지막 수는 연합군의 손아귀를 벗어나 버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귀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지하로 파고든 일본군의 사기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올려야 했다.


“지금까지는 두 개의 부대를 운영했으나, 이대로는 우리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아마 조를 나누어 우리의 흔적을 찾고 추격하려 할 것입니다.”


이청천 대령의 말에 엠마 중위는 시선을 돌려 풀숲 사이 멀리 보이는 일본 추격군을 보았다.


‘내가 만약 저들의 지휘관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까? 작은 승리마저 절실한 상황이라면 부대를 나누어 수색을 진행할 것인가?’


잠시 생각하던 엠마 중위는 일본군이 이청천 대령의 예상처럼 움직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형편없는 전투력의 민병대라면 굳이 많은 병력이 함께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은요? 저들이 부대를 더욱 쪼개서 수색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다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어떻게 일본군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인가?


“다수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이들 그리고 위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곳. 이 두 가지를 활용한다면 모두를 상대하지 않더라도 저들을 물러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싸그리 죽여불지 않고 살려서 보낸다는 말씀이신게라?”


물러나게 하겠다는 이청천 대령의 말에 이춘삼 중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궁금한 것은 엠마 중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심중에는 여기까지 끌어들인 일본군을 처리할 방법이 있을 듯한데 굳이 살려서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돌아갈 이가 없다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줄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자세히 알려주고 싶지만, 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군요. 부대 배치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청천 대령은 갑자기 뭔가를 꺼내더니 얼굴에 쓰기 시작했다.


“그... 건 대체 뭔가요?”


뜬금없이 기괴한 가면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린 이청천 대령을 보며 엠마 중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오래전 일본군이 쓰던 면구(얼굴을 가리는 고대 일본 특유의 면갑)입니다. 한참 전 조선을 침공할 때 장수와 일부 병사들이 이것을 착용했다고 하더군요. 조선군을 겁에 질리게 할 목적으로 말입니다.”


해를 등진 채 기이한 모습의 면구를 쓴 이청천 대령의 모습에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백 년 전 조선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일본군이 썼다는 면구, 지금은 거꾸로 그들의 후예를 공포에 질리게 할 요량으로 전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


“젠장, 지긋지긋한 모기 같으니!”


사카이 노리요시 상등병은 자신의 목덜미를 쳐서 달라붙은 모기 한 마리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다.


“황군의 주적은 영인군 놈들이 아니라 이 빌어먹을 벌레 놈들이 틀림없다니까.”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휘저어 날벌레를 쫓던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이 그의 말을 받았다.


“아, 빠뜨린 것이 있군. 풀벌레 놈들이랑 무능한 장군 놈들, 그놈들이야말로 우리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말해 무엇하겠는가!”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풀숲을 휘저으며 건성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쉰 명의 병력을 두 사람씩 한 개의 조로 나누어 수색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사카이 상등병은 어디에 처박혀 시간이나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고지식한 놈들이 아니라, 생각이 통하는 이누이 치카시가 같은 조로 편성되었다는 것이다.


장교들과 하사관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가 누군가 적을 발견하면 합류하기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곳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이봐,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하라고.”


“길은 진즉에 잃지 않았나.”


사카이 상등병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만이 유일하게 길을 알려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영인군의 공격에 잔뜩 웅크리고 있을 제15사단의 진지였기 때문이다.


- 사사삭!


“뭐지!”


“조용히 해봐!”


어기적거리며 걷던 이누이 상등병은 앞에서 수풀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호들갑 떠는 사카이 상등병을 제지하며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저기다!”


“내가 잡는다!”


신경을 곤두세우던 이누이 상등병이 갑자기 달아나는 그림자를 발견하자 소리쳤고, 사카이 상등병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뭐야, 어디로 간 거야?”


달려 나간 사카이 상등병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던 이누이 상등병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변을 둘러보며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발견한 밟힌 풀과 발자국, 황급히 추격에 나선 사카이 노리요시의 흔적이 분명했다.


‘피? 벌써 처리한 건가?’


그가 달려간 쪽으로 걷던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꺾인 풀에서 비릿한 냄새와 함께 검붉은 핏자국이 보이자 사카이가 달아나던 적을 해치운 것으로 짐작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구석에 박혀 시간이나 때우려고 했었는데 엉뚱하게도 세키네 대위가 그렇게 찾던 적을 제거한 것이었다.


‘아차, 발견하면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고 했는데!’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지시가 이제야 떠올랐다.


“이봐 사카이, 숨은 붙여놨겠지?”


비릿한 냄새가 짙어지는 것으로 보아 사카이 노리요시와 그가 사냥한 적은 근처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누이 상등병은 제발 그가 적의 숨통만은 붙여 놓았기를 기원하면서 피 냄새가 짙어지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젠장, 뭘 들은 거야? 숨은 붙여 놓으라는 말 못 들었어?”


이미 절명한 듯 바닥에 쓰러진 시커먼 그림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 뒤에 선 또 하나의 그림자, 그러니까 사카이 노리요시 상등병이 분명한 그 그림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오는 이누이 치카시를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153화 - 혈투 23.08.19 132 1 12쪽
153 152화 - Sleep tight, buddy 23.08.15 138 1 14쪽
152 151화 - 결사대(4) 23.08.10 147 1 11쪽
151 150화 - 결사대(3) 23.08.08 121 2 10쪽
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7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4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6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7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4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2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9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7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4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4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2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9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