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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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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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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8.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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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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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51화 - 결사대(4)

DUMMY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 쏟아진 피.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후각을 자극하는 비릿한 내음에 일본군 병사들은 인상을 쓰고 말았다.


- 주, 죽은 거 확실해



- 모, 몰라. 네가 확인해봐

치명상이 된 옆구리의 자상을 비롯해 온몸에 무거운 상처를 입더니 이윽고 쓰러진 크로포드 대위.


이미 쓰러진 그였으나 마에다 소좌를 비롯한 일본군은 감히 그에게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가 벌떡 일어나 곰의 앞발처럼 무지막지한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쥐거나 허리를 비틀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쓰러진 크로포드 대위에게 접근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그때, 가까스로 용기를 낸 병사 한 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멀찌감치 떨어져 총검 끝으로 그를 건드리던 병사는 쓰러진 크로포드가 미세하게 꿈틀하자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아, 아직 살아있습니다!”


아직도 숨이 붙어 있다는 병사의 말에 마에다 소좌를 비롯한 일본군의 안색이 변했다.


- 괴물 같은 놈


- 설마 또 일어나 덤비는 건 아니겠지


병사들이 웅성대는 가운데 갑자기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 가장 안전한 곳에서 나설 생각을 하지 않던 그가 갑자기 왜 움직인 것일까?


크로포드 대위가 보여준 무용에 압도된 일본군은 감히 그에게 접근할 생각을 못 했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호시노 소좌는 달랐다.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놈이 아닌가? 그저 칼만 휘두르면 얻게 되는 물건인 것을, 흐흐.’


능선 고지를 지키고 있던 크로포드 대위와 박차돌 상사를 대면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용기와 기백에 감탄했던 호시노 소좌였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전투가 마무리된 지금 이제는 공을 논할 수 있는 증거를 챙겨야 할 시간이었고, 극렬히 저항하던 적 장교의 목을 벨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전리품이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공포에 떨게 만든 장본인의 숨통을 직접 끊어 병사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 스릉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는 칼집에 고이 모셔놓았던 군도를 제법 절도 있는 자세로 빼 들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때 하늘을 찌를 듯 치켜든 호시노 소좌의 군도가 쓰러진 크로포드 대위를 향해 날아들었다.


- 쌔앵


호시노 모리미치의 칼이 떨어질 무렵 뭔가 번쩍하더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왔다.


“아악!”


호기롭게 전리품을 챙기려던 호시노 소좌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오더니 그만 군도를 떨어뜨려 버렸다.


- 뭐야


- 대체 무슨 일이야


창졸간에 벌어진 일에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군도를 들었던 오른팔에 꽂힌 단검을 빼지도 못한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저기다! 당장 저놈을...!”


근처로 순식간에 쇄도한 그림자 하나,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호시노 소좌의 동공이 두 배쯤 커지며 소리치려 했으나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그림자의 발차기가 더 빨랐다.


- 퍽!


대응할 틈도 없이 가슴팍을 얻어맞고 뒤로 두 바퀴쯤 구른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 멍하게 보고 있던 병사들이 그제야 우르르 그에게 달려갔다.


‘그, 그놈이다!’


혼란에 빠진 와중에 마에다 켄지는 그림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챘다.


얼마 전까지 능선 고지에서 대치하던 자.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후방 기습을 하려던 마에다 켄지 소좌와 그의 부대를 간단하게 제압하고 포로로 잡았던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인사가 아닌가?


지금은 대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된,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이라는 옛 나라를 되찾겠다는 망상을 하는 무법자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던가.


“한 놈이 전부다. 한꺼번에 공격해! 당장 저놈을 내 앞으로 끌고 오란 말이다!”


부하들 앞에서 망신당한 것도 모자라 한쪽 팔에 깊은 상처까지 입은 호시노 소좌는 길길이 날뛰며 병사들을 채근했다.


“아, 안 돼! 대열을 흩트리지 마라!”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익히 알고 있는 마에다 소좌는 호시노 모리미치의 말에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호시노 소좌의 명령에 병사들은 무질서하게 눈앞에 나타난 목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제프, 제프! 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크로포드 대위의 목을 치려는 호시노 소좌를 떼어놓은 김우진 대위는 다급하게 그의 상태를 살폈다.


‘맥박이 느리고, 호흡도 불규칙하다...’


크로포드 대위는 성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상처투성이였고, 이미 많은 피를 흘린 듯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


김우진 대위는 서둘러 그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에게 일격을 당한 일본군 장교의 악에 받친 명령에 일본군이 벌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열도 갖추지 않고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저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가 일본군 병사들을 때려눕히는 동안 크로포드는 버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퍽


김우진 대위는 총검을 마치 몽둥이 휘두르듯 하며 달려드는 일본군의 훤히 열린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차며 동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확인했다.


하지만 크로포드를 죽이려는 호시노 소좌를 보며 앞뒤 잴 것 없이 달려든 것이 지금은 되레 독이 되어 버렸다.


평소의 그라면 뛰어들기 전 퇴로를 확보한 상태, 최소한 도주할 수 있는 길을 확인한 상태에서 전투를 시작했겠으나 크로포드 대위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그는 이것저것 잴 수 없었다.


급박한 상황에 뛰어들고 보니 이미 유리한 고지는 적군이 점한 상태, 게다가 지금은 제 한 목숨만 건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중태에 빠진 크로포드를 부축해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젠장, 너무 마구잡이로 들어와 버렸나... 저따위로 몰려오는 놈들을 뚫을 걱정을 해야 하다니... 잠깐 대열을 유지하지 않고 들어오는 것이라면?’


낭패인 듯한 기색의 김우진 대위는 슬금슬금 다가오는 일본군을 보더니 뭔가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듯 어딘가로 시선을 고정했다.


*


‘아무리 귀신 같은 칼솜씨를 자랑하는 녀석이라도 부상자를 보호한 채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조금 전 호시노 소좌가 목을 베려 한 저자는 매우 위중한 상태,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불리한 것이지.’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크로포드 대위를 구하러 나타난 김우진을 공격할 것을 명령하자 마에다 소좌는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만약 자신이 김우진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대응할지 재빠르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역시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인가? 일부 공격을 받아친 다음 가장 약한 곳을 뚫어 달아나는 것이?’


달려드는 모든 병력을 상대해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물론 이런 식의 마구잡이 공격에 익히 보았던 저자의 믿기 어려운 백병전 솜씨라면 실낱같을 가능성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마에다 소좌는 이곳에 있는 일본군을 섬멸할 목적으로 김우진 대위가 돌아왔다고 보지 않았다.


단신으로 이곳에 돌아왔다는 것은 여기에 남겨진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수와의 난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부상자를 데리고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주변을 살피는 저자의 눈길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음을 직감한 마에다 켄지 소좌는 피식 웃더니 김우진 대위를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주위에서 버티고 서 있던 연대 소속의 병사들에게 그가 퇴로로 예상한 지점을 틀어막도록 지시했다.


이윽고 몇 번의 일본군 공격을 쉽게 막아내며 반격까지 하여 다가오던 병사 둘을 순식간에 제압한 상황.


하지만 김우진 대위는 마에다 소좌와 두 명의 병사가 완만한 좁은 길을 꽉 움켜쥐자 낭패한 기색을 보였다.


‘네 생각이 뻔히 보인다. 이번에는 나의 승리다!’


결국 남은 것은 처절하게 저항하다가 포로로 잡히거나 병사들의 총검에 최후를 맞이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마에다 소좌는 절로 웃음이 났다.


달아난 적군이 몇 명 있기는 할 것이지만, 눈앞에 제 발로 걸어온 대어에 비하면 그들은 피라미에 불과했다.


눈에 거슬리던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적 핵심 인물을 제거하고 동시에 마에다 소좌는 지난 치욕을 깔끔히 씻는다.


게다가 이들을 구원하러 허겁지겁 달려올 부대를 매복으로 깔끔히 정리하면 이번 작전은 대성공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대규모 작전에서 거둔 승리는 아니지만,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판단에서 시작된 적의 강하 작전 분쇄 그리고 후방으로 침투한 적을 깔끔히 처리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연이은 패배에 시들해진 황군의 사기를 북돋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제56독립연대의 위상은 더없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자기 생각처럼 흘러만 가지는 않는 법.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고 있던 마에다 소좌의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잠시 실망한 기색을 하던 김우진 대위가 별안간 앞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궁지에 몰린 그가 도약하자 당황한 병사들은 허겁지겁 총검으로 찌르고 베었으나 엉겁결에 내지른 그들의 공격이 김우진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마, 막아!”


김우진 대위가 향하는 곳을 본 마에다 소좌는 다급한 소리로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김우진 대위가 쇄도하는 방향에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아닌가!


누구보다 놀란 것은 호시노 모리미치였다.


김우진 대위에게 호되게 당한 그는 갑자기 그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그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전부 물러서!”


호시노 소좌의 목에 칼을 들이민 김우진이 일본말로 외치자 그를 향해 달려들던 일본군 병사들이 주춤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즉시 이놈 목을 따겠다.”


아닌 게 아니라 김우진 대위의 대검 끝은 호시노 소좌의 목을 겨누고 있었고, 여차하면 그는 시퍼런 칼날을 곧장 호시노 소좌의 목에 찔러넣을 기세였다.


사색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호시노 소좌를 보자 병사들은 감히 그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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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3화 - 혈투 23.08.19 131 1 12쪽
153 152화 - Sleep tight, buddy 23.08.15 138 1 14쪽
» 151화 - 결사대(4) 23.08.10 147 1 11쪽
151 150화 - 결사대(3) 23.08.08 121 2 10쪽
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6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3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5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3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3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1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3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3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1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8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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