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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30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5 10:10
조회
1,311
추천
31
글자
19쪽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렇게 이기어검에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조금씩 무리(武理)와 이치를 깨달았다. 그러면서 점점 더 심오한 경지를 향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었으니······.


“그래! 이렇게 하나씩 해결해 가면 그 끝에 도달할 날이 오겠지.”


이제는 점점 거리를 띄워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연습하니, 진기의 운용 방법이 점점 나아지면서 그 거리와 무게를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수천 번, 수만 번을 하면서 구결을 다시 해석하고 연습을 거듭하자, 어느 순간에 허공섭물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허공섭물하고 이기어검이 묘리가 같을지는 알 수 없는 일.


다시 검을 가지고 수천 번, 수만 번을 반복하면서 연습을 하는데, 역시 허공섭물과 이기어검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허공섭물은 단순히 물건을 밀고 당기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동을 시키는 것에 비해서, 이기어검은 그와 동시에 검에 진기가 실려 적을 베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검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면서도 어떻게 거기에 힘을 실어서 적이나 사물을 베도록 구현할 것인가? 또 찔러서 몸에 박힌 뒤에 회수는 어떻게 하고?


오늘도 깊은 상념에 잠겨 이기어검의 묘리를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심검의 수준이 아니라면 검과 자신과의 진기 연결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야 검에 진기를 실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이기어검을 날렸다고 하더라도 적이 검기성강을 이루어 검강으로 쳐 내면 검이 잘려 버리고 말 것이다.


진기의 보이지 않는 끈을 연결하여 필요하면 검에 검기나 검강을 발현할 수 있어야, 더 하급 무사의 검강에 자신의 검이 잘리는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진기를 검에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수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를 위해서 구결에 따라 각 혈맥으로 흐르는 진기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보고, 더 적은 양으로 장시간 운영하면서 원하는 순간에 적을 효과적으로 격살하도록 계속 반복하여 보완했다.


그러면서 진기의 운용을 미세하게 조정하니 점차 숙련(熟練)이 되면서 나아지기 시작했다.


검을 들고 진기를 운용하여 검결지로 연결 고리를 만들고, 짧은 거리에 있는 목표를 향해 검을 던지고 회수하기를 반복하다가 점차 거리를 늘리고······.


공중에서 회전시키고, 날린 검에 검기를 발현시키고······.


이기어검에 검강을 발현시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깨달아 나갔다.


어느 순간, 검결지에 따라서 검이 점차 쥬맥의 주변을 맴돌고 가리키는 목표를 타격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목표의 개수를 늘려서 연습했다.


또는 원근으로 목표를 달리 배치하는 등 무수한 변수를 가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는데······.


쥬맥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이기어검에 나름 자신이 생기고 자신만의 비기를 갖추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어느덧 해가 바뀌어 서른넷이 되었다.


“그래!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누구 앞에서도 이기어검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무학의 길이란 끝이 없어서 스스로 완전하다고 자신하는 순간에 퇴보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던가?


끊임없는 궁리와 노력만이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비결이다.


쥬맥은 일단 이 기본 위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결코 멈추거나 자만하지 않으면서.


“다음은 무얼 하지?”


일단 목표로 했던 이기어검을 이루고 나자 이번에는 허공답보(虛空踏步)에 대해서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기어검의 원리를 공부하며 너무 많은 부분을 폭넓게 연구해서 그런지, 허공답보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한 달 만에 이룰 수 있었다.


이기어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진기를 검과 연결하는데, 이때 진기를 외부로 발출하는 것과 같은 수법으로 진기를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湧泉穴)을 통하여 발현되도록 응용한 것.


진기로 검을 연결하듯 땅과 발바닥을 진기로 연결하여 운용하면서 연습을 거듭하니, 어느 순간 허공을 딛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신체적인 중심을 잡기 위해서 많은 연습을 기울여야 했을 뿐!


그러나 허공답보가 실전에 있어서 그렇게 효과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기 위한 과시성이 강하며, 진기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많이 펼칠 일이 없었다.


물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거나 오르내릴 때는 유용할 것 같았지만······.


이제 내공이 회복되어 오 갑자에 이르고 백 맥이 융통하니, 신체가 독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어지간한 독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렇게 천독불침(千毒不侵)의 경지에 이른 것이 성과라면 또 하나의 성과였다.


이제 다음 단계인 8단계 무신(武神) 즉 흔히 일컫는 입신(入神)의 경지를 향하여 나아가는데, 이것은 단시간에 이루기에는 지난한 일이었다.


그 경지에 이른 사람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서 이를 수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막연한 길이었고 말이다.


천인족의 수천 년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현재 살아 있는 천인족 중에는 그 경지에 이른 이가 하나도 없으니, 거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나 마찬가지라서 스승을 찾을 수도 없었다.


오직 스스로 수많은 노력을 통하여 하나씩 또 하나씩 기반을 다지고 그 길을 향하여 나아가는 수밖에는······.


일단 이 길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깨달음 없이는 천 년이 가도 이루지 못할 길이니.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다소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매듭을 하나 지었으니 이제 나도 주변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랫동안 얽혀 있는 실타래 말이다. 인간대사라는 그 결혼을······.


“그래, 이제 결혼도 해야지.”


그러려면 먼저 그동안 죽은 미루 때문에 닫아걸었던 이성에 대한 마음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죽은 미루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 때문에 더욱 어려웠던 상미루와의 관계도 이제는 명확히 해야 한다. 상미루도 쥬맥만 바라보며 어느새 서른한 살의 노처녀가 되어 버렸으니까.


아마 집에서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혹시 신상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할 것은 자명한 일! 나름대로 일단 마음이 정리되자 저녁 무렵에 쥬맥은 상미루를 찾아갔다.


그런데 멀리 미루네 집이 보이는데 그 집 대문 앞에서 보돈타 대족장이 서서 누구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냥 접근할 수는 없으니 멀리 모퉁이 너머에서 대족장이 어서 가기를 기대하며 잠시 기다렸다.


드디어 보돈타 대족장이 돌아가는데 혼자 남아서 우두커니 서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니 쥬맥도 아는 사람이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보돈타 대족장 산하의 부족장 ‘상구’라는 사람이었다.


‘같은 상씨인데 그렇다면 혹시 상미루가 상구 부족장님의 딸인가?’


왠지 조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무관심하게도 이제껏 상미루의 아버지가 상구 부족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그것도 자신을 싫어하는 보돈타 대족장 산하의 부족장을.


‘이리도 내가 미루에게 무관심했다니!’


스스로도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루를 위해서도 빨리 결정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쥬맥을 싫어하는 보돈타 대족장 산하에 있으니 쥬맥과의 결혼을 반대하기 쉬웠다. 그러면 이제껏 기다려 온 상미루는 어떻게 되겠는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만 반대하지 않으시면 보돈타 대족장을 무시(無視)하고서라도 꼭 미루 편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결판을 내자.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미루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굳힌 쥬맥은 상구 부족장이 집으로 들어가자 바로 집 앞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대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그러자 방금 들어갔던 상구 부족장이 다시 나오더니 생각지도 않게 쥬맥이 서 있어서 조금 놀란 눈치였다.


“어? 자네는 쥬맥 백호대장이 아닌가? 이 밤중에 무슨 일인가?”


상구 부족장도 그동안 여러 전투에 참전하여 이미 쥬맥을 아는 것이다. 백호대장으로 벌써 유명세를 탔으니까.


“실은 만나 뵙고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그래? 음~ 그럼 안으로 들어오게. 안에서 조용히 얘기하지.”


쥬맥이 안으로 따라서 들어가자 응접실로 들어가더니, 미루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의 부인을 향해서 말했다.


“손님이 왔으니 차를 좀 내오구려.”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곱상한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거기 편하게 앉게. 종족을 위해서 자네가 활약을 많이 한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여러 번 들었네.”


“아닙니다. 그저 동료들을 살리려고 조금 노력했을 뿐입니다.”


“음~ 그런데 밤에 내 집에까지 찾아올 때는 꽤 중요한 이야기 같은데······. 그래, 무슨 일인가?”


“실은 따님의 문제로 상의를 드리고자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딸 얘기에 부족장이 놀란 얼굴로 자세를 바꾸면서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년한 딸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우리 미루? 아니 미루가 무슨 문제라도 일으켰나? 무슨 일인데?”


“그게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은데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 둘이는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지만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정식으로 사귀고 싶습니다.”


“그~래? ······.”


상구 부족장의 얼굴이 펴지면서 고개를 들어 쥬맥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마치 얼굴에 뭐라도 묻은 것처럼······.


“그럼 내가 보돈타 대족장 산하의 부족장이라는 것은 알겠지?”


“부족장님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미루의 아버님이신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미루가 얘기한 적이 없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 말은 우리 미루가 마음에 든다는 얘기인가? 그러니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다? 내가 보돈타 대족장 산하인데 반대하면 어쩌려고? 보 대족장이 자네를 싫어하는 것은 잘 알잖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족장님만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 미루가 여기저기 좋은 혼처가 줄을 섰는데도 모두 내팽개치고 이제 노처녀가 된 것이 다 자네 때문인가?”


“죄송합니다. 그동안 제 사정이 좀 여의치가 않아서······.”


그때 미루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상 부족장이 아내에게 쥬맥을 가리키면서 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이 친구가 미루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으니 허락을 해 달라고 찾아왔네그려.”


“그래요? 어디 사는 누군데요? 부모님께서는 누구시고요?”


그러면서 눈은 벌써 사윗감을 탐색하듯이 쥬맥의 생김새며 옷차림 등을 살핀다. 머리 색깔이 불타는 듯이 붉은 것을 보고는 좀 놀라는 눈치였고.


“이 친구가 제법 유명한 인사야. 쥬맥 백호대장이라고 우리 보 대족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지. 부모 형제는 아마 이주할 때 모두 잃었지. 그렇지?”


“예,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루 어머님.”


“아~ 그 유명한 쥬맥 대장이에요? 부모 형제가 이주할 때 모두 그리된 것은 참으로 안됐네요.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보 대족장님은 왜 싫어하신대요? 우리 종족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줄로 아는데······.”


“그러니까 싫어하지. 자기가 다음 대 한울이 되고 싶은데 이 친구가 비 대족장의 편에 서서 일을 많이 거들고 있으니 정적이나 마찬가지지 뭐.”


“아니, 싸우려면 자기네들끼리나 싸우지 왜 애꿎은 아랫사람들을 괴롭혀요? 당신은 그런 데 휘말리지 마세요.”


“내가 그 밑에서 수하로 있는데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가?”


“그건 그거고 결혼은 다른 문제예요. 미루가 벌써 서른한 살인데, 노처녀라 이제 데려가려는 사람도 없을 텐데 어쩌려고 그래요?”


“한번 미루의 생각을 들어봅시다. 둘이 정말로 좋아한다면 억지로 떼어 놓는 것도 못 할 짓이니 좀 불러오구려.”


“잠시만 기다리세요.”


미루 어머니가 미루를 부르러 별채로 총총히 사라졌고, 상 부족장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잠시 뒤에 미루가 어머니와 함께 응접실로 들어섰는데, 얘기를 안 해 줬는지 쥬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


“어머, 오라버니가 여기 어떻게······.”


그러자 상 부족장이 미루의 오라버니라는 말을 듣고 혹시나 과년한 딸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어 발끈했다.


“뭐야? 오라버니? 그러면 벌써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냐?”


“아니에요 아버지! 우린 깨끗이 사귀는 사이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미루가 팔팔 뛰자 상 부족장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래도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조금 거칠게 쏘아붙였다.


“미루 너! 이 사람 때문에 다른 좋은 혼처들을 다 걷어찬 거 맞지?”


그러자 미루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러나 명확히 대답했다.


“예~”


“이 친구가 결혼을 전제로 너하고 사귀고 싶다고, 그러니 허락을 해 달라고 찾아왔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너도 좋은 것이냐?”


어디서 갑자기 용기가 난 것일까? 아버지의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하는 미루다.


“네! 아버지, 저도 좋아요.”


“호호호호! 우리 미루가 이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좋다고 하네요.”


그러자 미루의 아버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했던가?


“그래, 알았다. 보 대족장의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허락(許諾)하마. 대신에 이제 두 사람 다 절대로 다른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나가서 얘기나 해라. 둘 다 늦었으니 올해는 절대 넘기지 말고······.”


“감사합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해요.”


미루가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활짝 펴져서 얼른 쥬맥을 따라나섰다.



둘이 나간 뒤에 미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아유~ 저것이 저렇게 좋으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을까?”


“왜 그랬겠어? 빼도 박도 못하게 똥차가 될 때까지 기다린 거지 뭐.”


“에구~ 당신은 자식을 두고 무슨 말씀을 그리하세요. 저는 저 청년이 마음에 들어요. 모두 칭찬이 자자한데 뭐가 걱정이세요?”


“다른 건 몰라도 무공 하나는 우리 천인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야. 지켜본 바로는 인품도 괜찮은 친구고. 보 대족장이 문제지.”


“그럼 됐지요 뭐. 저는 좋아요. 우리 미루의 짝으로는 아주 딱이에요!”



상미루는 기쁜 마음으로 쥬맥을 따라 나왔다. 오늘 쥬맥이 직접 부모님을 찾아뵙고 허락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계절만 봄이 온 게 아니라 노처녀의 마음에도 드디어 봄이 찾아왔나 보다. 대문을 나서자 마자 상미루는 쥬맥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끌어안았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더니 결국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러자 미안한 마음에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아 주는 쥬맥.


“이제야 와서 미안해. 좀 늦었지?”


“아니에요.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오라버니.”


“그동안 내가 옛날 일이 있어서 마음을 열지 못했는데, 이제 모두 정리했으니 걱정하지 마. 미루가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니까. 이제 정말로 마음을 열고 나도 미루를 사랑할게.”


“저도 알고 있었어요. 사랑해요 오라버니.”


쥬맥은 미루의 등을 토닥거려 주고 따뜻하게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미루도 기다렸다는 듯이 쥬맥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린다.


서로를 안 지 몇 년 만에 하는 첫 입맞춤인가? 둘은 이 달콤함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쥬맥의 마음이 열리지 않다 보니 나이가 들었는데도 그냥 친구처럼 순진하게만 사귀었던 것!


한번 불붙은 마음은 쉬 꺼지지 않았다. 미루는 달뜬 숨소리를 내며 쥬맥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고······.


이제 부모님까지 모두 허락을 하셨으니 둘 사이를 가로막는 벽은 모두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래도 길거리에서 과한 애정 표현은 쥬맥의 성정에 맞지 않았다. 아쉬워하는 미루를 달래어 억지로 떼어 놓았다.


미루는 아쉬움에 자꾸 쥬맥을 붙들었지만 며칠 내로 수르네와 식사나 같이하자며 달래고 돌아섰다.


일단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매듭을 지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이제는 정말로 마음을 열고 내 사람으로 받아들여야지. 먼저 떠난 미루가 혼자 남은 내가 너무 외로울까 봐 일부러 같은 미루를 내게 보낸 것인지도 몰라. 내가 가여워서······.’


이렇게 마음 한편에서는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바람을 피우다가 들킨 것처럼 묘한 마음이다.


이제 부모님까지 인사를 드렸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겠다고 허락까지 받았으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예기치 않는 곳에서 생기는 법이니, 정말 올해 안에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상구 부족장은 보 대족장 휘하에서 일하니 보 대족장이 알면 분명히 무슨 조치를 취하러 들 것이다.


상 부족장을 윽박질러서 결혼을 못 시키게 하거나 트집을 잡아서 부족장 자리에서 내치거나······.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를 가정해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상구 부족장이 결혼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 난다면 그것은 쥬맥으로서도 면이 서지 않는 일이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월광석부터 찾아서 몇 개나 남았는지 살펴보고 잘 챙겨 두었다. 친구의 결혼식때도 주었는데 자신의 결혼식에 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미루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루가 막내딸이라고 했으니 위로 여러 언니와 오빠가 결혼을 했을 터. 그러니 집안에 남아 있는 재산이 풍족할 리가 있겠는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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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3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7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7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5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299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1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4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37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3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09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09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2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1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1 30 20쪽
»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2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5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5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6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4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4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5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28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29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39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0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5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5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3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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