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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9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8 10:04
조회
1,321
추천
30
글자
17쪽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형수님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은지 미루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답했다.


“그럼요,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사람인데 차별을 하면 안 되죠.”


“자~ 그럼 이제 술을 드셨으니 노래를 시원하게 한 곡조 하시죠.”


그러자 그래도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것은 아는 모양이다. 걱정스런 얼굴로 되묻는 미루.


“저 노래를 잘 못하는데, 절대로 웃으면 안 돼요?”


“걱~정 마십시오. 자~ 형수님의 노래 한 곡조가 나갑니다. 짜잔~.”


어쩔 수 없이 미루가 악기의 가죽집을 열고 금령파를 꺼내더니 음을 골랐다.


띠리링~ 샤르릉~ 디디디딩~


“아이고~ 끝내 줍니다. 어서 하세요.”



( 띠리링~ 띠리링~ 띠리리리링~)


저 산 넘어 홀로 가는 새야(띠리리리링~), 내님께 애타는 내 마음 전해 다오(띠리리리링~), 산천엔 겨울 가고 꽃 피는 봄이 와도(띠리리리링~), 애타는 님 소식은 기다려도 하염없네(디디디디딩~).


(띠리링~ 띠리링~ 띠리리리링~)


기다리는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샤라라라랑~), 저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 버렸네(샤라라라랑~), 행여나 님 오실 때 길을 잃어 헤매일까(샤라라라랑~), 어두운 밤하늘에 이정표가 되었다네(챠라라라랑~)


(디디딩~ 디디딩~ 디디디디딩~)


애~타는 마음 싣고 세월만 가~누나. 아~ 무정한 세월아~~~(디이이이이잉~)



“우와~ 너무 잘하십니다. 한 곡 더! 한 곡 더!”


한쪽에서는 놀리느라 더 부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얼굴을 돌리고 킥킥킥 웃는다. 쥬맥이 넌지시 바라보니 무안해서 얼굴이 벌개져 얼른 웃음을 멈추었고······.


“자, 장난도 그만 치고, 노래도 그만하고 이제 술이나 더 마시자고.”


“아니, 오라버니! 저 노래 잘한다고 한 곡조 더 하라잖아요?”


말리는 쥬맥에게 눈치 없는 미루가 주위에서 부추기는 것이 정말인 줄 알고 노래를 한 곡조 더 하려고 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는 쥬맥이다.


“하하하! 잘했으니까 그만 쉬세요, 미루 씨~”


“알았어요. 그럼 저 대신에 오라버니가 한 곡 하세요.”


“대장님! 노래해! 대장님! 노래해!”


“나도 노래는 그다지 잘하지 못하니까 연주나 한번 하지 뭐.”


“뭐해? 모두 박슈!”


쥬맥이 금령파를 받아서 음을 한 번 고르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띠리리리링~ 딩딩 디디디딩~ 띵띵띵


샤라라라라~ 샤라라라랑~ 샤라랑~

······.


손에 진기를 살짝 실어서 가볍게 튕기며 연주하니, 미루가 연주(演奏)할 때와는 격이 다른 맑고 고운 선율이 천상의 소리처럼 널리 퍼져 나간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도 가만히 바라보며 감상을 하고, 일 층에서 떠들고 술을 마시던 사람들까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듣다가 연주가 끝나자 일, 이층에서 동시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와~ 역쉬 우리 대장님, 쥑입니다.”


"최곱니다! 최고!"


미루도 넋을 잃은 채 듣고 있다가 한 박자 늦게 박수를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와~ 우리 오라버니 최고예요 최고!”


기분이 좋은지 쥬맥의 팔을 붙들고 얼굴을 비빈다. 그때 일 층에서 여(女)무사 몇 명이 올라오더니 옆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악기 소리가 너무 맑고 고와요. 저희도 좀 가르쳐 주세요.”


“그 악기는 어디서 사셨어요? 좀 알려 주세요. 저도 사고 싶어요.”


"악기 소리에 반했어요."


그러자 평소에는 그렇게 순해 보이던 미루가 갑자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 앞을 가로막으며 노려보았다.


‘어떻게 지켜 낸 사랑인데 이 잡것들이 슬그머니 젓가락을 놓으려고 해?’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입에서 엉뚱한 말이 툭 튀어나왔다.


“이분은 내 남편이거든요? 여기에 임자가 있으니까 얼른 돌아가세요.”


그 말에 갑자기 벙찌는 여무사들. 대부분 백호대장을 알고 있는데 난데없이 갑자기 아내라니!


“어? 쥬맥 대장님은 아직 결혼 안 했을 텐데? 총각으로 알고 있는데······.”


"어머! 언제 결혼하셨지?"


올라온 여무사들이 무안하여 고개를 갸웃하고 돌아가는데, 한 여무사가 당돌하게 소곤거렸다.


“흥! 임자가 있다고 못 꼬시나? 그치?”


그 소리가 미루 귀에까지 들리자 미루가 화가 나서 벌떡 일어서려는 것을 쥬맥이 간신히 손으로 잡아서 말렸다.


“내가 여기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못 들은 체해. 다 애들이야.”


“알았어요. 오라버니를 단단히 지켜야겠어요. 겁도 없이 저것들이······.”


그 말은 들은 수하들이 또 놀린다.


“하하하하! 이러다가 잘못하면 대장님을 뺏기게 생겼어요. 두 분 빨리 결혼하세요. 하하하!”


“대장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긴장 하셔야겠어요.”


“허 참! 헛소리 그만하고 가자고.”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자 미루는 금령파를 가슴에 안고, 일부러 여무사들이 보라는 듯이 한 손은 쥬맥의 팔을 잡고 기댄 채 일 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좀 전에 올라왔던 여무사 셋이 아니꼽다는 듯이 미루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미루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늦었어요. 우리 빨리 가요.”


“응? 으~ 으 그래, 그래 가자고.”


결혼도 안 한 쥬맥이 졸지에 ‘여보’가 되어 끌려가니, 함께 내려오던 부대원들이 모두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졌다.


“아하하하하!”


“우하하하하!”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미루가 쥬맥의 팔짱을 끼고 머리를 어깨에 기대면서 물었다.


“내일은 하루 쉬는 휴일이죠? 혹시 무슨 계획하신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그냥 집에서 수련이나 하면서 편히 쉬려고.”


“그럼 내일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다녀오면 안 돼요?”


“응? 그래, 그러지 뭐. 그런데 어디를 갈 건데?”


“오라버니가 어렸을 때 살았다는 그 산속에 한번 가 보고 싶어요.”


“거기? 아니 왜? 거긴 안 가는 게 좋은데······. 가슴 아픈 추억도 있고.”


“알아요. 그래서 가자는 거예요. 피하지 말고 부딪쳐서 극복해야죠. 죽은 미루 씨도 그걸 바랄 거예요.”


사실 미루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당돌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픈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데······.


“저도 죽은 미루 씨한테 인사를 하고 싶어요. 이제부터는 오라버니가 외롭지 않게 제가 잘 지키고 돌볼 테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안식을 취하라고요.


미루 씨도 오라버니가 혼자서 외롭게 살까 봐 제대로 눈도 못 감았을 것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함께 가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았어. 내일 함께 가자.”


“제가 내일 준비해서 일찍 올 테니까 부지런히 다녀오면 하루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거예요. 알았죠?”


“그래, 일찍 준비하고 기다릴게.”



······다음 날 아침.


쥬맥이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있는데, 벌써 상미루가 봇짐을 하나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먼 길을 가니 서두른 모양이다.


급히 마무리를 하고 금령파(金鈴琶)까지 챙긴 뒤 산속에서 살던 곳을 향해 경공술을 펼쳐 나아가기 시작했다.


미루의 경공술이 쥬맥을 따라가지 못해서 결국 쥬맥이 등에 업고 천둔미리보를 펼쳐 바람처럼 나아가니, 미루가 뒤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좋아했다.


“와우~ 오라버니 너무 빨라요. 마치 새가 된 기분이에요.”


“그래도 엉덩이는 좀 가만히 놔두지.”


“히히히! 산과 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정말 예뻐요.”


“아가씨이~ 들썩이면 힘드니까 가만히 좀 계시지.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호호호호! 알았어요.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요.”


최근에 쥬맥의 무공이 크게 경지가 오른 덕분인지 한 시진을 조금 넘겨서 쥬맥이 전에 살았던 곳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일곱 살 때 내가 버려졌던 바로 그 바위야.”


“그래요? 그래도 주위 풍경이 한눈에 다 보이고 너무 절경이네요.”


쥬맥에게는 가슴 아픈 장소인데 미루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쥬맥은 새삼스럽게 그때 생각이 나는 듯 산 정상의 커다란 바위를 어루만졌다. 이 바위에 얽힌 일들이 참 많았다.


미라챠와 금령월을 만나 것을 비롯하여 죽은 미루와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옆의 커다란 나무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그 꽃이 바람결에 눈처럼 날리는 것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것을 바라보면 마치 꿈결 같았다.


바라다보이는 미루의 묘를 보자 쥬맥은 마음이 착잡했지만, 숨을 가만히 내쉬며 조금 안정을 취한 뒤에 말했다.


“저기가 바로 죽은 미루의 묘지야.”


그러면서 천천히 걸어가 예쁜 꽃이 주렁주렁 피어 있는 꽃나무를 쓰다듬었다. 허리를 숙여 주변의 잡초(雜草)들을 뽑아 주니 한결 나아 보인다.


상미루가 가져온 봇짐을 푸는데 그 안에서 쌀밥과 몇 가지 음식 그리고 술이 나왔다.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음식을 차리고, 잔에 술을 따르고······.


처음 따른 술은 주변에 세 번에 나누어 뿌린 뒤에, 다시 술을 가득 따라서 묘 앞에 놓더니 큰절을 두 번 했다.


그리고 그 앞에 다소곳이 앉더니 친구에게 말하듯이 조용히 속삭인다.


“미루 씨! 저는 상미루예요. 쥬맥 오라버니를 너무 사랑하셨다고 들었어요. 혼자 두고 가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을 텐데, 이제 그만 편하게 쉬세요.


내가 옆에서 오라버니가 외롭지 않게 잘 돌볼게요. 미루 씨가 오라버니랑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래도 미루 씨는 항상 오라버니 마음속에 살아 있을 거예요.”


마치 산 사람에게 얘기하듯이 말하니 옆에서 듣는 쥬맥도 마치 셋이서 얘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미루는 이렇게 해서 죽은 미루로부터 쥬맥의 사랑까지 완전히 넘겨받았다고 자위(自慰)하는 모양이었다.


쥬맥은 미루의 묘 앞에서 금령파로 위령곡(慰靈曲)을 한 곡 연주했다. 그러자 바람이 소리를 내면서 스치는데, 마치 땅속의 미루가 다시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이제 걱정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이제 자신을 잊고 당신이라도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 달라고······.


마치 어제 일처럼 가냘프고 어여쁜 모습으로 그렇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숙연한 마음으로 묘지를 떠나서, 상미루를 데리고 대협곡을 보여 주었다.


천장단애!


그 위에서 바라보는 대협곡은 여전히 장엄하기 그지없다. 상미루는 넋을 잃고 입을 벌린 채 다물 줄 모르고······.


“어머~ 세상에나! 어머~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어때? 장엄하고 멋지지?”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저도 평생 여기서 살고 싶어요.”


“어린 내가 여기서 혼자 살면서 어떤 고생을 했는데······.”


“여기 어디가 오라버니 집이었어요?”


그러자 절벽 한 곳을 가리키는 쥬맥.


“내가 살던 동굴은 저기쯤인데 이제 결계가 쳐져서 볼 수가 없어.”


“정말 아쉽네요. 그런데 저 까마득한 아래까지 정말로 내려갔어요?”


“그럼! 지금도 한번 내려가 볼까?”


“정말로요? 한번 내려가 보고 싶어요. 친구들한테 신나게 자랑해야지.”


“미루 혼자 내려가기는 힘들어. 내가 안고 내려갈 테니까 가만히 있어 봐.”


그러면서 쥬맥이 뒤에서 상미루를 안고, 아래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아득한 절벽 위에서 그냥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 버렸다.


깜짝 놀란 미루는 쥬맥을 붙들고 까무러칠 듯이 죽어라고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그런데···, 번개처럼 떨어지던 몸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마치 가벼운 구름인 양 스르르 내려간다.


잠시 뒤···, 쥬맥이 발바닥의 용천혈로 진기를 내뿜으며 얼마 안 남은 거리를 계단을 밟듯이 천천히 허공답보(虛空踏步)로 걸어서 내려갔다. 미루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쥬맥의 가슴을 두 손으로 콩콩 두들겼다.


“아유~ 꼭 죽는 줄 알았잖아요? 오라버니는 너무 개구쟁이에요.”


그러면서도 쥬맥의 무공 경지가 놀랍고 기쁜지 얼굴 가득히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 정도면 너무 믿음직스럽고 든든하지 않겠는가?


밑으로 내려오니 대협곡 아래는 또 다른 별천지다. 철을 잊은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사방에 널려 있고 가운데에는 맑은 시내가 흐르고······.


제법 넓은 곳은 물이 고여서 큰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기암 절벽에 늘어진 수많은 고목들과 틈새에 피어난 꽃들, 마치 동화(童話) 속의 한 장면 같은 모습에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쳐드니 그 까마득한 끝을 보는 데 고개가 아프다. 또 다른 장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입이 절로 쩍~ 벌어졌다.


쥬맥이 옆에서 팔뚝으로 툭 치니 정신을 놓고 있다가 깜짝 놀란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어요? 너무 신기해요.”


“우리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가자.”


큰 보자기를 풀어서 넓은 바위 위에 깔더니 미루를 불끈 들어서 그 위에 올려 주며 편히 쉬라고 했다.


자신은 물이 많은 곳에 가서 금방 큰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와서 손질하더니, 소금을 뿌리고 마른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다 삼매진화로 불을 붙였다.


미루의 묘에 올렸던 쌀밥과 음식을 꺼내 놓고 구운 물고기를 곁들여 놓으니, 점심이 그럴듯하게 차려졌다.


“어머, 맛있어요. 무슨 물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해요?”


“나도 이름은 잘 몰라. 잡아먹는 사람이 없으니까 잘 도망도 안 가.”


“와~ 이런 곳에서 살면 세상사 근심 걱정없이 얼마나 좋을까요?”


“여기서 혼자 한 10년만 살아 볼 거야? 얼마나 외롭고 힘든데······.”


“제가 왜 오라버니가 있는데 혼자 살아요? 둘이 함께 살자는 거지요.”


“그럼 나중에 자식들 다 키우고 늙으면 우리 여기로 와서 조용히 살까?”


“그래요! 정말 약속했어요?”


“그건 그때 가 봐야 알지. 우리 사정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르잖아.”


“피이~”


점심을 맛있게 먹고 주변을 구경하다가 다시 허공답보로 대협곡을 나와서, 돌아오는 길에 전령수가 자라고 있는 곳에 들렀다.


주술진으로 결계가 쳐진 곳에서 쥬맥의 능력이면 충분히 그냥 들어갈 수가 있었지만, 선인(仙人)들을 불러서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도 온 적이 있기 때문에 몇몇 선인을 알고 있었고, 천인족은 큰 문제가 없는 한 드나드는 데 제한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우람하고 높다란 천령수가 장엄하게 서 있다.


그사이 더 자라서 높이가 백오십 장에 밑동은 지름이 구십 장을 넘어섰는데···.


침엽수(針葉樹) 같은 사철 푸른 바늘형 잎사귀 사이로 활엽수(闊葉樹)처럼 넓은 잎이 녹음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의 맨 위쪽은 금색, 중간층은 적색, 아래층은 백색의 꽃이 여섯 개의 예쁜 꽃잎을 활짝 벌린 채 진한 향기를 풍기며 무수히 피어 있었고······.


그런데 꽃 색마다 그 향기가 다 다르다. 그윽한 향기에 취한 둘은 너무 거대하고 장엄하니 숭고한 느낌마저 드는 나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쥬맥은 지난번에 본 적이 있지만 고사이 또 많이 자랐다. 미루는 지구에 온 뒤로 오늘 처음 천령수를 보니 그 감격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천령수가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그래서 여기서 천신을 모시나 봐요.”


“이건 아직 반밖에 안 자란 거래. 우리 향이나 올리고 갈까?”


“예, 우리 빨리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 거예요.”


둘은 임시 제전으로 쓰고 있는 하얀 옥으로 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제단 아래에 있는 향로에 향을 피우고 옥병에서 술을 따라 향불에 세 번을 두른 뒤 제단에 올렸다.


그런 뒤 함께 나란히 서서 큰절을 세 번 올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간절한 마음으로 천신께 기원을 드렸다.


······.


“오라버니도 기원하셨어요?”


“그럼! 우리 미루가 항상 건강하게 해 달라고 빌었지.”


“피이~. 저처럼 빨리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어야죠.”


“아니야. 둘이 똑같이 빌면 손해지. 하나밖에 안 이뤄지잖아.”


“아~ 그건 또 그렇네요.”


“해가 지기 전에 빨리 가야겠어.”


신전에 들른 둘은 해가 지기 전에 주거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다시 쥬맥이 미루를 업고 부지런히 천둔미리보(天遁迷離步)를 펼쳐서 길을 재촉했다.


이제 죽은 미루에게까지 인사를 하고 천신을 모시는 천령수 아래서 기원까지 드렸으니, 결혼을 위한 사전 절차(節次)는 모두 마무리한 셈이다.


부모님께도 이미 허락을 받았으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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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3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7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7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5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299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1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4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36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3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09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09 28 18쪽
»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2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1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1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1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5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5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6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4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4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5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28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29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38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0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5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5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3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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