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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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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3.07.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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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5화 - 그림자 밟기(5)

DUMMY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쿠리하라 히요시 일등병의 간단한 심문을 끝낸 오하라 마사미 소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면을 썼다는 그놈은 아마도 우리가 쫓던 그자인 것 같은데... 2인 1조로 움직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한 명을 순식간에 처치하고 나머지를 저런 꼴로 만든 것일까요?”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는 중얼거리듯 말하는 오하라 소위를 잠자코 보고 있었다.


“설마 돌아오지 않는 수색조가 전부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괜한 말로 사기를 떨어뜨리지 말게.”


세키네 대위는 일부러 호통을 치며 오하라 소위를 나무랐으나 쿠리하라 일등병이 소란을 일으킨 다음 대원들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그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대체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사실 부대의 사기를 고려해 오하라 소위의 말을 끊기는 했으나 세키네 타카히로 본인 역시 아직 돌아오지 않는 수색조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원들을 수색해야 하는가? 어쩌면 누군가는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 아니야, 어쨌든 수색을 마친 대원들에게는 현 위치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복귀한 대원들마저 이 미로 같은 정글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를 노릇이 아닌가?’


정리되지 않는 온갖 생각이 마구 떠오르자 세키네 대위는 생각을 떨치기라도 하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다음 오하라 소위를 비롯한 병사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불안한 듯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이들을 데리고 수색을 재개할 수 있을까...’


초조한 듯 더러운 손톱을 물어뜯던 세키네 타카히로는 잠시 후 결심이 선 듯 오하라 마시미 소위를 따로 불렀다.


“이곳에서 이나다를 치료할 수는 없다. 대원 셋을 붙여줄 테니 넌 이 길로 곧장 본대로 복귀하도록.”


제15사단은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복귀한다고 한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중상을 입었고 이곳에 남아봤자 뾰족한 수는 없었다.


독충이 들끓고 세찬 비가 수시로 내리는 야외에 노출된 여기보다는 그래도 사단 본진이 낫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가정은 오하라 마사미가 이나다 군조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갈 수 있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차라리 제가 이곳에 남고 대위님께서 복귀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하라 소위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냈다.


결연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의 얼굴이 마음에 품은 말은 다른 것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그의 말에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대원들을 찾아 무사히 복귀시켜야 할 책임이 있어. 정 나를 돕고 싶다면 한시라도 빨리 복귀해 이나다를 치료받게 하고 지원군을 보내주게. 너, 너 그리고 너 지금 즉시 오하라 소위와 함께 진지로 복귀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세키네 대위의 지시를 받은 세 사람의 병사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쳐 갔다.


그리고 그의 선택을 받지 못한 두 사람의 낯빛은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오하라 소위와 이나다 군조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이 포성이 들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길잡이 삼아 이동하자 남겨진 세키네 대위를 비롯한 일본군 병사들이 있는 공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라진 이들을 찾아야겠다는 의욕은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 이동한다.”


세키네 타카히로 대위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 두 사람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두워져 연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간신히 그 기묘한 기운이 흐르는 곳을 빠져나왔는데 어느새 해가 떨어져 버리다니!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불쾌하다는 듯 침을 뱉었다.


“방향은 이쪽이 맞을 것입니다.”


이나다 군조를 부축한 병사 한 명이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 구름 사이로 간간이 내려오는 희미한 달빛에 나풀거리는 수풀이 보였다.


‘낮이나 밤이나 어딘지 분간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구먼...’


오하라 마시미 소위는 이런 곳에서 용케 올바르게 방향을 찾아낸 병사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조금만 더 서두르자. 곧 본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오하라 소위의 말에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하며 지친 다리를 이끌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 형언할 수는 없으나 뭔가 기괴하고도 섬뜩한 기운으로 가득 찬 이곳을 벗어나 본진으로 합류하는 것


물론 돌아가봤자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정글에 갇힌 신세인 것은 다를 바가 없었으나 적어도 그곳에는 수만 명에 이르는 아군이 있지 않은가.


이곳에서처럼 어딘가에서 누가 튀어나와 목을 그어버릴지 모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이쿠!”


선두에 서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오하라 소위가 뭔가에 걸린 듯 넘어졌다.


부하들이 보는 앞이라 민망했던 것인지 그는 아픔도 잊은 채 벌떡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십니까?”


이럴 때는 그냥 못 본 채 넘어가도 좋으련만, 이 녀석은 눈치가 없는 편이다.


“별 재수가 없으려니!”


병사의 말을 못 들은 척한 오하라 소위는 다리를 걸었던 무언가를 강하게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다.


“음?”


발길질을 했던 오하라 소위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정글의 땅바닥에 지천으로 널린 것, 그중에서 지금처럼 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서 이동을 방해할 만한 것은 돌부리와 바닥에 거미줄처럼 뻗어 나온 나무뿌리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방금 걷어찰 때 촉감은 돌부리도 나무뿌리도 아닌 물컹한 무엇이 아니었는가?


‘산짐승인가?’


발에 걷어 채이고도 달아나지 않은 것을 보면 죽은 짐승의 사체를 걷어차기라도 한 것인가?


세상에, 짐승의 사체에 걸려 넘어지다니.


오하라 마사미는 평생 경험하지 못한 기괴할 일들을 ‘군대’라는 곳에서 몽땅 경험한다고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잠시 고개를 내밀었던 달빛이 다시 구름에 가려지자 더욱 옅어지며 어둠이 엄습했다.


오하라 소위는 그것을 자세히 보기 위해 허리를 굽혀 천천히 살펴보다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러십니까?”


밤중에 오하라 소위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리자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저, 저...”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는 오하라 마사미는 장교라는 체면도 잊은 것 같았다.


그의 돌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병사 중 한 명은 그가 덜덜 떨며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대체 뭘 봤길래... 이, 이게 뭐야!”


미간을 찌푸리며 오하라 소위가 가리키는 것을 살펴보던 병사는 구름 사이로 다시 달빛이 내리자 그것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사, 사카이?”


분명 땅에 쓰러져있는 것은 함께 출발했던 사카이 노리요시 상등병이었다.


걸쭉한 욕을 입버릇처럼 뱉던 그가 달라진 것이라고는 생기를 잃은 채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다는 것이었다.


“주, 죽었나?”


가까이 다가오기를 꺼리는 오하라 소위는 거리를 둔 채 시신을 살펴보던 병사에게 물었고, 병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수가... 대체 어디까지 놈들의 손이 뻗어있다는 것인가...’


이곳이 어딘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오하라 소위는 몇 명 남지 않은 세키네 대위의 본대와 떨어져 걸은 지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같은 곳을 계속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위험 지역을 벗어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수색을 나갔던 병사의 시신이 왜 이곳에 있다는 것인가?


오하라 마사미 소위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여전히 바람에 하늘거리는 검은 수풀, 하지만 그는 이곳 어딘가에서 자신의 목을 노리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사사삭


주변을 경계하던 오하라 소위는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며 자신을 덮치자 엉겁결에 손을 뻗어 달려오는 그것을 제지하려 했다.


순간 손바닥을 불에 지진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 오하라 소위는 반사적으로 움켜쥔 그것이 칼날이며, 예리한 날에 자신의 손을 파고들고 있음을 알아챘다.


손에서 전해져오는 끔찍한 고통에 그는 당장이라도 붙잡은 손을 놓고 싶었으나 힘을 푸는 순간 날붙이가 당장 목덜미에 파고들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칼날을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쩔 줄 몰라하던 일본군 병사들은 오하라 소위의 비명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총검을 들더니 오하라 소위를 덮친 그림자를 향해 동시에 날카로운 대검을 찔러 넣었다.


등판과 옆구리 그리고 팔에 대검을 맞은 그림자는 짐승처럼 울부짖었으나 오하라 소위를 찌르려는 칼을 놓지 않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그림자가 마구 날뛰면서 힘을 주자 더욱 짙어지는 고통, 귓청을 찢는 듯한 오하라 마사미 소위의 비명이 다시 울렸다.


그리고 다시 날아든 일본군 병사들의 대검, 마치 고기를 써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함께 도저히 사람이 내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성.


야수의 울음소리와 같은 그것이 어둠 속에서 울리자 같은 공간에 있던 이들은 모공이 송연해지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헉, 헉...”


집요하게 달려들던 그림자가 이윽고 기운을 다한 듯 앞으로 고꾸라지자 오하라 마사미 소위가 그를 옆으로 밀어내고 탈진한 듯 가쁜 숨을 헐떡였다.


칼날을 움켜쥔 손에서는 아직도 찌릿한 고통이 올라오고 있었으나 다행히 손가락은 날아가지 않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그토록 두려워하던 ‘정글의 그림자’를 눈앞에서 제거하지 않았는가.


조금 전까지 공포에 떨던 그였으나 두려움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를 살펴보았다.


난도질당한 시신,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웠으나 오하라 마사미는 부대를 그토록 괴롭힌 그림자의 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드디어 잡았어. 내 손으로 잡았단 말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가 직접 제거한 것은 아니지만, 오하라 소위는 목숨을 걸고 그림자를 붙들고 있었기에 그를 죽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이것은 당연히 이 오하라 마사미의 몫이 아니겠는가!


드디어 전공을 올렸다고 생각한 오하라 소위는 들뜬 표정으로 시신을 뒤집어 얼굴을 확인했다.


“... 이, 이누이 치, 치카시?”


이누이 치카시 상등병은 조금 전 발견한 시신인 사카이 상등병과 한 조를 이루어 수색에 나섰던 자가 아닌가?


파트너는 싸늘한 시신이 되었는데 이놈은 왜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는 말인가?


쿠리하라 일등병이 이나다 군조를 습격한 것도 모자라 왜 갑자기 병사들이 아군에게 달려든다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오하라 소위는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다는 사실도 잊고 두 손으로 눈을 마구 비비는 오하라 소위.


“아악!”


핏물이 눈으로 들어가자 오하라 소위는 고통스러운 듯 펄쩍 뛰었다.


유일한 장교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또다시 소리를 지르자 병사들이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헉!”


한심한 표정으로 대체 무엇을 보고 저러는 것인지 확인하던 병사 하나가 우군을 공격한 존재가 같은 부대 소속 병사였던 이누이 상등병임을 알아차리고 놀란 듯 뒷걸음쳤다.


“뭐야?”


“너까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영문을 모르는 병사들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더니 말도 하지 못한 채 턱을 덜덜 떨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병사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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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4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5 1 11쪽
»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29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3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6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1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3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8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1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3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8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7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6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3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4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3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1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58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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