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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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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3.07.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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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6화 - 그림자 밟기(6)

DUMMY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자꾸만 밀려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한기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묘한 일들만 벌어지는 이곳이 마치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처럼 느껴졌다.


수색을 떠난 이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살아서 돌아온 쿠리하라 일등병, 멀쩡한 것처럼 보였던 그는 갑자기 이나다 군조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가면을 쓴 유령 같은 자가 갑자기 나타나 일본군 추격대를 단칼에 죽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그렇게 무거운 상처를 입은 이나다 군조를 후송하여 돌아가는 길.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 없는 정글에 짙은 어둠마저 깔리자 이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을 더듬으며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정에 발견된 수색대원의 시신.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또다시 아군을 공격한 생존한 수색대원...


불과 몇 시간 사이, 아군의 습격으로 발생한 사상자만 셋이었다.


‘단체로 뭔가에 현혹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곳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에 오하라 마사미는 문득 누군가 스치듯 했던 말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


삼류 소설에서나 보았을 법한 말을 귓등으로 듣지도 않은 오하라 소위였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는 얼토당토않은 그 말, 그저 흘려들었던 그 말이 어쩐지 자꾸 뇌리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저어...”


병사 하나가 겁에 질린 얼굴로 오하라 소위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와 말을 붙였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차라리 세키네 대위님께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쩐지 부대가 흩어질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겁에 질려 하는 말이었으나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차라리 그의 말처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위치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어디에 숨어서 그들을 노리고 있는지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문제는 부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돌아간다고 한들 무슨 수가 생기겠는가? 게다가 문제는...”


침울한 표정으로 짓던 오하라 소위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대위님께 합류하고 싶어도 그 위치를 어딘지 찾을 수 있겠는가?”


제15사단으로 복귀하는 것은 들려오는 포성을 길잡이 삼아 움직이면 얼마간 헤매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부대를 나누기 전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는 흩어진 수색조를 찾겠다고 말했다.


운 좋게 그와 헤어졌던 그곳을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세키네 대위와 부대원들은 이미 자리를 떠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었다.


“...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대로 계속 움직여 사단으로 복귀하는 수밖에 없어.”


말을 그렇게 하기는 했으나 오하라 소위는 또 어디선가 무언가 튀어나와 자신의 심장을 찌를 것 같다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중 유일한 장교인 자신이 겁먹은 것을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전 추태도 모자라 여기서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면 병사들 사이에 퍼진 공포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번져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간격을 좁게 유지한 채 이동...!”


“저, 저기를 보십시오!”


병사들 간의 간격을 조정하려던 오하라 마사미는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에 말을 맺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가리킨 곳으로 눈을 돌리자 어둠 속에 흐릿하게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 가면!”


어둠속에서 서서히 드러난 것은 눈 아랫부분과 하관을 가린 가면이었다.


‘멘구? 설마 저놈이!’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쿠리하라 일등병이 떠들어댔던 미친 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분명 멘구, 얼굴을 가린 면갑인지 가면인지 하는 것을 쓴 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병사들을 죽이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 그놈이 확실하다!’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흐릿한 신형이 눈에 들어오자 오하라 소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밀려오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


오하라 소위는 당장이라도 등을 돌려 줄행랑을 치고 싶었으나 무거운 부상을 입은 이나다 군조와 나머지 병사들을 내팽개친 채 달아날 수는 없었다.


매서운 한겨울의 바람에 사시나무 떨리듯 하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킨 채 오하라 소위는 멀리서라도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전원, 전투 대형으로!”


숨어 있는 놈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것은 한 녀석뿐이다.


이것이 설령 오하라 소위를 비롯한 병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라 할지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염병처럼 퍼지는, 서서이 옥죄어 오는 죽음의 공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떨쳐내야만 했고, 사방에 매복군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눈앞에 나타난 저 가면을 쓴 놈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 저벅


마주친 적군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천천히 내딛는 발걸음.


눈앞의 적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그런 발걸음으로 다가올 때마다 오하라 소위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내 지시에 따라 일제히 돌격한...!”


- 으아아!


오하라 마사미 소위의 지시가 끝나기도 전에 병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아, 안 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짐짓 큰소리로 지시를 내리던 오하라 마사미는 눈앞에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철갑을 두른 채 포를 마구 쏴대는 중전차, 하늘을 뒤덮는 포격.


우호 작전에 동원된 일본군을 괴롭히는 것들이었으나 정작 부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물론 보급품의 부족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으나 아직 일본군 제15사단은 병력에서만큼은 나름 건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고위 장교들은 그것이 ‘황군의 강인한 정신력’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직 그들이 무너지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은 함께 선 이들에게 자신의 어깨와 등을 맡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료가 달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전장에서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그들을 버티게 해주었으나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그 믿음과 신뢰가 조각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가까스로 버티던 병사들은 한 사람이 달아나기 시작하자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병사가 달아난 곳에 남은 이는 오하라 마사미 소위와 의식을 잃은 이나다 군조 두 사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이 난 것 같은 깊은 절망.


오하라 소위가 허탈한 표정을 짓던 찰나, 구름 사이로 다시 희미한 달빛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다가오던 멘구를 쓴 그림자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았다.


가까이서 보지 않았으나 무엇인지 알 것만 같은 그것.


간신히 억제한, 잔잔한 물결과 같던 두려움이 다시 거친 파도처럼 밀려와 오하라 소위의 두 눈에 가득 찼다.


그 순간 달빛을 반사하던 그것은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자 자취를 감추었고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은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오하라 소위가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헉, 헉...”


고요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의 거친 숨소리와 풀을 지르밟는 소리뿐.


흉측한 가면을 쓴 그림자가 당장이라도 등 뒤에서 나타나 서늘한 그것을 심장에 밀어 넣을 것만 같은 생각에 오하라 소위는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앞으로 내달리던 오하라 소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그를 줄곧 따라 달리던 그림자 하나.


그가 속도를 늦추면 그림자도 속도를 늦추었고, 오하라 소위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 그림자 역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그림자.


오하라 마사미 자신이 달빛을 받아 만들어진 음영이었으나 오하라 소위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자신을 따라 하던 그림자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자신을 공격할 것만 같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어억, 그어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자 그는 연신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심장 질환을 앓아온 그였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떠올릴 여력조차 없었다.


“정지!”


한참을 미친 듯 달리던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철컥’하고 총을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일본말이 들려오자 온몸의 긴장이 풀린 듯 풀썩 주저앉더니 자신의 계급장을 내보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가슴 부근에서 느껴지는 쥐어짜는 듯한 통증.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온몸의 근육이 동시에 쪼그라드는 극한의 고통에 몸부림치던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경고를 보내던 일본군 제15사단 경계병들이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고 손을 내밀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슴 부근을 부여잡은 채 벌레처럼 몸을 웅크린 오하라 마사미, 안타깝게도 그는 초병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


사단 소속 장교가 기괴한 모습으로 눈앞에서 죽자 초병들은 놀란 듯 뒷걸음쳤다.


숱한 전장을 경험해 온 이들.


역전의 용사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이들 역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었으며, 총탄을 맞고 포격에 신체 일부가 절단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간 병사들은 수도 없이 봐왔다.


겨우 한 사람이 죽었다고 이토록 당황할 이들은 아니었으나, 갑자기 나타나 온몸이 마비된 듯 꿈틀거리다 숨을 거둔 이를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무서운 짐승이나 누군가에 쫓기다 공포에 질려 죽은 듯한 모습, 그 모습을 본 초병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사단 본부 소속 오하라 마사미 소위님이다. 어서 보고해.”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초병 하나가 시신의 계급장과 이름을 확인하더니 다급하게 말하자 같은 조를 이루었던 초병이 사단 지휘통제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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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3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6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4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2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4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4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2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9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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