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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8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07 10:11
조회
1,329
추천
17
글자
18쪽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사장은 다시 아래의 검은 빛에 둘러싸인 천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저 천계는 마계(魔界)입니다. 합신기나 진선기에 들어서지 않고는 위험해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전에 나를 처음으로 인도해 주셨던 선인께서도 그 경지 이전에는 절대 저 곳에 들어가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하였으니 태을 선인도 잘 알아 두세요.”


“잘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태을 선인이 궁금한지 마계를 유심히 살폈다.


“그 옆에 붙어 있는 분홍빛 나는 천계가 바로 요계(妖界)입니다. 저기도 역시 7단계 합신기나 8단계 진선기에 들지 않으면 들어가지 마세요.


그 위에 있는 붉은빛으로 둘러싸인 천계가 바로 유계(幽界)입니다. 그 안에 염라노자의 심판대를 비롯하여 지하 십팔 층에 온갖 지옥이 다 있지요.


죽어서 유계로 간다고 하여 다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들만 선별하여 지옥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계에 들어갈 수는 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에는 중계나 한번 둘러보도록 하지요.


저 유계 옆의 황색으로 빛나는 천계가 바로 중계(中界)입니다. 그리고 그 중계 위의 노랑색으로 빛나는 천계는 영계(靈界)이구요.


중계는 비록 사소한 죄를 짓기는 하였으나 심판을 받아서 지옥에 갈 만한 큰 죄를 짓지 않은 영혼들이, 영혼의 오염을 영천에서 씻어 내고 영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영계는 태어날 영혼(靈魂)이나 이미 중계를 거쳐서 다음 생을 준비하는 영혼들이 거하는 곳이니 우리가 들어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영계와 마계 사이에 파랗게 빛나는 천계가 바로 나중에 우리가 신선에 이른다면 갈 수 있는 선계(仙界)입니다.


지금도 둘러볼 수는 있으나 영기의 압력이 대단하여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신선이 되지 않는 한 억지로 버티면 영체(靈體)가 터져서 소멸해 버리니 주의하세요.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중계로 가 봅시다.”


쥬맥도 그 뒤를 따라서 점점 중계로 다가서는데···, 전에 꿈속이라고 생각한 것과 똑같은 거대(巨大)한 입구가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앞만 바라보고 갔는데 오늘은 그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영혼들이 생을 마감하고 그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생김새가 천인족과 같은 모습 이외에도 수많은 형태의 종들이 섞여 있었다. 거인과 소인에서부터 팔이나 발, 또는 눈이 여러 개이거나······.


얼굴 생김새와 색깔이 인간과 전혀 다른 종들도 섞여 있는데, 이는 천신께서 인간 외에도 수많은 종을 창조하셨음이 아니겠는가?


거대한 문에는 영혼들의 수백 배 크기는 됨직한 거대한 몸체의 문지기들이 큰 창을 들고 지키고 있는데, 밖으로 나가는 것만 막을 뿐 들어가는 것은 전혀 신경(神經)을 쓰지 않았다.


셋은 그 문을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들어오는 영혼들을 안내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쥬맥은 보이지도 않는지 본 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사장과 태을 선인도 영체의 빛이 달라서 이미 알고 있는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드디어 끝을 알 수 없는 영천에 이르렀는데, 쥬맥은 뜻밖에도 그곳에서 꿈에 만났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아니, 아버지가 정말로 이곳에······.’


그런데 지난번 본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왼손 손목이 없어졌고 가슴에는 검고 긴 상처가 나 있는데, 얼굴이나 몸의 색깔도 전보다 많이 어두워졌다.


‘그럼 지난번에 그 꿈이 실제로······.’


그래도 뭐가 좋은지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면서 혼잣말을 한다.


“햐! 아들놈 살려 보내느라고 죽을 뻔했네. 덕분에 이 영천에서 몇백 년은 더 몸을 담궈야겠구만. 지놈들은 자식새끼도 없나? 왜 못 가게 막으면서 나를 이 지경을 만들어 놔.


그래도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아~쓰려, 그래도 이제는 좀 살 것 같네. 쥬맥 이 녀석은 살아서 잘 돌아갔겠지? 할 일도 많은 놈이 일찍 와서는······.”


그 소리를 들은 쥬맥은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게 정말 사실이었던가?


아버지의 변한 모습을 보니 그게 꿈이 아니었나 보다. 설마설마했는데······.


자신을 생계로 돌려보내려고···, 영혼도 단칼에 잘라서 소멸시킨다는 신장들의 창 아래 몸을 내던지면서 자신을 다시 생계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도 좋아서 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웃고 있으니 부모님의 참사랑은 가이없어라!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도···, 안아 드리고 싶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


쥬맥은 참을 수 없는 진한 슬픔이 목구멍을 가득 메우며 올라오고 눈물이 빗물처럼 왈칵 쏟아졌다.


실제로 수련실에 좌정하고 앉아 있는 쥬맥의 육신은 의식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아버지처럼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불사하고 죽어서라도 자식을 구하려고 이 한 몸 아낌없이 내던지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쥬맥은 그런 일이 닥치지 않아서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때 천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안 오고 뭐하고 있느냐? 시간 없다.”


어쩔 수 없이 쥬맥은 급하게 다시 두 사람을 따라갔다.


“이쪽으로 갑시다.”


천사장이 태을 선인을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니 지난번의 검은 운무로 쌓여 있는 큰 동굴 옆을 지나가는데, 장수 같은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 소리가 쥬맥의 관심을 끌었다.


“아~ 지난번에 그 미꾸라지 같은 녀석이 빠져나가서 내가 천장께 혼쭐이 났네. 아니, 그 애비는 또 왜 그리도 독해? 아예 죽으려고 덤비니 내 참!”


“아니, 단혼창으로 손목도 잘라 버리고 몸통도 갈라 버렸다면서? 자네가 지옥으로 던져 버린다고 질질 끌고 가더니 어떻게 했어?”


“말도 말게. 지옥으로 끌려가는데도 싱글벙글 웃는데 얼마나 화가 나던지. 멱살을 잡고 막 지옥으로 가는 통로에 던지려고 하는데 천장이 나와서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겠나?


어쩔 수 없이 전후 사정을 얘기했더니 물러 터진 천장(天將)이 글쎄 자기가 던진다고 질질 끌고 가더니 결국은 영천에다 던져 버리더라구.


이런 사람은 영천에서 몇백 년 썩어야 된다나. 성질내면서 말만 그렇게 했지 실은 봐준 거지 뭐. 에잇 속상해.”


“하하하! 그래서 요즘 자네 얼굴이 똥 밟은 표정이었구먼.”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옆을 지나쳐 가는데 왠지 그들이 얄밉게만 보였다.


한참을 더 앞으로 나가자 끝없이 넓은 푸른 초원과 군데군데 검은 나무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바깥쪽은 검은 옷을 입고 긴 창을 든 신장들이 지켰고······.


그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두 선인을 보더니 천사장에게 다가오며 아는 체를 했다.


“아니, 지난번에 오셨던 생계의 그 돈문 선인이 아니십니까? 이번에도 여기 숨어든 나쁜 무리들을 없애려고 오신 모양이지요?”


“그렇소이다. 이쪽은 새로 연신기에 오른 태을 선인인데 처음이라 안내도 할 겸해서 같이 왔습니다.”


“선인 태을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이곳을 지키는 십이천장(十二天將)입니다. 부디 나쁜 무리들을 많이 좀 없애 주십시오. 속을 많이 썩여서 죽겠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지요.”


두 선인이 작은 사무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절차(節次)를 마치고 나왔다. 아마 이곳도 출입에 절차와 기준이 있는 모양이다.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출입 절차가 끝나자 옆으로 비켜 주는데 쥬맥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셋이 초원 안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보기와 다르게 음산한 기운이 풍기고 있다.


초입에는 아무것도 없는 푸른 들판과 여기저기에 운집(雲集)한 검은 나무숲만 보이더니, 점점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근처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는데······. 검은 숲속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무기로 무장해서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 무리 수백이 숨어 있었다.


일행이 근처에 다다르자 그들은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고개만 살짝 내민 채 동태를 살핀다. 천사장이 그 숲 앞에 이르더니 태을 선인에게 말했다.


“이들은 유계에서 탈출하여 여기에서 숨어 지내는 무리입니다. 이외에도 이 초원에는 마계에서 숨어든 마수와 요계에서 숨어든 요수를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나쁜 무리들이 떼를 지어서 집단(集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천장이나 신장들이 손이 부족하여 미처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없애도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신선이 되기 위한 신통과 비기를 수련할 기회이니 사정을 봐줄 것 없이 모두 처리하면 됩니다.


준비가 되는대로 숲속으로 진입합시다. 혹시라도 영체가 다치지 않도록 잘 보호하세요.”


“예, 다 준비되었으니 들어가시지요.”


쥬맥은 의식으로 뒤에서 바라만 보는데 두 선인이 검은 숲으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자, 숲속에 있던 수백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 두 선인을 둥글게 에워쌌다.


그리고 검은 망사천으로 얼굴을 가린 젊은 여인이 대장인지 앞으로 나섰다.


“우리들의 존재를 소멸시키러 온 선인 수행자들이다. 모두 쳐라.”


그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빗발치는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두 선인은 몸에서 방패와 같은 하얀 빛을 내뿜어 영체를 가리더니, 검은 무리를 향하여 수인(手印)을 맺고 법술의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쥬맥이 보니 상대측 무사들의 무위가 천인족의 초일류급 정도로 보이는데, 피부와 복장 심지어는 무기까지 새까만 검은 색이어서, 검은 숲에서의 은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 무사들이 두 선인의 영체를 도검이나 창으로 공격하는데, 방패와 같은 빛의 장벽에 막혀서 모두 튕겨 나갔다.


“이놈들이···, 혼 좀 나야겠군.”


화가 난 천사장이 앞으로 나서더니 수인을 맺은 손을 앞쪽으로 내밀어 두 손을 휘저으며 신통을 부렸다.


“오행의 영기로 그대들을 멸하노니 역천의 존재들은 소멸할지어다. 토 목 금 수 화! 오행영기폭!”


그러자 두 손에서 오색의 주술문자들이 파도처럼 퍼져 나가니, 그것에 닿는 검은 무사들이 모두 몸체가 터져서 검은 먼지로 변했다.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불자 바람결에 날아가며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다.


그러자 태을 선인이 준비를 마쳤는지 반대 방향으로 나서며 공격을 가한다.


“태초의 혼돈이기로 그대들을 멸하노니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갈지어다. 혼돈이기탄!”


마치 무인이 암기를 뿌리듯이 수인을 맺은 두 손을 앞쪽으로 휘저었다. 그 순간 두 손에서 검은 주술문자와 거센 기운이 일어나더니 뇌운처럼 앞으로 퍼져 나가며 무인들과 충돌했다.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수십 명의 무인들이 먼지처럼 흩어지며 공중으로 사라졌다. 마치 한 줄기 바람처럼······.


순식간에 두 선인의 신통에 당해서 백 명이 넘는 무인들의 존재가 먼지처럼 소멸해 버린 것!


그러자 검은 망사로 얼굴을 가린 젊은 여인이 긴 채찍을 휘두르며 달려드는데, 채찍에는 악마의 이빨 같은 작은 바늘이 무수히 달려 있고 퍼런 불길이 일렁거렸다. 마치 지옥의 불길처럼 말이다. 마침내 불길이 일렁이는 채찍이 두 선인의 영체를 휘감았다.


그 끝을 끌어당기니 두 영체가 힘없이 주르르 끌려가는가 싶더니, 방패 같은 빛의 장벽에서 주술문이 흘러 다니는 거대한 금빛 손이 나타났다.


손을 펼쳐 그 감긴 줄을 움켜쥐고 단숨에 끊어 내더니, 채찍 한쪽을 잡고 끌어당기자 이번에는 반대로 젊은 여인이 힘없이 주르르 끌려갔다.


꼭 서로 줄다리기로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습인데······.


이번에는 금빛 거대 손이 채찍을 버리고 망치처럼 여인을 내리쳤다. 한 주먹에 박살이 날 것 같은 순간! 이형환위(以形換位)의 보법을 밟으며 겨우 위기를 모면하는 여인이다. 그리고···,


주먹은 바로 옆의 땅바닥을 내리쳤다.


꽈아아아앙!!


천지가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땅이 일 장 가까이나 함몰되어 버렸다.


“안 되겠다. 모두 도망쳐라!”


힘으로는 도저히 해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여인이 먼저 몸을 빼내어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놓자, 나머지도 그 뒤를 따라서 줄줄이 도망쳤다.


그러자 두 선인으로부터 금빛과 오색의 빛이 흐르는 거대한 손이 두 개씩 나타나더니, 도망치는 검은 무사들을 사정없이 위에서 내리치기 시작한다.


그 공격에 또 백 명이 넘는 무사들의 존재가 소멸(消滅)되어 한 줌의 먼지로 화했다.


하늘하늘 허공으로 날아가는 먼지들! 그러나 그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영혼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윤회하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지만.


총 이백오십여 명의 존재가 소멸하고 이백여 명은 도망을 치는데···, 쫓아가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두 선인도 숨 고르기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잠시 한숨을 돌리며 두 선인이 법력을 추스른 뒤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백 장쯤 앞으로 전진했을 때 큰 나무숲에서 거대한 괴수가 네 발로 걸어 나오더니 두 발로 우뚝 섰다. 몸체가 십 장은 되는 듯하고 키는 이삼십 장쯤 되어 보였다.


그 괴수가 마치 악마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삐져나온 큰 입을 벌리고 독수리 같은 발톱을 치켜든 채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악!!”


그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데 천사장이 얼른 주의를 주었다.


“마계에서 숨어든 고대 마수이니 조심하시오. 아주 사납습니다.”


그러면서 발을 구르더니 하늘을 향하여 둥실 떠올랐다. 그러자 마수가 그곳을 향하여 큰 입을 벌리고 거대한 불기둥을 쏟아 냈다.


쥬맥은 천사장이 행여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여 지켜보는데······.


“지옥의 불길이여! 불을 불로 멸할지어다. 지옥의 한천염!”


이번에는 법술을 펼치기보다 마법으로 대응하는 게 훨씬 빠른지 바로 마법 십성에 이르러야 가능한 지옥의 한천염을 두 손으로 내쏘았다.


그러자 두 손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전혀 없는 흰 빛을 푸르스름한 빛이 감싼 채, 집채보다 큰 거대한 불덩이가 뿜어져 나왔다.


그 불덩이가 마수가 뿜어낸 불길을 거슬러 오르는데 ‘쿠르릉~’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주변에 울린다.


불덩이를 본 마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는지 번개처럼 옆으로 몸을 피하는데, 불덩이가 중간에 방향을 틀어서 그 뒤를 쫓아가더니 그대로 마수의 거대한 머리통과 부딪쳤다.


퍽!


그러나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마수가 두 눈을 껌벅거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수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으며 회백색으로 물들더니, 머리 부분이 얼음이 깨지듯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그리고 그 일대에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찬바람이 부는데···, 전신이 오들오들 떨려 온다. 마치 북풍 한설을 맞고 있는 것처럼.


곧이어 마수의 몸체까지 얼음에 뒤덮이고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더니 모래알처럼 부서져 내렸다.


이어서 그 일대 수백 장이 마치 북극처럼 한풍이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그것이 한 순간에 벌어진 상황!


그러자 태을 선인이 두 손으로 수결을 맺고 입으로 법술의 진언을 외우면서 주변을 향하여 가볍게 휘두르니, 얼었던 동토(凍土)가 봄눈이 녹듯이 녹아내리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쥬맥은 처음 보는 마법과 법술의 힘에 넋을 잃었다.


‘우와~ 어찌 저럴 수가?’


마수의 처치가 끝나자 천사장이 급하게 마법을 사용한 이유를 태을 선인에게 알려 주었다.


“저 고대 마수는 변신을 하기도 하고 독을 내뿜으니 발견하는 즉시 마법으로 처치해야 합니다. 특히 그 독은 지독하여 영체를 부식시켜 녹아내리게 하는 극독이니 주의하세요.”


“모르고 덤볐으면 위험할 뻔했군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웁니다.”


“처음엔 다 마찬가지지요. 다음부터는 혼자서도 가능할 겁니다.”


고대 마수를 퇴치한 뒤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쥬맥은 의식으로 그 뒤를 따르며 자신이 만약 같은 상황일 때 무공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도 어느 정도는 무공으로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여러 가지 배울 점이 있었다.


그리고 천지의 기운을 활용하는 방법이 무수하게 많음을 새롭게 깨달았다.


다시 백 장쯤 전진하자 이번에는 검은 나무숲에 전신이 하얀 사람들이 수십 명 모여 있는데, 키가 일 장쯤 되어 보이고 옷도 얼굴도 머리도 심지어 눈자위도 흰색을 띠었다.


심지어 무기마저 흰색 일색이었고···.


두 선인이 다가가자 흰색의 눈이 천천히 좌우로 뱀처럼 길게 열리며 그 안에서 소름이 쭉 끼치는 샛노란 안광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요계에서 스며든 요마인들인데 눈을 마주치면 저들의 섭혼술에 걸려 최면에 빠지게 됩니다. 눈을 감고 선안(仙眼)으로 보세요. 신통이 대단하니 감춰 둔 비기로 제압을 해야 합니다. 나란히 서서 공격합시다.”


그 말에 태을 선인이 천사장의 우측 옆에 섰다. 요마인 중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나이 든 노인이 앞으로 나서더니 천사장께 사정하듯이 말했다.


“우리와 원수진 일이 없는데 어찌 우리의 존재를 소멸코자 하는 것이오? 싸움을 원치 않으니 돌아가시오.”


“우리도 싸움을 원치 않으니 그대들의 천계인 요계로 돌아가라. 그러면 소멸시키지 않고 돌려보내 주겠다.”


“그곳에는 이미 우리가 세력을 잃어 설 곳이 없소. 그러니 한 번 봐주시오.”


“천계를 오가며 천지법칙을 어지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러자 표정이 일그러지는 우두머리.


“오늘 길보다는 흉이 많겠군. 얘들아! 어쩔 수 없다. 쳐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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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7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19 17 18쪽
»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6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6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1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3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3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4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39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28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29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1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7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6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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