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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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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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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DUMMY

동이 트면서 시작된 영인군의 매서운 공격은 해가 지자 겨우 멈추었다.


‘이 정도로 막아낸 것도 기적이군...’


일본군 제15사단의 최고 지휘관, 시바타 중장은 어느덧 칼칼해진 목에 물을 들이붓다시피 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진지를 정글 한가운데 구축한 것이 다행이었다.


적의 집중 포격도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가 상당 부분 차단해주었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중전차 역시 정글 초입의 최전방 참호 정도만 공격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영인군이 보병 투입을 자제했다는 것도 시바타 중장으로서는 다행이었다.


참호를 구축하기는 했으나 절대적인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제15사단 입장에서는 적 보병이 돌진을 감행했을 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탄약이 바닥난 군대라 하더라도 요새화된 진지에 돌격하는 것은 영인군 역시 상당한 인명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적의 지휘관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빌어먹을 정글이 도움이 된 것인가?’


시바타 중장은 허탈한 듯 웃었다.


제15사단을 비롯해 우호 작전에 동원된 일본군을 무던히도 괴롭히는 존재가 바로 정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이 정글이라는 지형에 의지해 간신히 적의 공격에 버티는 형국이라니, 이런 기가 막힌 경우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긴급 보고입니다! 제7 초소에서 사단 본부 소속 오하라 마사미 소위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전사자로군. 시신을 잘 수습하게.”


낮에 치열했던 전투에서 전사한 아군 하급 장교의 시신이 발견된 모양이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새삼스러운 것도 없다고 생각한 시바타 중장은 손을 휘저어 보고하러 온 장교를 돌려보내려 했다.


“잠깐! 방금 어디라고 했지?”


“제7 초소입니다.”


보고자를 돌려보낸 후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 하던 시바타 중장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금 전 보고 사항을 다시 물었다.


“제7 초소? 그곳은 진지 후방이 아닌가?”


분명 시바타 중장이 알고 있는 제7 초소의 위치는 오늘 교전과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그곳에서 하급 장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인가?


“적 특작 부대인가? 놈들의 공수 작전은 실패했다고 들었는데... 가만 오하라 마사미 소위, 오하라 마사미라...”


시바타 중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이름을 되뇌었으나 부임한 지도 오래되지 않은 그가 사단 전체의 장교를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기진해서 늘어져 있던 참모를 불러 온 시바타 중장, 그는 수상한 곳에서 수상한 죽음을 맞이한 장교에 대해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오하라 마사미 소위라면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와 함께 후방에 긴급 강하한 적의 잔존 병력을 소탕하러 간 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가 왜 뜬금없이 제7 초소 앞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냐는 말이야. 설마 토벌대가 고작 잔적 몇에 전멸당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쉬지 않고 쏘아대는 시바타 중장의 말에 참모는 멍청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인사 참모인 그는 조금 전까지 사단장을 수행하며 전방에서 숨돌릴 틈 없이 퍼부어지는 적의 공격을 막기에 정신이 없지 않았던가.


진지로 복귀한 지 아직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후방 초소에 대한 일을 그가 무슨 재주로 알 수 있겠는가?


“빨리 알아봐!”


우물쭈물하며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참모를 본 시바타 중장이 역정을 내자 인사 참모가 허둥지둥 경례를 붙이더니 지휘관 막사를 빠져나갔다.


‘설마 전방으로 시선을 돌려놓은 사이 파악하지 못한 적의 부대가 침투하기라도 한 것인가?’


시바타 중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추락하는 수송기에서 탈출하다시피 한 몇 명의 적 공수 부대원이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이끄는 부대를 궤멸시켰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15사단의 감시망을 벗어난 지역에서 출발한 적의 부대가 어느새 진지 후방까지 접근했다는 것인가?


온종일 이어졌던 영인군의 매서운 공격은 제15사단의 눈을 돌리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가?


‘어불성설이다. 모든 것을 차지해서 저들의 공수 작전이 성공했다 한들 고작 그런 침투를 위해 전면 공격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시바타 중장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너무 복잡하게 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초소 부근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고작 한 사람의 장교가 아니던가.


꼭 누군가 침투해 사건이 벌어졌다고 봐야 할 증거도 없었다.


‘격렬한 전투가 있었으니 예민할 만도 하지.’


시바타 중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일 정도로 치부하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그의 그런 생각은 채 5분을 넘기지 못했다.


“보고드립니다!”


“또 뭐야?”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한 시바타 중장, 그는 또다시 접수된 보고에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적의 잔여 병력을 소탕하러 갔던 병력 중 일부가 복귀했습니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내게 알려야 하는가? 당직 사관들은 심심해서 세워놓은 줄 알아?”


“그, 그런 것이 아니라. 복귀한 병력의 상태가 아무래도...”


“아무래도 어떻다는 거야? 똑바로 말하지 못해!”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 마당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장교의 표정에 시바타 중장은 야전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복귀한 병력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사단장님께서 꼭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 보고드립니다.”


“도대체... 휴, 아니다. 앞장서.”


“예?”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지금 그 확인이라는 것을 할 테니 앞장서란 말이야!”


체계도 없고 한 번에 말을 알아먹는 녀석도 없다.


시바타 중장은 복귀하게 되면 휘하 장교들을 모아 보고하는 법부터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와 별도로 이런 사소한 것까지 사단장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이 멍청한 녀석은 당장 다른 곳으로 쫓아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저기는 고위 장교들이 잔뜩 모여 있군요.”


멀끔하게 생긴 병사 하나가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는 병사들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중좌 이상의 장교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것을 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긴, 소식도 못 들었나? 수색 나갔던 놈들이 미쳐서, 그것도 일부만 살아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그런데 자네는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제15사단 소속 야마무라 군조(중사)는 질문하는 병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아, 정비반 소속입니다.”


“정비반? 쳇, 가져온 중장비도 없는 마당에 정비반이 무슨 소용이람. 다들 목숨 걸고 싸우는데 아주 팔자가 늘어졌겠어, 응?”


저녁에 뭘 잘못 드셨는지, 야마무로 군조는 삐딱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아, 생각해보니 며칠 동안 제대로 먹은 게 없는 것 같군.


하지만 정비반 소속 상등병 계급을 단 이놈은 잔뜩 비꼬는 그의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래, 할 일없는 정비반 놈들이 돌아가는 사정을 어떻게 알겠나? 자세히 알려줄 테니 귓구멍 열고 잘 듣고 돌아가서 알려주라고.”


“역시 관대하십니다!”


상등병이 그의 비위를 맞춰주자 단순한 야마무로 군조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뺀다면 추락하는 적 수송기에서 긴급 탈출한 적의 공수 부대를 소탕하러 간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 휘하 부대원이 일부 복귀했다는 것.


어디서 구르고 자빠졌는지 성한 곳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것도 이상했으나, 외형상 보이는 상처보다 더 이상한 것은 진지에 들어선 후에도 보이는 그들의 이상한 태도였다.


공포에 질린 듯한 그들의 눈, 만 명에 가까운 사단 병력이 주둔한 곳에 복귀했건만 그들은 마치 뭔가에 쫓기는 듯 시종일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멘구? 나 원 참, 기가 막힐 일이지. 면갑이 다 무슨 헛소리란 말이야.”


야마무로 군조는 복귀한 병사들이 공통으로 얘기했다는 기괴한 면갑, 멘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작전에 실패하고 뭔가 핑곗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상등병이 말에 야마무로 군조는 그럴 법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멘구라는 것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이상한 소문?”


“예. 이곳 일대에 억울하게 죽은 황군의 병사의 혼령이 이곳을 떠돈다는 소문 말입니다. 병사 중에서도 그 귀신을 봤다는 녀석들이 적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까? 먹을 것을 찾아 정글을 뒤지던 중 아군인 줄 알고 뒤에서 다가가 어깨를 잡았는데, 희한한 건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지 뭡니까?”


사람의 어깨를 짚었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상등병의 말에 저도 모르게 긴장한 야마무로 군조가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라면 헛소리라고 치부했을 것이지만 상황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고 하는가?”


듣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듣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궁금함, 의문을 억누르지 못한 야마무로 군조가 뒷이야기를 묻자 상등병이 기묘한 웃음을 잠시 머금더니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황군 병사가 ‘어어어’하고 있을 때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았답니다. 그런데 그 얼굴에.”


“그 얼굴에?”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른 것을 직감한 야마무로 군조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멘구. 얼굴을 가린 채 눈만 겨우 드러낸 기괴한 멘구가 보였다고 합니다.”


“...”


상등병의 말이 끝나자 야마무로 군조는 무더운 정글 한가운데 있었건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고등교육을 이수한 그였으나 야마무로 군조는 초자연적인 존대에 대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했는지’ 의문을 품는 것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물론 그런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늘 사내다운 모습, 군인의 자세를 강조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들어맞지 않는가?


임팔을 목전에 두고 제15사단이 정글에 갇힌 상황에 부족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단 본부에서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수색 병력을 정글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부대원이 부지기수.


사단 본부에서는 그들의 실종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쉬쉬하는 한편 병사들이 제멋대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입이라는 것이 장교 몇 사람의 단속으로 통제되는 것이겠는가?


탈영했다느니, 정글에 도사리는 맹수에게 당했다느니.


부대에는 온갖 추측과 낭설이 난무했으나 야마무로 군조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오기 전 마을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천신무녀는 그에게 서쪽으로 가면 이상한 일을 연속으로 겪을 것이며 종래에는 불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재수 없는 말을 했다.


전쟁터에 길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만 버마 전선으로 오게 된 야마무로 군조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개시된 우호 작전, 작전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본군은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근본 원인은 아무런 계획 없이 작전을 밀어붙인 제15군사령부와 이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승인한 남방군 사령부 그리고 군 수뇌부에 있겠으나 야마무로 군조는 작전 시행 이후 정글에서 병들고 굶주림에 죽어간 억울한 일본인의 혼령이 일본군의 덜미를 잡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전장으로 끌려와 제대로 된 전투 한번 없이 풍토병과 각종 독충과 맹수 그리고 굶주림에 죽어갔는데 그들이 원한을 가지지 않으면 대체 어느 귀신이 한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 역시 호시노 소좌와 부대원들이 당한 것은!’


상대해야 할 적이 총칼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볼 만하지만,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야마무로 군조가 초조한 듯 때가 잔뜩 낀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그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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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52화 - Sleep tight, buddy 23.08.15 139 1 14쪽
152 151화 - 결사대(4) 23.08.10 148 1 11쪽
151 150화 - 결사대(3) 23.08.08 122 2 10쪽
150 149화 - 결사대(2) 23.08.07 127 2 12쪽
149 148화 - 결사대(1) 23.07.27 154 1 12쪽
» 147화 -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습니까? 23.07.22 136 1 13쪽
147 146화 - 그림자 밟기(6) 23.07.19 126 1 11쪽
146 145화 - 그림자 밟기(5) 23.07.17 130 1 12쪽
145 144화 - 그림자 밟기(4) 23.07.13 134 1 12쪽
144 143화 - 그림자 밟기(3) 23.07.11 138 1 12쪽
143 142화 - 그림자 밟기(2) 23.07.10 132 0 11쪽
142 141화 - 그림자 밟기(1) 23.07.03 147 1 12쪽
141 140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2) 23.06.30 154 1 12쪽
140 139화 - 몰라? 모르면 맞아야지!(1) 23.06.27 144 1 13쪽
139 138화 - Airbone(4) 23.06.26 140 1 11쪽
138 137화 - Airbone(3) 23.06.22 142 2 11쪽
137 136화 - Airbone(2) 23.06.20 154 3 13쪽
136 135화 - Airborne(1) 23.06.14 170 2 11쪽
135 134화 - 무다구치 렌야 그리고 카와베 마사카즈 23.06.13 165 3 13쪽
134 133화 - 격분한 사토 고토쿠 23.06.12 163 3 13쪽
133 132화 - 대담한 협상(2) 23.06.09 158 3 14쪽
132 131화 - 대담한 협상(1) 23.06.08 168 3 13쪽
131 130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2) 23.06.07 156 3 12쪽
130 129화 - 궤멸되는 카라사와 연대(1) 23.06.06 155 3 12쪽
129 128화 - 포위 섬멸전(5) 23.06.05 162 3 13쪽
128 127화 - 포위 섬멸전(4) 23.06.02 155 3 11쪽
127 126화 - 포위 섬멸전(3) 23.06.02 145 3 13쪽
126 125화 - 포위 섬멸전(2) 23.05.30 142 3 10쪽
125 124화 - 포위 섬멸전(1) 23.05.29 1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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