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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6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18 10:21
조회
1,342
추천
13
글자
18쪽

121화. 유계(幽界) 수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령수와 신전을 지키느라 상주하는 선인, 신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신전에 들러서 향과 술을 올리며 천신께 경배와 기원을 드린 뒤에 밖으로 물러 나왔다.


새로 짓고 있는 거대한 신전이 하얀 백옥의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한 모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태을 선인은 믿을 만한 선인 몇 명을 불러서, 지금 유계 수행을 떠나려고 하니 며칠간 수행실 주변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쾌히 수락했고.


이곳은 둘레에 주술진으로 여러 겹의 결계가 쳐져 있어서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자! 이제 출발해야지? 함께 수행실로 가자구나.”


“예, 따르겠습니다.”


둘은 주변을 경계(警戒)할 선인들과 함께 수행실로 향했다.


수행실은 석조로 튼튼하게 지은 건물인데, 역시 천장(天障)에는 하늘을 향하여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었다.


태을 선인이 자리를 잡고 좌정하자 쥬맥도 그 근처에 좌정하고 앉아서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먼저 태을 선인의 영체가 전보다 더 진한 금빛을 뿌리며 육신에서 빠져나오더니 쥬맥을 바라보고 섰다.


수행이 크게 늘었는지 이제는 영체가 거의 육신에 맞먹을 정도로 자랐다.


곧이어 쥬맥의 백회혈(百會穴)에서 의식 한 줄기가 보일 듯 말 듯 반딧불보다 희미한 빛을 내며 날아올랐다.


“한 번 가 봤으니 조심히 따라오너라”


태을 선인이 한마디 하고서 떠오르기 시작하자, 쥬맥도 가볍게 빛을 흔들어 알았다는 표시(表示)를 하고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천장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하여 밖으로 빠져나오니, 수행실(修行室) 둘레를 선인 몇 명이 둘러보며 경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자 이제는 천령수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마저 점점 작아지더니 멀리 천인족의 주거지까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변이 점점 확대되더니 마침내 발바라 대륙이 그 모습을 보이는데······.


어느 순간, 바다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타는 뜨거운 태양과 그 둘레를 도는 행성들을 지나서 점점 더 위로 오르니 마치 온 세상이 보석들을 뿌려 놓은 듯하다.


마침내···,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은하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별이 천억 개쯤은 되지 않을까?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장엄(莊嚴)한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은하수마저 점점 작아지고···, 이번엔 수많은 은하계가 떠 있는 모습이 두 눈을 가득 채웠다.


그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으니 아마 천억 개쯤은 되리라.


둘은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앙의 거대하고 검은 소용돌이로 다가섰다. 그러자 또다시 크기를 알 수 없는 압력과 인력(引力)으로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지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문이나 악마의 목구멍을 넘어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한참을 아득한 암흑 속을 지나서 멀리 한 점 빛을 향해 빠른 속도로 끌려가더니···,

실처럼 늘어진 영체와 의식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서자 지난번에 왔던 것처럼 팔천계(八天界)가 표현할 수 없는 크기로 장대하게 펼쳐졌다······.


여덟 개의 천계가 가운데의 가장 크고 백색 광휘가 눈부신 천계를 중심으로 서로 잇대어 있다.


지난번에 천사장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쥬맥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백색의 광휘가 빛나는 것은 천신이 계신 천계이며, 푸른 녹색은 생계, 검은색은 마계, 분홍색은 요계.


그리고 붉은빛은 유계이며, 황색은 중계, 노랑색은 영계, 파랑색은 선계라는 것을······.


태을 선인은 한참을 팔천계를 바라보며 감상을 하다가, 드디어 붉게 빛나는 유계를 향하여 나아가면서 쥬맥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였다.


쥬맥의 의식은 태을 선인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유계를 향하여 다가섰다.


붉은 핏빛으로 물든 거대한 문에 점점 다가서는데······.


추레하고 흉악한 모습의 종족들과 그 사이에 여기저기 섞여서, 겉 모습은 인간을 닮은 여러 종족이 끌리듯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얼굴에 웃음을 띤 사람도 보이고, 그중에는 천인족과 지구의 종족들도 몇이 섞여 있었다. 비록 아는 얼굴은 없었지만.


‘와~ 이걸 문이라고 해야 하나?’


불길을 토하는 듯한 거대한 문에 들어서자 작은 산(山)만 한 아수라들이 문지기처럼 문을 지키고 서 있다.


도깨비방망이같이 생겨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커다란 봉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데, 두 발은 쩍 벌린 자세였다.


그러면서 몹시 흉악한 눈빛으로 들어서는 영혼마다 마치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노려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선인들은 알아보는지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수고가 많소.”


태을 선인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지나쳤고 쥬맥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행여 볼세라 등 뒤에 바짝 들러붙어서.


유계의 문을 지나자 그 앞에는 넓은 광장이 펼쳐지고 커다란 전각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다.


하나는 새파란 불꽃에 휩싸여 있었고 어떤 것은 하얀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었으며, 그중 하나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또 다른 여러 전각들은 각각이 전각마다 특이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떤 전각(殿閣)은 크고 작은 수만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체가 썩는 냄새를 풍기며 큰 구더기가 득실대는 곳도 있었으니······.


제일 처참한 곳은 입구에 앉아 있는 마귀(魔鬼)가 가끔 들어가는 영혼들을 낚아채서, 마치 맛있는 간식을 먹듯이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영혼인데도 형상은 그대로 유지를 하는지 마귀의 입 속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처참(悽慘)하게 울부짖고 있다.


또 어떤 곳은 갈가마귀와 독수리들이 입구에 앉아 있다가, 들어가는 영혼들의 눈알을 날카로운 부리로 찍어서 파먹는데······.


불시에 눈알을 잃고 뻥 뚫린 곳에서 피를 흘리며 절규(絶叫)하는 영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참상을 연출하듯이 내보이는 전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거대한 뱀의 입에 머리부터 먹히고 있었고······.


이미 머리는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는데 몸은 그 뱀의 입을 벗어나기 위해서 사지를 버둥거린다.


그 끔찍한 모습에 얼굴을 돌리며 태을 선인은 쥬맥을 데리고 우측의 붉은 벌판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그 입구에는 중계에서처럼 검은 연무에 휩싸인 동굴을 몇몇의 아수라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니 붉은 벌판 초입에 출입을 통제하는 결계가 드러났다.


수십 명의 아수라들이 지키고 서서 감시를 하고 있는데, 마치 꼭 전시(戰時)에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과 같았다.


태을 선인이 다가서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흉악한 얼굴에 빨간 혀를 길게 늘어뜨린 수문장(守門將)이 다가왔다.


“유계 수행을 나온 선인이시군요.”


“예, 이번에 처음으로 유계 수행에 나섰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매우 위험한 곳인데 사전에 주의할 사항들은 모두 인지를 하고 오셨습니까? 쉽지 않은 곳입니다.”


“먼저 다녀가신 선배 선인께서 알려주셔서 자세히 듣고 왔습니다.”


“그래도 위험하니 한 번 더 자세히 읽어 보시지요. 여기에서 존재가 소멸되어 버린 선인들이 많으니 사전에 주의를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러면서 이상한 문자로 쓰인 붉은색 큰 종이를 내미는데, 태을 선인은 그 문자를 안다는 듯이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세히 읽었다. 아마 선인들이 배우는 선어로 쓰인 모양이다.


주의 사항을 읽는 것이 끝나자 지도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하나의 영패를 주면서, 붉은 벌판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어 주었다.


“여기에 머무시는 동안은 항상 조심을 하시고, 혹시 신변이 위험하실 때는 이것을 터뜨리시기 바랍니다.”


호주머니에서 신호탄 비슷한 것을 꺼내어 건네 준다. 그것을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서자 사물이 온통 핏빛이라 경계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태을 선인이 눈을 감고 선안(仙眼)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쥬맥도 그 뒤를 따랐다.


계속 걸어도 사방은 온통 붉은 핏빛이고 점점 나무숲과 큰 바위들 그리고 들판에 자란 풀들이 나오는데······.


붉은 들판에는 내도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그냥 보기에는 다 똑같은 핏빛이라는 점이다.


악몽을 꾸는 것처럼 붉은 세상!


마치 악마의 뱃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그때 태을 선인이 무엇을 보았는지 붉은 나무숲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자세히 보니 나무숲 사이사이에 마치 지구의 야차족 같은 이계의 존재들이 숨어 있었다.


얼굴에는 여러 가지 털이 나 있고 전신은 붉은 옷으로 위장을 하고서.


그리고 손에는 화살처럼 끝이 삼각형으로 날카로운 창(槍)을 들었고 등에는 앙증맞게 작은 활을 메고 있다.


선인이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자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엉덩이에는 끝이 창처럼 생긴 날카로운 꼬리를 추켜들고 있었다.


마치 악마처럼 말이다.


선인이 계속 보고 있으니 우두머리가 나서서 사납게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그냥 지나갈 것이지 왜 우리를 바라보는가? 그냥 모른 체하고 가라.”


“그대들은 지옥불을 지피는 악귀들 같은데 왜 여기에 숨어 있는가?”


“뜨거운 지옥불 앞에서 불을 지피며 악을 쓰고 죽어 가는 영혼들만 바라보느니, 차라리 이곳을 탈출하여 조용히살려고 하는데 무슨 상관인가?”


“여기를 탈출하여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가? 절대 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생계가 가장 살 만하다니 그리로 가려고 한다. 방법을 찾아 봐야지.”


“그대들이 생계에 가면 죄 없이 수많은 생명이 스러질 터인데 어찌 내가 보고만 있겠는가? 너희는 이곳에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겁도 없이 혼자서 우리를 겁박하는 것인가? 얘들아! 정중히 보내 드려라.”


그 소리와 함께 숲속 여기저기에 숨어서 아직 눈치만 보고 있던 악귀들이 수백이나 우르르 몰려나왔다.


지옥불에 그슬리고 추악한 붉은 몸뚱이를 가졌는데,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에서는 붉은 침을 질질 흘린다. 마치 맛있는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 같은 모습이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모두 공격해라!”


그 소리와 함께 벌떼처럼 수백 명이 우르르 선인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동시에 태을 선인이 몸에서 방패와 같은 하얀빛을 내뿜어 영체를 가리더니, 공격하는 무리를 향하여 수인을 맺고 법술의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샤바라 밀데 홈 바라니~ ······십팔층 지옥화(十八層地獄火)!”


그러자 선인의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불길이 거칠게 일더니, 점점 커지며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 불길은 근처의 악귀들을 모조리 태우고, 이어서 숲까지 태우면서······.


불길에 닿는 것은 모조리 태워 버리니 결국엔 붉은 재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튀어나왔던 추악한 악귀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그때 뒤로 물러나 있던 처음의 수십 명이 다시 직선으로 확 치고 들어오는데, 그들은 무슨 방어구를 갖추었는지 붉은 옷이 불길에도 타지 않았다.


그러자 선인이 급히 수인을 맺었다.


“혼돈 속에서 음양이 오행으로 나뉘었으니 궁극은 모두 무극으로 돌아가리라. 무극살!”


마치 보이지 않는 무기를 뿌리듯이 사방으로 손을 흩뿌리자, 손에서 투명한 창과 같은 빛살이 손짓을 따라서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으악~ 무극살이다, 피해라!”


마치 비명처럼 외치는데, 이미 태반은 소멸되어 사라지고 겨우 서넛이 남아서 번개처럼 도주하기 시작했다.


“깜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고 있어.”


손을 턴 태을 선인이 그 자리에 앉아서 잠시 좌정하고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번 격전으로 법력(法力)의 소모가 제법 컸던 모양이다.


잠시 뒤 다시 일어나더니 쥬맥에게 손짓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도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붉은 것뿐이다. 들도, 산도, 내도······.


그때 눈앞에 거대한 붉은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찌나 큰지 그 바위들 하나가 작은 동산만 했다.


그런데 그 바위들 밑에 작은 동굴이 여러 개 뚫려 있고, 그 속으로 무언가 부지런히 숨는 것 아닌가?


자세히 보니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진 생명체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보자마자 굴속으로 숨는 것은 또 왜일까?


그것을 본 태을 선인이 동굴 앞으로 다가가서 법술의 진언을 외우자 하얀 연무가 일어나더니 거대한 바위의 구멍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굴속에서 연무에 견디지 못하는지 수십 명의 무리가 기침을 하며 우르르 빠져나왔는데······.


그 모습들이 자못 끔찍하였다.


얼굴이 반쯤 지옥불에 타 버린 사람, 이미 끊어진 목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있는 사람, 눈알을 손에 든 사람······.


그리고 그 무리에는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희한한 모습을 한 이계(異界)의 종족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지옥에서 무슨 일을 당하다 도망쳐 왔는지 하나같이 눈을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불쌍하게도 제대로 온전한 형체를 갖춘 영혼이 하나도 없었다.


빠져나온 눈알을 두 손으로 하나씩 잡고 앞을 바라보며, 가랑이 사이의 것은 어디로 갔는지 붉게 흔적만 남은 뚱뚱한 사람이 선인에게 물었다.


“우리를 왜 불러낸 것입니까?”


“그대들은 왜 여기에 숨어 있는가?”


“우리는 지은 죄보다 너무 과한 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지옥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별 죄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렇게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눈을 파내고 아랫도리를 불로 지져서 파내다니 이건 너무 과한 벌이 아닙니까?”


“그대가 지은 죄가 무엇인가?”


“나는 남들이 밤일을 하는 것을 훔쳐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또한 여자들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거나 권력으로 많은 무리를 한곳에 넣고 수십의 남녀가 함께 운우지락을 즐기도록 배려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권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타락시킨 장본인이 아닌가?”


“비록 내가 시켰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에 부채질을 했을 뿐이요. 그런 행위를 한 것은 그들 자신이란 말입니다. 나는 직접 하지도 않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는데, 지옥에서 이런 험한 벌을 받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 짓을 하고도 아직까지 뉘우치지 않았으니 지옥행이 당연하구나.”


그러자 무리들 중에서 젖가슴이 모두 날아가고 입이 길게 찢어진 젊은 여자가 나서서 사납게 따졌다.


“아니, 그러면 나는 큰 죄도 아닌데 왜 지옥으로 보낸단 말입니까?”


“그럼 그대의 죄는 무엇인가?”


“남편이 나를 힘으로 범해서 복수를 하기 위해 그와 결혼했고, 그의 아이를 낳아 젖에 독을 발라서 독살했지요.


그리고 내 입술에 독을 바르고 그 남자를 유혹(誘惑)하여, 입술을 빤 그 남자가 죽자 토막토막 잘라서 사냥개의 우리에 던져 주었지요. 개의 먹이로 말이에요. 제대로 복수를 한 거지요.


그런데 애초에 그 남자가 나를 강제로 범하여 생긴 일인데 왜 나만 지옥(地獄)에 보낸단 말입니까?”


“어미가 자식을 죽이다니 참으로 독하구나. 세상에 할 짓이 그리 없던가?”


그 이후로도 몇 명이 나서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였으나 모두 핑계 없는 무덤이 없었다.


한결같이 남이 잘못한 탓이고 자신은 단지 복수극(復讐劇)을 벌였다는 것!


그리고 하나같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남에게 해를 당했고 그래서 복수한 것뿐인데 왜 자신만 지옥에서 벌을 받아야 하는가?


몇몇의 말을 들어 보던 태을 선인이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그렇게 큰 죄들을 짓고도 그것이 죄인지도 모르고 뉘우치지 않는 것이 그대들이 지옥에 떨어진 이유다. 모두 소멸시킬 것이니 무(無)로 돌아가라.”


그러자 모두 너도나도 외쳤다.


“잠깐 기다리시오. 우리는 그렇게 큰 죄를 짓지 않았소.”


“우리는 억울하오!”


“그러면 지옥에 안 올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이요? 그러는 당신도 언젠가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눈과 귀가 있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보고 얘기를 들으시오.”


모두 소리 높여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선인이 사전 경고(警告)도 없이 강력한 십일성 마법으로 사방을 휩쓸었다.


그러자 선인 주변으로 백 장이 넘는 드넓은 원형의 대지가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빙결(氷結)의 영역을 구축한 가운데, 마도식이 순식간에 끝나고 현천의 불꽃이 펼쳐졌다.


“죄를 불태우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어다. 원념(怨念)으로 타오르는 현천(玄天)의 검은 불꽃이여! 저 영혼들을 불태우라~ 현천의 불꽃!”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손가락 끝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나더니 땅으로 힘없이 톡 하고 떨어졌다.


겉 모습은 너무 시시해 보였으나···, 순식간에 백 장이 넘는 대지가 검은 불꽃으로 타오르며 부글부글 끓는다.


그리고 땅이 통째로 녹아서 지반이 깊이 내려앉았다. 거의 백 장 깊이까지!


땅이 물처럼 녹아내려 붉은 용암이 되었고, 아득한 저 밑에서 용광로처럼 붉게 들끓고 있었다. 아! 저게 바로 지옥인가?


그것에 휘말린 영혼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허공으로 연기처럼 스러지고 있었으니······.


윤회(輪廻)마저도 허용되지 않게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소멸(消滅)되어 버리나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죄를 뉘우치고 조용히 지옥에서 벌을 받았으면 그나마 언젠가는 다시 윤회의 기회가 찾아와서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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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1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7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2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4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5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7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4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9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30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8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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