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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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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5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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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8.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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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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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50화 - 결사대(3)

DUMMY

“헉,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크로포드 대위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어찌나 용을 썼던지 다리는 후들거리다 못해 이제 감각조차 없었고, 퉁퉁 부은 발목으로 어떻게 지탱하고 서 있는지 자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젠장, 끝도 없이 밀려드는군...’


조금 전까지 악에 받친 듯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일본군을 때려눕히던 박차돌 상사는 동시에 달려든 일본군의 총검에 난자당한 후 쓰러지더니 움직일 생각을 안고 있었다.


‘쳇, 그러니까 먼저 가라니까...’


크로포드 대위는 굳이 그의 생사를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어차피 그 역시 곧 같은 운명이 될 처지, 조금 먼저 간다고 한들 달라질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뭐해? 종일 그렇게 서 있을 거야, 이 새끼들아?”


피를 뒤집어쓴, 흡사 악귀 같은 모습을 한 크로포드 대위가 짐승처럼 포효하자 그를 둘러싼 일본군들이 움찔했다.


총검이 아닌 기다란 검을 든 장교로 보이는 사내가 잔뜩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으나 몇 사람이 끔찍한 몰골로 쓰러지자 일본군은 감히 그에게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안 들어와? 내가 들어가 주랴?”


돌격할 때의 기세와는 다르게 한풀 기세가 꺾였다는 것을 눈치챈 크로포드 대위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외치더니 긴 팔을 뻗어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군을 낚아채려 했다.


“히익!”


자신을 향해 길고 우람한 팔이 뻗어오자 기겁한 제15사단 일본 병사는 엉겁결에 들고 있던 총검을 휘둘러 버렸다.


자신의 팔을 향해 날아오는 총검을 본 크로포드 대위는 곁눈질로 보아 온 이청천 대령의 기막힌 솜씨, 손바닥으로 칼날 쳐내기를 하려 했으나 그게 어디 어깨너머로 본 것으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크윽!”


되려 칼날에 자상을 입은 크로포드 대위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잊은 채 한발 앞으로 다가가 총검을 휘두른 병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쳇, 누구만큼은 안 되네.”


멱살을 잡힌 채 그의 면전으로 끌려간 일본 병사.


피 칠갑한 얼굴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더없이 무서웠다.


“어어...!”


크로포드 대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일본군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크로포드가 용을 쓰자 그에게 잡힌 일본 병사의 몸이 지면에서 떠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 다시 땅바닥으로 내리꽂혔다.


- 쿵


버둥거리며 변변한 저항 한번 하지 못하던 일본군 병사의 척추와 단단한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


뼈가 으스러지면서 기절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절명한 것인지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가공할 만한 괴력에 크로포드 대위를 둘러싼 일본군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고 말았다.


그중 가장 기겁한 것은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였다.


막상 능선을 오르고 나니 보이는 것은 늙어 꼬부라진 노인 한 명과 미군 군복을 입고 있는 흑인 장교 한 사람.


나머지는 줄행랑을 쳤는지 고작 두 사람이 달아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호시노 소좌의 병력과 대치 중이었다.


‘마치 주군의 뒤를 지키는 무사와도 같은 모습이 아닌가!’


적군이지만 호시노 모리미치는 물러설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작금의 황군에게 필요한 정신력과 집념을 바로 저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상한 의지에 대한 찬양도 잠시뿐, 일기당천의 용기와 패기만으로 이어갈 수 없는 것이 전투라고 호시노 소좌는 생각했다.


적군의 전투력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 당부한 마에다 켄지의 말이 있었으나 고작 두 사람이 무슨 재주로 이 많은 황군을 당해내겠는가?


비단 그것은 호시노 모리미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저들을 포위한 황군 병사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백병전.


서로 눈치만 보는 제15사단 병력과 달리 마에다 소좌가 데려온 소수의 병력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일제히 잔적을 향해 달려들었으며, 처절히 저항하는 노인의 무기, 사실 무기라고 하기에도 보잘것없은 나무 몽둥이에 맞아 두 사람이 쓰러지기는 했으나 결국 그는 압도적인 다수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저 황소만 한 덩치의 흑인 사내, 한쪽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 그는 병사들이 측면으로 돌아갈 때도, 아군인 듯한 노인이 집중 공격에 쓰러질 때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절망적인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에 초탈한 듯한 기묘한 표정의 사내.


대단히 이질적인 기운이었으나 호시노 소좌는 끝까지 저항했던 늙은이가 쓰러진 것처럼 그 역시 사소한 반항은 있겠지만 결국 병력 차를 어찌하지 못하고 곧 바닥에 누울 것이라 예상했다.


이윽고 시작된 병사들의 공격.


소총에 장착하지도 않은 짧은 대검을 쥔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르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달려드는 병사들의 공격을 피하고 쳐내더니 순식간에 둘을 쓰러뜨렸다.


물론 그 와중에 저 괴수 같은 사내 역시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팔을 뻗어 한 사람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아 버렸다.


‘틀림없이 온몸의 뼈가 부서져 죽었을 것이다!


호시노 소좌는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흡사 이 정글을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라고 느껴졌다.


장교의 체면을 찾을 겨를도 없이 사시나무 떨리듯 진동하는 몸,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1개 대대 병력이 몰려오더라도 눈앞의 저자는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는 망상으로 바뀌었다.


“병력 손실이 만만치 않네. 어차피 놓친 놈들이 아닌가? 차라리 이쯤에서...!”


“안 됩니다! 서둘러 저자를 처리하고 달아난 놈들을 추격해야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느긋하게 전공을 챙기려다 마음이 돌변한 호시노 소좌와 달리 마에다 소좌의 판단은 변함이 없었다.


“놈을 둘러싸고 한 번에 공격하라!”


마에다 소좌는 호시노 모리미치에게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그가 판단하기에 호시노 소좌는 이미 정상적인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훗날 문책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에다 켄지의 머릿속에는 단신으로 버티고 있는 저자를 서둘러 처리하고 모습을 감춘 잔적을 추격하는 것이었다.


‘겨우 둘을 남겼다는 것은 최소의 병력으로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여기서 더 지체되면 달아난 놈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적의 지원군과 합류하여 탈출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에다 소좌에게 당장 치욕스러운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물러나는 것이야말로 적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병력을 잃게 만드는 최악의 선택이 되리라 확신했다.


아직도 벌벌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호시노 소좌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는 크로포드 대위의 측면으로 이동한 두 사람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다.


자신이 정면에서 공격할 것이니 그와 동시에 양 측면에서 이 괴물 같은 자를 치라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패대기 처진 저 병사처럼 죽거나 반신불수가 될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 마에다 소좌, 그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기합과 함께 군도를 높이 들더니 크로포드 대위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군도를 내리쳤다.


- 챙!


여전히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정교함으로 마에다 소좌의 군도를 짧은 칼로 쳐낸 크로포드, 대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저런 백병전 전술은 어디에서 배운 것일까?


하지만 마에다의 의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마에다 켄지의 군도를 쳐낸 후 번개 같은 속도로 그의 목을 움켜쥔 크로포드,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의 그는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컥!”


숨이 쉬어지지 않으며 눈앞이 샛노랗게 변하는 듯한 느낌, 정신은 아득해지고 수만 개의 바늘이 온몸을 찌르는 것과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맹수와 같이 포효하는 크로포드, 그는 맨손으로 마에다의 목뼈를 부러뜨릴 듯한 기세로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 푸욱


날카로운 것이 무언가를 뚫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크로포드 대위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구속에서 벗어난 마에다 소좌.


벌레처럼 바닥을 기던 마에다 켄지는 격한 기침과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저, 전원 공격...!”


아직도 핏물이 올라오는 듯한 목을 부여잡은 채 겨우 정신을 수습한 마에다 소좌는 부대에 공격 명령을 내리려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말을 멈추고 말았다.


양 옆구리에 총검이 꽂힌 크로포드.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던 그는 주먹을 휘둘러 그에게 대검을 꽂은 병사 둘을 단매에 때려눕혔다.


‘이, 인간이 아니다!’


반드시 그를 쓰러뜨리고 달아난 적을 섬멸해야 한다고 다짐한 마에다 켄지였으나 눈이 뒤집힌 채 포효하는 크로포드 대위를 보자 마에다는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았다.


*


“박상일!”


“옛!”


한참 달리던 김우진 대위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박상일 중사를 불러 세웠다.


“대원들을 인솔해 대장과 합류한다.”


“알겠습...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우진 대위의 갑작스러운 말에 박상일 중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간 없어. 묻지 말고 얼른 이동해!”


김우진 대위는 박상일 중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거꾸로 짚어 달리기 시작했다.


크로포드 대위와 박차돌 상사를 남겨둔 곳에서 들리던 총성.


그리고 이내 잦아든 총소리와 곧이어 울린 함성.


김우진은 미칠 것만 같았다.


남은 부대원을 무사히 귀환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그는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멀어진다면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 같은 이 순간의 기억.


미련은 결국 다시 그를 불러들였고 눈 앞에 펼쳐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장면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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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7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4 1 12쪽
148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5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6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30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7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2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4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39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2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4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69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8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7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5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5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4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2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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