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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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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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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9화 - 결사대(2)

DUMMY

“음, 어, 그러니까...”


김우진 대위와 부대원들이 철수하고 포술장 박차돌 상사와 남겨진 크로포드 대위는 뭐라 말을 붙여보려 했으나 조선말을 할 줄 모르니 도통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김우진과의 대화에서 주워 들었던 단어 몇 가지를 쓰고, 손짓과 발짓을 해가며 대화를 시도해보려 하다 이내 포기하고 그가 알아듣든 말든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허, 영감님은 대체 어쩌자고 여기에 남겠다고 하신 겁니까?”


크로포드 대위가 매우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자 박차돌 상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피식 웃더니 역시 그가 알아듣지 못할 조선말로 대꾸했다.


“나리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 상황에서 할 말씀이란 것이 몇 가지 없겠지요. 왜놈들의 발목을 오래 잡아놓을수록 우리 대원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몸이 성치 않기는 하지만 나리야말로 지금이라도 움직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이 늙은이는 살 만큼 살았으니 큰 미련도 없고 왜놈 몇 놈이라도 때려잡아 저승길 동무로 하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아는 조선말이라고는 김우진이 입에 달고 살았던 욕 몇 마디가 전부인 그가 박차돌 상사의 말을 이해할 리 만무했다.


그러나 온화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는 그의 말을 크로포드 대위는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너털웃음을 짓던 크로포드는 어깨에 총을 기댄 다음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군 추격대를 막아설 결사대를 자청하고 나선 것에 대한 후회나 미련 같은 것은 없었다.


김우진 대위는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으나 모든 대원이 자리를 지키고 이청천 대령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은 무모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했고, 포위망 돌파 후 추격하는 일본군을 누군가는 잡아둬야만 빠져나간 이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부상으로 인해 신속 기동이 불가한 크로포드 자신이 적임자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저놈들을 잘 막아 주기만 하면 레너드와 대원들은 좀 더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호탄까지 쏘아 올려 이곳의 위급 상황을 알렸으니 대장님도 서두르겠죠. 잘만 한다면 어쩌면 우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연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던 크로포드 대위는 말을 마치자 이내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이청천 대령의 구원이 빠르게 전개된다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으나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군인답게, 남자답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멋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왠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가 이곳에서 그들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누가 알기는 할까요?”


크로포드 대위는 문득 전선 어딘가에 있을 가르시아 중령과 폭스 중대원들 그리고 제5307 혼성 연대의 대원들이 떠올랐다.


이 기나긴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들, 그들의 얼굴을 살아서는 다시 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크로포드는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 같았다.


“살아남아야지요. 악착같이 살아남아야지요. 기운 내십시오, 나리.”


박차돌 상사는 어깨를 들썩이는 황소만 한 덩치의 사내의 어깨를 조용히 어루만졌다.


“이것 참, 별꼴을 다 보이는군요.”


한참을 흐느끼던 크로포드 대위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듯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자, 그러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투를 준비해볼까요?”


*


“저건 또 뭐야?”


난데없이 오렌지색의 조명탄이 오르자 일본군 제15사단 소속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출정 직후의 그라면 앞뒤 잴 것 없이 돌격을 명했을 것이지만, 김우진 대위와 빅터 병력에게 호되게 당한 그는 궁지에 몰린 적군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틀림없이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서둘러 공격 명령을 내리시지요.”


신중한 호시노 소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56독립연대 소속 마에다 켄지 소좌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격이라니? 포위한 다음 천천히 저놈들을 말려 죽이자는 것이 자네 작전이지 않았는가?”


호전적인 자세로 태세를 바꾼 마에다 소좌의 태도에 호시노 모리미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근에 저놈들을 지원하기 위한 적의 부대가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조금 전 후방에서 들린 총성 그리고 후군으로 따라오던 세키네 타카히로의 부대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의 말에 호시노 소좌는 후군을 이끄는 세키네 대위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세키네 대위의 부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부대가 교전을 벌인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세키네 타카히로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그들에게 일격을 당했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지요.”


“뭐? 세키네의 부대가 당해?”


호시노 소좌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마에다 켄지를 보았다.


무장 수준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뒤처져서 따라오던 세키네 대위의 후군은 호시노가 이끄는 선봉군에 비해 갑절이나 많은 부대였다.


“황군의 적을 높이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저들의 전투력을 우습게 봐서는 곤란합니다. 이곳 지형을 꿰고 있는 특수 부대가 침투했다면 세키네의 부대가 당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흐음, 그런데 그것이 포위당한 저놈들을 치는 것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전공을 세우지 못해 안달 났던 호시노 소좌가 지금은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태평한 소리를 늘어놓자 마에다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신호탄을 올린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세키네 대위의 부대를 격퇴한 이들에게 상세한 위치 정보를 줘 우리를 앞뒤에서 공격해 포위망을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이 상태에서 협공을 받게 된다면 포위망 붕괴 정도가 아니라 본 부대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에다 소좌의 말에 호시노는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저곳을 보십시오. 포위된 병력을 여러 방향에서 두드리고 있지만 더는 총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음, 저놈들의 탄약이 바닥났다고 봐도 되겠군. 지금이야말로 일거에 돌격해 저놈들을 쓸어버린 후 매복해 있다가 다가오는 놈들을 공격하자는 말인가?”


호시노 소좌가 자신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자 마에다 소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위된 상태에서 조명탄을 올린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태세를 전환하여 완전히 웅크린 호시노 모리미치처럼 있다가는 저들이 구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에다 켄지 소좌는 이것을 거꾸로 이용한다면 김우진 대위의 부대와 다가오는 의문의 부대를 각개격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저놈들에게 아직 여분의 탄약이 있다면 어쩌겠는가? 고지를 빼앗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이미 쓰라린 패배에 병력 손실까지 맛본 호시노 소좌는 여기서 더 피해가 누적된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호시노 모리미치가 슬쩍 발을 빼려는 순간, 마에다 소좌의 입에서 그토록 그가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실패 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물론 적을 섬멸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호시노 소좌의 공이 될 것입니다.”


다급한 마에다 켄지에게는 사사로이 공과 과를 따지는 것보다 적의 지원군이 합류하기 전에 한쪽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이 더 급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좋군. 지금 당장 포위한 전 병력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게.”


만약 작전이 실패할 시 후배 장교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우스운 꼴이 되었지만, 어쨌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명분이 생긴 호시노 모리미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전 병력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돌격하라! 내가 선두에 설 것이다. 연대 병력은 나를 따르라!”


공격에 나선 마에다 소좌는 호시노 소좌의 제15사단 병력 대신 자신이 이끌고 온 소수의 제56독립연대 병력을 지정하여 선두에 서게 했다.


지휘권이 아직 호시노 소좌에게 있는 마당에 제15사단 병력이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문제도 있지만, 누군가는 앞장서서 공격해야지만 그들이 따를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 와아아!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 아래 잘 훈련된 제56독립연대 병력이 함성과 함께 돌격하자 눈치를 살피던 호시노 소좌의 병력도 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 타탕, 탕!


돌격 함성이 터진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능선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총성이 울리며 달려가던 제56독립연대 소속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아, 아직 저놈들에게 총알이...!


“멈추지 마! 전속력으로 달려 능선을 점령하라!”


주춤하며 병력을 다시 후퇴할까 고민하는 호시노 소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두에 선 마에다 켄지의 우렁찬 목소리가 돌격하는 병력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됐어! 일부 병력이 고지를 넘었다!”


여차하면 황천길로 인도할 총알이 날아오는 능선을 제56독립연대 병력 일부가 넘자 호시노 소좌가 마치 본인이 선봉대로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차, 이렇게 됐다면 여기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방어선 일부가 뚫렸다면 이제는 백병전이 펼쳐질 차례였고, 그 말은 능선 아래 호시노 모리미치가 있는 곳으로 총알이 날아올 일이 더는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이제 승전을 마무리 지으러 가볼까?”


호시노 소좌는 느긋한 걸음으로 능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런!”


한참 쏴대던 소총이 ‘철컥’ 소리와 함께 탄창이 비었다는 것을 알리자 박차돌 상사가 신경질적으로 소총을 내던졌다.


기어이 모든 탄약을 소모한 상황, 적지 않은 적을 쓰러뜨렸으나 일본군은 피격되는 와중에도 악착같이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이제 정말 마지막 싸움이 되겠군요.”


모든 탄을 소모한 것은 크로포드 대위 역시 마찬가지, 잠시 허탈한 듯 웃던 그는 전투용 대검을 빼 들었다.


“이래 봬도 레너드, 그 녀석에게 먼지 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배운 것입니다. 영감님을 지켜줄 정도는 된다는 얘기죠.”


소총에 결합하지 않은 대검을 들고 어깨를 으쓱하며 뭐라 뭐라 떠들어대는 크로포드, 근접 전투에 능숙하지 않은 박차돌 상사였으나 백병전에서 소총에 착검하지 않은 상태로 전투를 벌이는 두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김 대위님과 어울리시더니 그새 근접 전투술을 배우셨나 봅니다. 그래도 성치 않으신 몸으로 가능하시겠습니까?”


박차돌 상사는 싱긋 웃으며 소총 대신 손에 쥐기 적당한 나무토막을 집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총검을 휘두르느니 그는 차라리 이 나무 몽둥이로 머리를 들이미는 왜놈의 머리통을 박살 낼 심산인 듯했다.


“싸움이 끝나면 영감님께 특별히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잔뜩 대접하도록 하죠. 살아남는다면 말이지요.”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군요. 소인은 코가 삐뚤어지도록 조선의 탁배기를 대접하겠습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한 두 사람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일본군의 함성.


임시로 구축한 진지로 일본군 둘이 진입하자 크로포드 대위와 박차돌 상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기합과 함께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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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3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3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1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4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3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1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9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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