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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8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12 10:23
조회
1,335
추천
42
글자
18쪽

84화. 운명을 건 전쟁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첫날 밤에 소고 소리가 귀찮아서 깊이 잠든 거인들 이백여 명이, 천인족 기습대에 급소를 찔려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황천길로 조용히 떠났다.


그것은 샤리네가 밤 사경(四更) 중반(2시)에 일어나 경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순찰을 돌면서 발각되었다.


샤리네는 이미 털이 백색으로 바뀌고 붉은 갈기가 다 자라서 신통이 대단했다. 야간에도 멀리까지 볼 수 있었고.


또한 어지간한 주술이나 환법진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었으며, 신체 능력이 크게 증가하여 전투 능력이 일반 거인들보다 몇 배나 높은 상태였다.


그런데 순찰을 도는 중에 몇 군데 초소에 들러 보니 거인들이 잠든 듯이 죽어 있었다. 그래서 그 주변을 살펴보니 잠들어 있는 거인들 사이로 비호처럼 움직이는 물체들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게 뭐야?’


눈에 힘을 주고 자세히 바라보니 모두 아군을 몰래 기습하여 죽이고 있는 천인족의 무사들이었다!


“저런···, 저런 쥐새끼 같은 놈들이 있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발을 구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기상! 적이 습격했다! 모두 일어나라, 빨리!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쿠앙~ 쿠앙~ 쿠앙~


“비상! 비상! 적이 습격했다!”


전원 비상이 걸리고 샤리네가 천인족 기습대에 뛰어들어서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천인족 무사들 서너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이놈들! 감히 우릴 농락하다니!”


파바바박! 퍼버벅!


“으아악~”


샤리네는 몸도 빠르고 덩치도 큰데다 신통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니 천인족 무사들의 은신술이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기습대는 후퇴를 하는 수밖에 없었고 십여 명이 샤리네와 거인들의 연합 공격으로 전사했다.


그래도 이백 명이 넘는 거인들을 죽이고 제대로 잠들지 못하게 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한밤중에 비상을 걸어서 전체의 피해 상황을 파악한 샤리네는 또 많은 거인들이 야습(夜襲)에 죽자 대로했다. 그러니 어딘가에 분풀이가 필요했다.


“바보 같은 놈들! 쥐새끼들에게 맨날 당하기만 하다니, 죽어라 죽어!”


결국 야간 경비를 맡은 책임자가 죽을 만큼 몽둥이찜질을 당했고···, 그러면서 새벽이 되었다.


선발대에 이어 또다시 당하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샤리네는 날이 밝으면 몇 배로 앙갚음을 하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되새김질을 하듯이 쥐새끼 같은 놈들이라는 소리를 수없이 하면서.


그러면서 죄 없는 부하들만 콩을 달달 볶듯이 닦달을 했고 말이다.



드디어 결전의 날!


지평선의 동녘 하늘이 오늘의 혈전을 예고하듯 아침노을로 물들더니 붉은 해가 불끈하고 힘차게 솟아올랐다.


“모두 집합하여 대오를 갖춰라!”


두 진영의 전사(戰士)들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전투 장비를 갖춘 뒤 자신의 자리를 찾아들었다.


오늘 서 있는 이 땅이 자신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전선에는 칼날 같은 살기가 넘쳐나고, 서서히 흥분이 고조되었다.


“진을 가동시켜라!”


“진법 가동!”


천인족이 넓은 들판의 진지 둘레에 주술진을 발동시키니 흐릿하며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하늘로 피어올랐다.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지만 밖에서는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심부에는 푸르스름한 안개 같은 것이 끼어 있어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선인(仙人)들이 현자(賢者)와 성자(聖者)들을 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로 부지런히 움직여서 주술진을 하나씩 순서대로 가동시켰다.


이때, 전고 소리가 긴장해서 예민해진 감각을 뚫고 드높게 울려 퍼졌다.


둥둥둥~ 두둥두둥~ 둥둥둥~


“은하추돌진(銀河追突陣)을 펼쳐라!”


“진을 펼쳐라!”


그러자 여기저기서 진기가 실린 고함이 울려 퍼지고 무사들이 빠르게 진형(陣形)을 갖추기 시작했다.


거인들과 접전을 벌일 앞부분은 맨 앞쪽에 초일류고수 이상의 삼천 명이 은하처럼 긴 타원형으로 늘어섰다.


그 뒤로는 일류고수 일만여 명이 뒤를 받쳤다. 그 뒤에 큰 돌을 적진으로 투척하는 투석기 오백 대가 늘어서고······.


그 뒤에는 다시 천궁이 이천 기, 이어서 그 뒤를 받쳐 줄 궁수 부대가 삼천 명. 그리고 투석기 주변에는 인드리코룡이 운반한 투석용 돌들이 산처럼 쌓였다.


뒤쪽에는 지원할 무사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가장 후미에는 이류와 삼류무사들, 의료대가 준비에 바쁘다.


하늘에는 가끔 비거가 날면서 적진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데, 거인족 진영에서는 주술진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샤리네는 예리한 눈으로 주술진 내부를 들여다보며, 나름대로 여러 가지 조치를 지시하는 중이다.


거인족은 맨 앞쪽에 거차 수백 대를 나란히 늘어세우고 그 주변을 거인들이 몇 명씩 늘어서서 보호하게 했다.


쿠앙~ 쿠앙~ 쿠앙~


“진을 갖추고 정렬하라!”


“진을 갖춰라!”


거대한 징 같은 것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진(陣)을 갖추는데, 거차 뒤에 삼 장이 넘는 대력궁 수백 기가 빽빽하게 늘어섰다. 마치 성채처럼.


이어서 거대한 통나무에 한 자 크기의 철못을 박고 양쪽에는 바퀴와 줄을 달아서, 거인 네 명이 하나의 조(組)를 이루어 끌고 있었다.


그 수만 어림잡아 계산해도 수백 개가 넘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무기들을 앞장세워서 그대로 밀어붙여 짓이겨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 뒤에는 얼굴과 무릎, 발뒤꿈치 등에 보호구를 착용한 전사들이 끝없이 줄지어 늘어섰다. 비록 수는 적으나 그 덩치가 거대하여 전사 간 간격이 넓으니 그 풍기는 기세가 오히려 천인족을 능가했다.


그들은 긴 줄에 철구를 매단 무기나 낭아봉같이 몽둥이에 쇠못이 박힌 무기, 또는 거대한 칼이나 창을 들었다.


오늘 거인들이 전원 출전하여 어젯밤에 당한 복수(復讐)를 하겠다고 모두 벼르고 있으나,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하품을 하는 전사들이 많았다.


맨 뒤쪽에는 보급품이나 식량 등을 지원하는 지원대들이 비무장으로 팔짱을 낀 채 구경을 하느라 늘어섰는데···.


지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전장 바깥쪽에서는 반인족과 야차족 거기에다가 소인족과 비월족까지···, 많은 이종족의 염탐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전장을 바라보며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나 종족 간에 큰 전쟁을 겪고 나서, 다른 종족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모든 염탐꾼들이 새로 등장하는 무기들을 보며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그러면서도 그 상세한 형태나 크기 등을 무언가에 열심히 그리고 기록했다.


이러니 앞으로 종족 간의 전쟁은 갈수록 점점 더 치열해지지 않겠는가?


쥬맥도 초일류급 무사 오백 명을 거느리고 맨 앞쪽에 서 있었다. 후미에 늘어선 무사들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


양 진영이 모두 출격 채비를 갖추자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듯 전고와 징소리가 전장(戰場)에 울려 퍼졌다.


둥둥둥둥~ 두두두둥~ 두두두둥~


쿠앙~ 쿠쿠앙~ 쿠앙~ 쿠쿠앙~


“전투를 시작한다. 무기를 들어라!”


“전진하라! 전진하라!”


거인족의 거차 수백 대가 천인족 진영을 향해 서서히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 때문에 삐거덕대는 바퀴 소리가 전장을 울리고, 전사가 몇 명씩 거차를 밀면서 그 주변을 지켰다.


그 삐거덕대는 소리가 마치 지옥의 악귀들이 사납게 울부짖는 것처럼 들리는데······.


거차가 천인족 선두에서 백 장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이번에는 전고가 드높이 울렸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투석하라!”


“발사!”


외침과 함께 수백 개의 큰 돌들이 투석기에서 거차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 아래는 하늘을 나는 돌 그림자로 순식간에 어둑해졌다.


쉬이잉~ 슝웅~ 슝~


곡사포처럼 하늘을 날아간 큰 돌들이 거인들의 거차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꽈강! ······ 꽝가강!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일부는 부서지고 일부는 멀쩡한 거차들이 잠시 멈칫거리더니, 그대로 다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퀴가 부서지지 않는 한 거인들이 그 뒤에 숨어서 밀어 대는 것이다.


거차의 삼 할이 투석기의 돌에 맞아서 부서졌지만 멈추게 하는 데에 큰 효과가 없자 투석기가 뒤로 빠졌다. 그리고 다시 울리는 전고 소리.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천궁을 쏴라!”


“발사!”


이번에는 천궁(天弓)의 거대한 화살 이천 발이 동시에 날아오르고, 이어서 연사로 무수한 화살이 꼬리를 물고 날아갔다.


피융~ 쉭! 쉬쉬쉭! ······ 쉬쉬쉭!


다시 장전하여 계속 쏘아 대니 거차를 넘어서 날아드는 천궁의 화살에 거인들 수백 명이 맞아서 비명(悲鳴)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악! 살려 줘!”


"크아악!"


천궁에 꿰뚫린 거인들이 쓰러져서 발버둥치자 이번에는 거인족 진영에서 이에 대응한 공격이 감행되었다.


쿠앙~ 쿠쿠앙~ 쿠앙~


“대력궁을 쏘아라!”


“발사!”


복창 소리와 함께 천궁보다 더 굵은 몽둥이 같은 화살이 ‘쑤앙~’ 하는 소리와 함께 천궁대에 떨어졌다.


이에 천궁 수십 기가 박살나고 수십 명이 대력궁에 꿰어 즉사(卽死)를 면치 못했다.


어떤 화살에는 서너 명이 함께 꿰뚫려 그 위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사거리는 천궁보다 훨씬 짧은 것 같았고······.


“계속 쏘아라!”


쑤앙~ 쉬쉬쉬쉭! 쉬쉭!


한동안 천궁과 대력궁의 화살이 난무하니 양족(兩族) 간에 수백 명씩 죽고 다치며 무기도 삼 할이 넘게 파손되었다.


그 사이에 계속 전진한 거인족 거차들이 천인족 앞쪽으로 밀고 들어오며 마침내 접전(接戰)이 시작되었다.


둥둥둥~ 두두둥~ 두두둥~


쿠앙~ 쿠앙~ 쿠앙~


“돌격하라!”


“거차와 낭아거로 쓸어버려라!”


함성과 비명이 난무(亂舞)하고 이제 두 진영의 전사들이 도검을 맞대고 직접 몸으로 격돌했다.


거인들은 거차와 낭아거(狼牙車 거대한 원목에 큰 쇠못을 잔뜩 박고 바퀴를 달아서 적을 깔아뭉개는 무기)를 앞세워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마치 ‘이제 복수는 나의 것이다!’ 라고 소리 높여서 외치는 것인 양 말이다.


그러자 천인족 맨 앞쪽의 초일류급 이상 무인들이 날 듯이 뛰어올라 거차와 낭아거를 움직이는 거인들을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쥬맥도 일 장에 가까운 검강을 발현하고 닥치는 대로 바퀴나 줄을 박살 내며, 오백 명의 무사들과 함께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적진을 누볐다.


허공을 차고 올라 긴 검강으로 단번에 거인의 목을 잘라 내니 구슬픈 비명 소리와 함께 피분수가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으아아아악!”


쑤아아아아~~~


적이면 장비든 거인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자잘한 것을 하나씩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으니 큰 그림만 보고 움직이는 것!!


이번 전쟁에는 한울도 수신호위 전원을 대동(帶同)하고 앞장서서 적진을 휘젓고 다녔다.


쉬잉~ 핑그르르~ 퍼버벅!


“끄아악!”


검강이 일 장쯤 발현된 해타정심검(海駝正心劍)을 이기어검(以氣馭劍)으로 날려서 거인들의 무기와 목을 쳐 대니 쓰러지는 거인이 부지기수다.


안율을 비롯하여 수신호위(守身護衛)들은 공격보다는 한울의 곁에 붙어 서서 다른 공격으로부터 한울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청룡여의검(靑龍如意劍)을 쥔 안율은 은빛 검날로 한울을 공격하는 주변의 거인들을 사정없이 휩쓸었고······.


쉬쉬쉭! 퍼버버벅!


“으아아아~”


전장은 금방 사방에 피가 난무하고 죽음에 익숙해지니 죽음의 공포보다는 광기가 점점 전장을 지배(支配)하기 시작했다.


거인들의 낭아거 수십 대가 천인족의 선단을 뚫고 앞으로 질주(疾走)하더니, 순식간에 백 명에 가까운 무사들이 그 밑에 깔려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갔다.


쿠구구궁~~ ······ 두구두구두구~~


“으아악! 살려줘!”


그러나 그 낭아거들도 푸르스름한 연무가 깔려 있는 곳에 이르자 앞을 보지 못하고 헤매다가, 마치 벌떼처럼 달려든 천인족 무사들에게 당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사방에는 죽은 시신이 수없이 널리나니······.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바닥을 질펀하게 적시며 마치 냇물처럼 전장을 흐른다!!!


이제는 낭아거 뒤쪽의 보호구를 착용한 전사들과 천인족이 펼친 진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모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서 검과 무기를 정신없이 휘두르는데······.


이렇게 서로의 뜨거운 심장에 차가운 쇠붙이를 깊이 박아 넣으면서 죽고 죽이는 전투는 점점 더 격해졌으니······.


천인족이 진법으로 자리를 지키며 거인들을 맞아 싸우는 반면에, 거인들은 거대한 무기들을 휘두르며 계속 전진하니, 이제는 일류무사 뒤쪽의 이류무사들까지 싸움에 휩쓸렸다.


그러자 전장에 다시 다급하게 전고 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두둥~ 두두둥~ 두두둥~


“무량미리진(無量迷離陣)을 펼쳐라!”


“진을 펼쳐라!”


외침과 함께 힘이 약한 후미에서는 다수로 소수의 강력한 적을 상대하기 위한 무량미리진 수백 개가 펼쳐졌다.


오색의 주술문자가 빛나는 주먹 크기의 금빛 기석들이 땅에 삽입되자, 주변에 운무(雲霧)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며 무사들의 모습이 그 속에 가려져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천궁과 투석기는 푸르스름한 운무에 가려 있는 곳으로 후퇴하더니 결국 모습을 감췄다. 그래도 궁수 부대(弓手部隊)는 활을 들어서 멀리 있는 거인들의 빈틈을 찾아 화살을 쏘아 댔다.


비록 중요한 곳은 보호구를 착용했다고 하나, 몸 여기저기에 화살을 맞으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화살을 몇 대 맞은 거인들이 흐르는 피를 보더니 거칠게 신경질을 부렸다.


“이놈! 감히 나를 쏘다니! 너는 반드시 내가 죽여 주마!”


일부 내공이 뛰어난 고수가 쏜 화살들은 보호구를 뚫고 거인들의 눈알을 꿰뚫으니, 분노한 거인들이 화살을 눈알째 뽑아내며 고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내 눈! 내 눈!”


온갖 비명이 전장을 휩쓴다!


나름대로 선방(善防)을 하고 있으나, 힘이 약한 천인족의 후미에서는 벌써 수천의 무사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 사이를 부상자를 나르고 치료하는 지원 부대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가만히 보니 현자와 신녀들인데, 그 참상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손발을 쉴 틈 없이 놀리고 있었다.


전장의 흙이 피에 흥건하게 적시고 수많은 시신이 나뒹구는 사이를 쥬맥과 수르는 비호처럼 누볐다.


거인들을 수없이 척살하기도 하지만 위험에 처한 동료들을 여기저기서 구해 내고 있었다. 동료 한 명의 목숨을 어찌 적 열 명과 바꾸랴!


죽을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쥬맥의 왼손에서는 수시로 탄지신공의 지강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피비비빗!


“끄아아아악!”


아무리 절대의 경지에 올라 선 고수라고 해도 체형(體形)이 비슷한 일반 종족하고 싸우는 것과 거인들과 싸우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무서운 범처럼 날뛰었지만 거인족처럼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초인들 사이에서 싸우는 것은, 무술과 내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누구 하나 편히 쉴 수 없는 전장이다!!


비율신 대족장도 모든 지휘를 총대장에게 맡기고, 측근 무사들을 이끌면서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분전 투구했다.


전투가 세 시진에 접어들자 무사들도 진기가 고갈되며 힘도 빠지고, 특히 많이 먹고 덩치가 큰 거인들은 허기(虛飢)가 져서 동작이 느려지며 힘들어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거인들의 또 다른 단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짧은 시간에 쥬맥과 수르는 동료들을 구하면서 많은 거인들을 척살(刺殺)했는데, 특히 쥬맥은 벌써 이백 명이 넘는 거인들의 목을 베었다.


그래서 거인들도 쥬맥이 싸우는 주변은 가능한 멀리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비록 피에 굶주린 야수(野獸)처럼 달려들고 있지만 거인들도 제 목숨 귀한 것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거인들이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허기가 져서 허덕대자 거인 진영에서 마침내 징소리가 울렸다.


쿠앙~ 쿠쿠앙~ 쿠앙~


“후퇴하라!”


거대한 징소리에 따라서 거인들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뒤돌아 우르르 물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거차를 끌고 싸우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나며 운신이 가능한 부상자를 데리고 간다.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는 모습을 보니 전보다 전술(戰術)을 많이 보완한 것이다.


천인족도 모두 진기가 고갈(枯渴)되고 지친 상태라 쫓지 않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전투가 끝나자 의료대는 몸이 더욱 바빠졌고······.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시작한 전투(戰鬪)가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야 끝이 났다.


싸움이 끝난 벌판에는 피에 젖은 붉은 땅에 수많은 시신들만 몸을 누이고 있을 뿐이다.


이제 천인족 무사들도 모두 지쳤다! 진지로 돌아오자마자 바닥에 드러눕거나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갔다.


이번 한 번의 전투로 천인족 일만오천여 명이 죽었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


거인족도 전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초일류급 고수들에게 당하여 삼천여 명이 죽고 팔백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부상을 당했지만 그들 중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덧없이 죽어 갈지 아무도 모른다.


인명은 재천(在天)이라고 했으니 누가 그것을 미리 알 수 있겠는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숨을 죽이고 요행을 바랄 뿐이지.


비록 오늘은 살아남았으나 내일은 또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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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9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29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6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9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9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6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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