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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55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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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
추천
15
글자
18쪽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급하다는 쥬맥의 요청에 부대장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희가 직접 만들지는 못하니 옷을 만드는 의복방에 맡기겠습니다. 최소한 하루는 걸리겠는데요?”


“최대한 빨리 만들어 봐.”


“알겠습니다. 나오는 대로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베엘개구리를 먹은 무사들이, 이번에도 오 년 전후의 내공을 축기했다고 좋아서 난리입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일부러 라도 또 사냥을 해야겠어요.”


부대장이 돌아가고, 다음 날 저녁.


퇴근할 무렵에 어제 그 부대장이 물건을 들고 집무실로 찾아왔다. 손가락이 하나씩 들어가고, 손목 위로도 세 치쯤 더 올라가는 것을 열 켤레 내놓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했다.


“대장님! 요즘은 손에 끼는 것을 장갑, 발을 싸는 발싸개를 족갑(足匣)이라고 부른대요. 전처럼 긴 헝겁으로 싸지 않고 봉투처럼 만들어서 신구요.


누구는 보션이라고도 하고······. 천이나 가죽 등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일할 때 끼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개구리 가죽을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얇으면서도 부드럽고 질긴 가죽을 구했느냐고 하네요. 더 있으면 좀 팔라고 난리예요.”


“그래? 손에 잘 맞을지 모르겠네. 신축성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어디 내가 한번 끼어 볼까?”


쥬맥이 웃으며 장갑 한 켤레를 들어서 손에 끼우고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해 보니 신축성이 좋아서 전혀 부담이 없었다.


“원래 가죽도 물에 젖지 않는데 다 만들고 나서 다시 물이 잘 스미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조금 비싸게 줬습니다.”


“그래? 이거 아주 편하고 좋네. 이것을 끼고 일하면 충분(充分)하겠어.”


“아가씨들이 끼면 아주 잘 어울리겠는데요? 혹시 누구에게 선물하시게요?”


“선물은 무슨, 일하는 잡부들이 낄 건데. 이것을 끼고 인드리코룡의 똥을 반죽할 거거든.”


“아니, 뭐라고요?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갑을 끼고 똥을 만져요? 이건 너무 아깝잖아요? 아가씨들이 보면 가지고 싶어서 환장을 할 텐데······.”


“일이 먼저니 어쩔 수 없지. 하여튼 수고했네.”


퇴근하기 전에 일 처리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대장을 보내고 나서 어제 부른 잡부 열 명을 다시 불렀다.


“어제 맨손으로는 일을 못 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손에 끼는 것을 만들어 왔습니다. 요즘은 이것을 장갑이라고 한다는데 개구리가죽으로 만들어서 아주 얇으면서도 튼튼합니다.


물이 침투하지 않는 장갑이니 이걸 착용하고 내일부터 인드리코룡의 방목장에 가서 쇠틀에 찍어 말려 주세요.


만든 땔감은 여러분이 쓰라고 안 할 테니까 만들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부족장이 이렇게까지 하라는데 별수없지요. 알겠습니다.”


“에이~ 이제 별일을 다 하게 생겼네.”


몇 가지 반응을 보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투덜대며 돌아간다.


쥬맥은 그 반응이 미덥지 못해서 다음 날 인드리코룡의 방목장으로 작업 확인차 직접 나가 보았다.


어제의 잡부 열 명이 한곳에 모여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모두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왜 만들어 준 장갑도 끼지 않은 것일까?


이상하여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어제 일부러 장갑을 만들어서 다 나누어 드렸는데 왜 맨손으로 하세요?”


그러자 말하기 난처한 듯이 겸연쩍게 웃는 잡부. 머뭇거리다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마누라가 보더니 예쁘다고 자기가 쓰겠다고 해서 빼앗겨 버렸습니다. 막상 맨손으로 해 보니까 풀 냄새만 나고 괜찮은데요.”


“나도 마누라한테 가져다주려고 그냥 맨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쥬맥은 기가 막혔다.


맨손으로는 일을 못 하겠다고 해서 비싼 돈까지 들여 장갑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예뻐서 마누라가 쓴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맨손으로 만져도 별로 냄새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허 참!”



이렇게 해서 들판에는 인드리코룡의 똥을 말린 땔감이 점점 쌓여 가기 시작했다. 금세 불어나 산더미가 되었고.


그것을 집에 가져다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땔감이라고 주면서 사용해 보라고 했다. 아내 미루는 그저 새로 나온 땔감인가 보다 하고 그것으로 밥도 짓고 요리도 했다.


이렇게 한번 써 보더니 연기도 없고 화력도 좋아서 쓰기가 좋다며 더 구해 달라고 졸랐다. 아마 편했나 보다.


“당신, 그거 뭘로 만든 건지 알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쓰기가 아주 편하고 좋던데···, 그게 뭔데요?”


“응, 인드리코룡의 똥으로 만든 거야.”


“예? 똥이요? 아니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똥으로 불을 피워서 밥을 해 먹었단 말이에요? 으그~ 에잇, 더러워!”


“이 사람아! 초식동물이라 그저 풀이야. 풀 냄새밖에 안 나잖아? 앞으로는 땔감으로 널리 쓰일 것이니까 당신이 먼저 모범을 보여. 그래야 남도 쓰지.”


“하긴 모르고 쓰니까 풀 냄새밖에는 안 나데요. 알겠어요.”


이렇게 자기집, 수르네, 각 대장들과 부대장들에게 무료로 땔감을 공급해 주니, 처음에는 꺼림칙하게 생각하다가 점차 편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환시성을 건설하는 현장 식당에 주어서 각종 요리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약간 거부 반응을 보이다가 얼굴을 봐서 몇 번 사용해 보더니, 연기도 없고 화력도 좋단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찾아와서 부탁을 하기까지 했고.


“지난번에 주신 땔감을 좀 더 구할 수 없을까요? 전에는 주방에 연기가 가득 찼는데, 요즘은 그 땔감 덕분에 살 만합니다. 계속 좀 구해 주십시오.”


이렇게 서로 입장이 거꾸로 바뀌었다. 점점 땔감으로서 인기가 높아지자 언젠가부터 거리에서 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땔감이요! 연기도 없고 화력도 좋은 땔감 사세요. 숯보다 훨씬 쌉니다.”


이렇게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찍어 내는 틀이 널리 보급되었고, 간혹 그 틀을 이용하여 진흙으로 벽돌을 찍어서 햇볕에 말려 사용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잘 부서지는 단점을 보완하여 불에 구워서 사용하는 사람이 생기고, 좀 더 높은 온도로 굽고······.


어느 순간, 돌처럼 단단한 벽돌을 만들어서 집을 짓는 데까지 발전했다.


벽돌을 구워 내는 가마도 점점 보완이 되면서 표면의 무늬와 강도, 크기가 여러 종류의 벽돌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서 환시에 새로 건설하는 집들은 가까이서 목재를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일부만 목조로 건물을 짓고, 나머지는 진흙으로 만들어서 불에 구운 붉은 벽돌을 이용하기로 했다.


단단한 벽돌로 지은 벽돌집 말이다.


색상의 조화란 참으로 미묘해서 붉은 화강암으로 지은 성벽과 붉은 벽돌집은 아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도 화재에 강하니 점점 인기를 끌었다.


* * *


여기는 천인족의 첫 주거지.


대신녀 천지율이 붉은 기가 도는 봉목에 신기(神氣)가 가득한 눈으로 하늘의 한 별을 주시하고 있다.


그곳에는 검붉은 빛을 내는 큰 별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별이다. 그 별이 우르산맥을 넘더니 야차족이 사는 곳으로 긴 꼬리를 끌며 스르르 사라졌다.


“후유~ 흉성(凶星)이 야차족의 영역으로 떨어졌으니 야차족에 큰 살성이 나겠구나. 우리 천인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마치 미래의 일을 예견한 듯 가녀린 두 어깨가 아래로 축 쳐졌다.


* * * * *


여기는 야차족 영역.


거인들과의 전쟁에서 지고 돌아온 마린챠 모녀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자그마치 삼십만 명이 넘게 죽고 오만 명이 크게 다쳤으니 야차족의 기세가 크게 꺾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러 전쟁에서 승승장구해 온 경력에 큰 흠집이 생긴 것인데······.


야신 진신챠를 죽이고 마린챠의 정부로 삼아 야신으로 내세운 야얼이 요즘은 대놓고 마린챠를 홀대했다.


심심하면 몰래 다른 젊은 여자들을 침실로 불러들여 놀기에 바쁘다.


미라챠는 그 꼴이 보기 싫었다. 지금의 야신을 제거하고 새로운 야신을 내세우고 싶은데···, 어머니의 만류(挽留)로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미운 것도 정이라고 세월이라는 것이 가져다준 정에는 못 이기는 모양이다.


그러는 와중에 미라챠의 친한 친구인 독란챠가 출산을 하게 되었다.


독란챠는 털색이 붉은 적모야차인데, 이미 가족이 모두 죽고 혼자 살아서 도와줄 사람은 미라챠밖에 없었다.


태아가 큰지 남보다 유독 크게 부른 배를 끌어안고 출산(出産)의 고통을 참고 있는데 아기가 쉬 나오지 않았다.


출산 경험(經驗)이 많고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몇 명 붙어서 돕고 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흘을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실신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출산을 했는데, 그 모습이 야차족보다 더 악마를 닮았고 검은 털에 등에는 커다란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덩치도 보통의 야차족 애기들보다 두 배는 더 컸고 말이다.


독란챠는 결국 출산 시 고통과 출혈 과다(出血過多)로, 출산을 한 지 보름 만에 어린 자식을 홀로 남긴 채 죽을 위기에 처했다.


“친구야! 죽으면 안 된다. 친구는 너밖에 없는데 반드시 살아야 한다. 어서 힘내라.”


“미안하다 미라챠. 내 아들을 부탁해. 날개가 있으니까 아마 비승야차인 모양인데 몰래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네가 내 아들을 좀 지켜 줘. 이제부터는 나 대신 네가 엄마야.”


“그런 소리는 하지 마. 틀림없이 살 수 있을 거야. 죽으면 안 돼!”


“미안하다 친구야!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게. 너는 나중에 천천히 와.”


그러더니 명이 다했는지 힘없이 손과 머리를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안 돼! 친구야 안 된다! 죽으면 안 된다! 엉엉엉~”


울면서 애타게 불러 보지만 이미 이승의 끈을 놓아 버린 친구는 목메어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런데도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은 어미가 죽었는지 모르고 미라챠를 보면서 생글거리고 웃었다. 그러니 더욱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그래, 지금부터 너는 내 아들이다.”


이리하여 미라챠는 천 년에 한 명이 태어날까 말까 하다는 비승야차(飛昇夜叉)의 대모(代母)가 되었다.


비승야차는 돌연변이로 태어나는데 태어날 때부터 등에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덩치가 커서 출산 시의 고통으로 대부분 그 어미가 죽으니 살모야차(殺母野叉)라고도 불렸다.


다 성장하면 신장이 십칠 척에 이르고 큰 날개에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대전사(大戰士)로도 불리며 힘으로 야신을 차지하고 왕으로 군림했다.


본성이 악랄한 이 비승야차가 성장하면, 달 없는 어두운 밤이나 개기월식 때 비월족을 습격하여 수많은 비월들을 학살한다.


그러니 비승야차가 탄생한 것을 알면 비월족이 죽이려고 덤빌 것은 뻔한 일! 어릴 때, 힘이 없을 때 없애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미라챠는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대자(代子)를 길렀다.


아쉬운 대로 열 살만 되어도 덩치가 야차족의 성인보다 훨씬 더 커지니 살해 위험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날부터 미라챠의 은둔(隱遁)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 *


어느덧 이 년이 흘러 쥬맥의 나이가 벌써 마흔둘이 되었고, 쥬온과 쥬미, 쥬상에 이어 셋째 아들 쥬망이 태어났다.


이렇게 자녀가 줄줄이 태어나니 쥬온이 아홉 살이 되었고, 그 아래 쥬미도 벌써 여섯 살이 되었다. 아내가 세 살 때부터 토납술 교육을 시켜 왔으나 이제부터는 무술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쥬맥도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자신이 익힌 무공들을 기초부터 하나씩 가르치고 있었다.


이렇게 너도 나도 자식들을 많이 낳다 보니, 천인족의 인구수도 벌써 오십팔만 명에 이르렀다.


젊고 어린 층이 많으니 나이 든 부모들은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더 허리가 휘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교육과 먹거리에 그리 돈이 들지 않아서 부지런히만 일하면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 또 천단(天旦)이 다가오고, 환시성을 짓는 곳에도 본 주거지까지 부모 형제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드레 동안을 쉬기로 했다. 본 주거지까지 왕복(往復)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쥬맥이 태을 선인께 휴무 전에 인사를 드리려고 들렀더니 웃으면서 물었다.


“너는 쉬는 동안에 무슨 일을 할 거야?”


“그동안 저쪽 주거지에 자주 가 보지 못해서 가서 인사나 드리려고 합니다. 처가집도 가 봐야 하고요.”


“그러고 나면 다른 할 일은 없느냐?”


“그냥 수련이나 하면서 편히 쉬려고 합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하실 말씀이 계신 것 같으신데······.”


“저쪽에 갔다가 천령수가 있는 곳에 들를 생각은 없고?”


“계획에는 없더라도 선인님께서 가신다면 제가 모시고 가야죠.”


“그럼 그곳에 가서 나하고 유계 수행이나 한번 다녀오련?”


쥬맥은 유계 수행(幽界修行)이라는 말에 중계 수행이 생각나서 귀가 번쩍했다.


“유계 수행이요? 그건 제가 부탁을 드려야지요. 꼭 함께 가겠습니다. 부디 데려가 주십시오.”


“그래, 그러면 저쪽 주거지에 가서 인사를 마치고 나면 사흘째에 그리로 오너라. 나랑 같이 떠나 보자.”


“예!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쥬맥은 수르네가 부모님이 환시 쪽으로 여행차 오시기 때문에 본 주거지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모두 맡기고 아내 미루와 단둘이 처갓집을 향해서 출발했다.


아내를 옆에서 허리를 잡고 어풍비행으로 날아오르니, 시원마를 타고 달려도 이틀이 넘게 걸리던 거리를 단 두 시진(4시간)만에 전 주거지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놀랄까 봐 일부러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려서 걸었다.


출입문에 다가서니 보초를 서던 무사들도 이제는 모두 쥬맥을 알아본다.


“쥬 부족장님 오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백호대장님! 안녕하세요?”


서로 아는 체를 하고 인사를 하면서 얼른 문을 열어 주었다.


“아~ 고생들이 많네. 수고하시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안으로 들어서니, 이제는 인구가 많이 늘어서 주거지가 거의 빈틈이 없어 보인다.


아마 머잖아 지금 환시성을 쌓는 곳으로 다른 부족을 추가로 이동시킨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아내 미루와 함께 처갓집으로 들어서니 장인과 장모가 우리 쥬서방이 왔다며 버선발로 나와서 반겨 주었다.


집에는 처남과 처형들도 모두 가족들을 데리고 와 있었다. 쥬맥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조금 섭섭해했지만, 장거리 이동에 문제가 있으니 이해를 해 줬다.


“엄마! 이건 노래기 고기를 말린 거고 이건 개구리 고기 말린 거야. 몸에 좋은 거니까 꼭 두 분만 드셔야 돼.”


생색을 내면서 작은 봇짐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는 미루. 아마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서 아껴 둔 모양이었다.


“아니, 무슨 노래기에 개구리고기까지 먹니? 거기는 먹을 것이 별로 없나 보구나. 이왕 온 김에 너는 여기서 보양식을 좀 많이 먹고 가야겠다.”


결혼식 때 같이 따라왔던 언니 나루가 제부를 보면서 웃으며 놀렸다.


“언니! 이거 보통 귀한 게 아니야. 일부러 안 먹고 남겨 둔 거거든. 이거 노래기는 일천 년을 넘게 살아서 먹으면 내공이 이십 년은 늘어난대.


이 개구리 고기도 수백 년을 살아서 먹으면 내공이 오 년은 축적(蓄積)되고 맛도 얼마나 담백하고 맛있는데 그래.”


“그래? 그럼 많이 좀 가져오지. 니네 형부가 요즘 힘도 제대로 못 쓰고 빌빌하는데······. 좀 얻어먹어야겠다.”


그런데, 또 한쪽에서는 그 동서가 아내를 흘깃거리며 속으로 투덜거린다.


‘아니,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빌빌대는데? 제발 저녁마다 그만 좀 덤벼라.’


시대를 막론하고 몸에 좋다면 그게 무엇이든 물불 안 가리고 먹고 보자는 것은 어디나 똑같나 보다.


쥬맥은 천단 하루를 처갓집과 천신제를 지내는 곳, 그리고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 비 대족장 등 여러 곳에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천사장은 쥬맥을 보자 함박 웃었다.


“이 녀석아! 그 좋은 것이 있으면 진작에 보냈어야지. 너 혼자서 몰래 먹으려고 그랬지? 고얀 놈, 허허허!”


“하하하!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워서 혼났어요.”


“그 귀한 걸 줘서 정말 고맙다. 요긴하게 잘 쓰마. 그런데 내일 태을 선인과 함께 유계 수행을 떠난다고?”


“예, 제가 욕심을 좀 부려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태을 선인에게도 내가 같이 못 가서 주의할 내용들을 자세히 알려 줬지만, 가면······.”


쥬맥에게도 유계 수행 시 주의할 내용들에 대해서 상세히 일러 주었다.



다음 날.


쥬맥은 아내를 처갓집에 남겨 두고 유계 수행을 위해 태을 선인과 함께 천령수가 자라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천령수는 그사이 더 많이 자라서 이제는 끝이 잘 안 보일 지경이다.


밑동의 직경이 벌써 사십 장을 넘어섰고 높이는 백칠십 장(510m)이 넘는다고 한다.


진법을 꿰뚫어 보면 멀리에서도 그 우람한 모습이 뚜렷이 보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서는 듯한 모습에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나무가 있을까?’


매번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 4권 끝. 5권으로 이어집니다 --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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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1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7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3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5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5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5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7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4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9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30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8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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